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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 이현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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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현호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8년 10월 19일
  • 쪽수 : 14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4653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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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한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랑일까 사랑이 일까”
    마음에 묻어나는 투명한 얼룩들


    문학동네시인선 111번째 시집으로 이현호 시인의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를 펴낸다. 2007년 [현대시]로 등단, 2014년 첫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이후 사 년 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시집이다. 극도로 예민하고도 섬세한 언어 감각을 바탕으로 때로는 미어질 만큼 슬프고 때로는 아릴 만큼 달콤한 시를 선보여온 이현호. “너는 내가 읽은 가장 아름다운 구절이다”라는 그의 첫 시집 속 한 문장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인의 고유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주요한 한 문장이자, 바로 이현호 시를 설명할 결정적인 한 문장이기도 하겠다.
    이번 시집은 총 두 파트로 나뉘어 있다. 지난 시절의 아날로그를 떠올리게도 하는 ‘Side A’ 그리고 ‘Side B’라는 구성. 그래서일까? 이번에 선보이는 그의 신작 시집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LP의 음색처럼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또한 원하는 곡으로 바로바로 넘어갈 수 없는 카세트테이프처럼 하나하나 차근차근 음미해주길 바라는 아름다운 시들로 가득하다. 총 60편의 시, 60개의 곡으로 구성된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는 지난날과 지날 날에 대한 궤적이 빼곡히 기록된(record) 하나의 음반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오늘은 슬픔과 놀아주어야겠다”([말은 말에게 가려고])는 구절에서, “슬프다는 한마디, 그 속에 벌써 우리가 산다”([문장 강화])는 말에서, “울음은 울음답고 사랑은 사랑답고 싶었는데/ 삶은 어느 날에도 삶적이었을 뿐”([아무도 아무를 부르지 않았다])이라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 시인 특유의 멜랑콜리가 묻어나는 아름다운 시편이 물기와 회한을 머금고 이어진다. 사랑과 사람과 삶에 대한 그리움, “분명 살아 있는데 자꾸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염리동 98-13번지])곤 하는 갈망, 스쳐가거나 떨어져내리거나 멀어져가는 것을 바라보는 자의 노스탤지어. 시인은 시로 쓰여진 노스탤지어 속에서 다시 한번 살고, 노스탤지어가 될 것만 같은 순간을 예감하고, 그것을 우리에게 지어 건넨다.

    좁은 골목까지 들지 못하는 택시에서 내린 우리는 습관처럼 손을 잡고 걸었다. 삼천오백원어치만큼 하늘이 밝아 있었다. 슬픔을 화폐로 쓰는 나라가 있다면 우리는 거기서 억만장자일 거야. 반지하방에서 옥탑방을 거쳐 볕이 고만고만 드는 이층집으로 옮겨 앉는 동안 당신도 슬픔에 대해 몇 마디 농담쯤은 할 수 있게 되었다.
    ('만하(晩夏)' 중에서)

    두 남녀가 손가락을 걸고 걷는다
    당신이 없으면 나는 사랑에 대해 아무 말 못해요
    당신이 없었으면 나는 사랑을 이야기할 수조차 없어요
    그런데 당신을 말하려고 하면
    손끝만 닿아도 스륵 풀려버릴 것 같은 매듭들
    ('투명' 중에서)

    비문(非文)에서 비문(碑文)으로
    비문(悲文)에서 비문(秘文)까지


    몇 번을 고쳐 써서 겨우 나의 마음을 표현한 문장이 문법에 어긋나는 비문의 형태로만 적힐 때, 그리하여 사랑하는 상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그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할 때, 그때의 절망과 비참을 어떤 이는 “나는 나를 생활했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김나영(문학평론가), 해설 [투명하게 얼룩진 말]' 중에서)

    이현호의 시를 이야기할 때 비문을 빼고 말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나를 생활했다”라거나 “나는 너를 좋아진다”([말은 말에게 가려고])와 같은 문장, “나는 미래를 기억하고 있었다”([명화 극장]) 같은 비문들. “오래 들여다보아도 손댈 수 없는 비문만이 남을 때”([나라는 시간]), “침묵이라는 비문(非文)과 침묵이라는 귀신들의 회화(會話)”([눈[目]의 말])와 같은 구절을 곰곰 되짚어보면, 시인에게 비문은 그저 수사의 한 방법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삶의 태도이자 불가능한 글쓰기의 한 방식임을 알 수 있다.
    “매 순간 새로 쓰는 유언”([마음에 내리는 마음]), “서로의 눈동자 가만가만 들여다보며 거기 쓰인 비밀한 밤의 문장들”([눈[目]의 말])에 귀기울이며 시편을 읽어나가는 어느 순간, 비문(非文)으로밖에 쓰일 수 없는 문장은 시인이 남기고자 하는 단 하나의 문장일 비문(碑文)임을, 비문(悲文)으로밖에 쓰일 수밖에 없는 사랑의 기억은 시인의 극도로 내밀한 문장으로 출발했지만, 그가 우리에게 건네는 비문(秘文)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현호는, 이현호의 시는 우리가 읽을 가장 아름다운 구절이 될 것이다.

    목차

    시인의 말

    Side A

    양들의 침묵
    배교
    말은 말에게 가려고
    음악은 당신을 듣다가 우는 일이 잦았다
    너는 나의 나라
    나라는 시간
    가정교육
    분명
    ㅁㅇ
    폐문
    수란

    직유법
    아무도 아무도를 부르지 않았다
    과일과
    밤은 거짓말처럼 조용하고
    나무그림자점
    보통의 표정
    만하(晩夏)
    명화 극장
    자취
    모르는 사람
    문장 강화
    .
    염리동 98-13번지
    확진
    첫사랑에 대한 소고
    마라톤
    낙화유수(落花流水)
    오늘밤이 세상 마지막이라도

    Side B

    청진(聽診)
    캐치볼
    반려
    태풍 속에서
    동물 소묘
    졸업
    살아 있는 무대
    있다
    필경사들
    빈방 있습니까
    검은 봉지의 마음
    꽃매미 울 적에
    나의 초상
    괄호의 나라
    친구들
    나의 투쟁
    개벚나무 아래서
    밤마음
    국지성 호우
    저녁에
    투명
    악마인가 슬픔인가
    비포장도로
    겨울 학교
    눈[目]의 말
    울게 하소서, 그리하여
    아주 조금의 감정
    마음에 내리는 마음
    식물의 꿈


    해설| 투명하게 얼룩진 말
    |김나영(문학평론가)

    본문중에서

    하나의 가슴에 둘의 심장이 뛴다
    그다음은 세계

    그 하나 둘 세계를
    네게

    2018년 어느 날
    이현호
    ('시인의 말' 중에서)

    이루어진 소원은 더는 소원이 아닌 것처럼
    곁에 없는 사람만을 우리는 영원히 사랑할 수 있듯이

    한 이름을 흥얼거리다 보면 다 지나가는 이 새벽
    당신의 이름을 길게 발음하면 세상의 모든 음악이 된다

    기도를 사랑하는 사람은 기도가 닿지 않기를 바라고
    우리는 음악을 울린다
    ('음악은 당신을 듣다가 우는 일이 잦았다' 중에서)

    인제 세상에는 아무런 비유도 필요가 없을 때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에게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을 때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새로 가르쳐줄 것이 없을 때
    어제부터 너를 사랑하겠어 내일부터 너를 사랑했어 지금 너를 사랑했었어 그 사랑을 사람했어
    오래 들여다보아도 손댈 수 없는 비문만이 남을 때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우리는 서로 병이 깊다고만 생각될 때
    기도를 그치는 영혼을 꿈꿀 때
    영혼을 그치는 기도를 올릴 때
    ('나라는 시간' 중에서)

    “집에 오지 말고 집에 가.”

    집과 집 사이에서 나는 집을 잃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집집마다에서
    태어나서 먹고 자고 사랑을 하고 비밀을 만들고 병을 앓고 죽어가는데

    맨몸으로
    서로의 목덜미에 묻은 달빛을 밤내 핥아주기도 했던

    가난한 유일신을 위해 기도하던 봉쇄수도원을
    잊어야 한다, 집과 집 사이에서
    ('가' 중에서)

    어느새 창밖으로
    눈은 눈을 덮고 있었다

    첫눈이 온다고 하자
    우리는 첫눈을 모른다고 그는 말했다

    처음 본 눈이 기억나니
    기억나지 않는 처음들을 세어보는데

    우리는 누구의 전생을 살고 있는 것일까
    공손을 배워야겠다

    첫눈은 첫눈이라고 그는 다시 말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런 얘기 처음이 아닌 것 같아
    우리가 언제 만났더라

    창밖으로 방금 지나쳐간 사람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무섭게 사랑해야 할 것만 같았다
    ('첫'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83
    출생지 충청남도 전의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시인.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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