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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른스러운 산책 : 교토라서 특별한 바람 같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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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한수희
  • 출판사 : 마루비
  • 발행 : 2018년 07월 13일
  • 쪽수 : 24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95512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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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매거진 [어라운드] 칼럼니스트 한수희 작가의 신작 에세이,
교토이기에 특별했던 바람 같은 이야기들을 따라가는
아주 어른스러운 산책길


오랫동안 매거진 [어라운드]를 통해 칼럼을 발표하며 [온전히 나답게][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와 같은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키며 자신만의 특별한 세계를 구축한 작가 한수희가 그동안의 글쓰기와는 또 다른 형식의 산문집으로 독자를 찾아왔다.

사람들은 묻는다. 교토에 가면 뭐해, 거기 뭐가 있어?
2시간이 채 못 되는 비행시간 덕분에 비행기 타는 것이 무섭지 않은 곳, 길을 잃어도 어떻게든 집까지는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공항에 도착해서도 마음이 편한 곳, 어딜 가든 바가지요금을 걱정하거나 사기꾼을 만날까 두려움에 떨 필요도 없는 곳, 숙소는 대개 깨끗하고 혼자서 밥 먹기에 좋은 식당들은 널려 있고 어느 식당에 가도 실망할 일이 드문 곳, 거리를 걷는 동안 누구도 말을 걸지 않고 누구도 관심이 없는 그래서 한없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드는 곳. 교토는 바로 그런 곳이다.
한수희 작가는 30대가 된 이후로 해마다 교토라는 도시에 간다. 익숙한 것들에서 낯선 것들이 겹쳐 보이고, 반대로 낯선 것들에서 익숙한 것들이 겹쳐 보이기도 하는 도시 교토. 그곳에서 그녀는 특별한 일을 하지 않는다. 특별한 장소에도 가지 않는다. 그저 이 도시를 산책하는데, 그럴 때는 자신과, 또는 함께 있는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마음으로 걷고 또 걷는다.
교토에서는 오래된 것들이 낡고 시대에 뒤처진 것이 아니라 시간의 힘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 인생은 매일 경이로움을 느끼기에는 너무 빨리 흘러가는데 이 오래된 도시는 그래서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거기 잠깐 멈춰. 그리고 조금 쉬도록 해.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서. 세상이 어떻게 굴러 여기까지 왔는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그리고 또 어디로 굴러갈지 한 번 보라고 말이다. 한수희 작가는 시간의 힘을 한 번 더 믿어보기 위해 교토로 떠난다. 단지 시간을 허비하기 위해서.

교토라서 특별한 바람 같은 이야기들
교토에서 홀로 있을 때 한수희 작가는 보통 걸으면서 생각을 한다. 바람 같은 생각을. 바람은 목적지 없이 그저 불어왔다가 불어갈 뿐인데, 걸으면서 하는 생각도 같다. 또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대화를 한다. 바람 같은 대화를.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들, 하지만 여기가 아니었다면 교토가 아니었다면, 과연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까.
이 책은 바로 그 바람 같은 생각과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교토의 명소에 관한 소개는 대체로 찾을 수가 없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교토와는 별 관계가 없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투병중인 엄마와 함께 걸으며 알게 된 어린 시절 은밀히 떠돌던 어른들의 세계에 대해서, 이국땅에서 만난 친구의 외로음과 비참함을 묵묵히 바라봐야 했던 것에 대해서, 우산 없이 빗속을 달리던 교토 여성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반추된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서, 그리고 이노다 커피 하우스에서 바라본 노년의 고요함과 쓸쓸함에 대해서……. 그 별의 별 이야기들은 교토가 아니었다면 할 수 없는 생각과 이야기들이었을 것이다.

“여행하는 사람은 그 장소의 진실을 볼 수 없다. 어떤 곳에 가도 그곳을 향한 시선에는 선입견과 환상이 함께 할 것이다. ..... 그렇다면 나는 그 장소에 대해서 쓸 수 없다. 그 장소를 여행하는 나 자신에 대해서 쓰는 것밖에는.”
(/ 본문 중에서)

“모든 여행기는 나 자신에게서 출발해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마치 여행이 그러하듯이.”
(/ 본문 중에서)

2년 연속 세종도서 선정, 감성 글쓰기의 절대강자, 한수희한수희는 2015년([우울할 때 반짝 리스트])과 2016년 ([온전히 나답게]) 연속으로 ‘세종도서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된 작가로서 수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 작가이다. [온전히 나답게]는 서점직원이 뽑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예스24), [우울할 때 반짝 리스트]는 네이버 포스트 ‘책덕후들이 추천한 책’(책식주의)으로 소개되면서 역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소개하고 있는 책과 영화에 대한 칼럼을 읽기 위해 매달 매거진[어라운드]가 나오기만을 학수고대한다는 독자들도 있을 만큼 그녀의 글은 공감도와 감성 모든 면에서 높은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작 [아주 어른스러운 산책]은 근사하지도 진지하지도 않은 우리 삶의 그렇고 그런 여러 이야기들을 마치 작가와 함께 산책을 하듯 조용조용 따라 읽게 하는 매력을 갖춘 작품이다. 그래서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어느새 “아 좋다. 그렇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시 삶이라는 길을 따라 걸을 수 있게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 3
빗속에서 자전거 타기 / 18
이노다의 진지한 커피 / 30
여행자의 집/ 42
제비의 기운과 기세/ 55
대학교에 갑니다/ 67
느긋한 목욕/ 81
커피를 만드는 시간/ 95
내 친구의 방/ 108
어떤 이야기/ 129
여행한 장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 145
호두나무 카페가 가르쳐준 것/ 168
엄마와 담배/ 182
우리는 모두 이 버스의 승객들/ 199
교토라는 도시에서/ 211
에필로그/ 230

본문중에서

교토는 멀지 않다. 다녀오기 힘든 곳도 아니다. 대단한 곳도, 진기한 곳도 아니다. 그저 남들이 다 가는, 이웃나라 일본의 관광명소일 뿐이다. 그런 교토를 나는 나의 도시로 만들었다. 아마 교토는 나 말고도 수십만, 또는 수백만의 자신의 도시일 것이다. 서울이, 파리가, 리스본이, 뉴욕이, 델리가 그런 것처럼.
생각해보면 이 세상의 어느 한구석에 내가 살지는 않지만 나의 도시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꽤 든든한 일이 아닌가 싶다.
(/ p.15)

친구의 방으로 돌아와 우리는 바닥에 대충 맥주와 안주를 펼쳐놓았다. 친구의 방에는 식탁뿐만 아니라 이제 피아노도 없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인천에 있는 방보다 어른스러워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른스러워진다는 건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다.
(/ p.121)

친구는 종종 말한다. “나 같은 사람이 그때 그 고생을 해보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거야.” 투자해도 종종 아무것도 얻지 못하거나 때로는 손해마저 보기 십상인 이 인생에서 우리는 쓰라린 경험에도 의미가 있다고 믿는 친구들이다. 어쨌든 친구는 인생의 3년을 원하는 곳에서 보냈다. 환상이 환상으로만 남지 않도록 용기를 내었다. 그리고 그 용기가 불러온 모든 결과들을, 외로움과 비참함까지도 감내했다. 이제 친구는 스스로에게 떳떳하다. 그걸로도 충분하다.
(/ p.125)

그해에 나는 엄마와 함께 교토에 갔다. 여러 가지로 무리해서 간 여행이었다. 문득 엄마와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혼하기 전 내가 스물여섯 살이던 해에, 엄마가 건강하던 때에, 우리는 함께 태국을 여행한 적이 있다. 나는 엄마를 미워하는 사춘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어느 밤 엄마는 그런 나 때문에 울음을 터뜨렸다.
이제 나는 서른아홉 살이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둘이다. 이번에도 엄마를 미워할까? 엄마는 나 때문에 울까? 다행히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애증의 모녀 사이가 아닌, 두 명의 아주머니가 되어 교토를 누볐다. … 우리는 매일 매일 교토의 골목들을 산책했다. 교토라는 도시에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재능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 p.130)

내가 몰랐던 일들. 어른의 일들. 그런 것에 관해서 엄마는 이제 나에게 이야기해준다. 그럴 때 나는 ‘아아, 내가 어른이 되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여전히 나에게는 그 시절 교실 한구석에서 나의 한계에 쓰라려 하던 열일곱 열여덟의 내가 남아 있는데, 이제는 이런 일을 알아도 되는 나이가 되었구나.
(/ p.139)

나에게 엄마는 그저 엄마일 뿐이었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엄마는 어떤 여자가 되어야 할지도 정하지 못한 채로 나이 들었겠구나. 지금의 나보다 더 젊은 엄마가 반장의 엄마를 바라보며 느꼈을 감정을 생각하니 나는 신기하기도 했고 슬퍼지기도 했다. 나는 그 시절 나와 반장과 반장의 엄마와 우리 엄마의 사이에 엇갈린 선들을 긋는다. 그 선들은 운명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 p.141)

그러므로 내가 쓴 여행기는 모두 나에 관한 이야기다. 그곳에서 발견한 나 자신, 내가 미처 몰랐거나 또는 모르는 체 하고 싶던 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을 빼놓고서 여행에 대해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여행기는 나 자신에게서 출발해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마치 여행이 그러하듯이.
(/ p.147)

“카페를 열고 처음 3년간은 암흑의 터널이었습니다.”
호두나무 카페의 주인은 어느 인터뷰에서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을 이해한다. 3년의 시간이 농축되어 있는 저 문장의 무게를 이해하고, 암흑의 터널이 어떤 장소인지를 이해한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이해한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을 손님 없는 카페에 앉아 마음 졸이며 보내야 했을, 하루에도 몇 번씩 포기해야 할지 계속 버텨야 할지를 가늠했을 시간을 이해한다. …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라에서 돌아오고 몇 년 후에 나는 카페를 차렸다가 2년이 채 못 되어서 문을 닫았다.
(/ p.177)

꼭 장사가 아니더라도, 어떤 일을 하건 그 일은 처음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초라할 것이다. 가끔은, 아니 꽤 자주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을 느낄 것이고, 아무리 해도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들을 견뎌내야 한다. 아니, 무언가를 한다는 건 그런 일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 p.180)

아이는 자라면서 마음속에 여러 개의 상자를 만들어 둔다. 그 상자들은 대개 열쇠로 굳게 잠겨 있다. 상자에 든 건 어른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당사자인 아이에게는 존재를 뒤흔들 정도로 비밀스럽고 고통스러운 경험과 감정들이다. 차마 다시 열어보지 못하고 열쇠로 잠가 꽁꽁 묶어둘 수밖에 없는 것들. 나는 나쁜 아이일까. 나는 구제불능일까. 나는 태어나서는 안 됐던 걸까. 그 상자는 자라서 어른이 된 뒤에도 마음 속 깊은 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 난파한 배에서 그대로 수장된 바닷속 보물들처럼.
엄마가 한 그 말 한 마디에 상자 하나가 열리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무려 30년이나 묵은 상자였다.
(/ p.194)

나의 아이들은 나를 어떤 식으로 미워하게 될까. 두려운 동시에 기대도 된다. 그 아이들이 우리를 미워할 수 있다면, 그 미움을 건강하게 처리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다면, 그 아이들은 비로소 부모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다들 그런 식으로 어른이 되는 법이니까.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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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10종
판매수 3,769권

1978년 12월 진해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영화학을 전공하고 잡지사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와 <온전히 나답게>,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아주 어른스러운 산책>,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등의 책을 썼으며 매거진에서 8년째 책과 영화에 대한 산문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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