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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 김정선 리뷰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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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정선
  • 출판사 : 포도밭
  • 발행 : 2018년 10월 12일
  • 쪽수 : 20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8501045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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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동사의 맛]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소설의 첫 문장]의 작가 김정선의 첫 소설. 앞서 적은 책들의 저자이면서 스스로 소개하듯 “누군가의 기쁨과 슬픔, 혹은 피와 땀, 눈물이 고스란히 담긴 원고를 최소한 세 번 이상 그것도 연이어 꼼꼼히 봐야 하는 일”을 20년 넘게 해온 교정 교열자인 김정선이 우울감에 빠져들 때마다 펼쳐 읽은 셰익스피어 작품들에 대한 리뷰와 자신의 삶이 응축된 이야기를 뒤섞어 소설로 재탄생시켰다. 그래서 ‘리뷰소설’이라는 이름을 단 이 원고가 만들어졌다.
    작가는 우울이 찾아들면 늦은 시간까지 불을 켜는 도서관 구석 자리나 밤늦은 시간에도 앉을 자리가 있는 24시간 카페 귀퉁이를 찾아 셰익스피어 작품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햄릿] [헨리 4세] [오셀로] [십이야] [맥베스]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심벨린] [리어 왕] [템페스트]의 주인공들과 자신이 함께 등장하는 인생극장을 적어나갔다. 이 책은 뛰어난 독서가이자 서평가이며, 섬세한 솜씨의 문장 수리공인 김정선의 새로운 도전이며, 그의 진수가 담긴 특이점이다.

    출판사 서평

    ‘문장 수리공’ 김정선의 첫 소설
    그의 진수가 담긴 특이점


    [동사의 맛]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소설의 첫 문장]의 작가 김정선의 첫 소설. 앞서 적은 책들의 저자이면서 스스로 소개하듯 “누군가의 기쁨과 슬픔, 혹은 피와 땀, 눈물이 고스란히 담긴 원고를 최소한 세 번 이상 그것도 연이어 꼼꼼히 봐야 하는 일”을 20년 넘게 해온 교정 교열자인 김정선이 우울감에 빠져들 때마다 펼쳐 읽은 셰익스피어 작품들에 대한 리뷰와 자신의 삶이 응축된 이야기를 뒤섞어 소설로 재탄생시켰다. 그래서 ‘리뷰소설’이라는 이름을 단 이 원고가 만들어졌다.
    사실 김정선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로 이름을 얻기 한참 전부터 자신이 읽은 책들의 서평을 써왔고 그의 글을 각별히 여기는 독자가 적지 않았다. 그는 2009년부터 수년간 인터넷서점에서 운영하는 서평 블로그에서 ‘후와’라는 닉네임으로 왕성한 활동을 했고, 그때 적은 글들을 추려 2013년에는 [이모부의 서재]를 임호부라는 필명으로 내기도 했다. 교정 교열자로 일한 시간만큼, 아니 그보다 오랜 시간 그는 많은 책을 읽었고, 간혹 건강이 나빠져 글쓰기가 힘들었던 시기를 빼면 항상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해왔다. 이 책은 뛰어난 독서가이자 서평가이며, 섬세한 솜씨의 문장 수리공인 김정선의 새로운 도전이며, 그의 진수가 담긴 특이점이다.

    우울한 밤들에 읽은
    10편의 셰익스피어 희곡


    그는 일하는 시간에는 책을 만들고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책을 읽는 삶을 산 셈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가 오래해온 일과가 있다. 심장 수술 이후 뇌병변 장애를 얻은 어머니의 간병이다. 10년도 훌쩍 넘는 짧지 않은 기간, 그는 여타의 일들을 뒤로 하고 홀로 어머니를 모셨다. 한편 오래 전부터 자신을 괴롭혀온 지병인 ‘탈장’과도 싸웠다.

    내 몸속 장기 중 하나는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 눈물을 흘리는 대신, 끊임없이 내 몸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애쓰곤 했다. 나는 아주 오랜 시간 그 장기가 제 위치를 벗어나는 걸 느끼고 손끝을 이용해 몰래 몸 안으로 밀어 넣기를 반복해야 했다. (…) 내 몸속 장기 또한 내 팔다리처럼 중력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매번 확인해야 하는 건 결코 달가운 경험이랄 수 없었다. 어린 나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내 몸속 장기가 흘린 눈물이 내 양 볼을 적실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대신, 몸 밖으로 밀고 나오려고 애쓰는 부분만이라도 잘라내버릴 수는 없을까, 고민했었다. 내 손이 아주 예리한 날을 가진 칼이 되는 꿈을 꾸곤 했던가.
    (/ pp.36~37)

    그가 시달려야 한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우울감에 깊게 빠져드는 날들. 일은 물론이고 일상적인 생활조차 어렵게 만드는 우울이 그를 덮쳤다. 여기에 더해 안구건조증마저 심해지자 결국 그는 당분간 교정 교열 일을 쉬겠다고 일터에 통보하고 거의 난생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나타나 그를 붙잡은 것이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그는 셰익스피어를 다시 꺼내 읽게 된 계기를 책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빼 든 책의 첫 문장을 읽고 나는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온몸이 굳어버리는 걸 느꼈다.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 1막 1장의 첫 문장이자 안토니오의 대사. (…)
    아마 그때부터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으리라.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라고 중얼거리면서.
    (/ pp.105~106)

    이렇게 시작한 셰익스피어 읽기는 꽤 오랜 시간 이어진다. 그는 [햄릿] [헨리 4세] [오셀로] [십이야] [맥베스]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심벨린] [리어 왕] [템페스트]를 차례로 읽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는 셰익스피어 소설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인생극장’이 그의 머릿속에서 상영되기 시작한다. 그때 작가가 머문 장소는 늦은 시간까지 불을 켜는 도서관 구석 자리일 때도 있고, 밤늦은 시간에도 앉을 자리가 있는 24시간 카페 귀퉁이일 때도 있었다. 이 책은 20년 넘게 교정 교열자로 일해온 저자가 우울감에 시달리는 밤마다 도서관 구석을, 카페 귀퉁이를 찾으며 10편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어나간 오롯한 기록이다.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인생극장’ 속 우울한 나의 분신을 바라보기


    다른 작가의 작품이 아닌 ‘셰익스피어’였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작가는 머리말에서 굳이 셰익스피어를 선택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셰익스피어에 대해 뭘 알아서 쓴 글도, 뭔가를 알고 싶어서 쓴 글도 아니다. 다만 내 우울감의 정체를 알고 싶어서 쓴 글일 뿐. 이 책에 등장하는 다른 책들 또한 마찬가지다. 뭘 알아서 그 책들의 내용에 대해 아는 체를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아는 체를 하고 싶어서 그리 한 것뿐이다. 가끔은 그런 나를 보고 싶을 때도 있지 않을까. _4쪽

    ‘그냥 아는 체를 하고 싶어서’ 셰익스피어를 골랐다고 심드렁한 투로 고백하지만 물론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작가는 기념비적인 ‘인생극장’을 창조해 우리에게 선보인 셰익스피어이지만, 정작 셰익스피어 자신은 깊이 우울해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작가는 [로미오와 줄리엣] 4막 2장에 나오는 캐풀릿 가문의 하인에 잠시 주목해본다. 연극을 통틀어 딱 한 번 등장하는 그는 “캐풀릿에게 곧 열릴 결혼식 초청장을 받아 들고 맥없이 나가는 역”을 맡았다. “아주 잠깐 등장하는데다 대사도 없어, 어떤 연구자들은 셰익스피어가 자신이 맡을 깜냥으로 집어넣었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역할이다. 작가는 “모두들 무대 위에서 자기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걸 즐길 때, 혼자 숨죽이고 있어야 하는 그 하인”의 존재에 대해 유심히 생각한다. 그의 존재가 꼭 셰익스피어의 분신 같고, 또한 우울한 자신을 비추는 거울 같아서다.

    아니다. 그런 게 아닐지 모른다. 셰익스피어는 우울했던 것이다. 너무 우울했던 나머지, 우울해하는 자신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연극에서 한 음절의 대사조차 부여받지 못하고 쓸쓸히 무대 밖으로 퇴장하는 자신의 뒷모습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고는 이렇게 중얼거렸으리라.
    나는 너를 모른다, 너의 이름도 모르고, 너를 본 적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 또한,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졌다.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에게.
    (/ p.15)

    사랑의 맥락, 가족의 맥락

    작가는 셰익스피어 리뷰와 자신의 이야기를 두 개의 부에 나누어 담았다. ‘1부 사랑’, ‘2부 가족’이다. 이는 자신의 우울감의 정체를 두 개의 맥락을 통해 반추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사랑의 서사와 가족의 서사를 통해.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에서도 이 두 가지 맥락을 발견한다. 그래서 [햄릿] [헨리 4세] [오셀로] [십이야] [맥베스]는 사랑의 맥락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심벨린] [리어 왕] [템페스트]는 가족의 맥락으로 독해한다. 여기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작가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사랑보다 가족의 맥락에 초점을 두어 독해하는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을 통해 자신들의 ‘주어’가 눈뜨도록 했어야 했다. 비록 그 사랑이 호르몬의 장난에 불과한 것이었더라도 말이다. (…) 철천지원수로만 알았던 상대 가문의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면, 그리고 그 사랑이 단지 호르몬의 장난질만은 아니었다면, 그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새롭게 눈을 떴어야 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부여된 ‘주어’의 역할을 다하면서 고통을 감수하고 치욕을 떠안으며 두 가문의 거짓된 화해라도 이끌어냈어야 했다. 그러고 나서 둘이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든 죽음을 택하든 그건 온전히 그들의 몫이다. 하지만 세상에 작별을 고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떠나버림으로써, 그들이 속한 두 가문은 물론 공동체 또한 원죄에 의한 거짓된 화해와 협력이라는 탁한 피를 부여받게 만들었다. 이거야말로 비극이다. 그들에게도 공동체에게도.
    (/ pp.97~98)

    작가의 셰익스피어 독해에는 통상의 접근법 혹은 관점에 반하는 해석이 종종 있다.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암세포 같은 인간’이며 ‘불협화음의 소리를 내는 대표격’이자 ‘돈밖에 모르는 더러운 유대인’ 샤일록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떤가.

    그러나 샤일록은 안토니오를 비롯한 다른 인물들에겐 정당화를 위협하는 하나의 도전이자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였던 셈이다. 샤일록을 제외하면 다른 인물들은 하나같이 결함을 가진 존재들이다. 안토니오는 여러 척의 선단을 한꺼번에 띄우는 무리수를 두고도 태평하기만 한 한심한 사업가이고, 바사리오는 포셔의 사랑을 얻기 위한 여비마저 친구인 안토니오에게 꾸어야 할 만큼 대책 없는 루저다. 한편 포셔는 아버지의 유언을 받든다는 핑계로 순전히 운에 의지해서 자신의 사랑을 결정짓는 몽상가에 불과하다. 이들에 비한다면 샤일록은 온전한 어른이다. 저들이 내뱉는 욕설과 침을 고스란히 맞아가며, 상권이 극도로 제한된 환경에서 돈과 다이아몬드를 움켜쥐고 이자로 자신의 생명을 늘려가는 것만이 스스로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달은 존재다. 이 희곡에서 다른 인물들과 달리 지극히 산문적이고 독립적인 대사를 내뱉는 유일한 존재. (…) 뭔가 결함을 가진 존재들은 샤일록이라는 도전을 함께 해결함으로써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 pp.113~114)

    ‘주어’와 ‘술어’의 존재론

    이 소설에서 김정선 작가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지점 하나는 자주 ‘주어’를, ‘술어’를 언급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문장을 분석하기 위해 저것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읽기 위해 ‘주어’와 ‘술어’를 활용한다. 20년 넘게 교정 교열자로 일한 까닭일까. 그는 주어나 술어, 혹은 동사, 형용사 같은 품사를 도구로 현실의 문제를 고민하곤 한다. 셰익스피어 작품 주인공들의 서사를 읽을 때는 물론이고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도 저 도구들이 사용된다. 누군가들의 문장을 오래 들여다본 생애의 주인공인 작가는 ‘주어’나 ‘술어’에 대한 분석을 그저 문장론이 아니라 존재론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햄릿]는 국내외의 모든 갈등과 분쟁을 자신의 왕궁으로 향하게 만든 셈이다. 자신의 왕국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거나 돌파함으로써 대문자 주어 중에서도 가장 크고 강력한 대문자 주어가 될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강력한 대문자 주어는커녕 자신이 거느려야 할 술어와 내쳐야 할 술어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분열적인 주어가 되고 말았다.
    (/ pp.21~22)

    나 또한 처음부터 이렇게 살려던 건 아니었다. 누군들 우울하고 슬픈 삶이 좋겠는가. 하지만 이렇게 되고 말았다. 어쩌겠는가. 내가 밤새 주물럭거리는 문장처럼 지우고 다시 쓸 수도 없는 것을. (…) 다만 한 가지 깨달은 건 있다. ‘행복’은 ‘사랑’과 달라서 내가 온전히 주도할 수 없다는 것. ‘사랑하다’는 동사여서 주어인 내가 그 시작과 끝, 처음과 마지막을 온전히 주재할 수 있지만, ‘행복하다’는 형용사여서 주어인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 나는 다만 그 ‘행복한’ 형용, 즉 행복한 그림 안에 들어 있을 때 행복을 느끼고, 그렇지 않을 땐 행복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따라서 사랑과 달리 행복은 내가 추구할 수 없으며, 단지 그 상태를 누리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밖에 없다는 것.
    (/ pp.195~196)

    “삶은 엉덩이다”

    작가를 오래 사로잡은 꿈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엉덩이 꿈’이다. 이 꿈이 알려주는 것은 삶이 비단길만도 아니고 자갈길만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삶은 엉덩이다”라는 깨달음을 준다. 셰익스피어의 비극과 희극 10편을 펼쳐놓고 그 위를 내달린 독서의 끝에 남는 깨달음도 그와 같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인생극장 속에서 때로 하염없이 미끄러지고 때로 울퉁불퉁한 바닥을 구른다. 이때 삶이 다만 엉덩이의 문제라는 사실은 곤란함인가 다행스러움인가.

    이틀간 앓으면서 나는 내내 똑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었다. 이제까지 꾼 꿈 중에서 그나마 선명하게 기억하는 유일한 꿈이다. 다시 꾸고 싶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꿈이기도 하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꿈.
    등장인물은 나 혼자고 배경이랄 만한 것도 없다. 비단을 깔아놓은 듯 매끄러운 바닥을 엉덩이로 하염없이 미끄러지다가 자갈밭처럼 울퉁불퉁한 바닥을 엉덩이를 쿵쿵쿵 찧으며 달려가는 꿈이었다. 비단길이었다가 자갈밭이었다가 다시 비단길이었다가 자갈밭이었다가.
    꿈은 말하고 있었다. 네 삶은 비단길이었다가 자갈밭이었다가 다시 비단길이었다가 자갈밭일 것이다. 아니, 꿈이 전한 말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삶은 엉덩이다. 알겠느냐?
    (/ p.29)

    추천사

    이름 모를 포도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읽었다. 완벽히 충족되지 않는데 그렇다고 관둬지지도 않아서 일생 동안 나를 고단하게 만드는 욕망들을 해석해주는 것 같았다. 나와 당신과 우리와 그들의 우울에 이름을 지어주는 것 같기도 했다. 쓸쓸하고도 황홀한 독서였다. 저자의 꿈에서처럼 비단길이었다가 자갈밭이기도 한 삶을 엉덩이로 찧으며 달려가는 기분이다. 그가 안내하는 비극과 희극의 세계가 너무 어지럽고 즐거웠다. 이야기를 더 들려달라고 조르고 싶지만 이렇게 아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리 자주 쓰일 수 없지 않을까. 혼자인 밤에 이 책을 또 다시 꺼내볼 듯하다.
    - 이슬아 / [일간 이슬아] 저자

    책을 읽는 내내 깊고 깊은 마음의 수렁을 생각했다. 그 속에서 나는 아주 작게 있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 등을 말고 웅크려 있는 나. 좋았다. 짙은 어둠이 투명해지는 순간, 울컥하는 고요를 바라보며 뜻하지 않은 위로를 받았으니까. 그 흔한 반성도 다짐도 없는, 경이와 환멸의 삶 한가운데 내가 있음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을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 이아림 /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저자

    목차

    머리말 • 4

    1부 사랑

    ‘장기 적출’ 커플 • 10
    진눈깨비 • 13
    한밤의 셰익스피어 • 16
    h와 H 사이에 놓인 남자-[햄릿] • 19
    피리 • 23
    포도주 • 27
    나는 네가 누구인지 모른다 - [헨리 4세] • 31
    적출 혹은 누출 • 34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내 몸속 장기가 흘린 눈물이 내 양 볼을 적실 수 있을까 • 36
    사랑하는 나와 사랑받는 나 - [오셀로] • 40
    가면 • 43
    “그대는 내게 진실을 말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 48
    목소리 • 52
    “저는 제가 아니에요” - [십이야] • 55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 60
    사과꽃이 떨어지는 소리 • 65
    만남 • 70
    삶에 묶인 끈을 당길 때 • 73
    “내 행위를 알려면 나를 몰라야 할 것이오” - [맥베스] • 77
    내 조바심과 불안을 가져간 여인 • 86

    2부 가족

    주삿바늘을 피해 숨는 혈관 • 92
    관상동맥 - [로미오와 줄리엣] • 95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 101
    흰 건반과 검은 건반 - [베니스의 상인] • 107
    결론에서 결론으로 우리를 이끄는 이야기들 • 119
    시작과 끝, 그리고 처음과 마지막 • 127
    치명적인 맥락, 가족 • 132
    아버지의 발바닥 - [심벨린] • 137
    다시 ‘장기 적출’ 커플 • 141
    처음을 위한 깜빡과 마지막을 위한 깜빡 • 149
    ‘밖’이 ‘안’이 되고, ‘안’이 ‘밖’이 되는 - [리어 왕] • 157
    감수성이 균열을 감지할 때 • 164
    나처럼은 살지 않겠다 • 170
    ‘우리’와 ‘그들’ • 177
    ‘우리’가 되기 위해선 마법이 필요하다 - [템페스트] • 181
    마법의 섬과 거기서 거기인 삶 • 186
    나쁜 꿈 • 191
    “다음에 다시 봐요 우리” • 195

    참고하거나 인용한 책들 • 199

    본문중에서

    가면을 함부로 벗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사랑받는 ‘나’로서의 가면이든, ‘주어’로서의 가면이든. 삶을 살아내는 것이 ‘주어’가 아니라 순전히 ‘나’ 자신이고, 사랑을 하고 받는 것 또한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걸 확인하고 싶더라도 참아야 한다. 왜냐하면 가면을 벗는 즉시 연극은 끝나고 부랴부랴 막이 내려지니까. 귀족은 귀족으로 살다 죽고, 배우는 배우로 살다 죽는 것이 생명인 그 연극. 광대는 끝까지 광대여야만 하고 하인은 끝까지 하인이어야 하는 그 연극. (...) 가면은 솔직해지기 위해 벗는 것이 아니다. 연기를 끝내기 위해 벗는 것이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기 위해 벗는 것이다. 나는 너를 모른다, 네 이름도 모르고 너를 본 적조차 없다.
    (/ pp.46-47)

    자신의 삶에 묶인 끈을 잡아당길 때는 신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끈을 잡아당기는 순간 나 또한 당겨지기 때문이다. 당겨진 나는, 당겨지기 전과는 전혀 다른 나일 수도 있다. [맥베스]는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보여주는 희곡이다. ‘당겨진 나’와 ‘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기 몫의 끈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는 걸 깨달은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
    (/ p.76)

    그렇게 생각하니 [로미오와 줄리엣]의 승자는 에스칼루스 군주가 아니라 이름 그대로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써야 할 왕관이 이미 종아리의 낡은 혈관으로 대체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살아남는다면 기껏해야 [베니스의 상인]의 안토니오와 포셔가 되어 조울증을 앓거나, 더 늙어서는 [리어 왕]의 노망 든 왕 리어가 되리라는 걸 알았던 것이다. 하여 그들은 ‘나’도 버리고 ‘주어’도 포기한 채 사랑을 선택한 것이리라.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 p.100)

    그러니 [베니스의 상인]의 1막 1장이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하고 탄식하는 안토니오의 대사로 시작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우울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 아닌가. 하나의 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데다가 협력하여 화음을 이룬다고 해봐야 자기정당화에 지나지 않는 짓을 할 뿐인 존재들. 우울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치 어스름이 내리는 창가에 홀로 서서 조용히 피아노 건반 하나를 지그시 누르는 ‘어떤’ 존재 같달까. 소실되고 나서도 여전히 그 소리로 들려야만 하는 존재. 110Hz.
    (/ p.118)

    아버지에게도 너처럼은 살지 않겠다고 말할 권리를 부여해야만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버지를 반면교사로 삼은 나는 아버지의 반면교사가 되니, 코딜리어 식으로 그 불균형을 되돌리려면 내가 반면교사로 삼은 건 아버지가 아니라 나라고 말해야만 한다. 아버지처럼은 살지 않겠다, 가 어느새 나처럼은 살지 않겠다, 가 된 셈이다. 그런데 이게 바로 내가 아버지를 좋아할 수 없는 이유다.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지만 그사이에 더 큰 균열이 생기고 말았다. 균형은 늘 더 세밀하고 더 파괴적인 불균형을 초래하는 법이니까.
    (/ pp.175~176)

    ‘우리’는 ‘거기’서 ‘거기’인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것이다. 그만큼 달라서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사람들. 마법으로 그 차이를 감추고 있는 사람들. 그 마법을 벗겨내는 일만큼 쉬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아고를 떠올려보라.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캘리번도 바로 그 말을 저주하지 않았는가. 마치 썩은 물고기처럼 생겼다는 괴물 캘리번. 화해와 환대의 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희생된 바로 그 괴물.
    (/ p.190)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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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형 인간이었던 적이 없다. 내 인생에서 오전은 대개 비몽사몽간에 지나가버린 시간들이었다. 그렇다고 밤의 삶을 흥겹게 산 것도 아니니, 내 삶을 굳이 규정하자면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오후의 삶 정도가 되지 않을까. 교정 교열자로 살면서 5년 가까이 ‘오후 네 시의 풍경’이라는 인터넷 서점 블로그를 운영한 적이 있다. [동사의 맛]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소설의 첫 문장]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등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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