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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은 서로 돕는다

원제 : Mutual aid : a factor of 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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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다윈의 <종의 기원>이 생물학뿐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반향을 일으켜, 생존경쟁이 모든 것을 대변할 듯한 분위기의 19세기말 유럽. 이에 동의할 수 없었던 크로포트킨은 작은 곤충에서 덩치가 큰 동물, 원시인, 중세를 지나 근대인까지 그들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추적하여, 진화의 요인에는 생존경쟁과 함께 상호부조의 원칙이 있다는 것을 실증해냈다. 이 책은 아나키즘 사상에 생물학적 기초를 제공한 명저로 평가받는다.

출판사 서평

다윈의 ‘생존경쟁’과 대위 선율로 울리는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

“같은 종이나 같은 집단에 속한 동물들끼리는 싸움과 몰살에 상응할 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서로를 부양하고 도와주며 보호해준다.”

무한경쟁, 정리해고, 사오정(사십오 세 정년),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먹느냐 먹히느냐……
“살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라는 생각만을 떠올리게 할 뿐인 말들. 듣기만 해도 살벌하다.
우리에겐 이웃사촌, 두레, 계, 품앗이 같은 말도 있는데……
크로포트킨은 서로 돕는 상호부조가 우리 일상생활의 본질이라고 했다. 우리는 정말 서로 도와야 잘 산다는 ‘사실’을 잊고 지내온 것은 아닐까?

19세기 말 유럽에서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 큰 반향을 일으켜, 생존경쟁이야말로 자연이 처한 현실적인 상황이며, 강하고 흉포하며 교활한 자만이 살아남는 사상이 팽배해 있었다. 크로포트킨은 이에 동의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13년간 심혼을 기울여 한 권의 책을 탄생시켰다. 작은 곤충에서 덩치가 큰 동물, 원시인, 중세를 지나 근대인까지 그들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추적하여, 진화의 요인에는 생존경쟁과 함께 상호부조의 원칙이 있다는 것을 실증해낸 것이다. ‘진화의 한 요인으로서 상호부조’(이 책의 원제인 Mutual Aid: A Factor of Evolution) 이론은 이렇게 탄생했고, 이 책은 아나키즘 사상에 생물학적 기초를 부여한 명저로 평가받는다.


생존경쟁을 오해하지 말라!

크로포트킨은 다윈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한 때를 수많은 동물과 마주치며 세계의 한 귀퉁이에서 보냈다. 태평양의 섬이 아닌 시베리아에서. 거기서 그는 다윈의 생각에 의심을 품게 되는 장면들을 목격한다.
동물들이 자연의 힘 앞에 혹독한 생존경쟁을 치르는 한편, 수많은 개체들, 군체들 사이에서는 어김없이 상호부조와 상호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은 생명의 유지와 종의 보존, 나아가 종의 진화에서 엄청난 중요성을 갖는 것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크로포트킨은 이렇게 생존경쟁을 두 가지 측면에서 연구하기 시작하자 상호부조를 입중해주는 사례들이 너무나도 풍부하다는 사실에 놀라고 만다. 군집으로 생활하는 수많은 곤충들, 특히 개미나 꿀벌의 예는 그의 시대 이전에도 많이 연구되어 있었다. 군집생활을 하는 수많은 종의 새들 중에 지적인 능력이 뛰어난 앵무새는 다른 새들의 집단과도 잘 지낸다.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철새들의 이동을 우리는 지금도 수없이 목격한다.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수많은 버펄로를 보면, 이는 수없이 많은 작은 무리들로 이루어진 것이며, 이 작은 무리들은 절대 서로 섞이지 않는다. 그러나 필요하면 모든 무리들이 함께 모여 거대한 대열을 형성하는데, 이는 수십만에 이른다. 코끼리, 물범, 고래, 그리고 원숭이들… 예는 수도 없이 많다.

결론적으로 개별적인 투쟁을 최소화하면서 상호부조를 최고조로 발전시킨 동물 종들이야말로 늘 수적으로 가장 우세하며 가장 번성하고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확보된 상호방어, 경험 축적의 가능성, 지능 발달, 더욱 발전해가는 사회적인 습속 등을 통해서 종족이 유지, 확장되고 더 높은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진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사회성이 없는 종들은 멸망할 운명에 처한다.

인류의 화려했던 두 시기는 상호부조가 개인과 집단의 독창성과 만나 꽃피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최초의 인간 사회란 고등 동물의 삶에서 그 본질인 무리 생활을 기반으로 사회가 더욱 발전된 형태였다. 그들은 씨족이나 부족을 이루고 살았으며 이 시기에 나타난 부족의 관습이나 습속들은 계속되는 진보의 주요한 양상 속에서 이후에 형성되었던 모든 제도의 맹아를 인류에게 제공해주었다.

야만인 부족에서 미개인의 촌락 공동체가 생겨났다. 영토의 공동 소유나 공동 방어 등이 촌락들 사이의 연합 속에서 발전하면서 인간은 새로운 출발을 맞는다. 이들은 촌락 동동체라는 지역 단위로 길드와 결합된 도시를 만들게 된다.

상호부조를 기반으로 하는 제도들이 전성기를 누리는 시기야말로 예술, 산업 그리고 과학의 전성기였다. 중세 도시나 고대 그리스 도시의 내적인 삶을 들여다보면, 길드나 그리스 씨족 내에서 행해졌던 상호부조가 연합의 원리에 의해 개인과 집단에게 남겨진 풍부한 독창성과 결합하면서 인류에게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두 시기, 즉 고대 그리스와 중세 도시의 시대를 맞게 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상호부조는 우리들의 윤리 개념에 실질적 기반이다

오늘날까지 인간이 발전하는 모든 발전 단계에는 무수한 반작용이 있었다. 그럼에도 중단 없이 발전해온 진화 과정을 추적해보면, 거기에서도 우리는 상호부조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신권정치나 동방의 전제국가에서 또는 로마 제국이 쇠락하면서 상호부조 원리가 몰락하고 있을 시대에 수시로 생겨나는 새로운 종교들, 이러한 새로운 종교에서도 똑같은 원리를 재확인할 뿐이다. 사회에서 가장 지위가 낮고 학대받는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맨 먼저 신흥 종교를 지지한다. 그러한 사회 계층에서는 상호부조의 원리야말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근간이 된다. 거의 모든 초기 종교는 연대의 형태를 채택했는데, 그 특징을 들자면 상호부조가 가장 바람직한 양상으로 나타났던 초기 종족 생활의 정신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거 원리로의 회귀가 시도될 때마다 근본적인 이념 자체도 확장되었다. 초기 종교개혁 운동이나 윤리 철학적 운동에서, 한층 수준 높아진 실질적인 도덕 원리들이 나타났다. 단순히 동등함, 공평함이나 정의라는 개념보다 이 원리는 우월하고 행복에 훨씬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인간은 개인적이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종족에 대한 사랑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 존재 한 사람 한 사람과 자신이 하나라는 인식을 통해서 자신의 행위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호소해왔다. 진화의 맨 처음 단계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상호부조의 실천 속에서 윤리 개념의 긍정적이고 신뢰할 만한 기원을 찾게 된다.

목차

1914년판 서문
서문
1 동물의 상호부조
2 동물의 상호부조 (2)
3 야만인의 상호부조
4 미개인의 상호부조
5 중세 도시의 상호부조
6 중세 도시의 상호부조 (2)
7 근대인의 상호부조
8 근대인의 상호부조 (2)
결론
부록 I
부록 II _ 인간사회에서의 생존경쟁(토머스 H. 헉슬리)

본문중에서

수많은 다윈 추종자들은 생존경쟁이라는 개념을 가장 협소하게 제한해버렸다. 그들은 동물의 세계를 반쯤 굶어 서로 피에 주린 개체들이 벌이는 끝없는 투쟁의 세계로 여기게 되었다. 그들의 영향을 받은 근대의 저작물들은 정복당한 자의 비애라는 슬로건을 마치 근대 생물학의 결정판인 양 퍼뜨렸다. 이들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무자비한’ 투쟁을 인간도 따를 수밖에 없는 생물학 원리로까지 끌어올렸다. 상호 멸절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는 투쟁하지 않으면 굴복할 수밖에 없는 위협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자연과학에 대해서 몇 마디 간접적으로 주워들은 것밖에 알고 있지 못한 경제학자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다윈의 견해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옹호자라고 하는 이들조차도 최선을 다해 이런 잘못된 생각을 견지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동물의 상호부조, 29쪽)

경제적인 법칙에 의해 촌락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소멸되었다고 말한다면 전쟁터에서 학살당한 병사들이 자연사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불쾌하기 짝이 없는 농담이다. 사실은 이렇다. 촌락 공동체는 천 년 이상 지속되어왔다. 언제 어디서고 농민들은 전쟁이나 강제 징수 때문에 멸망하지는 않았고 꾸준하게 자신들의 경작법을 개량해왔다. 하지만 산업의 발달로 땅의 가치가 증가하면서 귀족들은 봉건 제도를 통해서는 가져본 적이 없던 권력을 국가 조직을 통해 획득하게 되자, 공유지 가운데 가장 좋은 부분을 차지했고, 공유 제도를 파괴하려고 전력을 다했다.
(근대인의 상호부조, 280쪽)

동물의 왕국을 방불케하는 수많은 사례들과 관찰을 통해서, 그리고 실증적인 사료들을 통해서 주장을 펼쳐나가는 크로포트킨의 솜씨는 감탄할 만하다. 거창하고 세련된 최신식 사회 이론은 이미 휘황하게 우리를 어지럽힌다. 저마다 일급의 논법을 구사하여 결국 이론에 압사 당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저항을 이야기하고 혁명을 갈파하며 유토피아를 노래하는 이론들도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빛을 발하는 부분은 저 밑바닥에 묻혀 있는 진주 같은 진실들을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연대하고 서로 도우며 평화롭고 자유롭게 공존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기 대목이다. 그렇다. 인간은 바로 그렇게 하도록 타고났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4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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