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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사일런스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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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삶이 빗나갔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이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작은 나라에서 온 큰 작가


아이슬란드 문학상, 아이슬란드 북셀러상을 수상하고 이탈리아 스트레가상 최종 후보에 오른 외이뒤르 아바 올라프스도티르의 [호텔 사일런스]가 2018년 북유럽연합회 문학상을 수상했다. [호텔 사일런스]는 "문학과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았으며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요나스는 ‘불안’과 ‘현재’라는 시간을 견디며 살아간다. 마음에 큰 상처를 지니고 살던 그는 어느 날 자살을 결심하고 그의 마지막 선택을 위한 도구로 ‘공구함’을 챙겨 홀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호텔 사일런스에서 전쟁으로 힘겨운 일상을 버텨내는 메이, 피피, 아담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점차 그에게 살아야 할 이유가 된다. 아무런 희망 없던 삶에 목적이 생기자 그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삶이 빗나갔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이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계절에 마음이 헛헛하다면 ‘미스터 다 고쳐’ 요나스를 만나 놀라운 기적을 경험해보시기를.

출판사 서평

어떻게 죽어야 할까

[호텔 사일런스]는 끝자리가 같은 날-예를 들어 5일, 15일, 25일-에 이 세상을 떠나야겠다는 기이한 강박 관념을 가진 49세의 주인공 요나스가 자살을 선택한 여행지에서 다시 희망과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마음 따뜻한 이야기다. 저자 외이뒤르 아바 올라프스도티르는 삶과 죽음, 절망이라는 주제를 잔잔하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저자의 감각적인 문체와 재치 있는 표현들은 우리를 소설 속으로 점차 빠져들게 한다. 또한 주인공 요나스의 상황과 어울리는 소제목을 고전에서 적절하게 인용함으로써 작품을 한층 품격 있게 높이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읽는 재미까지 더한다. 니체를 연구하고 싶어 한 요나스가 대학 때 쓴 일기는 과거에 요나스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여성 편력은 어땠는지, 아내 구드룬은 어떻게 만났는지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나는 세상의 어둠과 맞서기 위해 글을 씁니다."
- 외이뒤르 아바 올라프스도티르

우리는 태어나고, 사랑하고, 괴로워하고, 죽는다

[링로드를 달리는 여자]라는 작품으로 이미 한국에 소개된 적이 있는 올라프스도티르가 [호텔 사일런스]를 통해 더욱 유쾌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세상의 어둠과 맞서기 위해 글을 쓴다"는 그녀는 지구상에서 오직 33만 명만이 이해하는 소수 언어로 글을 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은 신비롭고 독창적이다. 그녀는 [호텔 사일런스]로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이슬란드 문학상을 수상했고(2016), 2018년에는 북유럽연합회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서 더욱 굳은 입지를 다졌다. 절묘한 유머와 활력 넘치는 언어로 가득 찬 이 소설은 삶과 죽음, 개인과 공동체, 인간의 특권, 권리와 의미 등 인생의 큰 질문을 고민하게 한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세상의 어둠과 맞설 수 있는 ‘공구’를 얻게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와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인물들, 독특하고 매력적인 올라프스도티르만의 서사가 올가을 우리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줄 것이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며 살아가는 평범한 이혼남 요나스의 인생은 피로하기만 하다. 게다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딸이라고 믿었던 님페아가 그의 딸이 아니라니. 모든 일에 무력함을 느끼는 그의 삶은 남루하고 구차하기만 하다. 결국 그는 자신의 인생이 왜 이렇게 꼬여버렸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인생에 종지부를 찍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갑자기 죽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나라로 편도 티켓을 들고 떠난다. 그저 잘 죽기 위해, 공구함까지 들고서.
하지만 공구함을 챙겨 부랴부랴 떠난 곳에는 인생의 피로 따위는 사치라고 느낄 만큼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집에서 조금만 벗어난 길에는 폭탄이 널려 있고 제대로 된 식재료를 구할 수 없으며 샤워기에서는 흙탕물이 흘러나온다. 마을 곳곳에는 총알 자국이 박혀 있어 그들은 어디로 눈을 돌리든 전쟁의 참상을 마주해야 한다. 그들에게 삶은 또 하나의 전쟁터이며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무엇이든 고치기를 좋아하는 ‘미스터 다 고쳐’ 요나스는 호텔 사일런스에 머물면서 망가진 곳을 고쳐주고 그 과정에서 삶의 의욕을 되찾고 삶을 이어갈 용기를 서서히 회복한다. 요나스는 모든 사람은 각자의 공구함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참된 의미를 찾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그는 자살을 다음 날, 그다음 날로 점차 미루게 된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이 세상에 있다

우리는 태어나고, 사랑하고, 괴로워하고, 죽는다. 이 소설은 우리의 존재부터 사랑, 절망, 죽음의 감정을 요나스라는 인물에 고스란히 담아 보여준다. 절망뿐이었던 요나스의 삶에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끼어들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갈등과 가슴 아픈 이야기는 삶에 지친 우리에게 또 다른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이 소설은 우리의 존재부터 사랑, 절망, 죽음의 감정을 요나스라는 인물에 고스란히 담아 보여준다. 절망뿐이었던 요나스의 삶에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끼어들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갈등과 가슴 아픈 이야기는 삶에 지친 우리에게 또 다른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우리는[호텔 사일런스]에서 유쾌한 인물들을 엿볼 수 있다. 먼저 요나스의 이웃사촌 스바누르는 틈만 나면 요나스를 찾아와 철학적이면서도 엉뚱한 질문들을 쏟아낸다. 스바누르는 요나스의 상황을 짐작하고 그런 그가 걱정스러워 이런저런 핑계로 요나스를 찾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요나스는 그런 그가 귀찮기만 하다. 주로 모터 달린 자동차와 전 세계 여성들의 삶의 조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스바누르의 말은 하나같이 모두 인상적이다.
스바누르와 요나스는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그들의 삶은 점점 더 무의미해질 뿐이다. 요나스는 호텔 사일런스에서 새로운 인생을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스바누르는 바닷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가는 길을 택한다. "태어났다는 사실 자체를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남기고 떠난 스바누르는 그동안 담담한 척하며 자신의 상처를 숨기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요나스의 어머니는 이상한 질문을 하며 그를 괴롭힌다. 그의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머무르는데 자신의 아들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병색이 짙다. 그녀는 간호사에게 불필요한 말들을 늘어놓으면서 요나스를 창피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아픈 와중에도 의미심장한 말로 요나스를 위로한다. 그러나 요나스는 어머니 때문에 더더욱 외로워진다. 자신의 딸 님페아가 알고 보니 친자식이 아니며 자신은 불행하다고 털어놓지만 그의 어머니는 그가 원하는 대답 대신 엉뚱한 말만 늘어놓는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무려 6,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지."
엄마가 뜻 모를 말을 이어간다.
엄마와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난 그게 마음에 든다. 그저 살아 있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몸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나는 엄마가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라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난 불행해요."
내가 말한다.
엄마가 내 손을 토닥인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만의 전투가 있는 법이지. 나폴레옹은 자기 스스로 내린 결단에 따라 유배 생활을 했어. 조세핀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결혼 생활에서도 늘 혼자였지."
(/ p.37)

요나스는 호텔 사일런스에서 아들 아담을 키우며 호텔을 경영하는 메이를 만나게 된다. 메이는 전쟁 중에 남편을 잃고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전쟁 중에 총을 맞아 쓰러졌지만 그녀는 남편을 구하러 갈 수 없었다. 남편이 쓰러진 곳에서 전투가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편이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과 남편의 시체가 서서히 해체되어 가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다. 메이는 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집을 수리해주는 요나스에게 점차 마음을 열게 되고 사람들을 돕기 위해 그가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해준다.
"다른 여자들을 만나기 전에 당신에게 미리 알려주는 게 좋겠네요."
메이가 벽에 등을 기대면서 말문을 연다.
"뭐냐면, 간단해요. 누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서로 말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겪었는지 묻지 않는 게 불문율이에요."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나는 메이가 몹시 불안해하고 있음을 느낀다.
"남자에게는 사람을 죽였는지 절대 묻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여자에게는 강간을 당했는지, 당했다면 몇 명에게 당했는지,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아요."
"걱정 말아요. 질문 같은 건 하지 않을 테니까요."
(/ p.260)

침묵은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나사 하나가 빠진 듯 이상한 행동을 일삼는 그들을 통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되짚어보게 된다. [호텔 사일런스]의 인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인생은 무엇이고 나는 왜 태어났는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의 상처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의 대화를 통해 우리의 상처는 어떤 상태인지 진단해보게 된다.

[호텔 사일런스]의 원제 외르(Or)는 아이슬란드어로 ‘상처’를 뜻한다. 이 단어는 인간의 신체뿐만 아니라 댐 공사나 전쟁 등으로 시련을 겪은 한 나라의 풍경을 말할 때도 쓰인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상처를 지니고 태어나며 살면서 더 많은 상처가 생긴다. 요나스에게도 이런 상처가 있다. 그는 표면적으로 자신의 신체에 드러난 흉터를 감추기 위해 문신을 하며 그 문신이 방패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사람들은 요나스처럼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거대한 벽을 세우지만 결국은 상처에 잠식되고 만다.
올라프스도티르는 상처를 딛고 현재를 의미 있게 재건하는 삶의 양상을 보여주며 자신의 상처와 대면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삶의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호텔 사일런스]는 어느 날 갑자기 내 인생이 불협화음처럼 어긋났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잔잔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는 때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말을 한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불필요하거나 그들에게 더욱 상처가 되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호텔 사일런스]의 인물들은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되었을 때 섣불리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는다. 다만 침묵으로 서로의 눈을 찬찬히 들여다볼 뿐이다. [호텔 사일런스]의 작가 외이뒤르 아바 올라프스도티르는 "침묵은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며 "침묵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을 원제 [상처](Or)로 달지 않고 [호텔 사일런스]라고 붙였다. 그녀의 말처럼 때로는 침묵이 많은 사람에게 큰 위로와 평화를 줄 수 있다. 그렇기에 [호텔 사일런스]는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작은 기적 같은 이야기다.

추천사

완벽하고 풍부한 세계를 구현하는 순수한 휴머니즘 그 자체의 작품이다.
- 르몽드

독자들은 캐릭터와 빠르게 동일시되며, 그들과 공감하고, 함께 지내게 될 것이다.
-프랑스 내셔널 라디오

올라프스도티르는 기대를 뒤엎는 작가다.
- 타임지

위트 있고, 마음을 밝게 만드는 잔잔하고 매력적인 깊이가 있다.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작품이다.
- 라이브러리 저널

삶의 구원에 대한 통찰력 있고 아름다운 이야기.
- 북리스트

우리 자신과 우리가 돌보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작은 여정이다.
- 숀 / 아이슬란드 소설가

목차

제1장 살갗 13
제2장 흉터 125
메모 329
옮긴이의 말 331

본문중에서

나는 함께 어울려 놀던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짝을 찾았다. 이 말은 곧 집에서 규칙적으로 성관계를 갖고, 매일 저녁 여인의 육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 나는 그 상황에 빨리 익숙해졌다. 아기를 낳은 이후 구드룬은 그녀의 몸에서 나의 접근이 허용되는 부분을 정해놓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나는 양팔로 그녀의 복부를 얼싸안을 수 없게 되었고, 제왕절개 수술 자국이 난 부분도 만질 수 없게 되었다.
“네 손을 여기 대봐. 아니 그렇게 말고. 그렇게 하고 가만히 있어. 움직이지 말고, 숨도 너무 깊게 쉬지 마.”
구드룬이 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구드룬의 양 어깨를 끌어안거나 내 손을 그녀의 흉곽, 그러니까 젖가슴 바로 아래쪽에 얹고 가만히 있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따금씩 금지 사항을 잊어버리고는, 맨살을 더듬어 길을 찾기라도 하듯이, 어느새 손을 복부 아래쪽으로 가져가곤 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구드룬이 물었다.
“아무것도.”
“그럼 내 배 건드리지 마.”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후, 구드룬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님페아는 당신 딸이 아니야. 우리가 이혼하려는 마당이니 만큼, 지금이라도 당신이 그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인다.
“첫 번째 데이트에서 고통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남자는 당신 말고는 본 적이 없어. 당신이 우리는 모두 죽어, 라고 말했을 때, 난 그게 인생을 시작하는 데 괜찮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봤어. 그래서 바로 그 순간에 님페아는 당신 딸이
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지.”
일기장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글에는 날짜가 빠져 있다.
나는 살덩어리다.
그 문장을 끝으로 나는 현실에 대해 논평하는 일을 완전히 그만두었다.
나에게 살덩어리는 머리 아래쪽에 있는 모든 부분을 가리킨다. 살덩어리는 삶에서 제일 중요한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때—내가 태어났고, 나의 심장과 허파가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이니까—한 아기가 태어났으니 나는 나의 살덩어리에서 비롯된 살덩어리에 대해 책임을 져야 마땅하며, 머지않아 내 몸은 더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엄마가 세상의 이치에 대해 강의하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요나스, 너 그거 아니, 위대한 역사는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이미 시작되었단다.”
(/ pp.80~82)

아직도 내가 시도해보고 싶은 무언가가 남아 있을까? 내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발그스름한 핏덩어리인 갓난아기를 품에 안아 보았고, 12월이면 침엽수 숲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쓸 전나무를 베어보았으며,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한밤중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산간도로에서 혼자 타이어도 갈아보았다. 나는 내 딸의 머리를 땋아주었으며, 외국에 갔을 때 빽빽하게 들어선 공장들 때문에 잔뜩 오염된 계곡을 따라 차를 몰아보기도 했고, 몇량 안 되는 작은 기차의 마지막 칸에서 몸이 몹시 흔들리며 달려보았고, 검은 모래로 뒤덮인 사막 한복판에서 가스버너로 감자를 익혀보았으며, 그림자가 때로는 길어졌다가 때로는 짧아지는 곳에서 진실과 드잡이도 해보았다. 인간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인간은 괴로워하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하
며, 엄지손가락을 가지고 있고, 시를 쓸 줄 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인간은 자신이 죽음을 피하지 못하는 존재임을 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 p.108)

‘인격체’로서 그 자신에게 남은 것, 그는 그것을 불확실한 것, 흔히 임의적이면서 더 흔하게는 상당히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는 아주 힘들게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어쩌다 용케도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면 실수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는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혼동하는 경향을 보이며 그의 가장 기초적인 필요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지하다.
(/ p.184)

사람들은 죽는다. 다른 사람들 말이다. 누구나 죽는다. ‘누구나’라고 말하면서 나는 사실 나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나는 죽는다. 생명이란 가장 부서지기 쉬운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 내가 자녀를 갖게 된다면, 그 아이들도 죽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는 이미 그 자리에서 내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 아이들을 위로해줄 수 없을 것이다.
(/ p.185)

우리가 사는 위도상에서라면, 사람들은 특히 봄철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사람들은 이 세상 만물이 다시 태어나며 그들을 제외한 모든 것이 무에서 새로 출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 p.185)

나는 이제 신을 믿지 않으며, 신도 더는 나를 믿지 않을까봐 걱정이다.
(/ p.186)

“휴가를 보내려고 이곳을 찾는 사람은 없어요.”
나는 몸을 일으킨다. 나는 침대 이쪽에, 그녀는 침대 저쪽에 서 있다. 그녀는 내가 무얼 하러 여기에 왔는지 알고 싶어 한다. 객실 침대 정리를 도와주는 일 말고 말이다. 만일 우리가, 분홍색 농구화를 신은 이 젊은 여인과 내가 한자리에 앉아 각자의 흉터를, 각자의 절단된 몸을 비교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꿰맨 자국 수를 세어보자는 제안을 한다면, 승리는 단연 그녀 차지가 될 것이다. 내 흉터는 사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보잘것없으니까. 설사 내 옆구리 전체에 상처가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메이가 이길 것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이곳에 오는 사람은 없다니까요.”
그녀가 같은 말을 반복한다.
…솔직히 나 자신도 왜 여기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사실 죽으려고 여기 왔습니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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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외이뒤르 아바 올라프스도티르(A uður Ava Olafsdotti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8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아이슬란드에서 태어난 올라프스도티르는 아이슬란드의 대표 작가다. 작품으로는[링로드를 달리는 여자](Butterflies in November, 2004),[그린하우스](The Greenhouse, 2009),[제외](The Exception, 2012) 등이 있다. 특히[그린하우스]로 DV컬처어워드 문학상을 수상했고 북유럽협의회가 주최한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8 북유럽연합회 문학상을 받았으며 현재 아이슬란드대학 미술관장과 예술사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헤럴드》 기자와 《시사저널》 파리통신원을 지냈다. 옮긴 책으로 『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식물의 역사와 신화』,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탐욕의 시대』, 『빈곤한 만찬』, 『그리스인 이야기』,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 『재미가 지배하는 사회』 등이 있으며, 김훈의 『칼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옮겨 갈리마르 사에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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