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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편의 자전적 수필이다.
주변 사람과 사물을 따뜻하게 응시하고 낯설게 성찰하고 친밀한 언어로 작품화함으로써 미적 충격을 사방에 전파하고 있다. 소설적인 서사성과 시적인이미지와 연극적인 반전을 조화시켜 자신과 자연을 직조한 가로서의 능력이 예사롭지 않다.

42편의 자전적 수필이다.
주변 사람과 사물을 따뜻하게 응시하고 낯설게 성찰하고 친밀한 언어로 작품화함으로써 미적 충격을 사방에 전파하고 있다. 소설적인 서사성과 시적인이미지와 연극적인 반전을 조화시켜 자신과 자연을 직조한 가로서의 능력이 예사롭지 않다.

책을 내며
김경희의 수필세계-박양근

1부 _ 별이 쏟아지는 개울
별이 쏟아지는 개울
금가락지
달력 세대
망치
분둑골에 내린 눈
갯도랑에 핀 찔레꽃
거연정
대나무골 아이들
보랏빛 강낭콩
할머니 약손
미숫가루

2부 _ 방을 꾸미는 여자
방을 꾸미는 여자
묵은지
보리쌀 한 되
빨간색 엑스란 내의
까치수영
뜨내기 딸 옥이
별
그리운 순아
세상에 이런 일이
그는 내 짝꿍, 아들 짝꿍은 그의 딸

3부 _ 들판에 서서
들판에 서서
해몽 가족
아버지의 바람
다단계
오빠 생각
불편한 동거
새언니
스님이 주신 백설기
목욕탕 진풍경
건강의 적신호

4부 _ 하늘은 회색으로 조각나고
하늘은 회색으로 조각나고
만선의 선장
소록도 두 천사
침묵은 영원의 작업이다
덩굴장미
선거 운동
그분의 비보
쉰의 막바지
봄꽃 잔치
그리워지는 계절
할머니의 흉터

책을 내며
김경희의 수필세계-박양근

1부 _ 별이 쏟아지는 개울
별이 쏟아지는 개울
금가락지
달력 세대
망치
분둑골에 내린 눈
갯도랑에 핀 찔레꽃
거연정
대나무골 아이들
보랏빛 강낭콩
할머니 약손
미숫가루

2부 _ 방을 꾸미는 여자
방을 꾸미는 여자
묵은지
보리쌀 한 되
빨간색 엑스란 내의
까치수영
뜨내기 딸 옥이
별
그리운 순아
세상에 이런 일이
그는 내 짝꿍, 아들 짝꿍은 그의 딸

3부 _ 들판에 서서
들판에 서서
해몽 가족
아버지의 바람
다단계
오빠 생각
불편한 동거
새언니
스님이 주신 백설기
목욕탕 진풍경
건강의 적신호

4부 _ 하늘은 회색으로 조각나고
하늘은 회색으로 조각나고
만선의 선장
소록도 두 천사
침묵은 영원의 작업이다
덩굴장미
선거 운동
그분의 비보
쉰의 막바지
봄꽃 잔치
그리워지는 계절
할머니의 흉터

우정은 산길과 같아서 오가지 않으면 어느새 숲이 우거져 그 길은 없어진다. 우정의 길이 없어지지 않게 빗질을 해야겠다. 파피루스는 처음과 달리 속대가 제법 굵어졌다. 마치 우리들의 서툴렀던 사이가 속살이 깊어지듯.
지금도 서재에 앉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본다. 마음이 한없이 편안하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이렇게 훌륭한 서재를 두고 잠시 친구 집 베란다에 마음을 빼앗긴 것에 미안해진다.
잘난 남의 자식보다 못난 내 자식을 비교할 수 없듯이 지금 이 공간은 세상 어느 카페보다 자유롭고 포근하다. 남편이 정성껏 만들어준 아름다운 공간에 파피루스가 있고, 원목 탁자 위에 차들이 놓여 있고, 책들이 즐비하게 내 시선을 기다린다. 봄바람이 작고 큰 나무들과 속살대는 차분하고 아늑한 방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방을 꾸미는 여자' 중에서)

비가 오지 않아도 좋다. 해 질 무렵 노을은 욕심 없는 마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치열했던 일과를 서서히 내려놓고 모든 것에 예속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워짐을 알린다. 서녘이 불그레해지면 저절로 어둠이 몰려온다. 이때는 하루 중 가장 순수해지고 싶은 순간이다. 그런 시간은 나를 기다리고 나는 그
시간을 좇는다. 때맞추어 강아지풀꽃 같은 순아의 그림자가
깜빡이는 저녁 속으로 달려간다
혼자 있는 공간에서는 언제든 추억과 상상이 피어오른다.
추억은 고달픔을 잊게 하고 그리움을 들추게 한다. 추억은 말
이 없는 침입자처럼 아득히 밀려와 곳간에 비치해둔 꾸러미
속을 뒤적인다. 그중에서 자주 우려내는 순아의 이름은 나에
게 들꽃같이 아름답게 남겨진 세월을 되살려준다.
('그리운 순아' 중에서)

새벽안개를 가르며 산책길을 떠난다. 가까운 집 앞 해반천을 두고 성가시게 운전을 해서 먼 거리를 택한 것은 잠시라도 도심을 벗어나 보려는 심사이다. 무엇보다 들판을 통째로 만날 수 있다. 늘 같은 장소에 주차하고 걷는 시간만큼은 자신에게 솔직해진다.
인적이 드물어 굳이 차림새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아는 사람을 만날까 봐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된다. 새벽길에 만나는 사람들은 맑다. 간단한 옷차림과 가벼운 발걸음들이 홀가분해 보인다. 샛강으로 흐르는 물줄기 위에 물새들의 느슨한 몸짓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외길에서 만나는 풀꽃들이 이슬을
털어내지 못한 채 애처롭게 나를 기다리는 그들과 눈을 맞추는 것이 일과에 속했다. 오늘도 그 길을 따라 산책길을 걷는다.
('들판에 서서' 중에서)

봄비는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궁핍했던 겨울을 거뜬히 이겨내며 환하게 걸음질한다. 봄비는
잔설을 녹이며 겨울을 깨운다. 매화나무 가지에 몽우리를 틔운다. 겨울 동안 참혹하게 쓰러져 있던 나목들의 생명줄이 되
어 준다. 초목들은 생기를 찾아 세상을 향해 각자의 면모를 서서히 드러낸다. 알싸하게 불어대는 바람을 밀어내고 나뭇가지에 새싹을 돋우면 꽃들은 한 생을 시작한다.
연록이 시작할 즈음 봄비가 두어 번 내리고 나면 봄이 더 가깝게 다가와 서러운 풀빛이 강나루에 떠다닌다. 버드나무가 많은 늪지대에서 봄비의 감미로운 선율에 젖어보면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아다지오의 환청이 들려온다. 비는 고요했던 적막강산을 초록으로 물들게 한다.
빗방울을 머금은 산하는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다. 장마가 시작되는 초여름. 하늘은 회색빛으로 조각나고 사람들의 일상은 움츠려 있다.
('하늘은 회색으로 조각나고' 중에서)

분주했던 세월에 비교해 돌이켜 보니 아무것도 일구어낸 것이 없다. 바쁘다는 것이 큰 벼슬인 양 나의 영혼은 늘 사람 속에 빠져 잠자는 시간 외 끝없는 관계성으로 이어졌다. 결핍이 가져다 욕망의 덫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긴 세월 동안 좋은 인연으로 맺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가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고 편이 되어주어야 진정한 신뢰와 믿음이 생긴다. 그것이 무너지면 관계는 회복될 수 없이 침몰하게 된다. 사람의 관계는 오묘하다. 친할 때는 한없이 배려하고 이해를 하지만, 금이 가기 시작하면 철저하게 냉정하다. 생각의 온도 차이가 보인다든지 아니면 잘못했을 때는 쌓아온 친분과 의리를 뭉개버린다.
('침묵은 영원의 작업이다' 중에서)

우정은 산길과 같아서 오가지 않으면 어느새 숲이 우거져 그 길은 없어진다. 우정의 길이 없어지지 않게 빗질을 해야겠다. 파피루스는 처음과 달리 속대가 제법 굵어졌다. 마치 우리들의 서툴렀던 사이가 속살이 깊어지듯.
지금도 서재에 앉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본다. 마음이 한없이 편안하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이렇게 훌륭한 서재를 두고 잠시 친구 집 베란다에 마음을 빼앗긴 것에 미안해진다.
잘난 남의 자식보다 못난 내 자식을 비교할 수 없듯이 지금 이 공간은 세상 어느 카페보다 자유롭고 포근하다. 남편이 정성껏 만들어준 아름다운 공간에 파피루스가 있고, 원목 탁자 위에 차들이 놓여 있고, 책들이 즐비하게 내 시선을 기다린다. 봄바람이 작고 큰 나무들과 속살대는 차분하고 아늑한 방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방을 꾸미는 여자> 중에서

비가 오지 않아도 좋다. 해 질 무렵 노을은 욕심 없는 마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치열했던 일과를 서서히 내려놓고 모든 것에 예속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워짐을 알린다. 서녘이 불그레해지면 저절로 어둠이 몰려온다. 이때는 하루 중 가장 순수해지고 싶은 순간이다. 그런 시간은 나를 기다리고 나는 그
시간을 좇는다. 때맞추어 강아지풀꽃 같은 순아의 그림자가 깜빡이는 저녁 속으로 달려간다
혼자 있는 공간에서는 언제든 추억과 상상이 피어오른다.
추억은 고달픔을 잊게 하고 그리움을 들추게 한다. 추억은 말이 없는 침입자처럼 아득히 밀려와 곳간에 비치해둔 꾸러미 속을 뒤적인다.
그중에서 자주 우려내는 순아의 이름은 나에게 들꽃같이 아름답게 남겨진 세월을 되살려준다.
<그리운 순아> 중에서

새벽안개를 가르며 산책길을 떠난다. 가까운 집 앞 해반천을 두고 성가시게 운전을 해서 먼 거리를 택한 것은 잠시라도 도심을 벗어나 보려는 심사이다. 무엇보다 들판을 통째로 만날 수 있다. 늘 같은 장소에 주차하고 걷는 시간만큼은 자신에게 솔직해진다.
인적이 드물어 굳이 차림새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아는 사람을 만날까 봐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된다. 새벽길에 만나는 사람들은 맑다. 간단한 옷차림과 가벼운 발걸음들이 홀가분해 보인다. 샛강으로 흐르는 물줄기 위에 물새들의 느슨한 몸짓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외길에서 만나는 풀꽃들이 이슬을
털어내지 못한 채 애처롭게 나를 기다리는 그들과 눈을 맞추는 것이 일과에 속했다. 오늘도 그 길을 따라 산책길을 걷는다.
<들판에 서서> 중에서

봄비는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궁핍했던 겨울을 거뜬히 이겨내며 환하게 걸음질한다. 봄비는
잔설을 녹이며 겨울을 깨운다. 매화나무 가지에 몽우리를 틔운다. 겨울 동안 참혹하게 쓰러져 있던 나목들의 생명줄이 되
어 준다. 초목들은 생기를 찾아 세상을 향해 각자의 면모를 서서히 드러낸다. 알싸하게 불어대는 바람을 밀어내고 나뭇가지에 새싹을 돋우면 꽃들은 한 생을 시작한다.
연록이 시작할 즈음 봄비가 두어 번 내리고 나면 봄이 더 가깝게 다가와 서러운 풀빛이 강나루에 떠다닌다. 버드나무가 많은 늪지대에서 봄비의 감미로운 선율에 젖어보면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아다지오의 환청이 들려온다. 비는 고요했던 적막강산을 초록으로 물들게 한다.
빗방울을 머금은 산하는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다. 장마가 시작되는 초여름. 하늘은 회색빛으로 조각나고 사람들의 일상은 움츠려 있다.
<하늘은 회색으로 조각나고> 중에서

분주했던 세월에 비교해 돌이켜 보니 아무것도 일구어낸 것이 없다. 바쁘다는 것이 큰 벼슬인 양 나의 영혼은 늘 사람 속에 빠져 잠자는 시간 외 끝없는 관계성으로 이어졌다. 결핍이 가져다 욕망의 덫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긴 세월 동안 좋은 인연으로 맺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가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고 편이 되어주어야 진정한 신뢰와 믿음이 생긴다. 그것이 무너지면 관계는 회복될 수 없이 침몰하게 된다. 사람의 관계는 오묘하다. 친할 때는 한없이 배려하고 이해를
하지만, 금이 가기 시작하면 철저하게 냉정하다. 생각의 온도 차이가 보인다든지 아니면 잘못했을 때는 쌓아온 친분과 의리를 뭉개버린다.
<침묵은 영원의 작업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