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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가 건너는 강 : 이윤기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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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윤기
  • 출판사 : 작가정신
  • 발행 : 2018년 09월 10일
  • 쪽수 : 260
  • ISBN : 979116026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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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고(故) 이윤기(1947~2010) 8주기 추모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탁월한 번역가, 신화 연구가
이윤기 다시 읽기

“내가 건너는 강의 여울목은
물살이 어찌 이리도 험한가?”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탁월한 번역가, 신화 연구가, 고(故) 이윤기 작가. 작가정신에서는 이윤기 작가 타계 8주기를 추모하여, 그가 생전에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쳐온 소설, 에세이, 인문(신화)의 세 분야의 대표작 3종(『진홍글씨』, 『이윤기가 건너는 강』, 『이윤기 신화 거꾸로 읽기』)을 개정하여 출간하였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각 작품에 실린 의미를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감각으로 재해석하되, 이윤기 작가의 전방위적 사유와 인문 정신이 오롯이 담긴 표지와 판형으로 재단장했다.

말과 글, 사람과 삶, 신화와 문학에 대한 끝없는 탐구의 여정을 담은 『이윤기가 건너는 강』은 한평생 작가의 길을 걸은 사람이 품어내는 질박하고도 유머러스한 37편의 글들을 엮은 산문집이다. 작가 이윤기가 건너는 인생의 강에 다름없는 이 책에는 말과 글과 사람의 향기에서부터 신화와 문학의 향기에 이르기까지 한평생 작가의 길을 걸은 사람이 품어내는 질박하고도 유머러스한 체취가 같이 흐른다.

1부 ‘말의 강, 글의 강’에서는 말의 쓰임새에 병적으로 집착하던 청소년기부터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일에 나서면서까지,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이 시종일관 유쾌함을 자아낸다. 2부 ‘풍속의 강, 세월의 강’에서는 인간과 삶의 강물에 부유하는 슬픔을 절절하게 담고 있다. 마지막 ‘신화의 강, 문학의 강’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삶과 역사의 원형을 이루는 신화의 세계가 작가 이윤기에게 영원한 생명의 노래로 펼쳐지며, ‘지극한 것은 같다. 지극하지 않은 것만 다를 뿐’이라는 저자의 말이 궁극의 진리처럼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출판사 서평

말과 글, 사람과 삶, 신화와 문학에 대한 끝없는 탐구의 여정
우리 안을 흐르던, 그러나 우리가 볼 수 없던 강을 건너다

『이윤기가 건너는 강』은 작가 이윤기가 건너는 인생의 강이다. 그가 건너는 강에는 말과 글과 사람의 향기에서부터 신화와 문학의 향기에 이르기까지 한평생 작가의 길을 걸은 사람이 품어내는 질박하고도 유머러스한 체취가 같이 흐른다. 그는 잘 익은 말을 찾아서 강을 건너는 사람이다. 그는 강아지 뚬벙이를 생각하며 술의 강을 건너기도 하고 ‘불량 인간’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을 지켜보면서는 연애의 강을 건넜다. 신화에 천착하면서는 전설과 진실의 강을 건너고 있는 그는 그가 좋아하는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필경 다 건너지 못할 인간과 문학의 강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들여다본다. 우리가 진정으로 다 건너지 못할 강은 인간이라는 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저마다의 강을 건너는 이들에게 잠시 생각하는 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속닥하게 술 한잔합시다

1부 말의 강, 글의 강 자청해서 우리말 지킴이를 하고 있는 작가의 우리 말살이 글살이에 대한 애정 공세와 질책의 변이 담겨 있다. 말의 쓰임새에 병적으로 집착하던 청소년기부터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일에 나서면서 잘 익은 말을 찾아서 사전과 싸우고 복문을 단문으로 만들고 살아 있는 표현을 찾아내는 일에 천착하기까지,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이 시종일관 유쾌함을 자아낸다. 젊은 날 실연당한 여자 친구에게 유치한 말로 위로를 해서 낭패스러웠으나 도리어 그 유치한 언어표현이 결정적 진실을 전달해준 경험에서 작가는 단세포적 표현이 사람의 향기가 되는 사태를 훗날 작가로서 무섭게 느꼈다고 고백한다. 또한 작가는 열병식보다는 전투를 더 좋아하는 야전군인데 사람들은 이 야전군에게 전술학 강의를 요구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작가로서 번역가로서 잘 익은 말을 찾는 작업은 어디까지 모색되어야 하는지 글을 쓰고 번역하면서 겪은 경험들을 통해 조목조목 짚어나가고 있다. 저자는 어느새 전술학 강의를 하고 있는 셈이다. 1년여 전 저자가 즐겨 사용하던 지역어를 놓고 벌어진 논쟁에 대한 생각을 담은 「‘속닥하게’ 술 한잔합시다」의 ‘속닥하게 술 한잔’이 술친구들 사이에 정겨운 술 한잔의 상징이 되었음을 참 좋은 조짐이라고 여기는 저자는 그러나 청소년들의 인터넷 언어에는 관대하다. 사이버 공간으로 올라오는 그들의 글이 문법을 파괴하고 우리말을 해친다는 많은 어른들의 걱정은 기우라고 말한다. 문법은 모듬살이의 구성원들에게는 하나의 터부이므로 이 터부를 비틀어보는 것일 뿐이며, 인류학이 네오필리스트라고 부르는 청소년들의 범제 욕구와 컴퓨터가 요구하는 언어의 속도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사이버 공간은 그들만의 은밀한 문화의 강이므로.

나는 눈물을 믿는다

2부 풍속의 강, 세월의 강 세상을 보는 저자의 올곧은 시선이 묻어나는 글들이 묵직하지만 발랄하게 와 닿는다. 조곤조곤 들려주는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담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고, 세상의 때가 묻어 있는 자신을 부끄럽다며 호되게 나무라는 장면에서는 슬그머니 미소 짓게 된다. 때로 단호하다 싶은 저자의 소신에도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이윤기라는 작가가 가진 진정성과 탁월한 소통 능력 때문이 아닐까? 서정시집을 읽다가, 때로는 어머니가 묻힌 선산의 산등성이가 그리워 눈물을 훔치는 저자의 모습이 소탈하고 정겹다. ‘뚬벙이’라는 개에 얽힌 비극적 이야기로부터 경마장 가는 사람은 외로워 보인다는 과천 서울대공원과 경마장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얼굴 이야기, 큰 자동차의 씁쓸한 허장성세와 긴 약력에 어린 연줄에의 구질구질한 미련 등 인간과 삶의 강물에 부유하는 슬픔을 담고 있다. 인간이 신의 제단 앞에 자기가 가진 것 이상의 물건을 제물로 바칠 수는 없듯이 인간의 한 모듬살이가 섬기는 신은 그 인간들보다 더 영악할 수는 없다고 저자는 믿기에 기도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는 작가 이윤기. 조용필의 ‘또라와요, 부싼흐앙에 끄리운 내 히영제여……’를 들으며 연애를 시작했던 저자는 「패자부활, 혹은 ‘불량 인간’의 ‘위대한 탄생’」에서 조용필이 이루어낸 대중음악의 깊이를 바라보고 그를 거리낌 없이 문화 영웅이라고 부른다.

1976년, 지금은 내 아내이자 대학생 아들딸의 어머니가 되어 있는 한 처녀를 만나러 명륜동의 명륜다방으로 들어서면서 나는 조용필의 노래를 처음 들었다. 또라와요, 부싼흐앙에 끄리운 내 히영제여……. 나는 이렇게 들었다. 매운맛이 나면서도 떨림의 속살이 깊은 그의 음성을 처음 듣는 순간, 또 한 가인歌人의 시대가 열리는구나, 싶었다. 무지개를 본 듯했다. 그의 시대, 우리 부부의 시대는 그렇게 무지개 뜨듯이 열렸다. 나는 한 예술가와의 감동적인 만남의 순간을 기술하면서 이렇듯이 지극히 사적인 에피소드를 동원하고 있는데, 이럴 수밖에 없다. 문예비평가가 아닌 우리 같은 사람은, 사적인 경험을 동원하지 않고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저 혼자 깊어진 강물 같은 남의 예술과 만난 순간을 설명해내지 못한다.
(……)
조용필은 모든 창조적인 인간, 모든 ‘불량 인간’의 희망이다. 조용필은 ‘조용필과 그림자’ 시대를 거쳐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시대를 성취시킨 문화 영웅이다. 내가 그를 문화 영웅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의 기나긴 모색과 탐색의 과정에서 이루진 그의 음악이 이제 하나의 정형을 빚어내었기 때문이다. 정치 영웅은 시대가 만들지만 문화 영웅은 시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만든다. 우리는 지금 ‘불량 인간’ 조용필이 고통으로 빚어낸 시대를 살면서 그의 절대 고독이 고통스럽게 일군시대를 향수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조용필이 더 고독해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 고독한 문화 영웅의 순교를 기다리고 있는 것임에 분명하다.

아내의 자리, 여성들의 자리에 대한 속 깊은 이해와 조국이라는 합의체도 때릴 수 있다고 발언하는 저자는 그러나 <무엇을 좇다가 전과자가 되었는데?>에서는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 ‘너 자신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를 묻고 있으며 북으로도 남으로도 가지 못하고 러시아를 떠도는 시인 리진의 시 <나무를 찍다가>를 읽고는 목이 멘다. 그리고 눈물을 믿는다고 말한다.

그는 난생처음
한아름 거의 되는 나무를
찍어 눕혔는데
그 줄기 가로타고 땀을 들이며
별 궁리 없이
송진 냄새 끈끈한 그루터기의
해돌이를 세었더니 쓰러진 가문비와 그는
공교롭게도
동갑이었다
한 나이였다. (제1연)

눈물은 저자에게 독법이자 화법이다.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하면」에서는 어머니 무덤이 있는 선산의, 다복솔에 덮인 작은 산등성이가 그리워 새벽 술 마시면서 식구들 몰래 눈물을 훔친다. 그에게는 그 작은 산등성이가 세계의 중심이며 슬픈 그리움의 원적이고 그가 건너는 끝없는 강인 것이다. 우리는 그 강을 고향이라고 부른다.

여러분 안에 있는 신화에 문안드립니다

3부 신화의 강, 문학의 강 인간의 삶과 역사의 원형을 이루는 신화의 세계는 작가 이윤기에게 영원한 생명의 노래다. ‘지극한 것은 같다. 지극하지 않은 것만 다를 뿐’이라는 저자의 말이 궁극의 진리처럼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동서양의 신화와 종교,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을 넘나들며 시종일관 재치와 지식 편력을 솜씨 있게 풀어내는 저자의 신화 여행에, 독자들은 어느새 함께 웃고 즐기며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에서 교통사고 사망자들의 유족들이 도로변에 세웠다는 조그만 교회 이코노스타시온과 결국 교통사고로 죽은 친구 이야기는 경종같이 들린다. 죽은 아내를 찾아 지옥까지 갔으나 끝내 아내를 잃고 만 가인 오르페우스의 슬픈 아내 하마드리아스 에우리디케는 나무와 함께 하는 요정이며 바로 나무 자체였다는 나무의 신화는 우리로 하여금 나무를 그냥 나무로 보게 하지 않는다. 저자는 대나무를 베어내는 스님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아세요, 나무가 기도한다는 거?’ ‘이런데도 나무에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여러분 안에 있는 신화에 문안드립니다”는 저자가 신화 이야기를 시작할 때 하는 말이다. 신화는 우리 안에 흐르고 있는 강이다. 중생 앞에 서른세 가지의, 이름도 다르게, 역할도 다르게 응신하는 관음보살이나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다르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술의 전당이 기획한 ‘신화 그 영원한 생명의 노래’ 전에 나온 우리 신화의 이미지에서 저자는 우리 조상들의 모듬살이가 꾸었던 꿈의 화석화한 내역을 보았다.

우리는 너무 늦게, 우리 조상들이 우리 이름으로 언표한 진리를, 우리 조상의 꿈과 진실을 만나게 된다. 그 꿈과 진실이 다른 민족의 꿈과 진실과, 모습이 다를 뿐 사실은 하나라는 것도 확인하게 된다. 우리 안을 흐르던, 그러나 우리가 볼 수 없던 강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나온 통로였으되, 한 번도 우리가 들여다본 적이 없는 내 어머니의 자궁을 만나게 된다.
그렇다. 신화는 우리의 자궁이자 문명의 자궁이다.

고대의 암각화에서 그리스 로마 시대의 봉헌 부조를, 남근석과 여근석에서 고대 인도의 링감과 요니를 본 저자는 척사를 위한 귀면와는 그리스 신화의 메두사의 머리,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태양신조 삼족오는 그리스 태양신 아폴론의 시조인 까마귀와 다름 아니라고 통찰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사랑하고 그가 쓴 불후의 명작 『그리스인 조르바』와 『미칼레스 대장』의 번역자인 저자는 1999년 2월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조르바의 흔적을 보고 돌아온다. 자연인이며 자유인의 상징인 그리스 인 조르바는 예순다섯 살이나 먹은 딸을 남겨놓고 있었고 카잔차키스는 다음과 같은 비명을 남겨놓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므로…….

이 묘비명은 모든 작가가 궁극적으로 뿜어내야 할 창작의 힘을 담고 있다. 「지금의 작가는 옛날의 작가와 똑같지요」에서 저자는 작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작가는 숨은 그림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그림을 숨기는 사람이 아닐까. 수수께끼를 푸는 오이디푸스가 아니라 수수께끼를 내는 스핑크스가 아닐까. 오이디푸스가 수수께끼를 푸는 순간, 스핑크스는 주두 아래로 투신, 깨끗이 자살한다. 오이디푸스는 추접하게 살다가 결국 제 눈을 후벼 파는 최후를 맞는다. 프랑스 파리 시청 지붕의 용마루를 위요하고 있는 것은 수수께끼를 푼 오이디푸스가 아니라 수수께끼를 낸 스핑크스였다. 소름이 다 돋았다.” 작가는 야전군인이니 마땅히 전방에 있어야 한다는 작가 이윤기는 그래서 지금의 작가나 옛날의 작가는 똑같다고 끝맺고 있다.

목차

1 말의 강, 글의 강
사람의 향기
잘 익은 말을 찾아서
‘속닥하게’ 술 한잔합시다
얼굴 보고 이름 짓기
너무 익숙한 풍경
금제禁制와 범제犯制

2 풍속의 강, 세월의 강
뚬벙이 이야기
경마장 오가는 길
입은 거지와 벗은 거지
보기보다 큰 자동차
나의 기도가 이루어지면
내가 기도하지 않는 까닭
손가락의 인류학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패자부활, 혹은 ‘불량 인간’의 ‘위대한 탄생’
아내의 자리
여성 시대에 대한 예감
무엇을 좇다가 전과자가 되었는데?
소리의 목적은 침묵이지요
나는 눈물을 믿는다
데일리 씨, 현명한 시민은요……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하면
일리노이주에 있니더
꿈에 본 신발 로터리에서
굳은살 이야기

3 신화의 강, 문학의 강
화살이 과녁에 맞지 않으면
오늘은 여생의 첫날
이코노스타시온
나무에 귀의할지어다
하마드리아데스
신화, 그 영원한 생명의 노래
테이블 마운틴
전설과 진실
‘지금, 여기’에 있는 조르바
니코스, 터키를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지금의 작가는 옛날 작가와 똑같지요

에필로그 수혜와 시혜에 대하여

본문중에서

직업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인간의 결정적 진실은 유치해 보이는 부적절한 언어를 통해서 더 잘 전달된다는 사실이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에게는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단세포적 표현, 치명적인 실수가 그 사람의 향기가 되는 사태는 얼마나 경악할 만한 일인가?
_12쪽

나는 문학을,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에다 이름을 지어 붙이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학문은 나날이 쌓아야 하고, 도는 나날이 비워야 하듯이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에다 지어 붙이는 이름은 나날이 늘려야 하고 ‘제 이름’에 붙는 이름은 나날이 지워가야 하는 것이다.
내가 건너는 강의 여울목은 물살이 어찌 이리도 험한가?
_30~31쪽

이제 겨우 알겠다. 길 모르는 사람들에게 길 가르쳐줄 때는, 아주 잘 아는 길도 조심스럽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친절하게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겠다.
_33쪽

고백하거니와 가진 것 이상으로 드러나기를 바라면서 살아온 나의 삶은 참으로 고단했다. 그 신산스럽던 내 삶에서 이제 겨우 이 한 구절을 건져올렸다. BE MORE, SEEM LESS…….
_56쪽

원래 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제 기도 같은 것은 더욱 하지 않기로 한다. 내 기도가 이루어지는 순간은 문밖에서 흐느끼는 사람이 생기는 순간일 터이므로.
_60쪽

다만 다를 뿐이다. 틀리는 것이 아니다. 내가 여러 차례 지적해왔거니와 우리는 ‘다름’과 ‘틀림’을 혼용하는 기이한 시대를 살고 있다.
_68쪽

내가 세상 살면서 들은 말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한마디. 내 정신의, 오래되고 또 오래된 희망 사항.
“……연장마다 물집 잡히는 데가 다 달라요”
_138쪽

신화가 황당하게 들리는 것은 그 의미의 그물망이 아주 폭넓고, 따라서 해석의 가능성이 폭넓게 열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서로 모순되는 무수한 개념을 이야기에다 통합함으로써, 초라한 언어가 야기시킬 수 있는 온갖 시비是非를 포괄적인 언어에다 녹여들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_169쪽

행복한 관계에 시혜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수혜자가 있을 뿐이다. 그 까닭은, 언제나, 충분히 고마워하는 수혜자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와 내가 서로 수혜자라고 우길 수 있게 되기만 한다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글쟁이일 수 있을 터인데, 과연 그런 날이 오기는 올 것인지. 하지만 오는 것을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겠다. 내가 만들고 말겠다.
_256~257쪽

저자소개

이윤기(李潤基)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70503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하얀 헬리콥터'가 당선되어 소설가의 길에 들어섰다. 1998년 중편소설 '숨은 그림 찾기 1'로 제29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했고, 2000년 소설집 '두물머리'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번역 활동에도 힘을 기울여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변신 이야기'를 비롯, 2백여 권의 책을 번역했으며, 2000년 9월 한국번역가상을 수상했다. 미국 미시건 주립대학교 국제대학 초빙연구원(종교사) 및 동 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객원교수(비교문학)를 지냈다. 2010년 8월 27일 세상을 떠나시기 전까지 장편소설 '하늘의 문', '햇빛과 달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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