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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대, 다양한 지역에서 종교개혁을 감행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과정을 통해 혁신적이자 보수적이며, 해방의 기회이자 통제의 순간이었던 종교개혁의 복합적이고 역설적인 성격을 탐구한다.

1부 여성, 종교개혁과 직면하다 32
1장 마리 당티에르, 앞장서다 34
1. “읽고 판단하라” 36
2. 투르네의 수녀원에서 주네브주네브의 선술집까지 : 마리 당티에르의 생애 41
3. 『편지』를 통해 본 마리 당티에르의 종교개혁 51
4. ‘비천한 사람들을 통해 드러나는 진실’ 61
5. 영적 자유를 향하여 70
2장. 잔 드 쥐시, 저항하다 74
1. 수녀원, 그 이중적 공간 74
2. 잔 드 쥐시와 성 클라라 수녀원 79
3. 잔 드 쥐시의 『연대기』와 여성의 역사 서술 85
4. 수녀의 눈으로 본 종교개혁 93
5. 마리 당티에르와 잔 드 쥐시: 차이점과 공통점 107

2부 종교개혁과 새로운 가정 112
3장. 주네브 여성들, 이혼하다 116
1. 종교개혁, 이혼제도를 도입하다 116
2. 16세기 주네브의 이혼 사유와 절차 121
3. 1550년 컨시스토리 회의록 분석 128
4. 1555년 컨시스토리 회의록 분석 144
5. 이혼의 세 얼굴 155
4장. 샤를로트 아르발레스트, 전위에 서다 162
1. 『모르네모르네 부인의 회고록』 162
2. 생 바르텔르미 대학살과 위그노 정체성의 형성 172
3. 아르발레스트와 새로운 가정 182
4. 동지적 부부애의 실천 : 퐁텐블로 논쟁 196
5. 또 다른 아르발레스트를 기다리며 206

3부 16세기 여성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법 210
5장. 왕비 마르고, 역사와 기억 사이 216
1. ‘왕비 마르고’의 탄생 216
2.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의 생애 221
3. 발루아의 진주에서 정욕의 화신으로: 동시대인이 본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 232
4. 흑색 전설의 성장과 계승: 17-19세기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에 대한 인식 변화 242
5. ‘타자’의 이름 257
6장.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 가면과 실체 사이 262
1. 가면무도회 262
2.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 『회고록』의 내용 및 쟁점들 267
3. ‘성적 명성’의 관리 282
4. 새로운 연대의 창출 294
5. 특별한 만큼 평범한 304

에필로그 310
참고 문헌 317
찾아보기 328

책의 개요
유럽인들에게 종교개혁이란 어떤 사건이었을까? 16-17세기는 유럽에서 진정한 의미의 종교적 대각성의 시대이기도 했다.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나아가 프로테스탄트 내 수없이 다양한 교파가 등장하면서 분열된 교회는 자신들이 지닌 종교적 정체성을 신도들에게 교육할 절실한 필요를 느꼈다. 중세시대 그리스도교라는 외형 아래 혼재되었던 이질적 종교관행이나 실천양식은 점차 정화되었고, 가톨릭 신도로, 루터파 교도로, 또는 칼뱅파 교인으로 사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엘리트층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던 것이다. 종교개혁의 영향력은 유럽을 넘어서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첫 번째로, 종교개혁은 여성 교육의 이정표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성 교육에 대한 인식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존재했지만, 귀족여성이 아닌 모든 여성을 교육 대상으로 본 것은 종교개혁가들의 공로였다. 성경을 신앙생활의 핵심으로 여겼던 종교개혁 진영에서는 신분의 고하와 성별을 막론하고 최소한 성경을 읽을 정도의 교육을 필요로 했다. 그 결과 지위가 낮은 여성들에게도 기본적인 교육의 기회가 마련되었고, 이를 위한 학교가 설립되었다.
두 번째로 중세 시대 결혼에 대한 혐오감정을 극복하고 결혼과 가정을 긍정적으로 승인하며 나아가 찬양하는 시각이 등장했다는 점은 종교개혁이 남긴 가장 발전적인 변화라고 평가된다. 오즈먼트와 더글라스 등은 루터와 칼뱅의 저작이나 종교개혁이 파급된 도시에서 제정한 결혼법령 속에 담긴 새로운 신학을 분석하면서, 종교개혁을 통해 결혼은 바람직하고 인간 사회에 유익한 제도로 다시 복원되었다고 지적했다. 종교적 성취를 위해 독신을 지키는 삶을 이상적으로 보았던 가톨릭 전통에서 결혼은 외형적으로는 ‘성사’라 신성시되었지만, 일반적으로 성적 유혹을 견디기 힘든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일종의 ‘차악(lesser evil)’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종교개혁가들은 수도원적 관점을 극복하고 결혼은 신이 만든 제도로서 인간을 이롭게 하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하며 결혼의 의미를 격상시켰다.
종교개혁이 여성의 삶에 공헌했다는 세 번째 논점은, 종교개혁을 통해 가정은 사회의 기본이 되는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고, 가정 내 여성의 역할을 신이 내린 신성한 임무로 여겼다는 점이다. 사실 가정이라는 공간은 결혼을 부정적으로 본 중세 시대에는 학문적 담론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종교개혁 시대 결혼이 재평가되고 가정교육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가정생활과 부부의 역할이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