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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열정적인 예술가로 살아온 작가의 삶이 묻어나는 그림이 있는 시집 두 번째,
‘그리움의 수혈 거부합니다’

화가이면서 시인인 작가는 자신이 그린 그림과 작품에 자작시를 더해서 두 번째로 ‘그림이 있는 시집’을 출간했다. 작가의 첫 번째 시집이 그랬듯이 이번 시집도 시를 읽고 그 여운을 담아 가만히 그림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해 또 다른 시 감상, 그림 감상의 맛을 느끼게 된다.
작가는 이번 작품들을 통해 인생에 있어서의 삶의 고독과 시련, 그리고 그리움 등을 드러내고 노래한다. 시 〈고독하지 않은 사람이 있나요〉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고독하고 외롭지만 티내지 않고 지내려고 애쓰며 살아갈 뿐이라며, 그렇지만 불안한 하루를 살아가더라도 당당히 우리는 현실을 맞이하고 버텨 내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하여 〈그리움의 수혈 거부합니다〉를 통해 작가는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고 오늘만이라도 그리움의 수혈 거부한 채 오로지 나로써 족하고 싶은 하루라고 고백한다. 첫 번째 시집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는 감정에 솔직하고 진솔하다. 이번 시집에서도 작가는 인생에서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삶의 본연의 모습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랑을 갈구하는 인간의 솔직한 감정,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특히 〈나이 들어 좋은 일〉에서는 나이 들어감은 많은 것을 껴안을 수 있는 여유로움이며, 철듦이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마음의 보폭이 넉넉해지는 시기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내 것이 아니면 비우고 안 비워지면 그냥 안고 갈 줄 아는 게 나이 들어감이라고 말한다. 추억도, 상처도, 비밀도, 그리고 그리움도 안고 가는 시기임을 말하며, 나의 삶을 이룬 풍요로움은 물론 고통과 시련도 또 하나의 에너지임을 아는 나이라고 거듭 말한다. 결국 나이 들어 이 모든 감정과 삶 앞에서 경건하며, 초연해지니 오히려 나이 듦의 좋은 점이라고 긍정적으로 노래한다.

바닷물에 곱게 씻겨진 모래알이여 얼마만큼 파도에 부서지면
그토록 보드라운 알갱이가 되는 것일까
나도 얼마만큼 모진 세월에 부서져야
모래알의 보드라움 갖게 되나요?
오늘도 내 마음엔
시련의 비가 내리고
오늘도 상처는 나를 슬프게 하고
오늘도 그리움의 파도는
나를 부서지게 합니다
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라고
하늘이 내리신 축복이여, 은총이여!
-「두 번째 그림이 있는 시집을 내면서」 중에서

작가는 위와 같이 그간 충분히 치열한 삶과 고통과 시련을 견뎌 왔음에도, 오늘 또다시 시련과 상처를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한 축복이며, 은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책은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 작품을 감상하는 묘미가 더해 시집이지만 감상의 여유가 있다. 그림과 시를 통해 작가의 감정과 쉽게 교감되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쉬어가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가볍게 읽고 산뜻하게 사색하며, 한 템포 느리게 또는 쉬어가기에 좋은 책이다. 마음에 여유로움을 갖고 숨고르기를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시집을 내면서

얼마만큼
그대들의 인생
아름다운 황홀
비창
울게 하소서
장밋빛 인생
대니 보이
콜 리드라이－신의 날
라벨의 볼레로
하얀 마음
내 안의 그대
남도 민요
도취를－ 망각을－ 환상을 다오
나를 굳게 믿어요
소리의 우체부
아쟁 소리
나를 벗어나게 하소서
오늘도 잘 참아내겠습니다
슬픔의 빙하
아리랑
허공으로 비우는 마음
호기심의 낚싯대
창의성이란
세상을 떠받드는 기둥
사랑에도 자유롭기를
눈을 감고 고요함에 머물러요
캔버스의 잠든 거인 깨우기
사랑의 기쁨
바람의 친구
1만 시간의 법칙
하늘은 무심히 구름을 나르고
내가 더 아름답지 못함을 용서하소서
슬픔의 볏단
새로움의 세계로
철없이 정처 없이
날마다
유혹하는 여자들
불멸의 용광로
푸르고 푸른 슬픔
불멸의 사랑을 꿈꾸며
운명의 뚜껑이 열리는가
무상의 고요
소유가 아닌 존재로
하늘이 익어간다
사바세계를 곱게 지나가게 하소서
들꽃의 향기도 되지 못하고
고요한 아침의 노래
색채의 하늘을 폴폴 날 수 있다면
고독하지 않은 사람이 있나요?
그리움의 수혈 거부합니다
막살지 않는 업장소멸
나를 위로하기
나는 동행자입니다
눈이 내린 날
그리움도 축복이지요
기도 1
기도 2
감사함으로
다 괜찮아
나이 들어 좋은 일
아름다운 별
가을이 빗방울로 내리면
경이로움을 살아내는 일
가을의 성숙에 익어가고 싶다
시각의 차이
샤갈
손을 내밀면
그대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