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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해 꺼지지 않은 달의 이야기 (큰글씨책)

원제 : Голый год / Повесть непогашённой лун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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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벌거벗은 해≫는 혁명이 낳은 러시아 사회상을 추적한다. 혁신적이고 대담한 표현 양식은 ‘필냐크류’라는 말을 낳으며 필냐크의 명성을 드높였다. ≪꺼지지 않은 달의 이야기≫는 적군 사령관 미하일 프룬제의 죽음을 다룬다. 민감한 소문을 소재로 쓴 탓에 소비에트 당국의 미움을 샀다. 필냐크의 운명을 뒤바꾼 두 작품을 함께 만나 보자.

    출판사 서평

    지식을만드는지식 큰글씨책은 약시나 노안으로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를 위해 만든 책입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의 책은 모두 큰글씨책으로 제작됩니다

    ≪벌거벗은 해≫는 소설적 테크닉의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혁신적인 작품이다. 예술적 구조는 전통적인 주제 라인을 따르지 않고 각 이야기 사이에서 차라리 음악적 대위법의 원칙에 따라 상호 작용하는 에피소드,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발췌들이 모자이크를 이룬다. 비록 작가가 이질적인 요소들을 모아 놓음으로써 혼란을 창조하지만, 사실 외견상 관계없는 에피소드와 연속되는 부적절한 여담은, 그러나 이미 잘 예정해 놓은 전체 속으로 빠져든다.
    혁명이 낳은 사회상을 추적하지만 어느 한 주인공을 통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독자들 앞에 도시와 그 주변의 여러 문화적 면모를 반영하는 동등한 인물들이 지나갈 뿐이다. 그들은 평범한 근무자들, 가죽점퍼를 입은 볼셰비키, 파괴된 귀족 둥지의 거주자들, 정처를 잃은 귀족의 후예들, 종교 대표들, 무정부주의자 공동체의 성원, 분리주의자, 주술사, 식량을 찾아 떠도는 민초들로,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 나름대로 혁명을 겪는 방식이다.
    필냐크는 혁명을 단순한 사회적 격변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러시아 토양에서 고통을 받으면서도 억제되지 않고 유지되어 온 분리주의ᐨ이교적 요소들, 라진과 푸가초프의 난에서 발현된 저항적이고 위풍당당하고 무정부주의적인 농민들의 힘의 분출로 본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러시아 혁명과 그 동력으로서의 볼셰비즘의 근원은 널리 확산되어 있던 계급적 경향이나 유럽적 마르크시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지한 민중의 파멸적이지만 정화력을 가진, 난잡함을 특징으로 하는 아주 오랜 본능의 에너지에 있는 것이다. 즉 혁명은 페테르부르크로 대표되는 지식ᐨ귀족 문화에 울린 조종인 동시에 표트르 1세 이래 유럽 문명의 무게에 눌려 있던 모스크바로 상징되는 러시아의 해방 또는 부활인 셈이다. ≪벌거벗은 해≫ 덕에 필냐크는 문학적으로 특별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러한 혁명에 대한 낭만적 견해는 소비에트 당국과의 힘든 관계 속으로 서서히 밀어 넣기 시작한다.
    1926년 출판된 ≪꺼지지 않은 달의 이야기≫는 적군 사령관 미하일 프룬제의 죽음에 대한 소문을 다룬다. 수술이 불필요했지만, 스탈린의 지시에 따라 위암 제거 수술을 받다가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데 거기에 어떤 음모가 개입되어 있는지 모른다는 소문이다. 작품에서 스탈린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으나, 동시대인들은 용모와 배경 묘사를 통해 유추할 수 있었다. 필냐크는 여기에 혁명 조직에 고유한 잔혹한 규율, 즉 체제의 메커니즘에서 배태된 개인 숭배를 처음으로 묘사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주제를 다룬 탓에 작품이 실린 잡지 ≪신세계≫는 발행 후 즉시 몰수되었다. 필냐크는 잡지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서한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속에서 단지 조심성이 부족했다는 점만을 인정하고, 작품 속에 은연 중 비친 비난을 둘러싸고 쇄도한 비난에 대해서는 아무런 후회를 내비치지 않았다. 필냐크가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마치 당대 러시아가 국가, 사회, 조직의 규칙이 윤리와 상식을 찍어 누르는 모순된 오늘날과 너무도 닮아 있었던 것은 아닐까?

    목차

    벌거벗은 해
    꺼지지 않은 달의 이야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본문중에서

    “러시아. 혁명. 그래요. 쑥 냄새가 납니다. 생명수일까요 또는 죽음의 물일까요? 그래요…!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까요? 어찌할 바를 모르는 걸까요? 네…. 생명수와 죽음의 물에 대한 러시아 동화를 기억해 보세요. 바보 이바누시카는 모든 것을 다 잃었어요,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는 죽을 수도 없었어요. 그러나 바보 이바누시카는 승리했습니다, 왜냐하면 진실이 그와 함께했기 때문이죠. 진실과 허위가 싸우면 모든 허위는 소멸할 겁니다. 모든 동화는 슬픔, 두려움 그리고 허위와 함께 시작하고 진실의 승리와 함께 끝나죠. 돌아보세요. 러시아는 지금 동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동화는 민중이 만들어 내는 거죠. 혁명도 민중이 수행하는 겁니다. 혁명은 동화처럼 시작했어요. 기아와 죽음이 동화에 나오는 것 같지 않나요? 도시들이 17세기로 돌아가며 죽어 가는 것이 동화에 나오는 것 같지 않나요? 공장들이 다시 일어서고 있는 것이 동화 같지 않나요? 주위를 돌아보세요. 모든 것이 동화 같습니다. 쑥 냄새가 나지요, 왜냐하면 동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우리 두 사람도, 동화 속에서 살아요, 당신의 손에서 쑥 냄새가 나는군요!”
    (/pp.164~165, ‘벌거벗은 해’)

    포포프는 바스락거리는 새벽녘의 차가운 정적을 뚫고 집으로 갔다. 그는 간선 도로를 따라가지 않고 벼랑 쪽으로 나있는 이면 도로로 나왔다. 그 벼랑 뒤 강 건너에는 광활한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거기 눈 내린 지평선 위 푸른 어둠 속에서 달이 죽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동쪽 하늘은 붉은 자줏빛으로 차갑게 타올랐다. 포포프는 들을 가로질러 도시로 돌아가기 위해 강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의 뒤에서 동쪽 하늘이 타올랐다. 가브릴로프는 그 순간 창가에 서서 강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포포프를 보았을까? 욕실 창 앞에 환자복을 입고 한 사람, 오레호보주옙스키 공장의 직공이, 그 이름이 전쟁의 전설, 그의 등 뒤에 서 있는 수천, 수만, 수십만 명의 전설, 수천, 수만, 수십만 명의 죽음, 고통, 불구되기, 추위, 기아, 살얼음과 무더위 속의 행군에 대한 전설, 천둥소리 같은 포성, 탄환이 날아가는 소리와 밤바람 소리, 행군, 승리와 도주, 다시 수천 명의 사람과 죽음에 대한 전설로 둘러싸인 그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사람은 뒷짐을 진 채 욕실에 못 박힌 듯 서서 하늘을 바라보다가 팔을 쭉 뻗어 습기 맺힌 유리에 ‘죽음, 관장, comme il faut 하지 않은’이라고 썼다. 그리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pp.395~396, ‘꺼지지 않은 달의 이야기’)

    저자소개

    보리스 필냐크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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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5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를 졸업했으며,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 슬라브 어문학부에서 문학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외국어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논문으로 초기 소비에트의 문학정책, 유리 뜨리포노프의 교환 : 일상적 삶으로서의 교환 등이 있으며, 역서 세계 단편 문학 걸작선(1998, 러시아 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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