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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는 혼 : 민명기 장편소설[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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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민명기
  • 출판사 : 중앙북스
  • 발행 : 2018년 10월 10일
  • 쪽수 : 372
  • ISBN : 9788927809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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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민영기의 장편소설 『죽지 않는 혼』. 저자의 증조부인 충정공 민영환의 이야기를, 그의 가까운 집안사람이나 후손이 아니고는 쓸 수 없는 내용을 담아 써내려간 작품이다. 여흥 민씨 기계에서 태어나 그의 증손녀로서 집안에 내려오는 많은 이야기를 자신의 상상력을 담아 자세하게 써내려갔다.

추천사


내게는 증조부가 되시는 충정공 민영환이 활동했던 시기는 청일 전쟁을 전후해서부터 을사조약이 체결되던 1905년, 대한제국의 시기까지다. 왕실의 최측근인 여흥 민씨 가문에서 태어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빠르게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서게 되었고 그 시기 정치에서 중심적 역할을 감당해야 했던 그는, 격동의 시기에 사력을 다해 나라를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불운의 정치인이다. 그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 이전부터 이미 조선왕조의 비극적 몰락을 예고하는 조짐들은 나타났고, 그런 틈새를 타고 외세의 침탈이 시작되었다. 우리 민족 역사상 가장 불행하고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사천 년의 역사를 이어오며 한 번도 국권을 타민족에게 내어준 적이 없던 나라가 국권을 일본에 빼앗기고 강토는 청국을 비롯한 러시아와 미국, 서구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었으니, 그의 좌절과 분노, 절망과 죄책감을 오늘의 우리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일본에 항거하고 이천만 동포에게 사죄하는 것으로 마흔다섯의 생을 마감했다.
조선의 최상위 정치엘리트로서 그가 감당해야 했던 책임의 무게는 그가 말했듯 개미가 태산을 지고 다니는 것과 같이 무겁게 그를 압박했을 것이다.
그분의 자결 후 결국 조선은 일본의 식민국이 되었고, 왕실의 몰락과 함께 우리 집안도 몰락의 길을 걸었다.
가정적으로 가장 큰 행복을 누리던 마흔다섯의 정치인이 왜 자신의 목에 칼을 꽂았을까 하는 의문이 늘 나를 떠나지 않았다. 그런 의문과 함께, 어렸을 적 집안 어른들로부터 들어오던 집안의 내력들이 바로 조선의 역사였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서부터 그분의 일대기를 써야겠다는 것을 내게 맡겨진 책무처럼 느껴왔으나 그러지 못했다. 나의 게으름과 부족한 공부 탓이다. 그리고 이제 내 생의 끄트머리 가까이에 서고 보니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초조감에 떠밀려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실존했던 인물들의 실명이 소설에 많이 등장하지만 이야기에는 작가의 상상력이 많이 작용했음을 말씀드린다.

강만길(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수난이 심했던 우리 근-현대사를 통해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인물들이 많지만, 역사 개설서는 물론, 시대사류를 통해서도 그 인물들의 업적이 상세히 논급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지금의 역사서술체에는 옛 사서史書들이 갖추었던 열전列傳 부분이 없어서 더욱 그렇다.
비교적 상술된 역사서라 해도 “민영환”하면 그의 외교활동, 을사조약, 자결과 유서 특히 혈죽血竹, 충정공 시호 정도가 서술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민영환의 가까운 집안사람이나 후손이 아니고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상세한 역사서라 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저자가 충정공의 증손녀로서 집안에 내려오는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설은 조선왕조말기 귀족집안의 풍속과, 그 집안에서만 전해 왔으리라 추측되는 많은 일화를 담고 있어 그 시대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한편 소설로서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또한 민충정공과 관계있는 당시 정계인물들과 그의 외교활동에서 만난 인물들, 예를 들면 세오돌드 당시 미국 대통령의 딸에 얽힌 이야기, 훗날 대통령이 되는 이승만의 이야기 등이 읽는 재미를 더하게 한다.
<민충정공유고집>과 동시대의 <윤치호일기> <독립신문> <대한매일신보> 등이 인용되면서 충실한 주(註)가 붙어있어서 역사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하겠다.

목차

제1부 위대한 선택
제2부 죽은 자를 밟는 자

집필 후기
부록1 화보
부록2 여흥민씨 가계도

본문중에서

뉴욕은 제반 시설이 밴쿠버나 몬트리올의 백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영환 일행이 짐을 푼 월도프 호텔은 10층이나 되는 건물에 객실이 1,000개가 넘는다고 했다. 강 위로 3층의 철교를 놓아 위에는 기차가 다니고 가운데는 마차가 달리고 아래로는 배가 통하도록 했으니 그 정교하고 편리함을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으랴! 그 철교 옆으로 우뚝 솟은 25층짜리 건물까지, 눈 가는 모든 것들이 조선에서 온 민영환 일행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조선이 세계 속에서 얼마나 뒤처진 존재인지를 눈으로 확인하고는, 도저히 그들과 대등한 외교를 할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마저 들었다. 물질적 빈곤보다 더 뼈아픈 것은 우리의 허술한 제도와 법, 과학기술, 교육, 의술, 정치…… 그 모두였다.
무엇보다 일본의 철저한 올가미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조선은 도저히 나아질 수가 없다.
지금 상황에서는 개혁도 일본을 위한 것이요 발전도 일본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두렵고 초조했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_ ‘서양 오랑캐의 배’ 중에서

민영환이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온 나라 안으로 퍼졌다.
사람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글 읽는 선비들은 물론 지방의 유생들, 각처 절의 승려들, 어린 학생들이 며칠씩 걸어서 전동으로 모여들었다. 도저히 영환의 본가만으로는 조문객들을 다 맞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길 건너편에 있는 평산 군수 윤씨의 집에 따로 조문소를 마련했는데, 나중에는 그 집도 모자라 다시 무교동 백낙진의 집에도 조문소를 차렸다.
전국의 어린 학생들과 기생들까지 상하를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이 찾아와 통곡하고 애통해 했다. 부인조회소婦人弔會所를 따로 설치해서 여인들도 마음 놓고 곡을 하고 술잔을 바치도록 하니 많은 양반가의 여인들도 조문소를 찾았다. 월정당 이씨와 일순당 정씨, 두 부인은 영환의 죽음을 슬퍼하는 제문을 지어 바쳤다. 만고에 없던 일이었다.
_ ‘요령소리 요란하고’ 중에서

“저기요 어머니, 큰사랑방에 대나무가 났어요. 좀 가보세요. 배 서방이 그러는데 그거 대나무가 맞대요!”
“대나무라? 아버님 쓰시던 큰사랑방에? 도대체 무슨 소리냐?”
“내가 용식이랑 주룡이랑 셋이서 숨바꼭질을 하다가 그 방에 숨으려고 했는데, 문틈으로 파, 파란 나무가 있는 게 보였어요. 이상하다 싶은 마음에 배 서방을 불러서는, 함께 방에 들어가서 똑똑히 본 거예요. 배 서방도 대, 대나무가 맞는 것 같다며 얼른 어머니를 모셔오라 했어요.”
- 중략 -
아닌 게 아니라 햇빛을 보지 못하여 갓 돋은 풀처럼 연한 녹색의 잎이 달린 대나무가 보인다. 활짝 열린 방문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에 가느다란 가지를 흔들고 서 있는 것은 틀림없는 대나무다. 마루 위에 바른 장판을 뚫고 솟아난 푸른 대.
박씨 부인과 통인동댁이 놀라 입을 벌린 채 대나무를 자세히 살핀다.
모두 네 순이 솟았다.
제일 큰 순은 키가 석 자가 넘을 듯 쭉 뻗었고 네 개의 가지를 달고 있다. 그다음 것은 두 자쯤 되어 보이는데 세 가지가 돋아 있었다. 셋째 순은 두 가지에 키가 한 자가 넘어 보이고 가장 작은 넷째 순은 한 자가 안 돼 보인다. 해를 못 보고 자란 대는 줄기가 가늘고 이파리 역시 연하고 부드러웠다.
서실 안쪽의 작은 협실은 대감이 옷 방으로 쓰던 곳이다.
지난해 대감이 자결하셨을 때 피투성이가 된 대감의 시신을 모셔와, 피 묻은 옷을 벗겨 의자에 걸쳐 두었던 방이다. 그 뒤로 주인 잃은 큰사랑은 아무도 쓰는 사람이 없어 늘 문을 닫아두었다.
계절은 어느덧 7월이니 그때로부터 반년이 지났다.
_ ‘푸른 대가 스스로 솟으니’ 중에서

대방마님 서씨와 박씨 부인을 만나고 온 송병준은 저절로 웃음이 났다.
“아녀자들이란 아둔해서……. 어디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아야지? 저런 사람들이 그 큰 땅을 가지고 있어봐야 개발에 편자 아닌가. 땅 관리하는 청지기 놈 말만 듣고 있으니 돈을 그냥 썩혀도 유분수지. 민영환이 죽기 전에 그 마누라한테 어디에 무슨 땅이 얼마나 있는지 다 알렸을 리도 없고. 그 집 땅들은 이제 무주공산이로다!”
민영환이 자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혼자 웃었다.
“허허, 충신이 났구나! 제 손으로 명줄을 끊다니. 대관절 무엇을 위해서? 나라? 다 거덜이 난 나라가 귀한 목숨 바친다고 바로 설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지, 오산!”
_ ‘검은 손길’ 중에서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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