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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밥은 어디서 왔을까 : 공선옥 음식 에세이[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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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밥은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자 사랑이다!

공선옥의 음식 에세이 『그 밥은 어디서 왔을까』. 2008년 5월 《행복한 만찬》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와 10년 만에 다시 제목을 바꾸고 가지와 오이를 추가해 다시 펴낸 것으로, 자연에서 자란 푸근푸근한 먹거리 이야기로 마음의 허기까지 채우는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단순한 먹거리만의 이야기가 아닌 자식을 먹이고 키우는 어미의 고된 한해살이를 엿볼 수 있다. 저자가 먹고 자란 유년 시절의 스물여덟 가지 음식 에피소드를, 딸 나혜원 작가가 추억의 사진첩을 열어보듯이 섬세한 수채화로 푸근하고 잔잔하게 그려냈다. 그림 속 선옥이를 찾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출판사 서평

소설가 공선옥이 들려주는 달콤 쌉싸름한 음식 에세이

먹는 것이 생존과 직결되던 절박한 시대를 지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온갖 먹거리의 향연이 펼쳐지는 세상에서, 왜 우리는 뜬금없이 소박한 엄마 밥상이 그리워질까. 다소 투박하고 거칠지만 생명이 담긴 밥상, 아이의 몸과 마음을 푸근히 채우려는 엄마의 의지가 담긴 밥상이 그립고 그립다. 잘 먹는 것이 잘 살고 있음을 나타내는 시대에 밥은 단순히 끼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연에서 자란 푸근푸근한 먹거리 이야기로 작가는 마음의 허기까지 채우는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엄머이, 쌀밥 해줘어~”
음식을 통해 추억을 공유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논 한 뙈기 없는 가난하기 그지없는 산촌에서 어린 자식들 끼니를 곯게 하기 않으려는 고단한 엄마의 삶, 추석에 엄마의 토란탕을 흉내내며 작가는 엄마의 부재를 경험한다. 이제 엄마가 되어 엄마의 밥을 능숙하게 해내지만 지금은 자식들이 떠나 있는 빈 둥지. 둥지를 떠난 자식들은 엄마의 음식을 추억하며 씩씩하게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밥은 먹어야지.”
밥을 통해 고달픈 육체를 회복하고 마음의 허기까지 채우는 따듯한 위로.

제 입에 들어가는 음식의 내력을 모른 채 불행한 생장을 한 먹거리를 먹는 것은 허기진 배를 채우는 작업일 뿐, 먹는 행위에서 육체적 만족감과 더불어 영혼의 교감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이 없다면 배부르지만 불행한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작가의 말 중에서

글로 읽어도 좋고 그림으로 보아도 마음에 스며드는 책
작가 공선옥이 먹고 자란 유년시절의 스물여덟 가지 음식 에피소드를, 딸 나혜원 작가가 추억의 사진첩을 열어보듯이 섬세한 수채화로 푸근하고 잔잔하게 그려냈다. “엄마의 어린 시절이 제 어린 시절과 겹칩니다. 엄마의 어린 시절을 상상하고 제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그렸습니다. 글과 책을 보는 모든 분들 마음도 배도 두둑하시길.” 그림 속 선옥이를 찾는 재미는 덤이다.

어쩌면 이 글은 먹을거리들의 전설인지도 모른다. 먹을거리에 관한 온갖 언설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전설 속의 ‘나의 식재료’들은 고요하다. 또한 이 글은 먹을거리에 관해서 시끄럽게 떠들지 않아도 되었던 시절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요한 시절의 고요한 나의 감자들, 나의 가죽나무, 나의 솔, 나의 쌀들....의 아침과 저녁에 관한 슬픈 보고서인지도. <재출간에 부쳐, 공선옥>

이 책은 <행복한 만찬>으로 십년 전에 출간된 것을 ‘가지·오이’들의 이야기를 새로 덧붙여 새로운 편집과 삽화로 재단장하여 출간하게 되었다. 어머니와의 추억을 공유하며 작가의 따님이 그린 삽화를 만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진짜 삶을, 먹거리를 통한 추억의 공유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먹거리만의 이야기가 아닌 자식을 먹이고 키우는 어미의 고된 한해살이를 엿볼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의 재발견이다.
식구들을 먹여 살린다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살림을 하는 시골 아낙들은, 일년을 시작하는 봄날에 푸짐한 쑥전을 부치며 한해살이 먹거리를 시작한다. 먹거리 풍성한 여름에는 오히려 비린 것을 곁들인 더 풍성한 밥상을 차려내지 못함을 안타까워하고, 볕 좋은 날에 먹을거리들을 말리면서 자식의 끼니를 곯게 하지 않으려 애쓴다. 풍성한 가을걷이에서도 내년의 삶을 의지할 씨앗 갈무리하고, 거둘 것 없는 들녘에서 돈 살 수 있는 더덕을 찾아 산속을 헤맨다.
가난했지만 먹을거리에 대한 감사와 먹을거리로 나눈 이웃에 대한 배려는 먹을 걱정이 없어진 요즘에는 오히려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먹거리의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형태와 종류는 달라져도 여전히 밥은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자 사랑이다. 작가의 유년속의 먹거리들은 지금은 전설 속에서 고요하다. 그래서 그 의미가 더욱 이 시대에 부각된다.
여전히 우리는 밥심으로 산다. 배고플 때, 힘들 때, 밥 한 그릇 뚝딱하면 생기가 오르고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기듯이, 집밥이든 혼밥이든 밥 그 자체로 소중한고 귀한 것이다. 밥상 앞에서 어머니의 집밥을 떠올리거나 사랑하는 이를 위해 식사를 준비할 때 따뜻하게 한마디 건네보자.“밥은 먹어야지.”

“산다는 것은 이런 맛이로구나.”

희망의 새순이 돋아나는 봄나물
인생의 쓴맛을 알려주는 머구
조금이라도 먹어줘야 덜 미안한 죽순
메밀나물에 보리밥 비비며 엄마가 웃는다
마음까지 정갈해지는 한여름 대사리탕
햇볕과 바람에 꼬들꼬들 마른 시래기
먹을 것들이 말라가는 가을 마당이 주는 안도감,
메주 쑤는 푸근한 겨울

목차

쑥 - 봄에 대한 첫 기억
봄나물 - 아직 땅이 제대로 안 풀렸을 때
머위 - 먼 산에 연두색 기운이 둘러쌀 때쯤
호박 - 따듯한 봄날에 씨를 넣는
부추 - 부드러운 오월의 솔
죽순 - 여름이 오기 전
가지ㆍ오이 - 아침 공기가 보드랍기 그지없는 초여름
부각 - 초여름 한낮의 고요한 식사
쌀밥 - 여름 모내기철
산딸기 - 소나기가 한 줄금 훑고 지나간 초여름 오후
메밀 - 유월에서 칠월초쯤
방아잎 - 유월 장마철
감자 - 모내기철이 얼추 끝나갈 무렵
보리밥 - 풍만했던 그 여름의 맛
동부 - 불볕 더위
계란 - 무더운 여름날의 한낮
다슬기탕 - 불볕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계절, 칠팔월
추어탕 - 가을 걷이 때
토란 - 한여름의 토란밭
더덕 - 잎이 노랗게 시들기 시작할 때부터
감 - 한여름 더위가 시나브로 물러가고
고들빼기 - 가을 들녘에서 독야청청 푸른 것
시래기 - 찬바람이 설렁설렁 부는 깊은 가을에서 겨울
무 - 이렇게 추운 밤에 이렇게 배고픈 밤에
고구마 - 겨울밤 간식거리로
콩 - 음력으로 이월 초하루께쯤
초피 - 가을에 껍질과 씨를 말려

본문중에서

-나는 다만 자연의 아이였을 뿐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의 지명은 전라남도 곡성이지만 내 고향은 곡성이라기보다 자연이다. 내게 먹을 것을 끊임없이 내보내준 흙과 물과 공기와 햇빛과 별빛과 새소리와 꽃향기……. 그것들이 나를 키웠다. 그것은 경상도 봉화에서 태어난 이도 그럴 것이고 삼천포에서 태어난 이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다만 하루하루 밤과 낮을 보내면서 자연이 준 먹거리를 먹으며 산다. 봉화사람은 봉화가 키운 게 아니고 봉화의 자연이 키웠다. 곡성 사람인 나도 그렇다. 나는 다만 자연의 아이였을 뿐이다. 자연의 아이들은 비 오면 비 온다고 가슴 설레고, 해 나면 해 난다고, 밤 되면 밤 온다고 혼자 가슴 두근거리게 되어 있다. 그것이 그렇다.(11쪽)


-인생의 쓴맛을 달래주는 머구
인생사 버거울 때 우리는 그래서 목구멍을 치받고 올라오는 체기 같은 울음도 ‘얼릉얼릉’ 꿀꺽꿀꺽 삼켜버릴 줄 알게 되었다. 된장에 무친 머구 삼키듯이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쓴내보다 더 비릿한 인생의 풋내 때문에 몸을 떨어야 할 일이 오게 되고야 말 것을 알기 때문에.
(33쪽)
-조금이라도 먹어줘야 덜 미안한 죽순
나중에 도회지에 와서야 나는 죽순이 고급 음식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하긴 예전에 우리가 하찮게 여겼던 것들이 웰빙 바람을 타고 고급 대접 받는 게 꽤 있다. 다슬기가 그렇고 메밀묵이 그렇고 호박이 그렇고……. 어디 음식들뿐이랴. 우리는 그때 살기 싫어도 할 수 없이 살았던 흙집도 그렇고, 나무 때는 아궁이도 그렇고, 그렇게도 입기 싫었던 무명옷도 그렇고……. 나는 예전에 우리가 그렇게 귀한지 모르고 그냥 우리와 함께 살았던 그것들, 나를 살렸던 그것들한테 미안해졌다. 미안해지면서 또 야속해졌다. 내가 귀하게 여기고 싶지 않아서 귀하게 여기지 않은 게 아니었다는 걸 그것들을 정말 몰랐던 것일까.(64쪽)

-힘들어도 내게는 초록이 있다.
나는 온 가을을 무, 배추와 함께 산다. 학교 갔다와서 가는 곳은 언제나 무, 배추밭이다. 밭에 할 일이 없어도 간다. 나는 가을 무, 배추밭이 좋다. 메밀이 누르스름하게 익어가는 소슬한 산언덕 밭. 보랏빛 씀바귀꽃이 수풀 속에서 호젓하게 피어 있는 그 가을 산언덕에 나는 간다. 활짝 꽃 피우기 전 물기 가득 머금은 듯한 억새, 온 세상이 단풍으로 물들기 직전 수풀들의 초록은 너무나 투명하다. 너무 투명해서 또 너무 고요하다. 봄날의 초록은 아직 세상을 안 살아본 초록이고 여름 수풀의 초록은 결코 그 투명해서 고요한 '경지'가 없이 은성스러웠다. 나는 바로 그 투명한 고요를 찾아 산언덕 밭으로 가는 것이다. 거기서 보는 무, 배추밭이 발산하는 초록의 아름다움에 내 어린 가슴은 설렌다.(229쪽)

고구마는 추석 무렵이나 되어야 제법 튼실해지고 단맛도 배어들어서 추석에 많은 음식을 장만할 형편이 못 되는 집들은 끝물 옥수수와 첫물 고구마를 추석 음식으로 내어놓기도 했다. 옥수수는 끝물이라 아쉬운 마음이 들어 맛있고, 첫물 고구마는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향기가 정말 달콤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첫물 고구마의 향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리고 그 맛은 또 어떻다고 말해야 할까. 햅쌀 햇밤 햇대추가 그렇듯이, 햇고구마는 그냥 고구마가 아니라 거의 축복이다. 자연의 축복! 그러니 따로 이것저것 추석 음식을 장만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튼실한 옥수수와 뽀오얀 고구마를 삶아 집에서 가장 예쁜 바구니에 정갈히 담아 내놓을 때, 식구들은 그 음식들에 절로 경배를 드리고 싶어했던 것이다.(237쪽)

저자소개

공선옥(孔善玉)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31228

1963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고,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했다.1991년 계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중편소설 「씨앗불」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5년 제13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았으며 소설집으로 '피어라 수선화'(1994) '내 생의 알리바이'(1998), 장편소설로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1993) '시절들'(1996) '수수밭으로 오세요'(2001), 산문집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20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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