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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원제 : MEMORIA DE MIS PUTAS TRIS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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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인사이드

    •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

    출판사 서평

    1982년 『백년의 고독』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이 겪어야 했던 역사의 ‘리얼리티’와 원시 토착 신화의 마술 같은 ‘상상력’을 결합하여 새로운 소설 미학을 일구어냈고, 그에게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라는 칭호가 주어졌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우며 그 스스로 전혀 새롭고 경이적인 세계를 창조해 가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들은 한편으로 대단히 사실적이며 작가의 실제 경험들이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개별적 구체성이나 개연성을 뛰어넘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매혹시켜 왔다. 그리고 이러한 가르시아 마르케스만의 독창적인 서사 기법은 신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인생의 황혼기에 이른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작품 속에서 90세의 노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서글픈 언덕’이라는 별명 외에는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노인은 평생 동안 독신으로 살면서《라 파스 신문》의 기자로 칼럼을 써왔으며, 스페인어와 라틴어 교사로 일한 적이 있을 뿐,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는 열두 살 때 처음으로 사창가 최고의 창녀 카스토리나로부터 사랑하는 법을 배운 뒤로는 잠자리를 같이한 여자에게 늘 돈을 주었다. 딱 한 번, 파괴적일 만큼 강력한 성적 매력으로 가득한 여인 히메나 오르티스와 결혼할 뻔했지만, 오직 밤의 여인들만이 줄 수 있는 자유와 너그러움을 포기할 수 없어 끝내 결혼식 날 식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그 후로는 내내 창녀들과 더불어 지낸 인물이다.
    이러한 배경과 인물 설정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실제 경험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 한때 법학도였고, 젊은 시절 자유파 신문 《엘 에스펙타도르》지의 기자로 활동하며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정치 칼럼을 썼던 그는 1950~60년대에는 콜롬비아 바랑키야에서 ‘동굴 그룹’ 화가들과 어울리며 예술가들과 저널리스트들, 그리고 창녀들과 더불어 살았다. 소설 속에는 이 ‘동굴 그룹’ 화가들의 실명과 다양한 실존 인물들이 언급되고 있어서 소설인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실화인지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다.



    현실과 몽상의 경계 위에서 작열하는 환희의 불꽃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20년 전에 이미 이 소설의 구상을 처음 시작했는데, 당시 그는 역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의 집』을 읽고 매우 감명을 받아 “이것이 바로 내가 쓰고 싶은 바로 그 소설이다.”라고까지 말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속에서도 노인과 소녀의 성과 사랑이 중요한 모티프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일화로,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1982년 파리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잠자고 있던 아름다운 여인을 7시간 동안 지켜보다가 소설적 착상을 얻었다고 한다. 이러한 실제 경험들과 그의 독서 경험은 소설 속에서 가르시아 마르케스만의 독특한 환상적 기법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소설의 여주인공인 14세 소녀는 단추 공장에서 하루 종일 200개의 단추를 달고 어린 동생들과 류머티즘에 걸린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가난한 하층민 노동자다. 한때 네그라 에우페미아의 유서 깊은 사창가에서 최고의 포주로 명성을 떨쳤던 로사 카바르카스는 자기네 잡화 가게에 들른 소녀들 중에 쓸만한 여자애들을 골라 기초적인 교육을 시켜 창녀로 만드는 인물이다. 바로 그 로사 카바르카스가 옛 단골을 위해 고른 인물이 바로 이 14세의 어린 소녀다. 그런데 난생처음 남자를 맞게되어 겁을 집어먹은 소녀를 위해 로사 카바르카스는 진정제를 만들어 마시게 했고, 그래서 노인이 방에 들어갔을 때 소녀는 깊어 잠들어 있다.




    잠든 소녀를 바라보던 노인은 욕실로 들어가 용무를 보고, 그때 거울 속의 늙은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절망한다. 소녀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져보지만, 결국 “모욕을 당한 듯 슬퍼 보이고, 흑도미처럼 차가운 그녀를 깨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스스로에게 반문하며 소녀 곁에서 그냥 잠든다.
    이튿날 로사 카바르카스는 전화를 걸어서는 잠든 소녀를 건드리지도 않고 그냥 나온 노인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화를 낸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기회를 줄 테니 이
    번에는 반드시 일을 치르라고 한다. 그러나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역시 노인은 잠든 소녀를 바라보며 노래를 불러주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땀을 닦아줄 뿐이다. 그러는 사이 노인은 잠든 소녀를 점점 더 사랑하게 되고, 그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자신의 늙음과 목전의 죽음도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노인은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현실 속에서 무엇을 “하지도” 않는다. 그는 다만 소녀를 사랑하는 일에만 온전히 남은 생의 시간 모두를 바치리라 결심한다. 그래서 “돌과 화염병으로 무장한 학생 시위대에 끼어서 ‘나는 사랑에 미쳤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앞장서지 않기 위해”(본문89쪽) 사력을 다한다. 소녀를 만나기 전의 노인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늘 새로워질 것을 요구하는 신문사나 구태의연한 과거를 청산하자는 젊은 세대들의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늘 자신의 원칙을 고수해 온 고집쟁이였다. 언제나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늘 정해진 순서대로 옷을 입고, 동물과 아이들은 ‘영혼이 없는 존재들’이라서 싫어하고, 결벽증이 있으며, 클래식 음악만을 듣고, 고전 문학만을 읽었다. 글을 쓸 때도 자신만의 표기법을 고집하며, 절대로 타자기를 사용하지 않고 늘 잉크와 펜을 사용해 손으로 써왔다.
    그러나 소녀를 사랑하게 된 뒤로 그의 신문 칼럼은 더 이상 정치적인 비판 칼럼이 아닌 연애편지가 되었고, 생활 습관, 음악 취향, 즐겨 읽는 문학 작품 등등 하나에서 열까지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모든 변화를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들인다. 동시에 그는 죽음이 곧 닥치리라는 예감에 시달리며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공포에 휩싸이지만, 늙음과 소멸, 사라지는 것에 대해 거부하거나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기보다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는 오로지 생의 원리에만 충실하는 쪽을 선택한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환상 속에서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만들어간다.




    노인은 소녀와의 사랑이 현실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영원히 자신만의 꿈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것은 자기 자신과 타자에게 엄격하고 흔들림 없는 태도를 유지해 왔던 사회적 명사인 주인공이 끝끝내 감추어 왔던 자신의 또 다른 모습과도 관련이 있다. 지독하게 외롭고, 슬프고, 부끄럽고, 여리디여린 소년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어눌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왔고, 사창가의 최고 난봉꾼처럼 살아왔지만 정작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가졌었다. 그러나 90세에 이르러서야 14세의 소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노인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독자들은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대가임을 또 한 번 인정하게 된다. 마르케스는 일견 도발적이고 파격적일 수 있는 소재를 대단히 아름답고 낭만적인 러브 스토리로 승화시킨다. 그 속에는 늙음과 소외와 죽음으로 이어지는 생의 모멸과 치욕이 있으며, 그러나 저속하고 비루한 것들에 굴복하지 않는 자존과 위엄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마지막 남은 단 하루조차도 “살아있음” 그 자체의 경이를 예찬하는 작가의 도저한 에너지가 있다.

    본문중에서

    “소녀는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를 낳았을 때의 모습 그대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 나는 모든 감각이 마비된 것처럼 침대 모서리에 앉아 그녀를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열대 지방 출신임을 드러내듯이 피부는 까무잡잡하고 따스했다. 그녀는 깨끗하게 씻기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음부에 돋아나기 시작한 털도 예외는 아니었다. 막 솟아오르기 시작한 가슴은 아직 사내아이의 것처럼 밋밋했지만, 터지기 일보 직전의 은밀한 힘이 숨겨져 있는 듯했다.”
    (/pp.38~39)






    “성당의 종소리가 7시를 알렸을 때, 장밋빛 하늘에는 아주 밝은 별 하나만이 떠 있었다. 배는 처량한 작별의 고동을 울렸다. 그러자 나는 내 사랑이 될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모든 사랑들로 목이 메었다.”
    (/p.73)






    “소나기는 지나갔지만, 나는 여전히 집 안에 홀로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내가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들이 잊혀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결코 일어난 적이 없는 일들이 마치 일어났던 것처럼 기억 속에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것뿐이다. ……밤이면 나는 그녀가 너무나도 가까이 와 있다고 느꼈고, 침실에서는 그녀가 내쉬는 숨소리를 들었고, 머리맡에서는 그녀의 맥박이 뛰는 것을 느꼈다.”
    (/pp.80~81)




    “나는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은 시적 방종에 불과하다고 늘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날 오후, 그녀도 고양이도 없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은 가능한 일일 뿐만 아니라, 늙고 외로운 나 자신이 사랑 때문에 죽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와 정반대의 것도 사실임을 깨달았다. 즉, 내 고통의 달콤함을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pp.112~113)

    저자소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27~2014
    출생지 콜롬비아
    출간도서 37종
    판매수 32,759권

    1927년 콜롬비아의 아라타카타에서 태어나 외조부의 손에서 자랐다. 스무 살에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법률 공부를 시작하지만 정치적 혼란 속에서 학교를 중퇴하고 자유파 신문인 [엘 에스펙타도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다. 1954년 특파원으로 로마에 파견된 그는 본국의 정치적 부패와 혼란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것을 계기로 파리, 뉴욕, 바르셀로나, 멕시코 등지로 떠돌며 유배 아닌 유배 생활을 하게 된다. [썩은 잎],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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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62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했다. 콜롬비아 카로이쿠에르보 연구소에서 석사 학위를, 하베리아나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전임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울산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보르헤스의 미로에 빠지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픽션들], [알레프], [거미여인의 키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모렐의 발명], [천사의 게임], [꿈을 빌려 드립니다], [판탈레온과 특별 봉사대], [염소의 축제], [나는 여기에 연설하러 오지 않았다] 등이 있다. 제11회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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