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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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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류시화
  • 출판사 : 연금술사
  • 발행 : 2018년 07월 30일
  • 쪽수 : 35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6686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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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천사의 실수로
세상의 바보들이 한 마을에 모여 살게 되었다


우화는 두 천사 이야기로 시작된다.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며 지혜로운 자는 줄고 어리석은 자가 나날이 늘어나는 것이 걱정된 신은 두 천사를 불렀다. 그중 한 천사에게 지상에 내려가 지혜로운 영혼들을 모두 모아 마을과 도시들에 고루 떨어뜨리라고 말했다. 두 번째 천사에게는 지상에 있는 어리석은 영혼들을 전부 자루에 담아 데려오라고 일렀다. 지혜로운 영혼으로 바로잡아 다시 세상에 내려보내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 천사는 임무를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지혜로운 영혼들의 숫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을 각각의 장소에 고르게 옮겨 놓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천사는 어느 곳을 가든 어리석은 영혼이 셀 수 없이 많았으며, 자루에 넣으려 하면 몹시 저항하며 발버둥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자루가 가득 차자 천사는 신이 있는 곳으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거대한 자루를 메고 하늘을 날기란 쉽지 않았다. 산 정상을 가까스로 넘는 순간 천사는 자루의 무게 때문에 날개의 통제력을 잃고 휘청거렸고, 키 큰 소나무의 뾰족한 솔잎에 찔려 자루 밑이 찢어지고 말았다. 그 순간 자루 안에 있던 영혼들이 일제히 쏟아져 산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그렇게 해서 세상의 모든 바보들이 한 장소에 모여 살게 되었다.

출판사 서평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다고 믿는
‘바보들의 마을, 헤움’에서 일어난 기발하고 엉뚱한 일들
세상에 대한 유쾌한 풍자와 은유


영웅 신화와 우화의 차이는 전자가 고난을 극복해 자신과 세계를 구원하는 영웅의 이야기인 반면에, 후자는 인생의 문제에 타협하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지혜라고 믿는 보편적인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영웅과 바보 둘 다를 내면에 지니고 여행한다. 영웅은 역경을 싸워서 물리치지만, 바보는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시련을 희화시켜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영웅이 특정한 사람이 아닌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모습이듯, 머리를 긁적이는 바보 역시 우리 안의 일부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는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주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생각들과 달리 이야기는 살아 있는 언어이다. 이야기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우리가 자랑하는 삶의 이면을 거울 비추듯 보여 준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순수함, 어리석음, 그리고 논리적인 비논리 속에 우리가 사는 사회를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어처구니없는 전개의 어처구니없음을 잃지 않도록 끝까지 정성스럽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세상의 바보들이 한 장소에 모여 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손목에 묶은 붉은색 끈이 사라지자 자신을 찾아 헤매는 빵장수, 다른 도시로 여행을 떠났으나 도중에 방향을 잘못 잡아 자기가 사는 마을로 돌아와서는 그곳이 자기 마을과 꼭 닮은 다른 도시라고 믿는 구두 수선공, 실수로 창문을 만들지 않은 캄캄한 교회당을 밝히기 위해 손바닥으로 햇빛을 나르는 신도들, 해시계가 눈비에 손상될 것을 염려해 큰 지붕을 만들어 하늘을 가리는 사람들, 진실을 구입하러 다른 도시에 갔다가 속아서 구린내 나는 오물을 한 통 사 가지고 와서는 ‘진실은 구리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 자신들이 지어낸 행운의 우물에 대한 거짓말을 반복하다 결국 스스로 그것을 진실이라 믿게 되는 사람들.......

최근의 어떤 우화집보다 이채로운 [인생 우화]는 우화가 주는 재미와 의미를 새삼 느끼게 한다. 군더더기 없는 구성과 담백한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지만 어느덧 우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영화 속 인물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독자의 허를 찌르는 결말들은 우리 안의 바보가 어떤 엉뚱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그래서 어떻게 더 많은 문제를 만드는지 보여 준다. 주인공들은 현명한 체하나 모두 바보이고 거의 늘 틀리지만 그 어리석음 또한 그들의 존재 방식이다. 어떻게 당신은 당신을 꼭 닮은 그들을 부인할 수 있는가?

우화 속 마을 헤움은 지리적으로 실존하는 장소가 아니라 상상 속 장소이며, 이야기들은 특정한 시대가 아닌 어느 시대에나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하지만 상상 속 마을이라고 해도 다양한 인물들이 머리를 긁적이며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며, 그 결론은 예외 없이 재미있고, 그런 점에서 어떤 실제 장소보다 매력적이다.

시인이 들려주는 폴란드 헤움 마을 우화
인생을 우화로 풀어낸
[자기 집으로 여행을 떠난 남자] 등 45편 수록


이 우화집은 17세기부터 동유럽에서 구전되어 내려온 짧은 이야기들에서 소재를 빌려와 작가가 기승전결을 갖춘 내용으로 재창작한 우화들과, 그 이야기들에 영감을 받아 작가 자신이 창작한 우화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화가 펼쳐지는 무대는 폴란드 남동부의 작은 마을 헤움이다.

우화는 이 세계를 이야기하기 위해 또 다른 세계를 불러온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독자를 상상의 이야기 속으로 안내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진실에 곧바로 가닿기란 어려운 일이다. 직접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대립과 다툼을 낳는다. 독특한 주인공들로 하여금 우리 대신 말하고, 행동하고, 문제를 해결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웃고 즐기지만, 책을 덮고 나면 무엇인가 당혹스럽다. 그들을 통해 어김없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게 읽히지만 마음에 남는 파문은 크다. 우리를 흔들어 깨우는 작가의 노련함이 엿보인다.

작가의 말에 이솝 우화를 새로 쓴 17세기 프랑스 시인 라 퐁텐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모든 인간은 우화적 세계 속에 태어나며, 따라서 우화적 세계 속에서 사유한다. 그런 만큼 어떤 시대를 지배했던 우화 구조를 이해하면 그 시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라 퐁텐은 대표작 [우화 시집]에 이렇게 썼다.
"우화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직설적인 설교는 지루하지만 이야기와 함께라면 쉽게 받아들인다. 교훈을 위한 교훈은 재미가 없다. 이런 이유로 자신의 생각에 재미를 더해서 유명한 작가들이 우화를 쓰는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은 이런 의문을 갖는다. ‘이곳은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일까? 왜 사람들은 이토록 자연스럽게 어리석을까?’ 그 물음과 정직하게 마주하면서 왜곡 거울처럼 현실 속 이야기를 비틀어 보여 주는 것이 이 우화집이다. 그 비틀어진 상 속에서 뜻밖의 우리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회를, 그리고 자신을.

오랜만에 우화 읽는 재미를 선물하는
류시화 시인의 신작 우화집
"인생의 조언이 필요하세요? 바보들의 마을, 헤움으로 오세요."
독특한 그림, 개성 뚜렷한 주인공들, 의미 가득한 이야기


세상의 바보들이 한 마을에 모여 살게 되었다는 발상부터 신선하다. 그러나 이 우화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 참신한 발상에 이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전개이다. 현대 우화가 빠지기 쉬운 시니컬한 냉소는 찾아볼 수 없으며, 눈치채지 않게 현실에 대한 풍자를 녹여내는 재주가 뛰어나다. 훔쳐 갈 것이 없기 때문에 도둑이 없는 마을, 빵장수와 마부와 여인숙 주인과 구두 수선공을 망라한 개성적인 주인공들, 그리고 공동체에 위기가 닥치자 ‘위기’라는 단어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현자들...... 우리가 주변에서 만나는 일상적인 사람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우화를 읽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인공 옆집에 사는 이웃처럼 느껴진다. 여러 주제가 어우러진 45편의 우화를 다 읽고 나면 그동안 우리에게 우화에 대한 갈구가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독특한 그림, 기발하고 엉뚱한 이야기 뒤에 숨은 의미. 마치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인간 희극과 같은 이야기들은 지금까지 류시화의 글들이 그러했듯 여기서도 인간과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인터넷에 발표했다면 당연히 ‘즐겨찾기’해 놓을 우화들이다.

"나는 때때로 이런 우화를 쓰고 싶었다. 내가 몸담고 살아가는 세상의 엉뚱한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작가의 말' 중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엉뚱하게 전개되는, 그래서 더 파문이 큰 이야기들 속에 인간 세상의 문제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사색이 숨어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힘은 말하지 않는데 있다. 작가는 우화들에 담긴 의미를 미리 보여 주고, 앞서 말해 주지 않는다. 그저 잠 못 이루는 독자에게 읽어 주듯 어느 마을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들려준다. 그러면 독자는 잠들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 우화 속 마을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독자들이 각각의 우화들에 담긴 의미를 이야기 말미에 한두 줄씩 적어 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이 45편의 우화들로 돌아와 그 의미를 되새겨 보라고. 또한 어리거나 사춘기의 학생들에도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우화는 세대와 언어를 초월해 어떤 진실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인간 존재의 넓고 깊은 심리 분석을 통하지 않고도 짧은 우화 한 편이 많은 것을 사색하게 한다. 인생을 우화로 이해하는 것은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일이다.

저자는 "우화는 픽션이 아니라 진실이다."라고 단언한다.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한 만큼 각각의 우화마다 서로의 색깔이 하나로 엮어져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섬세한 감성과 언어 감각, 이야기들 속에 감춘 은유가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지금까지의 우화들과 사뭇 다른 신선감을 선사한다.

좋은 우화가 그렇듯, [인생 우화]는 인간 군상을 묘사하면서 독자에게 숙제를 남긴다. 자, 여기 바보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좀더 가까이 와서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보라. 그리고 그 사람들 속에서 당신 자신을 찾아보라.

책을 펼쳐 드는 것은 필시 지은이에 대한 믿음에서다. 수식어가 필요 없는 작가. ‘글이 우리의 영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충실하며 지속적인 집필 작업으로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저자. 시와 산문과 여행기, 명상서적 번역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며 독자적인 세계를 추구해 온 류시화의 신작 우화집. 시적 상상력과 현실이 만나 오랜만에 우화 읽는 재미를 선물한다.

[줄거리]

[제발 내가 나라는 증거를 말해 주세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사로잡혀 있던 빵장수 헤르셸은 공중 목욕탕에서 옷을 다 벗는 순간 자신이 누구인지, 빵장수인지 지붕 수리공인지 혼동될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목욕탕에 갈 때마다 손목에 붉은색 끈을 묶는다. 그런데 몸을 씻다가 그 끈이 벗겨지고 다른 남자의 손목에서 그것과 똑같은 붉은색 끈을 발견한 그는 극심한 공포에 휩싸인다. 그 남자가 자신이 되고, 자신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자기 집으로 여행을 떠난 남자]
언제나 다른 도시와 장소를 꿈꾸던 신발 수선공 슐로모는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바르샤바를 향해 여행을 떠난다. 쉬지 않고 몇 시간을 걸은 끝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두 갈래 길에 이른 그는 방향을 혼동하지 않기 위해 바르샤바 쪽으로 향하게 신발을 벗어놓은 뒤 잠시 낮잠을 잔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남자가 길 가운데 놓인 신발을 보고 자기가 신으려고 집어 들었다가 깔창 냄새에 놀라 바닥에 집어던지고, 공교롭게도 신발코가 헤움을 향하게 된다. 잠을 깬 슐로모는 신발이 그대로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본인의 영리함을 칭찬하며 다시 바르샤바로 향하는데......

[하늘에서 내리는 나무]
여러 달 동안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극심한 가뭄이 이어져 강은 바닥을 드러내고 우물물도 떨어져 갔다. 텃밭은 시들고 새와 동물들도 갈증에 허덕였다. 걱정이 된 사람들이 마을의 최고 현자에게 달려가 가뭄을 해결할 방법을 묻자, 현자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마을 사람들을 숲으로 데려가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해시계를 해에게 보여 주지 않는 이유]
근처의 상업 도시로 출장을 갔다가 돌아온 의회 대표 베렉이 그 도시 시청 벽에 걸린 해시계에 대해 이야기하자, 사람들은 전문 목수를 고용해 마을 최초의 해시계를 제작한다. 그런데 우기가 시작되어 광장에 설치한 해시계가 진흙 웅덩이 속에 서 있게 되자 의회의 현자들은 해시계 위에 지붕을 설치하기로 결정한다.

[아무리 사실이라 해도 말해선 안 되는 것]
메노라 촛대는 유대교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일곱 개의 초를 꽂을 수 있게 일곱 갈래의 쇳대로 되어 있다. 12월 어느 저녁, 두 명의 헤움 사람이 근처 도시에 다녀오는 길에 밭둑에서 밝게 빛나는 물체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신이 직접 던져 주신 메노라 촛대라고 여겨 주워 온다. 랍비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그 신성한 물건을 회당에 모시고 예배를 드릴 때, 옆 마을 농부가 달려와 그것이 자신의 건초용 쇠스랑이라고 주장하는데......

[아흔 마리의 비둘기와 동거 중인 남자]
은퇴한 대장장이 아하브가 이혼을 굳게 결심하는데, 이유인즉슨 아내가 아무 설명도 없이 방 안에 염소 두 마리를, 그 다음엔 소 한 마리를, 또 며칠 뒤엔 말과 망아지를 데리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지독한 냄새 때문에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결혼 생활을 청산하기로 마음먹은 그에게 마을의 랍비가 일단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라고 조언하자 아하브는 화들짝 놀라며 절대로 창문을 열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유인즉슨......

[바보들의 인생 수업]
말과 마차를 보관하는 마을의 공동 헛간에 화재가 발생했다. 짚더미에 불이 붙어 벽이 무너져 내리고 동물들이 불길과 연기에 갇혀 울부짖었다. 마을의 정치 지도자 마젤은 불이 날뛰지 못하도록 새 짚을 가져다 덮으라고 독려한다. 그러나 새 짚에 불이 붙어 불길이 더 세지자 마젤은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더 많은 짚을 가져다 덮으라고 지시한다. 결국 불꽃이 사방으로 번져 인접한 여관과 오두막들까지 화염에 휩싸이는데......

[진실은 구리다]
자신들만의 진실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헤움 사람들은 마부를 고용해 진실을 사러 근처 도시로 보낸다. 도중에 한 여관에 묵게 된 마부는 여관 주인의 꾀에 넘어가 은화 500개라는 거금을 주고 진실이 철철 넘치게 담긴 커다란 항아리를 구입해 돌아온다. 마을 사람들은 광장에서 성대한 환영식을 열어 진실 항아리를 맞이해 다같이 뚜껑을 여는데......

[조언이 필요하세요? 헤움으로 오세요]
회당을 관리하는 회당지기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매일 새벽 동트기 전에 어두운 골목길을 돌며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기도 시간에 늦지 않도록 사람들을 깨우는 일이다. 12월 새벽, 골목을 돌던 회당지기는 진흙 웅덩이에 두 다리가 빠져 종아리까지 잠겼다. 빠져나오려고 움직일수록 진흙이 두 다리를 움켜잡는다. 의회의 현자들은 그를 구출하기 위해 그가 정확히 몇 시에 회당을 나섰는지, 어느 방향에서 진흙 웅덩이를 향해 걸어왔는지, 왜 다른 웅덩이들은 피했으면서 이 웅덩이에는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웅덩이가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혹은 이것이 신의 뜻은 아닌지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데, 그러는 사이 혹독한 추위 속에 웅덩이는 꽁꽁 얼어붙고......

[완벽한 결혼식에 빠진 것]
헤움의 보석상이 대도시의 부유한 은행가 집안에 딸을 시집 보내게 되었다. 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붓감이고 믿는 보석상 부부는 딸을 영화배우보다 예쁘게 보이기 위해 웨딩드레스와 면사포를 도시의 값비싼 의상실에서 특별히 맞췄다. 헤움 역사상 가장 많은 손님이 초대되고, 일급 요리사들도 큰 도시에서 데려오고, 결혼 케이크까지 이웃 나라에서 직송했다. 드디어 결혼식 날, 신랑 측 사람들은 자신들의 우월함을 보여 주기 위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맞춘 고급 의상을 입고 바르샤바의 귀족이 사는 궁전에서 빌린 마차를 타고서 파리에서 산 선물들을 싣고 나타나는데, 순간 중요한 무언가가 빠졌음을 깨닫는다!

[썩은 이를 놓고 벌이는 대결]
자신의 머리만 믿고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이그나츠. 자신의 머릿속에서 들리는 ‘이그나츠, 네가 더 잘 알잖아. 네 생각이 옳아.’ 하는 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 그의 유일한 경쟁자는 마을의 랍비. 어느 날 이그나츠는 극심한 치통으로 고생하다가 부은 볼을 하고 랍비를 찾아간다. 상태를 살펴본 랍비는 얼른 이웃 도시의 치과의사를 찾아가라고 조언하지만, 그는 랍비를 제외하고는 세상 누구도 신뢰할 수 없기에 치과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버틴다. 결국 랍비는 이그나츠의 성화에 못이겨 썩은 치아를 뽑아 주기로 하고 어느 것이 아픈 치아인지 묻는데, 이그나츠는 자기보다 머리가 좋다면 썩은 이를 알아맞춰 보라고 도전장을 내민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위기 대처법]
여름이 오자 장마가 시작되고, 다른 해와 비슷한 장마여서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나 밤 사이 강둑이 무너지고 홍수가 밀려왔다. 모두가 황급히 집의 다락이나 지붕으로 대피했다. 즉시 마을 회관 다락방에 의회를 소집한 마을 대표는 갈증으로 죽어 가고 농사조차 짓지 못하는 이들을 생각하면 자신들은 신의 축복을 받은 것이라 주장한다. 사람들이 위기 상황이라며 불안해하자 그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기’라는 단어 사용을 법으로 금지시키는데......

[흔하디흔한 생선 가게에 생긴 일]
생선 장수 모트케는 대도시에서는 모든 가게가 판매 품목을 광고하는 간판을 밖에 내건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지 않아도 장사가 시원찮아 고민하던 그는 '매일 신선한 생선 판매’라는 간판을 내건다. 그러자 지나가는 사람마다 과장 광고다, 생선가게에서 굳이 생선을 판다고 광고해야 하느냐, 비린내가 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고 지적한다. 상심한 모트케는 간판을 떼고 랍비를 찾아가 조언을 청하는데......

[전염병 미해결 사건]
비극적인 전염병이 유행하자 해결책을 찾던 사람들은 기도로 전염병을 물리치기로 의견을 모으고 아침 기도 모임을 갖기로 한다. 추운 새벽, 사람들을 깨우러 다니다 얼어죽을 뻔한 회당지기는 양가죽 코트를 지급받는다. 그러나 그동안 유일하게 양가죽 코트를 입고 일한 야간 경비원의 항의로 코트를 뒤집어 입고 다니자 개들이 늑대로 혼동해 공격한다. 또다시 회당지기의 안전을 위해 의회는 말을 한 마리 제공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단추 한 개]
헤움 사람들 대부분이 우물에서 직접 물을 길어다 먹기 때문에 수입이 거의 없는 물장수 페이샤흐는 아내와 다섯 자녀를 데리고 손바닥만한 집에서 산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늘 웃음꽃을 피운다. 어느 날 닭을 한 마리 팔아 여분의 돈이 생기자 작년에 셔츠에서 떨어져 나간 단추를 사기 위해 페이샤흐는 가족 모두를 데리고 근처 도시로 갔다. 그런데 옷가게 점원은 단추 하나만 바꾸면 그것만 새것으로 빛나 이상하게 보일 거라며 단추를 모조리 바꿀 것을 권하고, 곧이어 셔츠가 단추를 꿰맬 수 없을 만큼 낡았음을 알아차리고 새 셔츠를 추천한 후, 이번에는 너무 낡은 바지가 어울리지 않는다며 새 바지를 가져오는데......

목차

프롤로그 - 잘못은 천사에게
제발 내가 나라는 증거를 말해 주세요
자기 집으로 여행을 떠난 남자
하늘에서 내리는 나무
해시계를 해에게 보여 주지 않는 이유
정의를 구합니다
아무리 사실이라 해도 말해선 안 되는 것
전염병 미해결 사건
대신 걱정해 주는 사람
시인의 마을
누구를 살릴까요?
단추 한 개
진실을 말할 때 우리가 하는 거짓말
천국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모두가 교수인 마을
내 입장이 돼 봐
아흔 마리 비둘기와 동거 중인 남자
메시아를 기다리며
병원에서 살아남기
바보들의 인생 수업
이번 생에는 빈자, 다음 생에는 부자
햇빛 옮기기
진실은 구리다
고독한 천사에 관한 우화
세상의 참견쟁이들
바보도 아는 질문, 천재도 모르는 답
완벽한 결혼식에 빠진 것
부탁을 하러 온 게 아닙니다
이 돌은 왜 여기 있을까?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 이야기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
무엇을 보고 싶으신가요?
조언이 필요하세요? 헤움으로 오세요
나한테는 내가 안 보여
썩은 이를 놓고 벌이는 대결
세상에서 가장 쉬운 위기 대처법
별것 아니지만, 꼭 있었으면 하는 끈
흔하디흔한 생선 가게에 생긴 일
옷을 입힌 여자와 옷을 입어 본 남자
이곳에 없는 것이 그곳에 있다
하루 단어 사용량
신마저도 도울 수 없는 사람
지혜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
무슨 설교를 할지 우리가 더 잘 알아요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는 법

부록- 어처구니없는 세상에서 헤움 식으로 살아가기
작가의 말-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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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1958~
출생지 충북 옥천
출간도서 19종
판매수 216,673권

시인.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한동안 시 창작을 접고 인도, 네팔, 티베트 등지를 여행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오쇼,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바바 하리 다스, 달라이 라마, 틱낫한, 무닌드라 등 영적 스승들의 책을 번역 소개하는 한편 서울과 인도를 오가며 생활해 왔다.

1991년 첫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1996년 두 번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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