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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 번의 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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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오천 번 정도가 아니야.
    오만 번, 오십만 번, 아니 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나는 죽어왔어.
    맹렬하게 살고 싶어진 순간 그걸 확실히 알 수 있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빚 독촉에 시달리던 ‘나’는 결국 친구가 거금을 주고 사겠다고 한 아버지의 유품을 팔기로 하고 친구를 찾아간다. 하지만 친구는 만나지 못하고, 추운 겨울 돈 한 푼 없이 먼 길을 걸어 돌아가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아득한 길을 무작정 걷던 ‘나’는 ‘하루에도 오천 번씩 죽고 싶어지기도 살고 싶어지기도 하는’ 남자를 만난다.
    표제작 [오천 번의 생사]를 비롯하여 매일 밤 정성스레 눈썹을 그리는 아픈 어머니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들의 마음을 담은 [눈썹 그리는 먹], 가장이 되어 삶에 시달리던 중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는 [힘]과 시한부 선고를 받은 친구를 차마 마주하지 못하고 여행지에서 그와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쿤밍, 원통사 거리] 등 미야모토 테루의 단편 아홉 편을 담았다. 죽음과 무거운 기억에 떠밀려 앞으로 나아가는 삶에 전하는 미야모토 테루의 담담한 위로.

    출판사 서평

    [환상의 빛]과 [금수]를 잇는 또 하나의 서정 소설

    "미야모토 테루가 기억과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냉정하지만 따뜻하다.
    감상적이지 않아서 좋다. 그는 역시 단편일 때 더 그답다."
    - 송태욱 / 역자

    죽음의 이면, 기억의 저편에서 삶의 실을 잣는 미야모토 테루
    그가 풀어내는 씁쓸하고 따스한 아홉 가지 단편


    일본 순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평가받는 미야모토 테루가 죽음과 기억 그리고 삶에 대해 써 내려간 단편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화해 더 유명해진 [환상의 빛]과 서간체 소설인 [금수] 등 그가 작품마다 보여준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은 그를 일본 순수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미야모토 테루 특유의 서정성은 단편집 [오천 번의 생사]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죽음이라는 흔하고도 무거운 주제를 미야모토 테루는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와 가슴을 울리는 문장으로 풀어낸다.
    표제작 [오천 번의 생사]를 비롯한 아홉 편의 단편에서 그려지는 현실은 하나같이 녹록하지 않다. 미야모토 테루는 힘들고 지루한 삶을 우울하게 그리지 않고 담담히 써 내려간다. 힘들 때 어설프게 위로하기보다 묵묵히 곁을 지키는 친구처럼 무뚝뚝하고 냉정해 보이지만 따스함이 느껴진다. 미야모토 테루의 단편은 짧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곱씹어 읽을수록 소설의 내용과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죽음과 무거운 기억에 떠밀려 앞으로 나아가는 삶에 전하는 미야모토 테루의 담담한 위로.

    아홉 편의 이야기 속 현실은 하나같이 무겁다. 부모님의 죽음, 빚, 실패가 들러붙은 삶이다. 주인공들은 그런 현실을 극복하려 들기보단 그저 묵묵히 계속 이어나갈 뿐이다. 미야모토 테루는 그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표제작 [오천 번의 생사]의 주인공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빚을 떠안은 상태인데 설상가상으로 어머니까지 편찮으시다. 어쩔 수 없이 친구가 거금을 주고 사겠다고 한 아버지의 유품을 팔기 위해 수중의 돈을 털어 친구의 집을 찾지만 친구는 부재중이고 결국 추운 겨울 길을 걸어 돌아갈 처지에 놓인다. 돌아갈 길도 인생도 막막하기 짝이 없다.
    [토마토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대학을 마치기 위해 보수가 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그곳에서 죽어가는 남자를 만난다. 그는 죽기 전 주인공에게 편지 한 통을 부쳐달라고 하지만, 주인공은 그 편지를 잃어버리고 만다.
    [눈썹 그리는 먹]에서 ‘나’의 어머니는 늘 자기 전에 하얗게 새어버린 눈썹을 먹으로 정성껏 그린다. 어머니와 고모를 모시고 휴양지로 가는 길에 어머니의 기구한 인생, 자살 시도 이야기 등을 듣게 된 ‘나.’ 그리고 도착한 휴양지에서 들른 병원에서 어머니가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슬프지는 않다고 하면서도 눈물을 막을 수 없다.
    때때로 죽음은 가까이 있다. 어떤 기억은 삶을 짓누른다. 하지만, 그것들이 삶을 떠밀어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미야모토 테루는 말한다. [오천 번의 생사]의 앞길이 막막한 젊은이는 하루에 오천 번이나 죽고 싶기도 살고 싶기도 하는 남자를 만나 추운 밤 길거리에 혼자 남겨지지 않는다. [토마토 이야기]에서 유언을 잃어버린 사람은 죽은 이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눈썹 그리는 먹]의 아들은 담담하게 다음을 준비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위안을 얻을 것이다.
    미야모토 테루의 서정적이지만 절제된 문체는 담담하기에 우울함에 빠지지 않고 차갑기에 그 안에 숨겨진 따스함을 드러내 보인다. 죽음과 무거운 기억에 떠밀려 앞으로 나아가는 삶에게 마음을 물들이는 문장으로 담담하게 위로를 전하는 소설집이다.

    * 수록 작품 소개

    [토마토 이야기]

    그동안 했던 아르바이트 중 가장 힘들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나’는 대학생 시절을 떠올린다. 새벽까지 공사 현장의 차량을 통제하는 일도 힘들었지만, 그곳에서 겪은 일이 마음 깊숙이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어 빚으로 남아 있다. 토마토에 각별한 사연이 있던 남자가 마지막 유언처럼 부탁한 편지를 부치지 못한 일이.

    [눈썹 그리는 먹]
    머리도 눈썹도 하얗게 새어버린 어머니는 매일 밤 정성껏 검은색으로 눈썹을 그린다. 그런 어머니와 요양온 가루이자와에서 ‘나’는 어머니가 암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된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담담한 어머니와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먹먹한 마음이 교차한다.

    [힘]
    아내의 유산, 거래의 결렬, 배상금 마련...... 여러 가지 일들로 기력을 잃은 ‘나’는 우연히 들어간 공원에서 노을 진 분수대를 바라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부모님의 이야깃거리였던 그 일은 ‘나’에게도 특별한 기억으로 다가온다.

    [오천 번의 생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빚 독촉에 시달리던 ‘나’는 결국 친구가 거금을 주고 사겠다고 한 아버지의 유품을 팔기로 하고 친구를 찾아간다. 하지만 친구는 만나지 못하고, 추운 겨울 돈 한 푼 없이 먼 길을 걸어 돌아가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아득한 길을 무작정 걷던 ‘나’는 ‘하루에도 오천 번씩 죽고 싶어지기도 살고 싶어지기도 하는’ 남자를 만난다.

    [알코올 형제]
    회사의 공산당 노조인 시마다와 사측 노조를 준비하는 ‘나’가 만난 술자리. 입사 동기인 둘은 허심탄회하게 옛일과 서로에 대한 호감을 털어놓는다. 세상에는 통용되지 않지만 ‘상냥해지면 된다’는 시마다의 말에 나는 공감하지만, 대립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은 과연 서로에게 상냥해질 수 있을까?

    [복수]
    경마 빚을 진 평범한 회사원인 ‘나’의 앞에, 고등학교 시절 친구였던 미쓰오카가 나타난다. 고등학교를 퇴학한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친구인 미쓰오카는 야쿠자 보스가 되어 있었다. 그는 ‘나’에게 그들을 괴롭히고 결국 미쓰오카를 퇴학시킨 선생에게 복수하자는 제안을 해온다.

    [양동이 밑판]
    대기업을 그만두고 집 근처의 작은 철물점에서 일하게 된 것은 차나 전철을 타면 발작을 일으키는 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물점 일은 ‘나’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발작과 먹여 살려야 하는 가족. 아무 도움 없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삶이 내 앞에 있다.

    [보라색 두건]
    소노코의 시체를 발견한 날은 북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어린 우리는 어른들의 생각에 의해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헤어져야 한다. 거짓말을 잘해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곧잘 이야기를 지어내 친구들에게 들려주던 ‘사루공’은 떠나기 전 ‘나’에게 거짓말이 아니라며 소노코의 비밀을 이야기한다.

    [쿤밍, 원통사 거리]
    어렸을 적 막역하던 친구가 불치병에 걸려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병문안을 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예정대로 중국 여행을 떠난다. 어렸을 적 동네와 닮은 중국의 거리에서 ‘나’는 친구를 떠올리며 그에게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쓴다.

    목차

    토마토 이야기 7
    눈썹 그리는 먹 43
    힘 75
    오천 번의 생사 95
    알코올 형제 121
    복수 141
    양동이 밑판 169
    보라색 두건 199
    쿤밍·원통사 거리 227

    옮긴이의 글 252

    본문중에서

    그럴 때 나는 마치 그것이 자신의 병이나 되는 듯이 그 사내에게 토마토는 대체 뭐였을까, 편지에는 그 사내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이 쓰여 있었을까, 하고 생각에 잠긴다. 그 편지는 분명 이타미 고야의 커다란 교차로 아스팔트 밑에 지금도 묻혀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토마토를 봐도 그때의 일이 떠올라 슬퍼지지는 않는다. 핏덩이 같았던 썩은 토마토 다섯 개의 영상이 나를 섬뜩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이후 토마토를 단 한 조각도 먹은 적이 없다.
    ('토마토 이야기' 중에서)

    나는 어머니의 조그마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다는 어머니의 말이 가슴속 가득히 퍼져나갔다. 나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어머니가 한 그 말을 가슴속에서 중얼거렸다. 어머니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음이 틀림없다고 느꼈다. 눈물이 나와 불꽃이 번져 보였다. 나는 고모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손가락으로 살짝 눈물을 닦았지만, 계속해서 흘러 떨어졌다. 슬픈 건 아니었다.
    ('눈썹 그리는 먹' 중에서)

    ......어렸을 때의 자신을 떠올려보세요, 하고. 순진무구했던 시절, 마음속에 미래의 행복밖에 그리지 않았던 시절, 비도 천둥도, 견디기 힘든 더위나 추위도 자신을 비호해줄 사람의 품으로 기어들 적당한 재료였던 시절. 그런 시절의 자신을 떠올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향수는 실의에 누름돌을 올릴 뿐이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 마음속에는 곧 어렴풋이 어렸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선명한 영상이 되지 않았다. 이것저것 모든 게 안개 너머의 부유물처럼 불쾌하게 흔들릴 뿐이었다.
    ('힘' 중에서)

    "오천 번 정도가 아니야. 오만 번, 오십만 번, 아니 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나는 죽어왔어. 맹렬하게 살고 싶어진 순간 그걸 확실히 알 수 있지. 그 대신 죽고 싶을 때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일은 전혀 생각나지 않아. 수십만 번이나 다시 태어난 것을 알 수 없게 되는 거지."
    ('오천 번의 생사' 중에서)

    친구가 죽었을지도 몰라서....... 목소리를 내면 무심코 이렇게 말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콘크리트 바닥에 서서 물웅덩이를 피해 광명반점에서 원통사 거리로 가랑이를 크게 벌리고 성큼성큼 나갔다가 몇 대의 자전거 무리에 휩쓸렸고, 이어서 마차의 짐칸에 부딪혔다. 잠깐 동안 나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쿤밍, 원통사 거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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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미야모토 테루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7~
    출생지 일본 고베
    출간도서 0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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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후반 일본 순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비를 피하려고 잠시 들른 서점에서 읽은 유명작가의 단편소설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카피라이터를 그만두고 전업작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1977년 자신의 유소년기를 다룬 데뷔작 [흙탕물 강]으로 제13회 다자이 오사무상을 수상했고, 이듬해인 1978년에 [반딧불 강]으로 제78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창작 활동 2년 만에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 1987년에는 유슌(優駿)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역대 최연소인 마흔 살에 수상했고 2009년 해골 빌딩의 정원으로 시바 료타로상을 수상했다. 오랜 기간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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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쿄외국어대학 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며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르네상스인 김승옥』(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을 비롯해 『환상의 빛』『십자군 이야기』『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세설』『말의 선물』『금수』 등이 있다. 2016년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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