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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로 홀로 떠난 소녀가 만난 낯선 사람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들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죽음은 모두가 꺼리는 주제이면서도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어린이 책 작가로 손꼽히는 마이클 모퍼고가 쓴 이 책 『거인의 목걸이』는 삶과 죽음의 사이에 선 이들의 슬픈 이야기를 통해 죽음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어린이들에게 담담히 들려주는 동화입니다.
한적한 바닷가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여름휴가의 마지막 날, 체리는 마음이 급합니다. 반드시 완성하기로 마음먹었던 ‘거인의 목걸이’를 아직 다 만들지 못했거든요. 조개껍데기 수천 개를 엮어서 만든 거인의 목걸이는 이름 그대로 거인이나 걸 수 있을 만큼 기다랗습니다. 상상 속의 거인에게 어울리는 목걸이를 만들겠다고 맘먹은 체리는 부모님과 오빠들의 염려를 뒤로 하고 바닷가에 홀로 남아 목걸이를 완성할 조개를 줍는 데 열중합니다. 조개 줍기에 너무 정신이 팔린 나머지 파도가 거칠어지는 것도 미처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이지요. 밀물과 파도 때문에 갑작스레 위험에 빠진 체리는 희미한 불빛이 비치는 근처의 동굴로 간신히 도망칩니다. 그곳이 이미 백여 년 전에 사고로 폐쇄된 주석 광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난데없는 불빛이 의아하지만 파도를 피해 어쩔 수 없이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동굴 안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광부와 그의 아버지를 만나 도움을 청하지요. 광부 부자는 더없이 친절하지만 그들의 낯선 말투와 차림새에 체리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곧 깨닫습니다. 집과 가족을 몹시 그리워하면서도 이 광산을 떠나지 못하는 광부 부자는 체리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체리는 그 친절한 광부 부자가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시작하지요. 그러나 체리와 꼭 닮았다는 광부 노인의 병약한 딸에 관한 이야기를 듣자 두려움은 안타까움으로 바뀝니다. 가족과 친구들을 다시 만나길 간절히 바라지만, 아무리 애써도 그들이 자신을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는 사연에도 몹시 가슴 아파 하지요. 그들은 정말 체리의 생각대로 유령일까요, 아니면 그저 이 모든 것이 체리의 꿈일까요?
수많은 작품으로 오랫동안 많은 감동을 준 노작가답게 마이클 모퍼고는 이 책에서도 특유의 이야기 솜씨로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현실을 눈앞에 맞닥뜨린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사랑하는 가족의 소중함과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들 것입니다.

결국 부모님은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별장 청소를 시작하려고 평소보다 일찍 돌아갔다. 오빠들도 난파선 잔해와 보물을 찾았지만 작은 게와 해초만 나오자 지루해서 별장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체리는 해변에 혼자 남았다. 혼자 수영하지 말고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오라고 가족들이 신신당부했다. 계산하니 더 필요한 조개가 150개였는데 찾은 것은 80개뿐이었다. 체리는 조개를 다 주운 후에야 돌아가겠다고 고집했다.
조개를 캐서 모래를 터는 데 정신이 팔린 체리는 대서양에서 검은 구름떼가 몰려오는 줄 몰랐다. 흰 파도가 백마처럼 밀려들어, 파도가 바위들을 사정없이 뒤덮는 줄도 몰랐다. 저녁이 되면서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바다가 잿빛이 되자, 체리는 추워서 몸이 떨려 스웨터와 바지를 입었다. 그러면서 고개를 들다가 성난 바다를 봤지만, 위험이 도사린 줄은 까맣게 몰랐다.
(/ pp.7~9)

백 년 전 광산이 문을 열었지만 겨우 몇 년 지나 사고가 생겼다. 이후 광산 주인들이 돈이 없어서 필요한 복구를 못 하자 광산은 곧 문을 닫아야 했다. 이제 체리는 그 이야기가 다 기억났고 궁금했다. 그 새끼 뻐꾸기는 어디 있을까? 주석 광산에 들어가면 큰길로 나가 별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생각과 빛이 나오는 곳이 궁금해서 벌떡 일어나 터널로 들어갔다.
앞으로 갈수록 터널은 더 좁고 낮아져서, 바닥에 무릎을 대고 기다가 가끔 배를 대고 기어서 지나야 했다. 이제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더 추운 것 같았다. 1, 2분쯤 아래쪽으로 거꾸로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피가 머리로 쏠리고 손에 실리는 무게가 더 묵직해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바닥이 평평해지더니 앞에 큰 터널이 보였다. 어느 쪽으로 돌아야 될지 확실했다. 한쪽 터널은 깜깜했고 다른 쪽은 멀리까지 벽에 조르르 촛불이 있었다.
“거기 누구 있어요? 누구 있나요?”
(/ pp.4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