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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아홉 개의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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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나성인
  • 출판사 : 한길사
  • 발행 : 2018년 07월 24일
  • 쪽수 : 41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5667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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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풍성한 인문학적 해석으로 베토벤 교향곡을 만난다!

베토벤의 수많은 작품 중 이 책은 특별히 아홉 개의 교향곡에 대해 다루고 있다. 베토벤은 예술가를 일종의 선지자로 여겼으며 자신의 음악에 ‘자유’와 ‘진보’를 담고자 했다. 베토벤은 자기 자신과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일치시키는 작곡가였다.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고, 그의 시대 또한 역동적이었으니 베토벤은 음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았다.
교향곡은 작곡가가 하고 싶은 말을 음악을 이용해 공개적으로 전달하는 장르로서 작곡가 베토벤의 삶과 사상을 읽어내기에 적합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장마다 한 곡의 교향곡을 설명하는 총 아홉 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다.
그동안 인문학을 통한 클래식 음악 해석을 위해 노력해온 저자 나성인은 각 장마다 다양한 문학작품과 회화, 신화 등을 이용한 깊이 있는 음악 읽기를 시도한다. 저자는 이 책이 베토벤과 클래식 음악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고 독자들이 좀더 다채롭고 풍성한 방법으로 베토벤과 만나기를, 그 끝에 빛나는 환희를 경험하기를 기다린다.

출판사 서평

그동안 우리는 클래식 음악을 너무나 쉽고 단순하게 이해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문화적 토양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가 어려운 추상적 음악의 감상을 위해 저자는 수고스럽지만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베토벤이 지독한 운명을 극복하고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그의 마지막 메시지에 담긴 의미를 깨닫는다면 베토벤 음악의 깊이와 아름다움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

“교향곡은 사회에 대한 상징이다.”
혁명의 세기와 교향곡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음악가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다르겠지만 ‘베토벤을 아는가’라는 질문에 ‘모른다’라고 답할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서양 음악사에서도 손꼽히는 그에게는 악성(樂聖)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베토벤은 오페라, 피아노 소나타, 가곡, 협주곡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남겼다. 베토벤의 수많은 작품 중 이 책은 특별히 아홉 개의 교향곡을 다룬다.
베토벤 교향곡의 탄생은 새로운 세기의 시작과 맞물려 있다. 그것은 ‘혁명의 세기’다. (베토벤 1770~1827, 프랑스대혁명 1789~94, 나폴레옹 1769~1821, 빈 회의 1814~15, 7월 혁명 1830, 2월 혁명 1848)

디킨스는 『두 도시 이야기』에서 혁명 이전의 귀족을 회화적으로 그려냈다. 후작 나리께서는 초콜릿을 잡수실 때 네 명의 하인이 필요했다. 초콜릿을 휘젓는 사람, 국자로 떠주는 사람, 쟁반을 들고 대기하는 사람, 마지막으로 나리의 위엄 있는 수염에 묻은 초콜릿을 조심조심 닦아주는 사람까지. 혁명은 이 네 명의 하인이 후작 나리에게 “아니, 자기는 손이 없나 발이 없나!” 하고 따지기 시작한 사건이었다. -p.16

자유와 평등의 이념은 베토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베토벤 이전 시기 악사(樂士)의 지위는 매우 낮았고 정신적 창조와는 무관한 기능인으로만 취급받았다. 그러나 베토벤은 예술가를 일종의 선지자로 여겼으며 자신의 음악에 ‘자유’와 ‘진보’를 담고자 했다. 또한 그는 자기 자신과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일치시키는 작곡가였다.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고, 그의 시대 또한 역동적이었으니 베토벤은 음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았다.

여러 악기가 무대에서 함께 소리를 내는(sym+phony) 교향곡은 이미 사회(공동체)를 상징하는 음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이 ‘음향적 사회’를 지배하는 질서는 주선율과 보조선율 간의 위계(마치 과거 시대의 신분질서처럼)가 아니라 조화로운 전체를 이루려는 다양한 역할의 협력과 경쟁에서 나온다. …교향곡은 ‘합리적인 사회는 진보한다’는 신념의 표현이었다. -p.30

교향곡은 작곡가가 하고 싶은 말을 음악을 이용해 공개적으로 전달하는 장르다. 교향곡의 음악적 원리인 통일성 속의 다양성, 부분의 총합보다 더 큰 전체, 대립적 요소 사이의 긴장과 균형은 베토벤 자신의 생각과 이상을 담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교향곡은 작곡가 베토벤의 삶과 사상을 읽어내기에 적합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너의 듣지 못함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베토벤 교향곡을 설명하기 위해 베토벤이 살았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 교향곡의 형성과정 및 구조, 이전 세대의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의 음악과 베토벤의 음악이 어떻게 다른지도 자세히 다룬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하나하나가 개성 있는 이야기다. 베토벤은 격변하는 혁명의 시대를 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음악가로서 청력을 상실하고, 사랑하는 여인과 끝내 결실을 맺지 못하는 고통을 겪었다. 그가 지독한 ‘운명’을 겪어내는 과정은 오롯이 아홉 개의 교향곡에 담겼다. 한편 저자 나성인은 교향곡에 담긴 베토벤의 삶과 사상을 최대한 생생하게 그려내기 위해, 각 곡의 분위기에 맞는 자료와 문체를 적절히 사용했다.
베토벤 교향곡 제1번은 하이든의 영향을 보여주는 가장 고전주의적 작품이지만 이전 세대의 형식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 아닌, 예술가로서 자기 세계를 구축하는 이야기다. 따라서 저자는 교향곡의 형성과정과 전형적 구성을 베토벤 음악과 비교하기 위해 최대한 명료한 문체를 사용했다. 제2번은 베토벤이 청력을 상실하는 절망을 딛고 일어서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이야기다. 이에 저자는 베토벤이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 죽음의 기로에서 쓴 유서와 같은 사적 기록을 활용하여 베토벤의 내면 고백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 나폴레옹을 위해 썼다고 알려진 제3번 「영웅」은 자유와 혁명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영웅상을 창조하는 이야기다. 광활하고 복잡한 악곡에 걸맞게 시대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녹여 서술했다. 베토벤의 영웅은 정말 나폴레옹이었을까? 제4번은 베토벤이 한 여인을 사랑하던 시기에 작곡한 곡이다. 그는 이 곡에 이상적 사랑과 여인상을 담았다. 연애편지와 서정시가 베토벤의 마음에 감정이입하기를 돕는다.
제5번은 가장 유명한 교향곡「운명」이다. 이 곡은 인생의 문을 두들기는 운명에 맞서 승리하는 이야기다. 아무리 강력한 운명이라도 인간의 내면을 완전히 지배할 수 없다는 믿음과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저자는 강렬한 문체를 구사했다. 제6번 「전원」은 베토벤이 복잡한 세상을 떠나 자연에서 만난 낙원의 경험을 표현한 곡이다. 따라서 저자 역시 자신의 개인적・주관적 체험을 수필식으로 소개하며 베토벤의 낙원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제7번은 영웅과 민중이 한데 벌이는 거대한 축제의 이야기다. 축제와 난장의 이미지에 걸맞게 복잡하지만 흥미롭게 서술했다. 제8번은 혁명의 끝이 왕정임을 경험한 작곡가의 신랄한 자기 풍자 이야기다. 작품에 담긴 유머와 해학을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사투리와 구어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제9번 「합창」은 교향곡의 경계를 뛰어넘어 드넓은 인류애를 노래하는 이야기다. 왕정복고, 가난, 숨겨진 딸 등 비극의 끝에서 만난 숭고한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그의 인생 전체를 포괄하고자 했다. 「합창」이 지니는 음악적 가치와 더불어 베토벤 개인과 전 인류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게 된다면 독자들은 좀더 중요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곡의 의미와 가치를
문학・미술・신화 등 인문학으로 해석하다.


우리가 클래식에서 멀어지게 된 이유는 음악시간에 받은 암기식 교육 때문일까, 아니면 곡에 가사가 없기 때문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클래식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이 곡을 단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베토벤 교향곡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음악에는 서양 사람에게는 익숙하지만 우리에게는 생소한 신화, 성경 그밖에 민속적・문화적 전통이 담겨있다. 베토벤 교향곡은 음악만의 산물이 아니라 베토벤이 살던 시대 전체의 유산이기 때문이며, 다양한 문화적 전통과 예술 장르가 교류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독일시를 전공하고 독일에서 문학과 음악의 관계를 연구한 저자 나성인은 귀국 후에도 문학 코치(가곡 분야에서 음악가에게 시적 해석을 지원하는 전문가), 공연기획자 및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문화적 토양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적 음악의 감상을 돕기 위해 문학・미술・신화 등 다양한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예를 들면 교향곡 제3번 「영웅」에서 베토벤의 ‘영웅’이 누구였는지를 탐색하며 그리스・로마신화의 프로메테우스 이야기를 이용한다. 저항과 자유, 고결함과 희생, 창조와 기쁨을 상징하는 프로메테우스는 시대의 이미지였다. 이후 저자는 프로메테우스를 소재로 한 괴테의 시 전체를 언급하고, 프로메테우스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해석한 관련 회화를 여러 점 소개한다. 때로는 강조하고 싶은 회화의 일부분을 확대하기도 했다. 독자들이 책을 읽은 후 다시 「영웅」을 듣는다면 베토벤이 가슴에 품은 영웅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음악 속으로 빠져드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은 이야기가 주는 또 다른 즐거움

이 책은 장마다 한 곡의 교향곡을 설명하는 총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각 장에 포함된 ‘교향곡 제0번 깊이 읽기’에서는 악장을 음악적으로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하나의 연주 앨범을 선택하고, 설명에 해당하는 곡 시간을 팔분음표(♪)로 표시했다. 해당 부분을 귀로 듣고 눈으로 본다면 음악에 대한 감상이 좀더 풍부해질 것이다. ‘깊이 읽기’ 뒤에는 ‘남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곡에 얽힌 뒷이야기와 미처 다루지 못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가끔은 공개적・객관적 이야기보다 숨겨진 여담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책의 말미에는 몇 개의 부록이 있다. 그중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 바로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은 누구인가’이다. 그간 우리말로 된 베토벤 관련 서적들은 주로 오래된 견해들을 소개하고 있어 본의 아니게 불멸의 연인에 관한 독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공적 기록을 기반으로 안토니 브렌타노를 불멸의 연인으로 내세운 메이너드 솔로몬과 사적 기록을 기반으로 요제피네 브룬스비크를 내세운 텔렌바흐의 최신 견해를 소개했다. 독자들은 마치 탐정이 되어 증거를 쫓아 범인을 찾아내듯 긴장감 넘치는 책읽기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덮고 나면 가슴 아픈 베토벤의 러브스토리가 마음속에 남아 베토벤의 깊고 웅장한 음악이 내포한 작곡가의 고뇌, 슬픔, 아름다움과 마주할 것이다.
저자가 또 한 번 심혈을 기울인 것은 ‘베토벤 교향곡 음반 추천’이다. 지금까지 나온 명반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 중에 어떤 것을 고르더라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이 책을 읽고 처음 베토벤 교향곡을 듣는 이들을 돕기 위해 쓴 조심스러운 제안이다. 작품의 다채로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가급적 서로 스타일이 다르거나 해석이 다른 앨범을 선정했다.
저자는 이 책이 베토벤과 클래식 음악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고 독자들이 좀더 다채롭고 풍성한 방법으로 ‘클래식 음악 읽기’를 시도하기를, 그 끝에 빛나는 환희를 경험하기를 기다린다.

추천사

베토벤은 내게 더 이상 새롭게 보기 힘들 정도로 익숙하지만, 막상 알려고 하면 끝이 없는 신성한 존재다. 그래서 서양 음악가들에게 경전처럼 받아들여지는 베토벤 교향곡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종합적 시각을 제공하는 이 책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이 책은 역사ㆍ문학ㆍ심리학ㆍ음악ㆍ로맨스를 쉴 새 없이 넘나들며 베토벤 한 명이 아닌 인간군상에 관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사료와 예화의 수량만 봐도 저자가 얼마나 공들여 이 만찬을 준비했는지 알 수 있지만, 옛날이야기처럼 가벼운 필체로 쓰여, 부담 없이 술술 읽힌다.
부록(나에게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였다)을 제외하고, 교향곡 제1번부터 제9번까지 순서대로 진행되는 일견 평범한 구조 속에서도, 저자는 촘촘한 짜임새의 드라마를 일구어내며 이 책을 또 하나의 교향곡으로 승화시킨다. 나와 비슷한 감성을 지닌 독자라면, 교향곡 제9번 라단조 「합창」Op.125를 다룬 「환희와 인류애의 교향곡」 장에서 다시 만나는 베토벤의 초상화를 보며 눈에 눈물이 맺힐 수도 있을 듯하다.
- 김택수 / 뉴욕 시러큐스 대학교 작곡과 조교수ㆍ전 코리안심포니 상임작곡가

뛰어난 문장력 덕분에 쉽게 읽히지만 담긴 내용은 대단히 높은 수준이다. “클래식 대곡 듣기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훌륭한 모범을 제시한 듯싶다.
필자는 베토벤의 마음과 그 악보에 들어갔다 나온 듯 종횡으로 널따란 해석을 펼친다. 그러나 그 출처 또는 논리적 근거를 상세하게 밝히고 있어서 결코 주관적 상상이라고 볼 수 없다. 게다가 교향곡을 설명하면서 인간 베토벤의 면모까지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작은 사이즈와 달리 두고두고 읽어야할 노작이 아닐 수 없다.
- 유형종 / 무지크바움 대표ㆍ음악평론가

지휘자에게 베토벤이 작곡한 아홉 개의 교향곡은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일종의 ‘참고서’다. 모든 넘버가 개성이 뚜렷하며, 단 한 음도 소홀히 할 수 없게끔 한다. 나도 이 음악으로 지휘를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베토벤을 도전하기가 점점 꺼려진다. 더불어 연주가 거듭될 때마다 새롭게 드러나는 요소가 있음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연주자를 한없이 작게 만드는 작품이 바로 베토벤의 교향곡이다. 교향악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 아홉 개 기둥들의 매력과 인문학적 의미를 저자 나성인은 매우 튼실한 방식으로 탁월하게 풀어낸다. 비단 클래식애호가나 일반 독자만이 아니라 인문학적 기반이 꼭 필요한 연주자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책이라 생각된다.
- 최수열 / 부산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목차

베토벤 아홉 개의 교향곡

나의 영웅 베토벤│프롤로그 7

1 새 시대의 새 음악 15
교향곡 제1번 다장조 Op.21

2 하일리겐슈타트 57
교향곡 제2번 라장조 Op.36

3 창조자 프로메테우스 95
교향곡 제3번 「영웅」 내림마장조 Op.55

4 날씬한 그리스 여인 143
교향곡 제4번 내림나장조 Op.60

5 승리교향곡 173
교향곡 제5번 「운명」 다단조 Op.67

6 자연에 충만한 신의 영광 205
교향곡 제6번 「전원」 바장조 Op.68

7 우리 속의 영웅 243
교향곡 제7번 가장조 Op.92

8 심포니 마이스터의 광대극 275
교향곡 제8번 바장조 Op.93

9 환희와 인류애의 교향곡 301
교향곡 제9번 라단조 「합창」 Op.125

불멸의 연인은 누구인가 359
베토벤 교향곡 음반 추천 379
베토벤 연보 401

환희를 기다리며│에필로그 407

찾아보기 411

본문중에서

베토벤은 철저하게 새로운 작품을 쓰려 했다. 같은 양식을 반복하지 않았고 특정 스타일을 완성했다고 여기면 곧바로 새로운 스타일을 탐구했다. 베토벤의 작품에는 저마다 대체 불가능한 개성이 새겨졌다. 특히 교향곡들은 베토벤의 내면에서 탄생된 아홉 개의 서로 다른 분신과도 같았다.
(/ p.27)

하이든의 손에서 모차르트의 정신을 이어받으라는 것은 ‘최고가 되라’는 말이지 결코 그들과 같아지라는 뜻이 아니었다. 달라진 시대만큼 음악의 내용도 새로워야 했다. 시민들이 선망하는 자유와 풍요로움뿐 아니라 고통과 투쟁, 인고의 시간도 진실하게 다뤄야 했다. 예속된 자가 자유를 얻으려면 응당 그런 시련이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예술가가 시대의 비전을 표현한다는 것은 무척 혁명적인 생각이었다. 전통에 따라 곡을 생산하는 음(音)의 수공업자나 여흥에 ‘소비’되는 악사의 자의식으로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강력한 신념과 리더십이 필요했다.
베토벤은 예술가를 일종의 선지자로 여겼다. 다시 말해 사회가 미처 도달하지 못한 정치적 자유를 정신적 차원에서나마 미리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그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이 점에서 베토벤은 과거의 음악가와 차별성을 지닌다. 이미 베토벤은 1793년 5월 23일 다음과 같은 짤막한 메모를 남긴 바 있다.

"할 수 있는 한 선한 일을 하고 자유를 모든 것보다 사랑하고 왕 앞에 불려가서도 결코 진리를 부인하지 말자."
(/ p.28)

베토벤은 음악에 자유와 진보를 담고자 했다. 그에 가장 적합한 장르는 교향곡이었다. 여러 악기가 무대에서 함께 소리를 내는(sym+phony) 교향곡은 이미 사회공동체를 상징하는 음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이 ‘음향적 사회’를 지배하는 질서는 주선율과 보조선율 간의 위계—마치 과거 시대의 신분질서처럼—가 아니라 조화로운 전체를 이루려는 다양한 역할의 협력과 경쟁에서 나온다. 이 ‘음향적 사회’의 목적은 ‘조화로운 전체’가 합리적인 작곡법에 의해 점점 발전하여 더 고양되고 숭고한 감정에 이르는 것이다. 이처럼 교향곡은 ‘합리적인 사회는 진보한다’는 신념의 표현이었다.
(/ p.30)

장애를 뛰어넘는 음악적 상상력. 그것이 베토벤이 운명에 맞서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고립에 대한 불안은 더 이상 음악으로 직접 소통할 수 없다는 좌절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곡이라는 간접 활동은 가능하지만, 연주라는 직접 소통은 불가능해진 절름발이 상태. 완성형 음악가였던 베토벤에게 이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으리라.
3개월 후, 베토벤은 빈 근교의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유서를 쓴다. 이 글에는 두려워하는 영혼의 떨림과 불굴의 용기가 모순을 일으키면서도 한 몸을 이루고 있다. 내면에서 벌어진 치열한 전쟁과 그 최종 결론이 바로 이 글의 주제다.
(/ p.67)

베토벤의 유서와 비슷한 예를 괴테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유명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집필 동기는 친구를 자살로 몰아간 비운의 사랑과 괴테 자신이 겪은 쓰라린 실연의 경험이었다. 만년의 괴테는 자신이 죽음의 충동에 빠져 침대맡에 비수를 놓고 잠자리에 들곤 했다고 회고한다. 그것은 “펠리칸처럼 가슴의 피를 먹여가며” 새끼를 낳는 혹독한 산고였으나 위기를 이겨내고 살아남기 위한 정신적 돌파구이기도 했다.
괴테는 거의 신들린 상태에서 이 명작을 불과 4주 만에 탈고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결국 작가 자신을 위한 치유의 과정이었다. 비록 베르테르는 죽었지만, 그의 죽음을 통해 괴테 자신은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이다. 괴테는 베르테르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것은 절망이 아닙니다. 스스로 참고 견뎌냈다는 것, 당신을 위해 스스로 몸을 바쳐 희생하겠다는 것에 대한 확신입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은 금지된 사랑이나 권총 자살 같은 자극적인 소재 때문만이 아니다. 자신의 순수한 감정에 솔직했다는 이유로 낙오자가 된 이들, 관습을 벗어난 창의적인 생각을 했다는 이유로 패배자・병자・비정상인으로 몰린 이들을 베르테르가 열렬한 어조로 변호했기 때문이다. 비인간적 관습에 억눌려 가능성을 발탁당했던 사람들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했고 열광했다. 그들은 베르테르와 함께 죽음을 겪었으며, 베르테르에게 이해받은 덕분에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베토벤의 유서와 교향곡 제2번에서 일어난 일도 그와 같다. 그가 겪은 고통과 죽음의 선언은 그의 음악을 듣는 모든 사람에게 살아갈 희망을 주는 인류애적 공감의 시작점이었다.
(/ p.94)

프라하에서 ‘불멸의 연인’을 만난 후 9개월 뒤인 1813년 4월 8일 아이가 태어났다. 어머니는 특이하게도 아기의 이름을 ‘미노나’(Minona von Stackelberg, 1813-97)라고 지었다. 생소한 이름 미노나는 오시안(Ossian, 고대 켈트족의 전설적 시인) 작품에 나오는 어느 음악가 딸의 이름이었다. 나중에 보니 이 아이는 음악에 재능이 있었고 강인한 성격이었다. 아기의 모습은 베토벤과 닮아 보였지만 어머니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행동했다. 아기의 성은 베토벤이 아니었고 어머니는 그의눈과 세상의 눈을 피하려고 했다.
베토벤의 인생에는 아내가 되었어야 할 여인의 모습이 어른거렸고 그것은 베토벤의 영혼을 집어삼켰다. 베토벤은 가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겼다. 1816년 5월 8일, 그는 빈 근교의 바덴(Baden)에서 제자 리스에게 이렇게 적었다.

“모두들 아름다운 여인을 자기 아내로 맞지만 나는 유감스럽게도 그러지 못했네.
오직 한 사람을 찾긴 했지만, 그녀를 내 것으로 할 수는 없었어.”

또 하나의 수수께끼가 1820년 1월, 베토벤의 대화 수첩에 나온다.

“단 한 번 실수를 저질렀다고 아버지에게서—과거에도 아버지였고, 지금도 아버지다—아이들을 앗아갈 수는 없다.”

평생 독신이었던 베토벤이 아버지였고 지금도 아버지라니. 이 무렵 베토벤은 이미 반미치광이 소리를 듣고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이 말도 그저 얼빠진 소리로 생각하고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베토벤 영혼의 아우성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랑을 잃고 아버지되기를 거부당한 그 사건 이래 그는 뿌리에서부터 병든 상태가 되었다. 음악만으로 족하다고 여겼던 젊은 날
의 선언은 이제 힘이 없었다. 자기를 닮은 존재를 낳는 자연적 역할에서 배제되었는데 자기를 닮은 음악 따위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쓰라린 현실 앞에 그의 뮤즈는 긴 침묵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점점 어두워지는 귀와 함께 죽음 같은 고요가 그의 영혼을 뒤덮었다.
(/ pp.311~314)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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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아동학부와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 및 동대학원에서 독일시를 전공했다. 시문학의 관점에서 예술가곡 연구를 시작하여『괴테와 발라데』(전영애 저, 서울대출판부)에 악곡 해설 파트를 집필했고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대학에서 문학과 음악의 관계 연구로 수학했다. 귀국 후에는 문학 코치(가곡 분야에서 음악가에게 시적 해석을 지원하는 전문가), 공연기획자 및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문학과 클래식 음악을 결합시켜온 그는 ‘독일가곡 페스티벌’(리더라이히), ‘괴테와 음악’ ‘문화살롱 이야기’(무지카미아) 등을 기획・코칭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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