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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된 거 같아.”

캐나다에 살고 있는 크리스타는 제이슨과 유치원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크리스타는 학교에서 유일한‘한국 소녀’입니다. 크리스타의 담임 선생님은 가족의 역사에 대한 과제를 내줍니다. 캐나다는 이민자로 이루어진 나라여서 여러나라에서 온 다양한 인종이 살고있기 때문에, 학생들 각자의 조상에 대해 조사하여 발표해야 합니다. 크리스타가 과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제이슨이 크리스타에게 한국의 음식에 대한 걸 조사하면 어떨지 제안합니다.

제이슨은 스코틀랜드 사람이지만, 김치를 비롯해 한국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타는 할머니에게 한국의 김밥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합니다. 한편, 크리스타는 반 친구 매디슨으로부터 가장 파티에 초대를 받습니다. 평소 외모를 꾸밀 줄 모르고, 제이슨하고만 놀았던 크리스타는 큰고민에 빠집니다. 여자아이들의 세계를 잘 모르는 크리스타는 결국 언니와 할머니의 도움으로 파티에 참석하고, 절친 제이슨과는 어색한 관계가 되어버립니다.

이 책은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이민자 가정의 한국아이 크리스타의 학교 생활이야기입니다. 학교에서 <나의 뿌리를 알자>는 프로젝트 과제를 받은 후 크리스타는 한국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한국인이지만 한국에는 가본적이 없고, 캐나다에 살지만 김치와 밥을 주식으로 하는 크리스타는 한국의 김밥을 주제로 해서 과제를 하게 됩니다. 다소 남자아이처럼 생활해 왔던 크리스타는 여자아이들의 무리에 끼게 되고 그러면서 유치원 때부터의 절친 제이슨(남자아이)과 은근히 멀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제이슨이 크리스타에게는 가장 소중한 친구라는 것을 알게되고, 학교 과제를 하면서 무서웠던 할머니와 끈끈한 감정을 만들게 됩니다.

김치냄새는 고약해
할머니
끔찍한 하루
한국 요리를 배우고 싶어요
김밥 만들기
언니의 한복
어떻게 하지?
레드카펫 파티
우리랑 놀자
제이슨과 나의 수요일
언니의 옷
할머니의 밥상
힙합댄스
쌍꺼풀 만들기
부담스러운 부탁
진짜 친구란?
내 핏속에는
최악의 날
숨고 싶어!
미안해, 제이슨
멋진 공연을 보여주겠어!

김치냄새는 고약해
김치를 먹으며 자라지 않았다면 그 냄새를 좋아하기는 정말 힘들다.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오면, 전날 저녁에 김치를 먹었어도 집안에서 냄새가 난다. 냉장고에 김치가 들어있으면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김치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하지만 엄마는 비닐봉지로 김치 통을 싸서 냄새가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때문에 우리 집 냉장고에서는 김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 방법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
할머니는 그러지 않아서 할머니네 냉장고는 문만 열면 냄새가 난다. 할머니 집에서는 우유에서도 김치 맛이 나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고약한 냄새가 나도 나는 김치가 정말 좋다. 엄마는 그게 타고난 거라고 한다. 냄새가 지독해도 김치를 좋아하는 건 내가 한국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거다.
토리 언니는 죽어도 김치를 먹지 않으려고 한다. 입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나. 실제로는 언니도 김치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내 기억에, 언니가 어렸을 때는 김치를 먹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너무 이상하게 군다. 토리 언니가 사춘기라면서 엄마가 불평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다음날 친구들이 놀러 오기로 돼 있는데 우리가 저녁에 김치를 먹으면 언니는 온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냄새 제거제를 뿌려댄다. 언니가 아무리 말려도 우리는 꼭 김치를 먹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 언니는 옷을 몽땅 갈아입고 미친 듯이 이를 닦는다. 김치 근처에만 있었지 자기 입에는 한 조각도 넣지 않았는데 정말 웃긴다.
내 절친 제이슨은 가끔 우리 엄마한테 김치랑 밥을 간식으로 달라고 하는데 참고로 제이슨은 한국사람이 아니다! 제이슨이 김치를 먹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다. 우리가 3학년일 때 엄마랑 나는 제이슨한테 깨끗이 씻은 작은 김치 조각을 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김치를 씻지 않고도 먹게 됐다. 엄마가 그러는데, 지금은 제이슨이 완전 한국 아이처럼 김치를 먹는다고 한다.
토리 언니는 자기 친구들한테 한국사람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아주 까다롭게 군다. 언니 친구들 중에는 한국사람이 한 명도 없다. 언니네 고등학교에 한국 학생들이 드물게 있긴 한데 언니는 아무한테도 잘 해주지 않는다. 영어도 못하고 옷차림도 다른 한국의 교환학생들한테는 특히 그렇다. 그 학생들은 대부분 캐나다에 처음 왔지만 토리 언니랑 나는 캐나다의 밴쿠버에서 태어났고, 언니가 보기에는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다르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까 내 친구들 중에도 한국사람이 없다. 이 나라 저 나라가 섞인 혼혈아이들이 있기는 한데 한국계 혼혈아이는 없어서 옛날부터 아쉬웠다. 굳이 훈련을 시키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을 테니까. 하지만 괜찮다. 나한테는 제이슨이 있고 제이슨은 열심히 배우려고 한다.
“먹고 남은 거 있어.” 방과 후에 제이슨이 우리 집에서 냉장고를 뒤지는 걸 보고 엄마가 말했다.
제이슨은 유리그릇의 뚜껑을 열었다. “와! 불고기다! 먹어도 돼요?” 제이슨이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가 활짝 웃었다. “그럼.” 엄마가 그릇을 전자레인지에 넣자 제이슨은 수저통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꺼냈다. 제이슨이 젓가락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나는 너무 웃겼다. 아빠도 한국식당에 가면 포크를 달라고 하는데 말이다.
수요일이었다. 수요일은 실컷 놀 수 있는 날이었다. 수요일이면 제이슨과 나는 방과 후에 따로 만나서 항상 우리 집으로 왔다. 제이슨한테는 남자 형제가 두 명, 여자 형제가 한 명 있었고 개도 두 마리 있었다. 제이슨 집은 늘 정신이 없었다. 제이슨 엄마는 항공사에서 일했는데 근무시간이 들쭉날쭉했다. 제이슨 아빠는 유기농 식품점 책임자였고 집에 있는 시간이 제이슨 엄마보다는 일정했다.
작년 수업시간에 ‘역설적’이라는 낱말을 배울 때 제이슨과 나는 동시에 제이슨네 가족을 떠올렸다. 우리 생각에, 제이슨 아빠가 식품점에서 일하는 것은 아주 역설적이다. 그 집에는 언제 가도 먹을 게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열세 살이 안 됐기 때문에 남의 집에 가서 음식을 해 먹을 수는 없다. 그건 어른이 할 일이다.
한 번은 방과 후에 제이슨네 집에 갔는데 우리는 둘 다 배가 고팠다. 집에는 제이슨 형이 있었지만 간식을 달라고 얘기할 만한 대상은 아니었다.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니 달랑 소스랑 겨자, 마요네즈뿐이었다. 시큼한 냄새가 나는 우유랑 곰팡이가 핀 치즈도 있긴 했다. 식품보관실에는 파스타면과 시리얼이 있었고. 제이슨네 집에서는 저녁밥으로 포장음식을 먹을 때가 많은 것 같다. 우리는 결국 시리얼과 물만 먹었다. 제이슨은 나에게 자꾸 사과를 했다. 나는 정말 괜찮았고 죽을 만큼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하지만 시리얼이랑 물을 먹으러 제이슨네 집에 또 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항상 집에서 맛있는 간식을 차려준다. 엄마는 토리 언니랑 나를 낳기 전에는 고등학교에서 교감선생님을 했는데, 엄마 말로는 ‘영구 육아휴직’ 중이다. 아마도 아빠 때문일 거다. 아빠는 심장외과의사고 정말 바쁘다. 하루에 적어도 열한 시간은 일을 하고 일이 끝나도 계속 전화며 메시지, 호출을 받는다. 그래서 엄마는 아주 불만이 많다. 나는 익숙해졌는데.
아빠가 외과의사라고 하면 사람들은 언제나 깜짝 놀라는 것 같다. 아주 굉장한 일이나 되는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오!’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별로 대단하지 않다. 아빠는 좀 바보다. 오페라 가수 흉내를 내면서 노래를 부른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진지하게 대할 수 있지? 환자들 앞에서는 절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빠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본다면 보통 사람은 절대로 아빠한테 자기 심장을 맡기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 어쨌든 아빠가 집에 거의 없기 때문에 대신 엄마가 집에 있다.
전자레인지에서 음식이 돌아가고 있을 때 토리 언니가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부엌으로 들어오다가 제이슨과 부딪힐 뻔했다.
“아잇! 제이슨, 넌 왜 맨날 우리 집에 있니!?” 토리 언니가 쏘아붙였다. “아예 결혼해서 같이 살지 그래?” 언니가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냈다.
또 시작이네. 제이슨이랑 나는 몇 년째 똑같은 농담을 들어왔다. 우리는 유치원 때부터 절친이었다. 유치원 첫날 내가 아이들이랑 둥그렇게 앉아서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제이슨이 내 옆에 와서 앉았다. 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엄마 아빠 말로는 그렇게 해서 우리가 친해졌다고 한다. 그 뒤로 2년 동안 제이슨은 다른 자리에는 절대 앉지 않았다. 꼭 내 옆자리에만 앉았다. 내가 아프거나 결석을 하면 제이슨도 학교에 가지 않거나 비어 있는 내 자리 옆에 앉았다.
우리는 첫날부터 내내 그렇게 붙어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컸고 그래서 둘 중에 누가 아파서 결석을 해도 학교에 가서 다른 친구들이랑 논다. 그래도 항상 우리의 우선순위는 둘이 같이 있는 거다.
제이슨은 적갈색 머리에 안경을 쓰고 눈동자가 초록색인 남자아이고 나는 학교에서 유일한 한국 여자아인데, 우리한테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제이슨만 빼고 다들 나를 중국사람이라고 착각하기는 하지만. 제이슨만 제대로 알면 됐지 뭐. 우리는 친구다. 지금까지 항상 친구였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유치원 첫날부터 우리는 이 사실을 알았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같이 노는 게 좋다. 같이 다니는 게 좋다. 만나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우리가 친구라는 사실이 이상하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내 절친이 여자아이가 아니라는 게 중요한가? 어떤 사람들한테는 그렇지만.
제이슨은 항상 쾌활하게 언니를 대했다. “샌드위치는 지겨워. 한국음식이 진짜 맛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