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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 이정록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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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정록
  • 출판사 : 한겨레출판
  • 발행 : 2018년 12월 04일
  • 쪽수 : 39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60402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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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홍성이 아니라 로마나 맨체스터 혹은 그 어디에서 태어났든 그는 분명 시와 함께 살았을 것이다. 해무(海霧)처럼 짙은 세상의 일들을 시와 글로 찬찬히 걷어냈을 것이다. 가난으로 시를 쓰고 울음으로 시를 읽으며, 소란하고 기쁘고 순간이면서 영원 같은 시간들을 우리 앞에 차곡차곡 쌓아주었을 것이다. 늘 시를 통해 새로 넓어지는 그의 마음과 시내버스처럼 이 마음 곳곳을 살피고 이르는 이 책 앞에서 오래도록 손을 흔들어 보이고 싶다.
- 박준 / 시인

“당신도 혼자군요. 같이 시를 읽으시겠어요?”
촘촘해진 주름을 비벼서 만들어낸 위로의 언어들


어떤 글을 읽다 보면 그 글이 지닌 깊은 마음과 오롯이 마주할 때가 있다. 어떤 글 속의 풍경은 다정한 거울처럼 우리의 마음을 비추고 출렁이게 하며, 어떤 글 속의 온화함은 날카로운 분노마저도 슬금히 문질러 없애준다. 산문집 [시인의 서랍], 시집 [의자], [어머니학교], 동화 [대단한 단추들] 등으로 늘 독자들과 어깨동무하며 걸어왔던 시인 이정록은 5년여 만에 들고 온 그의 두 번째 산문집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에서 이런 깊은 마음이 깃든 글들을 꺼내 보인다.
첫 산문집인 [시인의 서랍]에서 자신의 시가 되었던 가족 이야기와 일상의 순간들, 그리고 시작(詩作)에 관한 여러 편지를 담았다면, 이번 산문집에서 시인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존 키팅 선생님처럼 다른 이에게 영감을 주는 스승이자 친구가 되고자 한다.
1부 ‘나는 가슴을 구워서 화분을 만들었습니다’에서 시인은 지금 슬럼프를 겪고 있을 모든 이에게 말한다. “슬럼프는 구덩이가 아니”라 “슬럼프는 화분”이라고. 그러니 당신들의 “향기 나는 손발을 다시 꺼내”라고. 두 페이지 남짓의 짧은 글 속에는 시와 사람에 대한 시인의 진심이 가득 담겨 있다. 이어지는 2부 ‘당신의 시에 뺨을 대다’에서 시인은 장석남, 정일근, 나태주, 김사인, 이명수 등 많은 시인의 시를 화분이 된 가슴 안으로 모은다. 우리의 화분은 시인들의 시를 읽으며 한 번 채워지고, 시인의 글을 읽으며 또 한 번 채워진다. 따뜻한 흙으로든, 투명히 빛나는 광채로든. 3부 ‘나의 시에 입술을 대다’는 시인의 시 중 가장 많이 사랑받은 시 [의자]로 시작한다.

[의자]란 시에는 어머니의 말투와 마음 씀씀이를 흉내 낸 나의 거짓부렁이 담겨 있다. 독자들은 어머니의 감동은 뽑아 읽고, 작가의 거짓은 짐짓 눈감아준다. 바닥과 가까운 어머니의 품과 안식을 독자가 먼저 안다.
('3부 시에 대한 짧은 생각들' 중에서)

시인의 다정한 엄살은 시를 읽는 감동을 더해준다. 육근상 시인과의 일화, 연작시 [어머니학교]가 탄생한 비화를 읽는 사이 우리는 어느새 그의 막역한 친구가 되고야 만다. 4부 ‘시에 대한 짧은 생각들’에서 시인은 접고 있던 날개를 펼치듯 그동안 꽁꽁 싸맸던 은유로 가득한 시론을 자유롭게 드러낸다. 팽이 줄을 감듯 팽팽히 감긴 문장들은 시라는 하나의 꼭짓점을 두고 간절히 회전한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그 구덩이에서 어떻게 기어 나오느냐고요? 시인의 슬럼프는 질투심에서 오죠. 좋은 시를 보는 눈은 떴는데, 좋은 시를 쓰는 자신의 창작 능력은 벼랑에 매달려 버둥거리는 것 같죠. 절망이죠. 바로 그때, 더 좋은 시를 찾아서 읽는 거예요. 몸에서 등나무 넝쿨이 번져 오를 때까지.
('4부 시에 대한 짧은 생각들' 중에서)

기어코 5부 ‘글짓기 대표 선수’에 다다르면 조금은 느슨하지만 좀 더 넉넉한 삶에 관한 시인의 여러 생각들을 만날 수 있다. 제주에서의 일들, [대단한 단추들]과 [동심언어사전]이 나오기까지의 여러 사연들, 개그맨 전유성과의 일화 등은 우리를 자꾸만 웃게 만든다. 웃고 있다 보면 시내버스가 종점으로 향하듯 6부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어머니 스케치북을 본다’에 다다른다. 거기에는 늘 시인 혼자만이 속눈썹이 젖은 채 바라보던, 고갤 수그리며 웃곤 하던 시인의 어머니 이의순 화가의 그림이 놓여 있다. 우리는 시인의 눈으로 그 그림들을 마주한다. 어머니의 곱고 순순한 그림은 세상 모든 시의 뿌리처럼 글의 모든 부분을 더욱 빛나게 한다. 우리는 비로소 시의 종점에 서게 된다. 끝이자 시작이다. 슬럼프이자 화분이다. 절망이자 희망이다. 시인의 모든 글처럼.

시가 안 써지는 마음으로 쓴,
시가 안 써지는 마음에 대한 글


시가 안 써지는 마음이란 무엇일까?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에는 시가 안 써지는 마음을 물어물어 가는 한 시인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종점을 향해 구불구불 길을 달려가는 시내버스의 마음과 닮았다. 서고, 가고, 서고, 가는 마음. 시가 안 써지는 마음이란 흔들림과 설렘과 아픔과 울렁임을 모르는 마음, 우리가 순정한 아픔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체하는 마음일 것이다. 시가 다시 써지는 순간은, 누군가의 아픔이 나의 목덜미까지 전해져오는 순간이 아닐까. 시인은 말한다. 절망에 빠졌을 때는, 희망을 자극해야 한다고. 슬럼프에 빠진 시인에게 다른 시인의 좋은 시는 하늘과 같다고. 그러니 시가 안 써지는 날에는 시집 한 권 들고 시내버스를 타러 가자고.

추천사

홍성이 아니라 로마나 맨체스터 혹은 그 어디에서 태어났든 그는 분명 시와 함께 살았을 것이다. 해무(海霧)처럼 짙은 세상의 일들을 시와 글로 찬찬히 걷어냈을 것이다. 가난으로 시를 쓰고 울음으로 시를 읽으며, 소란하고 기쁘고 순간이면서 영원 같은 시간들을 우리 앞에 차곡차곡 쌓아주었을 것이다. 늘 시를 통해 새로 넓어지는 그의 마음과 시내버스처럼 이 마음 곳곳을 살피고 이르는 이 책 앞에서 오래도록 손을 흔들어 보이고 싶다.
- 박준 / 시인

독특한 선물이다. 시인 이정록의 시혼(詩魂)이 모두 담겨 있다. 남의 시를 해설하는 글 자체가 덤으로 읽는 시다. 나의 시를 고백하는 속살도 엿볼 수 있다. 무진장 재밌는 그의 산문 세계는 금강 닮아 유장하다. 이미 시는 우리 문단의 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으며, 산문에서도 대가의 품격이 보인다. 이정록 시인은 비밀을 밝히지 말라고 하는데 여기에 밝히는바, 그는 한국 문학의 자랑이 될 작가다. 그의 책이 여러 나라 말로 많이 번역되기를 바라며, 이 책, 일단 보관해두어야 할 옥고(玉稿)다.
- 김응교 / 시인, 문학평론가, 숙명여대 교수

목차

1부 나는 가슴을 구워서 화분을 만들었습니다
2부 당신의 시에 뺨을 대다
3부 나의 시에 입술을 대다
4부 시에 대한 짧은 생각들
5부 글짓기 대표 선수
6부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어머니 스케치북을 본다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구불구불 종점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올 때는 반대쪽 풍경을 보며 천천히 세상을 읽는다. 그래도 시가 안 써지면 재래시장에 간다. 돼지국밥에 소주 한 병! 이만한 보약이 어디 있으랴. 그리고 좌판 구석구석에서 오고 가는 오래된 말씀들을 엿듣는다. 흥정의 리듬과 침묵과 줄다리기와 방점을 배운다. 환한 알전구 하나 빼서 어두운 내 문장에 박아 넣는다.
(/ p.29)

바다가 화첩이고 통통배가 색색의 크레파스라면, 바다는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이 되었을까? 고둥, 짱뚱어, 농게, 상어, 새우도 크레파스라면, 얼마나 멋진 풍경이 펼쳐질까? 하늘이 화첩이고 비행기와 새와 나비가 색색의 크레파스라면, 얼마나 멋진 그림이 될까? “가을입니다. 고추잠자리 크레파스 때문에 오늘 하늘은 온통 붉겠습니다.” 이런 일기예보는 얼마나 신이 날까? 먹구름이 몰려올 때 비둘기와 갈매기 크레파스가 하얗게 색칠하며 종횡무진 날아다니면 다시 맑은 하늘이 될까?
(/ p.94)

시인이 땅바닥에 떨어진 꽃송이를 부처라고 찬탄했듯이, 세상 모든 상처를 부처님, 하느님으로 섬겨야겠다. 그러니 가장 아픈 곳에 그분들이 계시는 것이다. 아침에 언성을 높인 엄마, 막말을 건넨 아들딸, 넌 친구도 아니라고 등을 보인 벗…… 이들이 다 두 손 모아야 할 부처님이고 하느님이다. 세상 어둠과 그늘이 신전(神殿)인 것이다.
(/ p.188)

슬럼프에 빠진 시인에게 다른 시인의 좋은 시는 하늘과 같지요. 희망이죠. 식욕은 자꾸 떨어질 테니 먹이는 물에 둥둥 뜨겠지요. 그 썩어가는 먹이를 밟고 양동이 밖으로 뛰쳐나오는 겁니다. 슬럼프는 분명 식욕을 떨어뜨립니다. 하지만 정신의 허기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때로 작가는 스스로 뚜껑을 덮고 어둠 속으로 침잠합니다. 그건 새로운 하늘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지요.
(/ p.284)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4 ~
출생지 충남 홍성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다.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시집 [동심언어사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정말] [의자] [제비꽃 여인숙]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풋사과의 주름살]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와 산문집 [시인의 서랍]이 있다. 동화책 [대단한 단추들] [미술왕] [십 원짜리 똥탑] [귀신골 송사리], 동시집 [지구의 맛] [저 많이 컸죠] [콧구멍만 바쁘다], 청소년 시집 [까짓것], 그림책 [달팽이 학교] [똥방패] 등을 냈다. 박재삼문학상, 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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