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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령산 편지를 내며 |

산책을 좋아하는 나는 산복도로가 있는 곳에서 더 위쪽,
그러니까 황령산하고 더욱 가까운 높이로 이사 가고 싶었다.
그러나 수영구를 고집하며 내가 찾는 그런 방은 없었다.
오래된 집일지라도 정결한 방 한 칸 뒤 산 쪽으로 창이 크고 앞쪽으로는 발아래 빌딩숲 너머로 먼 바다가 보이는 그런 방을 끝내 찾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낮은 곳에 살며, 새벽에 산책을 하려면
산책로 초입까지 도달하기가 꽤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점점 게을러지기 일쑤다. 그래도 틈틈이 황령산을 찾아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두 번째의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남들처럼 뛰어난 재주가 없는 졸필을 SNS의 일부 독자들이 꾸준히 사랑해주시는 바람에 거듭 용기를 냈다.
고민하지 않고 그냥 쓰고 싶을 때 일기처럼 편하게 썼다는 것을 고백한다. 카카오스토리 채널의 ‘김시인의 황령산 편지’를 구독하며 늘 응원해주는 소설가 ‘이재호’ 선생님과 ‘햇살’ 교사 아우님, 화가 ‘그리움’님 창비사의 ‘구름에 달 가듯이’ 형님 외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또한 많은 분들의 응원에도 2집을 낼까말까 망설이던 나에게 큰 힘이 되어준 비즈니스 파트너 한남희, 서찬규 부부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멀리 미국에서 찾아와 사업으로 애국심을 일깨워주고 도전정신을 불어넣고 있는 칼빈 리 교수 아우님께도 감사하며, 끝으로 심혈을 기울여 예쁘게 책을 만들어 준 도서출판 샤인텔 강성옥 대표와 제수씨께도 감사드린다.

나를 한없이 믿어주는 친구 이영숙과 국악인 친구 선우철준 선생에게 이 책을 바친다.


2017년 10월 황령산 자락에서
김형길

1부 봄, 여름, 가을
봄, 프리즘 14
봄날, 외로움 15
봄비, 고백 16
노포역에서 18
여름날의 고해록 20
삼복더위 22
망설임 24
여인아 26
가을소식 28
은행잎2 30
노을2 32
산 34
세심원2 36
별리3 38
서낭당 40
이기대 공원에서 43
섬이 된 고래 46

2부 비와 그리움과 어떤 인생
비와 나 50
밤비 오는 날 52
7월 7석, 밤비는 내리고 54
비가 내리면 56
모닝커피 58
겨울비 60
허수아비 61
술 한 잔 마셨어요 64
떠나는 그대 67
대화상대가 그리워 70
어떤 인생 72
어머니2 75
수영강의 밤에2 77
빈집3 79
회상 81
수배 중 젊은 날 83
고향생각 85
하모니카가 들려준 이야기 88
후회 90
젊음에게 91
SNS 93
노동과 커피 94
미장 95
홀로서기 96
중년 97
통일은? 98
광인의 시 100

3부 道를 생각하다
道 104
부활 106
소망 108
부탁 없는 기도 110
하늘의 학문 112
거목 114
금단현상 116
사군자를 치고 차를 마시다 118
촛불 119
아쟁 120
대금소리 121
강가에서 123

4부 고독한 것들의 밤
고독한 것들의 밤 126
고독한 방 128
귀가6 130
어떤 사내의 도시 산책 133
시대는 전사를 돌아보지 않는다 135
가장 무서운 꿈을 아시는지 138
불면 141
바보시인 143
아직도 외로움이 유효한가 145
겨울편지 146
꿈에 148
밤길 그 쓸쓸함에 대하여 151
겨울밤 154
방황4 156

5부 꽃과 별과 바람의 시
달과 비와 추억 160
별을 줍는 소년 164
바람의 시 165
바람 부는 날 166
지금 167
눈꽃 169
동백꽃 170
벌 173
붉은 꽃 175
붉은 꽃2 177

6부 황령산 편지
황령산 편지 180
황령산 편지2 181
황령산 편지3 183
황령산 편지4 185
황령산 편지5 187
황령산 편지6 188
황령산 편지7 190
황령산 편지8 192
황령산 편지9 194
황령산 편지10 196
황령산 편지11 198
황령산 편지12 200
황령산 편지13 203
황령산 편지14 206
황령산 편지15 208
황령산 편지16 210
황령산 편지17 212
황령산 편지18 216
황령산 편지19 218
황령산 편지20 220
황령산 편지21 222
황령산 편지22 224
황령산 편지23 226
황령산 편지24 228
황령산 편지25 230
황령산 편지26 232
황령산 편지27 233
황령산 편지28 235
황령산 편지29 237
황령산 편지30 239
황령산 편지31 241
황령산 편지32 243
황령산 편지33 245

황령산 편지25

사람이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눈커풀을 들어 올리는 일입니다
오늘은 눈커풀이 너무 무겁습니다
입 안에 쓴 물이 돌아
무거운 공기를 털고 밖으로 나서니
산과 들판 가득 푸른 생명입니다

저 산 넘어
이글거리는 태양이 앞장선 뒤에는
폭풍우와 타는 목마름이
예비 되어 있는 계절입니다

봄은 사람의 향기보다
바람의 향기가 먼저 옵니다

여름은 바람의 향기보다
구름의 향기가 먼저 옵니다
가을은 구름의 향기보다
쓸쓸함의 향기가 먼저 옵니다

겨울은 쓸쓸함의 향기보다
따스한 사람의 향기가 먼저 옵니다

계절은 향기를 따라 돌아옵니다
사람은 계절을 따라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