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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구치 안고 단편집 (큰글씨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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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다자이 오사무와 함께 무뢰파로 불리는 사카구치 안고는 타락을 통해 진정한 구원을 찾을 수 있다는 타락론으로 전후 좌절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안고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인 <백치(白痴)>부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파란 도깨비의 훈도시를 빠는 여자>까지, 인간의 본질을 파헤치는 안고의 대표작 다섯 편을 골라 엮었다.

출판사 서평

지식을만드는지식 큰글씨책은 약시나 노안으로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를 위해 만든 책입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의 책은 모두 큰글씨책으로 제작됩니다.

사카구치 안고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이며 전후의 출발을 장식한, 안고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백치(白痴)>는 1946년 ≪신조(新潮)≫ 6월호에 발표된 단편 소설이다. 안고가 살던 가마타(蒲田) 변두리에 있는 공장 단지 주변과 일본 영화사의 촉탁으로 있던 경험이 소재가 되었다. 요설체인 듯하면서도 3인칭 객관 묘사라는 독특한 문체로 전쟁의 참상과, 전쟁으로 인해 인간의 독창성과 의지가 사라져 동물과 등가로 전락해 버린 모습을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폐망해 가는 땅에서 남자와 여자가 타락해 가는 묘사를 통해 윤락 속에서 인간의 원점을 발견하는 것이 구원의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타락론>(≪신조≫ 4월호)의 윤락(淪落) 사상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보기도 한다. 올바르게 타락하는 길을 타락할 데까지 타락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구원해야 한다는 <타락론>의 주장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과 잘 호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타락론>은 전쟁 패망 후의 인간의 출발점을 추구한 선언서이고, 이 소설은 패전 직전 인간을 막다른 데까지 몰아넣고 바라본 작품이라는 점에서, <백치>가 <타락론>의 소설화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안고가 ‘백치’라는 존재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어린 시절이었다. 자전적인 단편 <돌의 생각(石の思い)>[≪빛(光)≫, 1946. 11)]에는 사촌 형네 집 하녀의 자식인 백치와 친하게 지내던 추억이 묘사되어 있다. 끝내는 집도 절도 없이 거지로 떠돌아다니다 정신 병원에서 숨을 거둔 ‘백치의 애달픔을 나 자신의 모습이라고 여’길 만큼 그 백치에 대한 인상은 각별했고, 가슴속에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백치 여자의 이미지가 소설로 처음 부각된 것은 <남풍보(南風譜)>(1938. 3)에서다. 불상과도 같은, 마물과도 같은, 성속(聖俗) 양의적인 이미지를 지닌 여자가 나오는데, 육욕덩어리인 <백치>의 사요를 미치광이 남자가 순례길에 만났다는 설정은 그런 이미지를 암시하는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인도 철학을 공부한 만큼 인간과 신의 양면성을 지닌 힌두교의 크리슈나의 이미지가 안고의 작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사카구치 안고의 문장은 몹시 불편하다. 단어나 문구의 반복·중복이 많고, 불필요한 접속사도 많아 한 번 쓰고는 퇴고를 거치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문장이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다. 장황해서 내용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장문의 나열, 서두와 어말이 맞지 않는 문장도 수두룩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문맥이 통하는 내용으로 다듬을까 고민했고, 단문으로 잘라 번역하고 싶은 유혹도 자주 느꼈다. 작가의 의도를 살린다는 것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의문이 몹시 자주 들었다. 그러나 요설체의 장황한 문장이 안고의 특징이자 무뢰파로서의 매력이라고 생각해 최대한 살리자고 마음먹었다. 다만 아무 부호도 없이 지문과 연결된 대화체 문장은 독자의 이해를 위해 따옴표를 넣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작가로서의 안고를 이해하고 그의 작품의 특색을 인상 깊게 뇌리에 남긴다면 번역자로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목차

백치(白痴)
외투와 푸른 하늘
돌의 생각(石の思い)
벚꽃이 만발한 벚나무 숲 아래
파란 도깨비의 훈도시를 빠는 여자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본문중에서

일본은 지고 미군은 본토에 상륙해 일본인 태반이 사멸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것은 또 하나의 초자연의 운명, 소위 천명처럼 여겨졌다. 그에게는 그러나 더 비소(卑小)한 문제가 있었다. 그 문제는 놀라우리만치 비소하면서도 늘 눈앞에서 아른거리며 떠나지 않았다. 바로 그가 회사에서 받는 200엔 정도의 급여 말인데, 급여를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까, 내일이라도 목이 잘려 거리를 헤매는 신세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이었다. 그는 월급을 받을 때가 되면 해고 선고도 받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했고, 월급봉투를 받아 들면 목숨이 한 달 연장돼 어이없을 만큼 행복감을 맛보았지만, 그런 비소함을 돌이켜보면 언제나 울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그는 예술을 꿈꾸었다. 예술 앞에서는 티끌에 지나지 않는 월급 200엔이 어째서 뼛속에 사무치며 생존의 근저를 뒤흔들 만큼 큰 고민거리가 되는 걸까? 생활의 외형적인 면뿐 아니라 그의 정신도 영혼도 200엔에 제한당해 비소함을 응시하며 미치지도 않고 태연하게 산다는 게 더욱더 한심하게 여겨질 뿐이었다. “노도의 시대에 미가 무슨 소용이야! 예술은 무력해!”라던 부장의 어처구니없는 고함 소리가 이자와의 가슴에 완전히 다른 진실을 담아 예리하고도 거대한 힘으로 파고든다. 아아, 일본은 질 것이다. 찰흙 인형이 무너져 내리듯 동포들이 픽픽 쓰러지고, 튕겨 오르는 콘크리트나 벽돌 파편들 속에 수많은 다리니 목이니 팔이 함께 날아올라 나무도 건물도 아무것도 없는 평평한 묘지가 되고 말 것이다. 어디로 피하려다 어느 구멍으로 몰려 구멍째 단번에 날아가 버릴는지…. 꿈같은, 그렇지만 만일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때의 신선한 재생을 위해, 그리고 전연 예측할 수 없는 신세계, 돌 부스러기 천지인 들판에서 하게 될 생활을 위해 이자와는 오히려 호기심이 꿈틀거리는 것이었다. 그런 생활은 반년 내지 1년 후면 맞닥뜨리게 될 운명이련만, 맞닥뜨릴 운명의 필연성에도 불구하고 꿈속 세계처럼 아득한 유희로밖에는 인식되지 않았다. 눈앞의 모든 것을 가로막고 살아갈 희망을 뿌리째 뽑아 가는 단돈 200엔의 결정적인 힘, 꿈속에서마저 200엔에 목이 졸려 가위눌리고, 아직 스물일곱 살인 청춘의 모든 정열이 표백되어 현실적으로 이미 암흑의 황야를 망연히 걷고 있을 뿐이 아닌가?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사카구치 안고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06.10.20~1955.02.17
출생지 일본 니가타 현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소설가, 평론가. 작품 가운데는 중간에 중단한 것, 미완의 장편, 실패작 등이 많으나 그의 작풍에 독특하고 신비한 매력이 있어서 주목을 끌었다. 전후 기존의 도덕관을 부정한 「타락론」이나 소설 「백치」 등으로 혼란한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다자이 오사무와 함께 무뢰파 작가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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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여자사범대학 일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외국어 대학에서 석사, 주오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대구가톨릭대학교(아시아학부 일어일문학 전공)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옮긴 책으로 [도련님] [문] [물방울] [어떤 여자]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유래로 배우는 일본어 관용구] [소설 번역 이렇게 하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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