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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과 의지(외) : 설명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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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정을병
  • 출판사 : 범우사
  • 발행 : 2018년 09월 19일
  • 쪽수 : 10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0806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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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정을병 한국소설가협회 회장의 단편소설 실은 문고본

    소설가 정을병은 자유당 치하의 병역미필자 수용소 체험과 5.16 쿠데타 직후 자신이 직접 겪었던 국토건설단, 유신독재 치하의 문학인 간첩단 사건(1974) 등 정치권력의 피해자로 겪었던 감금, 투옥 등을 바탕으로 한 사회비판 소설 등을 꾸준히 펴냈다. 여기 문고판에 실린 두 작품 <철조망과 의지>와 <육조지>는 바로 이러한 부류의 소설로, 가장 자전적인 데다 현장적인 요소가 강하여 실록적인 투박성이 두드러지는 반면에 극적인 사건 전개나 기교로서의 박진감과 클라이막스가 절제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직절성과 절박감이 묻어나는 특색을 지닌 작품들이다.

    출판사 서평

    ◎ 체험과 실록으로서의 증언문학-임헌영(문학평론가 · 중앙대 교수)

    신학대학 출신이었던 정을병(鄭乙炳, 1934∼2009)은 외모와는 달리 해박하고 심오한 인문학적인 소양을 탄탄하게 갖췄으면서도 그 간결 직언적인 언행에다 마초성 남성다움으로 사회 각계의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가졌던 우두머리 기질의 소유자였다. 따라서 그의 작품 역시 탁마된 예술적인 섬세함보다는 차라리 사나이다운 투박한 윽박지르기 식 표현이 압도한다.
    그의 작품세계는 크게 보면 아래와 같이 4가지로 접근할 수 있다.
    (1) 신학 혹은 관념론의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인간 존재와 자유의 궁극적인 가치를 탐색하는 작품(<아테나이의 비명>, <카토의 자유> 등).
    (2) <의사신문>, <약업(藥業)신문>, 대한가족계획협회 등 의약 보건관련 기관의 경력을 바탕 삼아 탐구해왔던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사회윤리 문제 및 한국 소설사에서 처음 제기된 환경공해 문제를 추구한 작품들(<피임사회>, <유의촌>, <병든 지구> 등).
    (3) 자유당 치하의 병역미필자 수용소 체험, 5.16 쿠데타 직후 작가가 직접 겪었던 국토건설단, 유신독재 치하의 문학인 간첩단 사건(1974) 등 정치권력의 피해자로 겪었던 감금, 투옥 등을 바탕으로 한 사회비판 소설(<철조망과 의지>, <개새끼들>, <육조지>, <인동넝쿨> 등).
    (4) 기타 만년의 여러 작품들, 그 중 특히 명상록적 작품들로 분류할 수 있다(<21세기의 생활명상> 등.)

    이 문고판에 실린 두 작품 <철조망과 의지>와 <육조지>는 바로 (3)의 계열에 속하는 소설들로 가장 자전적인 데다 현장적인 요소가 강하여 실록적인 투박성이 두드러지는 반면에 극적인 사건전개나 기교로서의 박진감과 클라이막스가 절제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직절성과 절박감이 묻어나는 특색을 지닌 작품들이다.

    <철조망과 의지>의 무대는 자유당 치하였던 1958년 경의 병역 기피자 수용소이다. 지금 지하철 녹사평 역 터에 콜터(John Breitling Coulter, 1891∼1983)장군 동상(지금은 어린이대공원 후문에 있음)이 세워졌던 건 1959년이고, 남산 3호 터널(1978년 개통)도 안 뚫린 그 당시 이 일대는 인가가 거의 없던 지역으로, 병역기피자 수용소는 그 어름에 있었다. 바로 작가 정을병과 범우사 윤형두 회장이 처음으로 조우했던 곳이자 소설 <철조망과 의지>의 현장이요, 이승만 통치 하의 한국사회의 상징이기도 하다.
    명색이 병역 기피자 수용소라지만 일진 사납게 불심검문이나 수배를 당해 붙잡힌 사람들이라 억울한 경우 또한 없지 않았겠지만 한 마디로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만 솎아낸 듯이 걸려든 지옥의 대기소 같았을 터였다. ‘인권’이란 단어의 싹도 움트지 않았기에 ‘땅크’란 별명을 가진 중대장(그 역시 수용자의 한 명)이 온갖 만행과 횡포를 자행하며 수감자를 학대하거나 도박을 빙자해 금품을 갈취해대는 공포의 무법천지였다.
    철조망을 둘러 친 막사에는 수용자가 처음에는 230명이었으나 점점 늘어나 4백 명을 넘어서곤 했다. 징병영장을 받으면 바로 훈련소로 직행했지만 오늘 내일 하면서 영장도 안 나온 채 무작정 ‘대기’만 하는 처지였는데, 현금 3만 환이면 너끈하게 석방되는 돈과 빽이 확실히 통하는 곳이었다.
    주인공 이권호는 작가 정을병의 분신으로 객기와 불량기가 살아 있기에 다들 땅크 앞에서 설설 기는 꼴을 보고는 “이런 놈들도 그래 세상에 있었던가?”하고 앞나설 기세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워낙 판세가 뒤틀려 승산이 전혀 없는데다가 이권호 역시 그의 “상소리에 몽둥이까지 얻어맞게 되자” 생각을 완전히 바꿔 “환경에는 되도록 순응해야 한다”는 순민(順民)의 노선을 취하게 된다.
    2백여 명이 기가 팍 죽어 널브러져 있는 그런 판에 무슨 필이 꽂혔던지 이권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 사나이 앞으로 다가가자 모두들 그의 행동을 주시했다. 그 상대가 바로 윤형두였다. 이 역사적인 첫 만남의 순간을 소설은 이렇게 묘사해준다.

    “오! 자네, 오래간만이군. 자네도 기피자였던가?”
    권호는 잘 아는 친구나 만난 것처럼 서슴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그는 의아스럽다는 듯이 권호를 멍하니 쳐다보기만 한다. 권호는 다짜고짜로 그의 손을 잡고 자기 자리로 끌어들였다.
    “나, 이권호요. 초면에 안 되었소만 여긴 바깥세상과는 다르다오. 잘 못 하다간 떡 되기 마련이오.”

    이에 자기는 대학 4학년생 윤형두라고 밝히고는 “대체 저놈의 정체가 뭐요?” 라면서 “땅크를 한참이나 노려보고 있다가 쓴 입맛을 다신다.”
    그 숱한 군상 중 그래도 사람다운 사람을 골라 친구로 삼아야겠다는 무의식의 작동이 이권호로 하여금 윤형두를 향하게 만들었고, 그런 판단은 적중했다.
    현역 사병에게 매를 맞고 체면을 구긴 땅크가 그 분풀이로 아무나 번갈아가며 불러내선 매타작을 해대는 만행을 거듭하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하지만 아무도 감히 나서지 않고 있는데 난데없이 굵직한 목소리로 “여보! 중대장! 너무 하지 않소? 좀 삼가시오!”라며 나서자 다들 기대 반 낭패감 반으로 바짝 얼어붙어 버렸다. 바로 윤형두였다. 이로써 땅크와 결투가 벌어졌는데 가장 가슴 조인 건 이권호였고, 모두들 마음속으로 응원을 했지만 예상대로 윤형두는 떡이 됐다.
    권호가 보기에 윤형두는 “끝끝내 사회악과 투쟁”하면서 살아갈 인간상으로 보였는데, 이와 대조적인 인물이 김건배이다. 권호의 올챙이 친구인 그는 가정교사로 들어간 지 넉 달 만에 미망인인 그 안주인과 열애에 빠져 젊은 사업가로 일약 출세해버린 속물이다. 건배 덕분에 석방되었으면서도 권호는 시종 그를 속물로 보면서 윤형두와는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렇게 소설은 끝나지만 그 뒷이야기는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계속된다.
    윤형두는 석방 후 정식으로 입대(1958.8.14)했다가 학병으로 조기 제대(1960.2.14.)하여, 4.19의거에 참여, 민주당 집권 시기에 당보(黨報) 편집을 맡았다.
    정을병은 위에서 본 그 지옥 체험을 <철조망과 의지>라는 소설로 써서 <자유공론>(1959.9)에 발표하며 언론계를 맴돌다가 국토건설단에 동원되어 두 번째 생지옥을 겪었다. 5.16쿠데타 세력이 제정, 공포한 국토건설단 설치법(1961.12.2.)은 만28세 이상의 병역미필자들을 연행하여 각종 건설 현장에 투입, 강제 노역을 시키는 걸 골자로 삼았는데, 여론의 악화로 이듬해 12.19일 폐기되었다. 정을병은 이 비인간적인 체험을 소설 <개새끼들>에 실감나게 담아내어 당시에 화제가 됐다.

    <육조지>의 무대는 박정희 유신통치 시대(1972.10.16∼1979.10.26.)의 서대문 교도소(현 독립공원)이다. 1974년 1월에 터진 문인간첩단 사건(이호철, 정을병, 김우종, 장백일, 임헌영)은 8.15 이후 최대의 문인 구속에다 간첩조작 사건의 표본이라, 당시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남한의 다섯 솔제니친(Five Solzhenitsyn in South Korea)”이라고 불렀다. 사건을 다룬 기관은 으스스한 육군보안사령부로 당시에는 서빙고동에 있었다.
    이에 연루된 정을병은 제1심 재판에서 유일하게 무죄언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복직이 안 된 채 전업작가로 살아야 했다. 그만큼 혹독했던 시절이었다. 출소 후 바로 썼던 이 소설은 그 시대적인 탄압의 중압감 때문에 자신이 겪었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다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고문이나 조작 경위, 재판 등등의 내용은 빼고 교도소의 일상생활을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사건 내역이 빠져 있으니 소설이 에세이 풍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작가는 수인들이 겪는 “순사는 때려 조지고”, “간수는 세어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늘여 조지고”, “도둑놈은 먹어 조지고”, “마누라는 팔아 조지고”라는 육조지를 다룬 것이다.
    지금 읽어보면 격세지감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이었음을 기록한 것이라 소중하다.

    목차

    이 책을 읽는 분에게 7

    철조망과 의지 15
    육조지 46
    연 보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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