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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30주년 기념 특별한정판) : 신영복 옥중서간[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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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신영복
  • 출판사 : 돌베개
  • 발행 : 2018년 08월 15일
  • 쪽수 : 48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71998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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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저자 없이 맞이하는 30주년

    1988년 9월 5일에 출간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올해로 출간 30주년을 맞았다. 가석방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족들의 염려로 8월 출간 예정이던 책이 9월로 판권 날짜를 박으며 나왔으니, 올해 8월이 바로 이 책의 출간 30주년이 되는 셈이다. 정확하게는 광복절 특사로 나온 신영복 선생의 출소 날짜에 맞춰 30주년 기념판 출간일을 8월 15일로 잡았다.
    1988년 9월에 나온 이 책은 10년 뒤인 1998년 8월에 「청구회 추억」등 새롭게 찾아낸 글들을 증보한 증보판(2판)을 출간해 현재 82쇄까지 발행되었으며, 2판의 판매 부수는 대략 35만부로 집계된다.
    20년 20일의 영어(囹圄)의 생활만큼 자유인으로 좀 더 오래 살다 가시길 바랐지만, 선생은 2016년 1월 15일 향년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 시대의 스승으로, 반듯한 초상으로 살다 가신 선생님을 기리며, 새로운 모습으로 30주년 기념판을 뜨거운 8월에 선보인다.

    서삼독(書三讀)! 우리 시대의 고전

    책은 반드시 세 번 읽어야 합니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으로 그 필자를 읽고,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그것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합니다.
    모든 필자는 당대의 사회역사적 토대에 발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를 읽어야 합니다.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하는 까닭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서는 새로운 탄생입니다.
    필자의 죽음과 독자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끊임없는 탈주(脫走)입니다.
    진정한 독서는 삼독(三讀)입니다.
    ('서삼독' 중에서)

    신영복 선생은 자신의 책 [담론-신영복의 마지막 강의]의 서문에서 “책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하면 모든 텍스트는 언제나 다시 읽히는 것이 옳습니다. 필자는 죽고 독자는 끊임없이 탄생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이 시참(詩讖)이라도 된 듯, 선생은 이 책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담론] 이후에 나온 [더불어숲]과 [처음처럼]은 모두 개정증보판이니, [담론]이 선생의 생전 마지막 책이 된 셈이다).
    선생의 말처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저자 없이도 저 혼자 오롯이 30주년을 맞이하였고,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독자를 탄생시키고 있다.
    30년 전, 선생의 고결한 사색의 높이는 교도소 담장을 훌쩍 뛰어넘어 감옥 밖에서 갇혀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의 벽을 허물게 했다. 이후 30년간 좁은 벽에 갇혔으면서도 자유로운 정신 앞에서, 바깥세상에서 왜소해진 정신들은 많이들 부끄러웠다.

    추천사

    “그 세월 자체로도 우리의 가슴을 저미는 20년 징역살이 동안 땅에 묻은 살이 삭고 삭아 하얗게 빛나는 뼛섬을 꺼내놓듯이 한 젊음이 삭고 녹아내려 키워낸 반짝이는 사색의 기록이 바로 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이것은 책의 모습을 띤 무량한 깊이를 지닌 삶의 초상이다.”
    - 김명인 / 문학평론가 (1988년 12월 2일 [여성신문] 창간호)

    * “오늘까지 우리나라에서 나온 수상 혹은 수필문학에서 내가 읽어본 한에서는 이 저서만큼 탁월한 저서를 읽어본 일이 없다. 마치 공자의 [논어]를 읽는 맛이고, ‘파스칼’이나 ‘몽테뉴’의 수상을 읽는 듯이 한 구절 한 구절이 깊이 있게 그리고 따뜻하게, 동시에 고도의 비극미를 수반한 채 스며드는 그런 글이다. 이 글은 스타일 면에서부터 읽는 사람을 압도한다. 고도의 절제, 속삭이는 듯하면서 절절하고 그리고 강건한 정신, 첫 한 구절을 읽는 순간 우리는 실제로 태백산 근처 하늘 높이 지나가는 고압선에 닿은 것 마냥 꼼짝 못하고, 인간살이의 근원으로 휘말려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 故 이호철 / 소설가 (1988년 월간중앙 서평 중에서)

    * “벽돌담 안에서 벌이는 무한한 세계의 호흡이다. 그것들은 살아 있는 어휘가 되어 여러 가지 공해에 찌들어 버린 우리의 머릿속을 명쾌하게 뒤흔들어 놓는다.”
    - 이재정 / 성공회 신학대학장 (현 경기도교육감) (1993년 4월 월간조선 서평 중에서)

    * “그분의 마력과 매력은 뜨겁고 강한 이야기를 낮고 조용하게 하는 데 있다. 그러면서도 뜨거움을 자각케 하고 정의로움을 일깨우는 힘을 발휘한다. 그건 바로 깊고 진솔한 사색의 결과다. 그분은 웅변과 글이 어떻게 다른지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의 인간다운 삶과 길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또한 ‘민중체’로 이름 붙여진 그분의 붓글씨와 함께 ‘신영복체’라고 해야 할 그분의 속 깊고 부드러우며 단아한 문장은 누구나 보고 배워야 할 높은 경지의 문학이다.”
    - 조정래 / 소설가

    * “그의 글은 인생, 사물, 우리 일상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많은 깨우침을 주기 때문에, 한번 읽고 마는 글이 아니라 항상 삶의 지침서로서 되새김하고 싶은 그런 소중한 글이다.”
    - 이해인 / 수녀

    * “봉함엽서 한 장 분량에 쏟아져 있는 글을 읽고 나면, 바로 다음 글로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밀도 있고 감동이 있는 글들이다. 어떤 때는 책장을 편 채로 가슴에 대고 멍하게 생각에 빠진 적도 있었다. 책 한 권을 읽는 데 두달이나 걸렸다.”
    - 유홍준 / 명지대 교수

    * “신영복 선생의 옥중 서간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만난 것은 여간 큰 축복이 아니다. 감옥에서 20년 20일을 복역하시는 동안 불신과 절망과 증오가 한이 되고도 남았을 법한데, 용케도 선생은 그 독초들을 뽑아내고 믿음과 바람과 사랑의 씨앗을 가꾸셨다. 내 주변 여러 친지들 가운데 선생의 글을 읽고 울지 않은 이가 없고, 한국의 노신이라고 주장하는 분도 있으니 이보다 더한 찬사가 어디 있겠는가.”
    - 정양모 / 신부

    * “그 세월 자체로도 우리의 가슴을 저미는 20년 징역살이 동안 땅에 묻은 살이 삭고 삭아 하얗게 빛나는 뼛섬을 꺼내놓듯이 한 젊음이 삭고 녹아내려 키워낸 반짝이는 사색의 기록이 바로 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이것은 책의 모습을 띤 무량한 깊이를 지닌 삶의 초상이다.”
    - 김명인 / 문학평론가 (1988년 12월 2일 [여성신문] 창간호 서평 중에서)

    * “그의 옥중 20년은 한국 사회에서 민주화 운동이 가장 치열하던 시기였다. 가족과 동료 재소자 그리고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곳곳에 배어 있는 그의 글은 사람들이 치열한 실천에 몰두하다가 때때로 잊곤 하는 사실, 즉 ‘나는 왜 이 길을 가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문제의식을 다시 일깨워줬다. 민주화에 성공했든 실패했든, 지역구도를 타파하든 못 하든, 세계화를 하든 안 하든,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은 직간접적으로 인연 맺는 타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완성돼 간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관계’ 속에서 사회와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 김형찬 / 고려대 철학과 교수 (2005년 9월 동아일보 기사 중에서)

    * “생각과 실천이 일치하는 것이 쉽지 않은 데, 신영복 선생은 지행합일, 언행일치의 예를 보여주셨습니다. 감옥이란 삭막한 곳에서 인간의 체온이 느껴지는 글을 쓰셨지요. 깊은 사색과 성찰이 돋보였습니다. …… 이 책에 실린 글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인간 문제를 차분하고 깊이 있게 파고들어 사물의 본질에 도달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신뢰와 애정을 갖고 분석했습니다. …… 전 연령층이 다 볼 수 있지만 특히 고등학생과 대학생, 갓 사회에 나온 젊은이들이 읽어 보았으면 합니다. 사회 첫발을 내딛고 자신의 힘으로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시점에서 방향타 역학을 할 수 있으니까요.”
    - 故 노회찬 / 의원 (2008년 주간한국 기사 중에서)

    * “책 밖의 나는 가진 것에 심드렁했고 갖지 못한 것에 초조해했다. 책 속에 들어있는 인생은 내게 비교를 요구했다. 나의 어두운 시간은 사치스럽고 과분했다. 나는 내게 주어진 단 한번의 20대를 넥타이 매고 출근하여 출근부에 사인하며 보내지는 않겠다고 결심했다. 제대 후 나는 좀 더 자유로운 길을 선택했다. 연봉은 3분의 1이었고 해야 할 일은 거칠었다. 그 선택은 이어지는 사건들의 진폭을 훨씬 크게 부풀렸다.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속속 등장했다. 선택이 요구되었고 그 결과들이 꼼꼼하게 내 인생에 개입했다. 그러나 내게는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하나 있었다. 나는 항상 어떤 선택이 미래의 나를 더 자유롭게 할지를 가늠했다. 다시 시간을 되돌려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바로 처음처럼.”
    - 서현 / 건축가 (2014년 7월 경향신문 ‘서현의 내 인생의 책’ 중에서)

    * “‘신영복의 감옥’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숙제를 안겨준다. 우리 스스로가 만든 ‘닫힌 감옥’에서 벗어나라고 말이다. 우리는 사람을 사랑하는가? 욕심과 이기심에 매몰된 우리는 과연 열린 삶을 살고 있는가? 어쩌면 우리는 지금 그가 경험했던 '여름 징역'에 갇혀 있는지 모른다. 바로 옆 사람을 단지 섭씨 37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고 증오하게 만드는 감옥말이다.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기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이라도 필요한 때가 아닐까.”
    - 박종률 / 논설위원 (2016년 1월 17일 노컷뉴스 칼럼' 중에서)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감옥의 사상이다. 1968년부터 20년20일 동안 ‘엘리트 사상범’은 ‘밑바닥 인생들’과 살면서, 그들과 자신의 같음과 다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때문에 그는 생각 없이 살아도 되는 남성의 ‘특권’은 누릴 수 없었지만, 타자를 만들지 않고도 남성이 된 드문 인간이 되었다. 천만번의 외로움 끝에 다다를 수 있는 경지다.”
    - 정희진 / 평화학 연구자 (2017년 6월 한겨레 [정희진의 어떤 메모]' 중에서)

    목차

    초판 서문
    영인본 『엽서』 서문
    증보판 서문

    고성(古城) 밑에서 띄우는 글 [남한산성 육군교도소 1969년 1월~1970년 9월]
    나의 숨결로 나를 데우며 / 사랑은 경작되는 것 / 고독한 풍화(風化) / 단상 메모 / 초목 같은 사람들 / 독방에 앉아서 / 청구회 추억 / 니토(泥土) 위에 쓰는 글 / 70년대의 벽두 / 고성 밑에서 띄우는 글

    독방의 영토 [안양교도소 1970년 9월~1971년 2월]
    객관적 달성보다 주관적 지향을

    한 포기 키 작은 풀로 서서 [대전교도소 1971년 2월~1986년 2월]
    형님의 결혼 / 공장 출역 / 잎새보다 가지를 / 염려보다 이해를 / 고시(古詩)와 처칠 / 부모님의 일생 / 아버님의 건필을 기원하며 / 겨울 꼭대기에 핀 꽃 / 이방지대에도 봄이 / 아버님의 사명당 연구 / 한 권으로 묶어서 / 하정일엽(賀正一葉) / 눈은 녹아 못에 고이고 / 생각을 높이고자 / 아름다운 여자 / 엄지의 굳은살 / 어머님의 염려를 염려하며 / 좋은 시어머님 / 이웃의 체온 / 봄철에 뛰어든 겨울 / 수신제가치국평천하 / 간고한 경험 / 비행기와 속력 / 인도(人道)와 예도(藝道) / 신행 기념여행을 기뻐하며 / 사삼(史森)의 미아(迷兒) / 봄볕 한 장 등에 지고 / 봄은 창문 가득히 / 서도의 관계론(關係論) / 첩경을 찾는 낭비 / 꽃과 나비 / 버림과 키움 / 할머님이 되신 어머님께 / 바깥은 언제나 봄날 / 우공(愚公)이 산을 옮기듯 / 두 개의 종소리 / 매직펜과 붓 / 민중의 얼굴짧은 1년, 긴 하루 / 거두망창월(擧頭望窓月) / 옥창(獄窓) 속의 역마(驛馬) / 창랑의 물가에서 / 10월 점묘(點描) / 이사 간 집을 찾으며 / 세모에 드리는 엽서 / 새해에 드리는 엽서 / 자신을 가리키는 손가락 / 더위는 도시에만 있습니다 / 한가위 달 / 옥창의 풀씨 한 알 / 동굴의 우상 / 손님 / 인디언의 편지 / 엽서 한 장에는 못다 담을 봄 / 쌀을 얻기 위해서는 벼를 심어야 / 방 안으로 날아든 민들레씨 / 슬픔도 사람을 키웁니다 / 피서(避書)의 계절 / 강물에 발 담그고 / 참새소리와 국수바람 / 추성만정 충즉즉 / 눈 오는 날 / 겨울은 역시 겨울 / 서도 / 우수, 경칩 넘기면 / 꿈마저 징역살이 / 더 이상 잃을 것 없이 / 속눈썹에 무지개 만들며 / 한 송이 팬지꽃 / 햇볕 속에 서고 싶은 여름 / 널찍한 응달에서 / 메리 골드 / 저녁에 등불을 켜는 것은바다로 열린 시냇물처럼 / 창살 너머 하늘 / 흙내 / 창고의 공허 속에서 / 어머님 앞에서는 / 신발 한 켤레의 토지에 서서 / 영원한 탯줄의 끈 / 낮은 곳 / 떠남과 보냄 / 어머님의 붓글씨 / 새벽 참새 / 동방의 마음 / 산수화 같은 접견 / 세월의 아픈 채찍 / 침묵과 요설(饒舌) / 초승달을 키워서 / 불꽃 / 피고지고 1년 / 없음[無]이 곧 쓰임[用] / 봄싹 / 악수 / 나막신에 우산 한 자루 / 보따리에 고인 세월 / 창문에 벽오동 가지 / 한 그릇의 물에 보름달을 담듯이 / 보리밭 언덕 / 풀냄새, 흙냄새 / 고난의 바닥에 한 톨 인정의 씨앗 / 땅에 누운 새의 슬픔 / 할아버님의 추억 / 청의삭발승(靑衣削髮僧) / 글씨 속에 들어 있는 인생 / 창백한 손 / 밤을 빼앗긴 국화 / 생각의 껍질 / 교(巧)와 고(固) / 낙엽을 떨구어 거름으로 묻고 / 발밑에 느껴지는 두꺼운 땅 / 창문과 문 / 헤어져 산다는 것 / 더 큰 아픔에 눈뜨고자 / 눈록색의 작은 풀싹 / 정향(靜香) 선생님 / 어둠이 일깨우는 소리 / 담 넘어 날아든 나비 한 마리 / 서도와 필재(筆才) / 따순 등불로 켜지는 어머님의 사랑 / 감옥 속의 닭 ‘쨔보’ / 바다에서 파도를 만나듯 / 환동(還童) / 욕설의 리얼리즘 / 황소 / 역사란 살아 있는 대화 / 저마다의 진실 / 샘이 깊은 물 / 그 흙에 새 솔이 나서 / 우김질 / 아버님의 연학(硏學) / 비슷한 얼굴 / 감옥은 교실 / 아버님의 저서 『사명당실기』를 읽고 / 뜨락에 달을 밟고 서서 / 가을의 사색 /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 / 아내와 어머니 / 세월의 흔적이 주는 의미 / 겨울 새벽의 기상나팔 / 갈근탕과 춘향가 / 한 포기 키 작은 풀로 서서 / 벽 속의 이성과 감정 / 꿈에 뵈는 어머님 / 함께 맞는 비 / 죄명(罪名)과 형기(刑期) / 과거에 투영된 현재 / 아프리카 민요 2제(二題) / 아버님의 한결같으신 연학 / 꽃순이 / 증오는 사랑의 방법 / 빗속에 서고 싶은 충동 / 무거운 흙 / 타락과 발전 / 독다산(讀茶山) 유감(有感) / 어머님의 민체(民體) / 녹두 씨알 / 보호색과 문신 / 어머님의 자리 / 바라볼 언덕도 없이 / 시험의 무게 / 과거의 추체험(追體驗) / 사람은 부모보다 시대를 닮는다 / 한 발 걸음 / 수만 잠 묻히고 묻힌 이 땅에 / 징역보따리 내려놓자 / 구 교도소와 신 교도소 / 닫힌 공간, 열린 정신 / 타락의 노르마 / 민중의 창조 / 온몸에 부어주던 따스한 볕뉘 / 엿새간의 귀휴 / 창녀촌의 노랑머리 / 물은 모이게 마련 / 잡초를 뽑으며 / 일의 명인(名人) / 장기 망태기 / 무릎 꿇고 사는 세월 / 벼베기 / 관계의 최고 형태 / 설날 / 나이테 / 지혜와 용기 / 세 들어 사는 인생 / 노소의 차이 / 호숫가의 어머님 / 우산 없는 빗속의 만남 / 다시 빈 곳을 채우며 / 아픔의 낭비 / 여름 징역살이 / 어머님과의 일주일 / 우리들의 갈 길 / 작은 실패 / 옥중 열여덟 번째의 세모에 / 최후의 의미 / 인동(忍冬)의 지혜 / 하기는 봄이 올 때도 되었습니다

    나는 걷고 싶다 [전주교도소 1986년 2월~1988년 8월]
    새 칫솔 / 낯선 환경, 새로운 만남 / 나의 이삿짐 속에 / 새벽 새 떼들의 합창 / 모악산 / 계수님의 하소연 / 물 머금은 수목처럼 / 사랑은 나누는 것 / 끝나지 않은 죽음 / 수의(囚衣)에 대하여 / 땜통 미싱사 / 부모님의 애물이 되어 / 토끼의 평화 / 토끼야 일어나라 / 설날에 / 잔설도 비에 녹아 사라지고 / 혹시 이번에는 / 밑바닥의 철학 / 어머님의 현등(懸燈) / 죄수의 이빨 / 머슴새의 꾸짖음 / 징역살이에 이골이 난 꾼답게 / 거꾸로 된 이야기 / 뿌리 뽑힌 방학 / 장인 영감 대접 / 환절기면 찾아오는 감기 / 추석 / 졸가리 없는 잡담 다발 / 떡신자 / 완산칠봉 / 스무 번째 옥중 세모를 맞으며 / 나는 걷고 싶다 / 백운대를 생각하며 / 잘게 나눈 작은 싸움 / 비록 그릇은 깨뜨렸을지라도 / 옥담 밖의 뻐꾸기 / 새끼가 무엇인지, 어미가 무엇인지

    본문중에서

    * 그러나 이 모든 사색이 머릿속의 관념으로서만 시종(始終)하는 것이고 보면, 앞뒤도 없고 선후도 없어 전체적으로는 공허한 것이 되고 맙니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내부에 한 그루 나무를 키우려 합니다. 숲이 아님은 물론이고, 정정한 상록수가 못 됨도 사실입니다. 비옥한 토양도 못 되고 거두어줄 손길도 창백합니다. 염천과 폭우, 엄동한설을 어떻게 견뎌나갈지 아직은 걱정입니다. 그러나 단 하나, 이 나무는 나의 내부에 심은 나무이지만 언젠가는 나의 가슴을 헤치고 외부를 향하여 가지 뻗어야 할 나무입니다.
    ('1969년 1월~1970년 9월중 남한산성 육군교도소, [고성 밑에서 띄우는 글]' 중에서)

    * 제비가 날아오니 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봄이기 때문에 제비가 날아오는 터입니다.
    ('1976년 5월 3일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중에서)

    * 이번 이사 때 가장 두고 오기 아까웠던 것은 ‘창문’이었습니다. 부드러운 능선과 오뉴월 보리밭 언덕이 내다보이는 창은 우리들의 메마른 시선을 적셔주는 맑은 샘이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창문’보다는 역시 ‘문’이 더 낫습니다. 창문이 고요한 관조의 세계라면 문은 힘찬 실천의 현장으로 열리는 것입니다. 그 앞에 조용히 서서 먼 곳에 착목(着目)하여 스스로의 생각을 여미는 창문이 귀중한 ‘명상의 양지(陽地)’임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결연히 문을 열고 온몸이 나아가는 진보(進步) 그 자체와는 구별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81년 세모 [창문과 문]' 중에서)

    * 사람들은 누구나 어제 저녁에 덮고 잔 이불 속에서 오늘 아침을 맞이하는 법이지만 어제와 오늘의 중간에 ‘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큼직한 가능성, 하나의 희망을 마련해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1982년 3월 9일 [어둠이 일깨우는 소리]' 중에서)

    * 각각 다른 골목을 살아서 각각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한 방에서 혼거하게 되면 대화는 흔히 심한 우김질로 나타납니다. …… 섬사람에게 해는 바다에서 떠서 바다로 지며, 산골 사람에게 해는 산봉우리에서 떠서 산봉우리로 지며, 서울 사람에게 있어서 해는 빌딩에서 떠서 빌딩으로 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섬사람이 산골사람을, 서울 사람이 섬사람을 설득할 수 없는 확고한 ‘사실’이 됩니다.
    ('1982년 7월 13일 [저마다의 진실]' 중에서)

    * 사람은 스스로를 도울 수 있을 뿐이며, 남을 돕는다는 것은 그 ‘스스로 도우는 일’을 도울 수 있음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아라공의 시구를 좋아합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 생각됩니다.
    ('1983년 3월 29일 [함께 맞는 비]' 중에서)

    * 수많은 공간과 그것의 지극히 작은 일부를 채우는 64kg의 무게, 높은 옥담과 그것으로는 가둘 수 없는 저 푸른 하늘의 자유로움을 내면화하려는 의지……. 한마디로 닫힌 공간과 열린 정신의 불편한 대응에 기초하고 있는 이러한 관계는 교도소의 구금(拘禁) 공간과 제가 맺어야 할 역설적 관계의 본질을 선명하게 밝혀줍니다. 그것은 길들여지는 것과는 반대 방향을 겨냥하는 이른바 긴장과 갈등의 관계입니다. 그것은 관계 이전의 어떤 것, 관계 그 자체의 모색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중략) 비단 갇혀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많은 사람들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튼튼한 연대감이야말로 닫힌 공간을 열고, 저 푸른 하늘을 숨 쉬게 하며……, 그리하여 긴장과 갈등마저 넉넉히 포용하는 거대한 대륙에 발 딛게 하는 우람한 힘이라 믿고 있습니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아픔’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인가 봅니다.
    ('1984년 4월 26일 [닫힌 공간, 열린 정신]' 중에서)

    * 어떠한 시냇물을 따라서도 우리가 바다로 나아갈 수 있듯이 아무리 작고 외로운 골목의 삶이라 하더라도 그곳에는 민중의 뿌리가 뻗어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민중 특유의 민중성입니다. 부족한 것은 당사자들의 투철한 시대정신과 유연한 예술성입니다.
    ('1984년 5월 22일 [민중의 창조]' 중에서)

    *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햇빛 한 줌 챙겨줄 단 한 개의 잎새도 없이 동토(凍土)에 발목 박고 풍설(風雪)에 팔 벌리고 서서도 나무는 팔뚝을, 가슴을, 그리고 내년의 봄을 키우고 있습니다.
    ('1984년 12월 28일 [나이테]' 중에서)

    *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되지 못하고 말초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혐오에 있습니다.
    ('1985년 8월 28일 [여름 징역살이]' 중에서)

    * 옛날에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했단다. 걸음이 빠른 토끼가 느림보 거북이를 훨씬 앞섰지. 그런데 토끼는 거북이를 얕보고는 도중에서 풀밭에 누워 잠을 잤다. 그러다가 그만 거북이한테 지고 말았다. 거북이를 얕보고 잠을 잔 토끼도 나쁘지만 그러나 잠든 토끼 앞을 살그머니 지나가서 1등을 한 거북이도 나쁘다. …… 잠든 토끼를 깨워서 함께 가는 거북이가 되자. 그런 멋진 친구가 되자.
    ('1986년 12월 30일 [토끼야 일어나라]' 중에서)

    * 눈이 내리면 눈 뒤끝의 매서운 추위는 죄다 우리가 입어야 하는데도 눈 한번 찐하게 안 오나, 젊은 친구들 기다려쌓더니 얼마 전 사흘 내리 눈 내리는 날 기어이 운동장 구석에 눈사람 하나 세웠습니다. 옥뜰에 서 있는 눈사람. 연탄조각으로 가슴에 박은 글귀가 섬뜩합니다.
    “나는 걷고 싶다.”
    있으면서도 걷지 못하는 우리들의 다리를 깨닫게 하는 그 글귀는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 이마를 때립니다.
    ('1988년 1월 30일 [나는 걷고 싶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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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1.08.23~2016.01.15
    출생지 경남 밀양
    출간도서 31종
    판매수 92,675권

    前 성공회대 석좌교수. 지배 담론, 기득권 세력에 대항, 저항하기 위해 ‘음모의 작은 숲’을 만드는 데 평생을 바쳤다. 2016년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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