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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가 되기

원제 : On Becoming a Nove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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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나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레이먼드 카버의 스승, 존 가드너가 창작 교사 활동 20여 년의 경험을 자신이 세상을 떠나기 몇 주 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소설·글쓰기 길잡이의 고전!

    이 책에서 나는 소설가의 삶이 어떠한지, 소설가가 안팎으로 경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대체로 기대치를 어느 수준에 두는 게 적정한지, 대략 어떤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밝혀줌으로써 그들에게 합당한 안도감을 안겨주려고 노력했다. 이 책은 장편소설 쓰기를 찬양하고, 만일 당신이 진지하게 소설가가 될 마음을 먹었다면 그 길을 가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책이다.
    - 존 가드너

    내가 글 쓸 공간이 없어서 애 먹고 있고, 비좁은 집에서 애들과 함께 지낸다는 것을 알게 된 가드너는 내게 자기 사무실 열쇠를 주었다. 지금에 와서야 나는 그때가 전환점이었다고 느낀다. 그가 그 열쇠를 무심코 건네준 게 아니었으므로 나도 일종의 명령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 나는 그에게 큰 빚을 졌으며 이 짧은 글에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길은 없다. 그가 말할 수 없이 그립다. 그렇지만 그의 꾸지람과 너그러운 추임새를 받았으니 나는 최고로 운 좋은 사람이다.
    - 레이먼드 카버

    작가의 삶, 창작의 깊숙한 지점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불후의 고전

    뛰어난 미국 현대 소설가로 손꼽히는 존 가드너(John Gardner, 1933-1982)가 20여 년 동안 대학 안팎에서 창작 교사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소설 창작 입문서(On Becoming a Novelist). 장편소설가(그는 ‘단편소설가short story writer’과 ‘장편소설가novelist’을 분명하게 구분하여 말한다)가 되기를 열망하는 진지한 새내기 작가들을 위해 쓰인 이 책은 1983년 가드너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불과 몇 주 전에 완성되었다. 가드너는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이 ‘새내기 작가들의 근심걱정을 줄여주기 위해서’라고 하며 자신의 작품과 경험담, 혹은 다른 작가의 작품이나 가상의 작품 등을 사례로 들어가면서 ‘철두철미하고 유용한’ 이론과 실제를 들려준다. 분량이 그리 많지 않은 책이지만, 중요 구절마다 밑줄을 치다 보면 거의 매 문장에 손이 갈 만큼 새겨들을 메시지가 흘러넘친다. 그러면서도 시종 유머를 잃지 않아서 읽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이 책에서 나는 소설가의 삶이 어떠한지, 소설가가 안팎으로 경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대체로 기대치를 어느 수준에 두는 게 적정한지, 대략 어떤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밝혀줌으로써 그들에게 합당한 안도감을 안겨주려고 노력했다. 이 책은 장편소설 쓰기를 찬양하고, 만일 당신이 진지하게 소설가가 될 마음을 먹었다면 그 길을 가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 중에서 / pp.31-32)

    책을 읽다 보면 단순한 창작 입문서에 그치지 않고, 지은이가 창작자로서 또 창작 교사로서 겪은 지난한 과정과 그가 지켜온 단호한 도덕성을 보여주는 진솔한 독백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또한 꼭 소설가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남들이 보기엔 바보 같지만 드높은 정신적 만족을 위해 분투하는 다른 모든 분야의 사람들 역시, 소설을 쓰기 위해 모든 것을 건 사람의 흔들림 없는 신념과 장인 정신에 깊이 공명하리라 생각한다.

    진짜 장편소설가는 중간에 때려치우지 않는 사람이다. 소설 쓰기는 직업이라기보다는 요가이고 세속적인 평범한 삶의 대안이다. 그 삶의 혜택은 유사 종교적이고-머리와 가슴의 질적 변화, 그리고 소설가가 아니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만족감-그 고된 작업으로 이득을 취하는 것은 영혼밖에 없다. 이를 천직으로서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정신적인 이득만으로도 충분하다.
    (/ p.266)

    스승을 기리는 레이먼드 카버의 가슴 저릿한 서문

    가드너의 창작 수업 제자이자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는 이 책에서 자신의 멘토를 추억하는, 가슴 저릿한 서문을 썼다. 카버가 가드너를 만난 건 1958년 캘리포니아의 치코 주립 단과대학(현 치코 주립대학)에서 창작 강의를 들으면서였다. 몹시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대학 교육과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컸던 카버를 위해 주말에 자기 작업실을 내주고, 세심하고 관대하면서도 사려 깊게 창작을 지도한 가드너의 면모가 이 서문에 잘 그려져 있다.

    그는 한 줄 한 줄 아주 소상하게 비판해주었고, 왜 저렇게 쓰지 말고 이렇게 써야 하는지 비판의 이유를 밝혀주었다. 내가 작가로서 발전하는 데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조언들이었다. 글을 놓고 이런 세부적인 대화를 나누고 나면 이젠 거시적인 토론으로 넘어갔다. 소설이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문제의식이나 갈등 구조에 대해, 큰 구도에 들어맞게 가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대해. 그는 작가의 둔감함이나 부주의나 감정 과잉으로 말미암아 표현이 흐려지면 이야기 전개에 큰 장애가 된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해롭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저질러서는 안 될 금기 사항이 있었다. 표현과 감정이 진실하지 않으면, 날조가 있으면, 작가 자신이 마음에도 없고 믿지도 않는 내용을 쓰면, 그 누구의 관심도 끌 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작가의 가치관과 기예. 그는 그것을 가르쳤고, 그 자신이 그것의 상징이었으며, 나는 그와 함께했던 짧지만 너무나 소중한 시간 이래로 그 가르침을 잊은 적이 없다.
    ('레이먼드 카버, 서문' 중에서 / pp.22-23)

    나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책에서 먼저 가드너는 시시때때로 새내기 작가들의 발목을 잡는 질문, ‘내가 작가로서 소질이 있을까?’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볼 수 있는 잣대들을 설명한다(1장). 그런 후 작가의 길을 가기 위해 스스로 공부하려 할 때 도움이 될 사항들을 짚어준다. 구체적으로, 작가 워크숍이나 창작 프로그램, 대학의 문학 혹은 비문학 교육,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알아야 할 점, 편집자와 에이전시의 역할, 작가로 살면서 생계를 꾸리는 방법 등 실제적인 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조언한다(2장과 3장). 마지막으로, 작품을 써나가다 꽉 막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일러 ‘작가 폐색閉塞’이라 하고, 그런 상황에 처한 초보 소설가가 대처할 여러 대안을 제시한다(4장).
    이 책이 쓰인 지 30여년의 시간이 흘렀고 미국과 한국의 상황 역시 적지 않게 다르다. 하지만 장편소설가로서 진지하게 미래를 그려보는 작가 지망생 혹은 초보 작가에게 소설가는 어떤 사람인가, 소설가로 사는 삶이란 어떠한가, 소설가는 어떤 태도를 지켜야만 하는가를 담은 핵심 조언은 여전히 생생하게 빛을 발하며, 앞으로도 그 힘을 잃지 않을 것이다.

    장편소설가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지은이가 이 책의 절반을 할애하여 상세하게 설명한 ‘작가의 기질’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주변의 어떤 이가 소설가가 되겠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하며 ‘정신 차리라’고 조언하곤 한다. 눈 뜨고도 코 베이는 살벌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생 배를 곯으며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직업인 데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소설가, 그것도 장편소설가가 되려고 마음먹은 사람은 스스로를 의심하며 괴로워하게 마련이다. 이렇듯 나에게 소설가로서 재능이 충분한가를 묻는 사람들에게 가드너는 적성을 가늠해볼 다양한 잣대를 제시한다.
    첫 번째 잣대로 가드너는 언어 감각을 든다. 이 감각은 진정으로 흥미로운 표현을 발견한다든지 창안하는 재능을 뜻한다. 흔히들 작가는 언어에 남달리 예민한 촉수를 지닌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가드너는 표현에만 매달리는 과도한 언어 감각은 도리어 장편소설가에게 해롭다고 말한다. 평범한 독자에게는 무엇보다 책장을 계속 넘겨야 할 이유가 필요한데, 이들에게 책을 계속 읽게 만드는 것은 현란한 언어 구사보다는 이야기(인물, 행위, 배경, 정황)라는 것이다. “언어에 예민하면서도 허구적 현실을 구성하는 다른 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는 작가라면, 가능성은 실로 최고다. 그는 양면에서 최고봉이었던 대문장가들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있다.”(/ p.51)
    좋은 소설가의 두 번째 잣대로 정확한 소설가의 ‘눈’, 즉 관찰력을 든다. “얼마나 정확하게, 얼마나 독창적으로 보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작가는 무엇이든 예리하게, 선명하게, 정확하게, 선택적으로 (중요한 것을 골라서) 본다.”(/ p.64) 이는 남이 본 것을 그대로 따라 적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눈으로 파악한 세부에 대한 관찰을 뜻한다. “세부는 소설의 혈액이다.”(/ p.86)
    세 번째 잣대는 이야기꾼으로서 갖추어야 할 지성이다. 이 지성은 수학자나 철학자의 지성과는 달라서 쉽게 정의하기 힘든데, 요약하면 독자들에게 ‘선명하고 끊김 없는 꿈을 꿀 수 있도록’ 작가가 총동원하는 지적·도덕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잣대로 악마적 강박을 든다. 이것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불만에 차서 그것들을 어떻게든 뜯어고치려고 몸부림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극단으로 치닫는 천성”을 뜻한다. 인내력의 밑바닥까지 시험하는 장편의 끊임없는 고쳐 쓰기는 이러한 강박이 아니고서는 배겨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가드너는 이런 자질들을 비롯해 여러 가지 특성은 타고난 동시에 길러질 수 있는 것이라며 다양한 조언과 훈련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고찰과 조언은 특히 소설가의 길에 나서려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존 가드너 [그렌델], 김전유경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_ 존 가드너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국내에 번역 소개된 가드너의 유일한 작품으로 그가 [장편소설가 되기]에서 설명하는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것에 몰입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캐롤 스클레니카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 고영범 옮김, 강, 2012 _ 레이먼드 카버의 전기. 존 가디너를 만나 작가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추천사

    장편소설가가 되기를 열망하는 이들을 위한, 이제까지 나온 것 중 단연코 최고의 책.
    - 케네스 사이브, [새크라멘토 비]

    나는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면서 이 책을 거의 외울 만큼 읽었다. 이 책의 내용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때때로 어떤 대목이 왜 유효한지 나 자신을 일깨우려고 다시 읽는다. [장편소설가 되기]는 예리한 정신과 너그러운 마음의 소유자 존 가드너의 기념비이며, 모든 작가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 엘리노어 리프먼, [레이디스 맨] 작가

    존 가드너는 나에게 글 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이 책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여러 번 읽었고 색색의 잉크로 밑줄 그었다. 이 책으로 가르쳤고, 이 책을 인용했고, 이 책에서 배운 대로 썼다. …… 일과를 마치고 나의 지하실에서 혼자가 되면 나는 내가 이루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깨닫게 되기를 바라면서 [장편소설가 되기]를 들이팠다. 존 가드너는 그 질문들에 대한 답만이 아니라 그 이상을 주었다-지금도 답을 준다. 이 즈음 대중적인 작가 지침서가 여러 권 눈에 띄는데-모두 틀림없이 가치 있는 책들이겠지만-직접 부딪치고 열심히 쓰는 수밖에 없다. ……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자신의 실제적인 지식들을 우리에게 계속해서 나누어 주고 있으니 정말 고마운 일이다.
    - 스튜어트 오낸, [죽어가는 사람을 위한 기도] 작가

    이 책은 존 가드너의 글 쓰는 모습이 담긴 천 장의 사진에 맞먹는다―파이프를 뻐끔거리며 한 손으로는 자판을 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카락을 훑는 넋 나간 모습. 존은 헌신적인 교사였고 그의 너그러운 배려를 입은 우리는 이 책에, 그리고 불후의 본보기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 습작생, 창작 교사의 삶을 [장편소설가 되기]만큼 생생하게 그려 보여주는 책은 없다.
    - 니컬러스 델번코, [해묵은 원한] 작가

    작가로서 살면서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게 책상에 비치해둔 책이 세 권 있다. 성경, 로제의 유사 어휘 분류 사전(Roget’s Thesaurus), 그리고 [장편소설가 되기]가 그 책들이다.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과 관련하여 가드너의 이 고전보다 더 좋은 책은 없다.
    - 브렛 롯, [보석 Jewel] 작가

    소설가 존 가드너보다 우리 시대 위대한 문학의 이론과 실제에 대해 더 해박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 그는 한 세대의 젊은 작가들을 훈련해 최고의 예술적 성취로 이끌었으며 그 유산이 바로 어느 작가의 서가에나 반드시 꽂혀 있어야 할 책 중 하나인 이 책이다.
    - 찰스 존슨 [미들 패시지(중간 항로)] 작가

    우리가 만났던 가장 위대한 창작 교사 중 한 사람.
    - 프레더릭 부시, [걸스] 작가

    [장편소설가 되기]는 한 뛰어난 동시대 작가의 최후 진술로 기능할 것이다. …… 없어서는 안 될 책이다.
    - 스티븐 H. 케이프, [라이브러리 저널]

    [장편소설가 되기]는 최소한 우리 손에 한 작가의 정신세계와 창작법이 그려진 지도를 쥐여준다. 나아가, 작가의 삶을 엿보게 해주고 가끔은 그에 대한 완전한 이해에 도달하게 해준다.
    - 수전 프롬버그 셰퍼, [시카고 트리뷴]

    이 책은 존 가드너가 20여 년간 가르친 경험의 결과물이고, 그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다시 말해서, 글쓰기에 모든 것을 건 습작생들에게 가장 절실한 궁금증들을 해소해준다. 커져가는 불안감을 안고 이게 어찌 돌아가는 일인지 정확히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그는 만족스러운 답을 건네준다.
    - 앤 타일러, [볼티모어 선]

    목차

    편집자가 독자들께
    머리말-레이먼드 카버
    책을 읽기 전에

    I. 작가의 기질
    II. 창작 훈련과 교육
    III. 출판과 생존
    IV. 자신감

    옮긴이의 말
    존 가드너의 저서들
    찾아보기
    저자 서문

    본문중에서

    작가는 자기가 한 이야기를 거듭 응시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깨닫는다는 것이 그의 기본 신념이었다. 그리고 이 응시, 더 명확한 응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고쳐 쓰기 작업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고쳐 쓰기, 무한 고쳐 쓰기를 신봉했다.
    (/ p.18)

    일부 위대한 작가들이 이따금 어색한 문장을 쓴다 할지라도, 진정으로 흥미로운 표현을 발견하거나 (이따금) 창안하는 재능은 분명 타고난 작가의 징표 중 하나다. 그런 작가의 문장에는 내용에 딱 떨어지는 운율이 실린다. 이야기가 숨 가쁘게 내달을 때는 문장도 내닫고, 묵직한 인물을 다룰 때는 문장도 어딘지 묵직해지며, 이야기가 격해지면 문장도 격해진다. 술 취한 사람의 비틀거림, 지친 노인의 느리고 둔탁한 걸음걸이, 마흔 살 여자의 애처롭고 어리석은 꼬드김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언어 감각이 있는 작가가 자기 고유의 비유를 찾는 것은 상투적인 표현을 피하라고 배워서가 아니라 이제까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자기만의 정확하고 생생한 비유를 찾는 일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다.
    (/ pp.39-40)

    새내기 작가의 재능을 가늠하는 또 다른 잣대는 그의 ‘눈’이다. 얼마나 정확하게, 얼마나 독창적으로 보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작가는 무엇이든 예리하게, 선명하게, 정확하게, 선택적으로 (중요한 것을 골라서) 본다. 이는 꼭 그가 예리한 관찰력을 타고나서가 아니라(훈련으로 관찰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명확하게 보고 제대로 기록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 p.64)

    사람은 천 가지 방식으로 슬퍼하고 기뻐하고 지루해하고 짜증을 낸다. 막연한 형용사로는 거의 아무것도 전달할 수 없다. 정확한 동작만이 그 순간의 느낌을 콕 집어서 전달해준다. 창작 교사들이 하는 ‘서술하지 말고 보여주라’라는 말은 이를 의미한다. …… 공포, 사랑, 흥분, 의혹, 당황스러움, 실망감은 ‘사건’의 형태—행동(또는 몸짓), 대화, 상황에 대한 육체적 반응—를 띨 때에만 비로소 생생해진다. 세부는 소설의 혈액이다.
    (/ p.86)

    소설가의 재능을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잣대는 지성이다. 이는 수학자나 철학자의 지성과는 다른 이야기꾼만의 지성으로, 수학자나 철학자의 지성 못지않게 예민하지만 그만큼 한눈에 드러나지는 않는 지성이다.
    (/ p.87)

    좋은 소설은 독자의 정신에 생생하고 끊김 없는 꿈을 불러일으킨다. 온전하고 자기충족적이라는 의미에서 좋은 소설은 ‘대범하다.’ 독자가 품을 수 있는 모든 타당한 질문에 직접적으로 또는 암시적으로 답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서사 자체가 미진한 결말을 정당화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좋은 소설은 독자를 공중에 붕 띄워둔 채로 끝나지 않는다. 좋은 소설은 스토리텔링을 퍼즐 맞추기와 혼동하여 무의미하게 교묘한 게임을 펼치지 않는다. 좋은 소설은 특정 분야의 지식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에 대한 지식을 갖추라고 요구하며 독자를 ‘시험’하지 않는다.
    (/ p.96)

    최고로 잘 쓴 소설에서는 플롯이 그저 일련의 놀라운 일들의 나열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조금씩 더 인식해나가거나 이해해나가는 발전적 과정이다. (소설은 스토리텔링이라고 알고 있는) 젊은 작가들은 흔히, 이야기가 박진감을 얻으려면 어떤 사실들을 숨겨야 한다고, 다시 말해 작가가 독자를 함정에 빠뜨린 다음에 매복 공격을 해야 한다고 착각한다. 작가가 독자를 동등한 동반자로 대하길 꺼려하는 소설이야말로 정말 옹졸한 소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pp.108-109)

    내가 하려는 설명은, …… 바로, 창작 과정의 가장 깊은 심연을 드러내 보여주는 일이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것은, 그 심연에 머물러본 경험이 있는 사람조차도, 신비주의자들이 너무나도 자주 그러듯이, 일단 거기서 빠져나오고 나면 자신이 무엇을 겪었는지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심지어 뚜렷하게 기억하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딱히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정신이 작동을 개시하면, 작가는 세상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는 현실로 돌아온 다음, 한 장면 또는 몇 줄의 글을 발견한다. 그는 그 내용이 자기가 썼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생생하고 기발해서 자기가 잠시 넋이 나갔었음을 깨닫는다. …… 모든 창작에는 다만 얼마쯤이라도 이런 유사 최면 상태가 요구된다. 작가는 실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어떤 인물을, 광경을 불러내야 하며, 그렇게 불러낸 가상의 장면을 일상에 서 타자기나 어질러놓은 책상이나 벽에 걸린 지난해 달력을 바라보듯이 분명하게 볼 수 있을 때까지 마음에 새겨야 한다.
    (/ pp.123-124)

    무아지경의 순간으로 녹아들 모든 요소가, 마치 번개가 치기 전의 괴물 프랑켄슈타인 몸체 조립 부품들처럼 구비되어 있었다. 내가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바로 번개다.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등장인물의 경험 세계에 온전히 들어가는 행위라고나 할까(들어갈 등장인물의 내면이라는 것에 작가 자신이 애초에 투영되어 있으므로, 이는 역설이다). 고도의 집중으로 온 정신이 근육처럼 팽팽히 당겨진 것만 같은 순간에 우리가 경험하는 정신적 긴장감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운이 좋으면 번개가 치고, 소설적 발상의 핵심에 놓인 광기가, 써내려가는 글 위에서 잠시 빛을 발한다.
    (/ pp.130-131)

    나는 진지한 장편소설을 완성하려면 정말이지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쓰고, 한동안 내버려두고, 쓰고, 다시 한동안 내버려두는 식으로 달이 바뀌고 해가 바뀌다 보면 언젠가 작품전체를 자신의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전혀 없이 읽어내게 될 것이다. …… 그러나 진짜 소설을 원한다면 천천히, 천천히 굽는 수밖에는 없다.
    (/ p.137)

    진정한 소설가 되기는, 그 일에 모든 것을 건 사람이 아니라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모든 것을 건 사람이라면, 아무리 어렵더라도 다른 일보다 이게 쉽다. 어떤 일에 ‘미친다’는 것은 구원일 수도 있고 죽음일 수도 있다. 진정한 소설가라면 소설에 사로잡힌 동시에 무심해져야만 한다. …… 소설 쓰기에 사로잡히되, 자살이 아니라 굉장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로 떠밀릴 만큼만, 판매나 대중의 이해 여부 따위에는 무심해질 만큼만 사로잡혀야 한다. 사로잡힘은 소설가 자신에게도 그의 친구들에게도 곤혹스러운 상황이지만, 이를 겪지 않고 성공하는 소설가는 있을 수 없다. 소설가의 내면에서는 농부와 채찍을 휘두르는 사나이가 함께 살아가야 한다.
    (/ pp.144-145)

    붙들고 있는 단편소설이나 장편소설 작업을 더는 버텨내기 어려울 때는 다른 글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장편이든 단편이든, 짜증의 분출구로 삼을 만한 에세이든, 아니면 시간도 죽일 겸 문장도 연마할 겸 쓰기 연습을 해도 좋다. 작가 폐색을 돌파하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쓰는 것이다.
    (/ p.252)

    저자에 따르면, 소설가는 독자에게 생생하고 끊김 없는 꿈을 꾸게 해주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서 소설가 스스로 그 꿈을 꾸어야 하고, 깊은 꿈에서 빠져나온 직후에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본 것을 받아 적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때 소설가가 직관적으로 또는 의지적으로 선택하는 낱말들은 이야기의 차원을 좌우하기도 하고, 이야기의 물꼬를 다른 쪽으로 틔우기도 한다. 생생하고 끊김 없는 꿈을 제대로 꾸고 받아 적기 위해서, 즉 좋은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서 소설가가 자신이 가진 언어 감각, 관찰력, 지성, 악마적 강박증을 총동원해야 하는 이유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 p.268)

    저자소개

    존 가드너(John Edmund Gardne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26-2007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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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3년 7월 21일 뉴욕의 바타비아에서 태어나 낙농업에 종사하는 아버지와 영어 교사였던 어머니 아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아버지의 농장에서 일을 도왔으며 셰익스피어 애호가였던 양친은 문학 낭독회를 자주 열었다고 한다. 1945년 12살 되던 해 4월, 인간으로서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을 관통하는 대사건이 벌어지는데, 남동생 길버트가 농기구 사고로 사망을 한 것이다. 사고의 치명적인 원인이 되었던 트랙터를 몰고 있던 사람이 바로 존 가드너 자신이었기 때문에 그는 동생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평생 마음에 안고 살아갔으며 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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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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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여자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샘이 깊은 물] 기자를 거쳐 출판 기획과 편집 일을 해왔다. 옮긴 책으로 [모차르트, 그 삶과 음악] [말러, 그 삶과 음악] [프로코피예프, 그 삶과 음악] [말러 앨범 _ 교향곡에 세계를 담은 음악가의 초상] [클래식, 고음악과의 만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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