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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시대 : 중세 프랑스 문학 입문

원제 : Introduction a la litterature francaise du Moyen Age

2013년 9월 9일 이후 누적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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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여 년간 콜레주드프랑스 교수를 역임한 석학 미셸 쟁크
서양 중세 문학으로 안내하는 동시에 문학의 보편적 기원을 해명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중세 문학사가 미셸 쟁크의 책이 ‘문학동네 엑스쿨투라 09’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저자는 취임 당시 20년간 공석이던 ‘중세 프랑스 문학 분과’를 맡아 콜레주드프랑스 교수가 된 것으로 유명한 중세학자다. 그런데 왜 중세인가, 왜 하필 중세 프랑스 문학인가? 지금껏 중세를 표상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러나 주된 방식은 누가 뭐래도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것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저자는 문학이 중세를 새롭게 꿰뚫는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더불어 그간 망각돼왔던, 희로애락을 지닌 구체적 인간들을 조명함으로써 그 통로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 책은 문학과 역사를 공부하려는 초심자들에게 중세 문학의 흥취를 감상하도록 돕는 한편, 프랑스 문학 태동기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에게 그 비밀스러운 과정을 펼쳐 보임으로써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중세의 시작과 끝을 통시적으로 총 4부로 나누고 해당 주제들을 11개의 장에 배치하여 중세 문학, 특히 프랑스 문학의 기원과 전개, 그리고 발전 양상을 다룬다. 제1부에서는 표현 도구인 언어의 발생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헌들을 가지고 중세 문학의 생성 배경을 찾는다. 제2부에서는 가장 역사 깊은 세 가지 문학 장르(무훈시, 서정시, 소설)가 생겨난 12세기의 문학이 지닌 독창성과 풍요로움을 소개한다. 제3부에서는 이런 성공이 13세기경에 어떤 여파를 가져왔는지를 살핀다. 전통을 어떻게 재창조했으며 어떤 변화와 어떤 침체를 겪었는지, 그로 인해 지식의 여건, 문화의 여건, 작품의 유통 조건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또 그것은 문학적 인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밝힌다. 이러한 12세기 르네상스는 13세기에 다양한 결과를 낳았으며 그로부터 200년 후에 중세는 막을 내린다. 제4부는 중세 말 200년 동안의 문학적 변화를 다룬다. 14~15세기, 중세 말의 문학이 어떻게 13세기 후반에 확립된 기존 문학체계에 반기를 들지 않으면서도 그 나름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했는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한다.

출판사 서평

미셸 쟁크의 중세 프랑스 문학 이야기
"프랑스 문학은 한 번도 중세의 영향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중세를 시기적으로 구분하는 방법은 학자에 따라 제각각이다. 우선 Le Moyen Age라는 프랑스어 자체가 ‘중간에 있는 시대’ 또는 ‘가운데 낀 시기’라는 모호한 뜻이다. 학자들은 주로 중세의 시작을 로마제국이 멸망한 6세기로 잡고 서정 장르의 새로운 시적 규칙이 출현하는 15세기를 중세의 종말로 본다. 중세의 시작과 끝이 거의 1000년을 아우른다. 설령 일반적인 관점에 따라 10세기를 중세의 시작으로 본다 해도, 중세는 자그마치 400년에서 500년이라는 긴 시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긴 세월에서 어떤 방법으로 줄거리를 읽어낼까? 쟁크 교수가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이 지점이다. 그는 그 한 가지로 문학 발생론적 관점을 들어 그것을 역사에 대입한다. 그리하여 특정 문학 장르가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다양한 예시를 제시해 탐구함으로써 각 시기에 씨앗처럼 들어 있는 시대의 고유성을 하나씩 추출하는 것이다.

중세 문학의 시작: 로망스 속어의 탄생, 성직자와 광대

6~7세기에 비로소 중세 문학은 기원한다. 게르만족의 침공으로 로마제국이 몰락하고 라틴어에서 로망스어 속어가 파생되던 시기였다. 속어 문자 탄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라틴어 변형이 꼽힌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니타르트의 ‘스트라스부르 서약’이라는 문헌일 것이다. 경건왕 루이의 두 아들인 대머리왕 샤를(샤를 2세)과 독일왕 루트비히(루트비히 2세)은 공동의 적에 대응하고자 동맹을 맺으면서 로망스어와 독일어로 각각 서약했다. 프랑스어 발생의 측면에서 볼 때 당시의 방언으로 기록된 ‘스트라스부르 서약’은 라틴어가 아닌 프랑스어가 될 언어가 기록된 최초의 용례였다. 이렇게 지역마다 로망스어는 조금씩 달랐다. 게르만족 언어의 영향 정도에 따라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늘날 프랑스에 해당하는 지역에선 단테 때부터 ‘예oui’를 어떻게 발음하느냐에 따라 북부의 오일어langue d’oil와 남부의 오크어langue d’oc로 갈라졌다.

중세 문화 전체로 보면 구어가 문어를 압도했지만 문어의 중요성이 덜해진 건 아니었다. 라틴어 문어는 권위를 나타내는 언어였고 교회의 언어였다. 성직자는 라틴어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문학의 수행자이자 저자였다. 다른 한편 성직자와 나란히 떠돌이 광대의 존재를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광대는 시의 보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중세 작품에 필수적이었던 말과 음악의 구현을 보장하는 역할을 했다. 요컨대 성직자와 광대는 중세 초 프랑스 문학의 양대 주창자였다.

중세 프랑스 문학의 융성과 확립: 무훈시, 음유시인들, 소설, 우화, 우의

[롤랑의 노래]로 대표되는 ‘무훈시’가 중세의 시를 발전시킨다. 19세기 중세학자들이 제기했던 무훈시의 기원에 대해서는 합의된 견해가 없다. 프랑스의 가스통 파리스는 민족 대이동의 여파로 나름의 정서를 담은 애가가 노래됐고, 그 짧은 애가들이 모여 무훈시가 됐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피오 라이나는 무훈시에는 대중적 소요는 거의 없고 무사 귀족을 예찬한다며, 그런 만큼 로망스어로 된 애가가 존재했다는 주장은 게르만 서사시가 무훈시에 미친 영향을 숨기는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무훈시가 카롤링거 시대에 존재했다고 보는 것은 게르만의 기원을 인정하는 것이 되고, 반면 11세기에 형성됐다는 하면 프랑스 고유의 장르라는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각자의 주장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세에 시를 전파하고 발전시켰던 주인공은 ‘음유시인들’이다. 그중에서도 로망스어로 된 최초의 서정시들은 주로 오크어를 쓰는 프랑스 남부의 음유시인(트루바두르)들에 의해 노래되었다. 후원자를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았던 이들 음유시인은 ‘피나모르fin’amor’라 불리는 ‘궁정풍 사랑’ 또는 ‘완벽한 사랑’이라는 새로운 시풍을 정착시킨다. 곧이어 이들의 시풍은 12세기경 프랑스의 북부 지방으로 이식된다. 북부 음유시인(트루베르)들은 남부 음유시인들과 다르게, 화려하고 복잡한 시작법을 배제했고, 궁정풍 서정시의 규칙을 일부 깨트리기도 하면서 독자성을 추구한다. 그리하여 여명시나 베틀가처럼 여성의 존재가 각인된 비궁정풍 시가 나오기에 이른다.

북부 음유시인들이 활약하던 궁정에서 주목할 만한 새 장르가 탄생한다. 바로 소설이다. 최초의 프랑스어 소설들은 그 주제도 기사의 공로와 십자군 전쟁을 다루던 무훈시와 구분되며, 고대 그리스의 소재를 차용하기도 하고 브르타뉴의 소재(켈트의 신화와 전설)을 빌려오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트루아 지방의 크레티앵이 쓴 [성배 이야기]이다. 크레티앵은 켈트 원전을 너그럽게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고 모든 작품이 고유한 창작만은 아니었다. 이후 크레티앵과 ‘란슬롯과 성배’ 이야기들은 수많은 아류를 낳는 계기가 된다. 일례로 ‘트리스탄’ 같은 중세 모험담이 아서왕 서사와 결합하면서 중세 문학, 특히 소설이란 산문 장르를 살찌운 것을 들 수 있다.

중세 문학이 풍요로워지면서 다양한 변화가 생긴다. 운문 대신 산문이 유행하고 문학의 극적 표현이 증가하면서 ‘디트dit’라는 ‘이야기 시’가 발달한다. 또한 우화가 나타난다. 이솝 우화에서 파생한 동물 우화가 지어지기도 한다. 이 우화들은 다양한 갈래의 변형 판본을 낳은 ‘여우 르나르 이야기’로 집약된다. 또 이들 우화는 우의allegorie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 여러 요소를 흡수한 우의의 정수인 [장미 이야기]가 나온다. [장미 이야기]는 무려 250개 이상의 필사본이 알려져 있을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원저자 기욤 드 로리스를 뒤이어 미완의 작품을 마무리한 장 드 묑의 논쟁적 기질과 도발적인 견해, 명백한 반여성주의로 인해 14세기에서 15세기 전환기에 이 작품은 상당한 논쟁을 일으켰으며, 장 제르송, 크리스틴 드 피장, 장 드 몽트뢰유, 공티에 콜과 피에르 콜 부자 등 많은 이가 이 논쟁에 참여했다.

중세의 끝: 문학을 통해 보는 세상

서정시에 새로운 장르 규칙이 생기고 기욤 드 마쇼 같은 일상적인 삶을 노래하는 대시인이 출현한다. 중세를 특징짓는 비용의 시가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대수사파 시인들은 지식인이자 관료의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다. 성직자들은 인문주의자로 거듭나면서 문학 표현은 그 내용에 깊이를 더하면서 전쟁과 역사, 정치적 고찰을 담고 더 다채로워진다. 누벨이라는 단편소설은 18세기 근대적 소설의 본격적인 출현을 예고하면서 문학을 통해 세상을 읽어내는 한 방편이 된다. 그리고 중세의 종교극을 넘어 익살극과 소극이 출현해 세상을 풍자하면서 근대로의 길을 연다

추천사

“이 책은 서양의 중세를 소개하는 역사서들, 특히 문화사 저술들은 이제 많이 번역되었다. 하지만 서양 중세 문학을 제대로 다룬 소개서는 아직 한국어로 출간된 적이 없다. 쟁크 교수의 이 저서는 지금까지 나온 가장 명료하고 체계적인 중세 문학 입문서라고 할 수 있으며, 지금 한국어로 번역되는 데 가장 적합한 책이라 할 수 있다.” - 정과리 / 문학평론가, 연세대 교수

목차

머리말 9

제1부 중세 문학의 기원

제1장 새로운 언어의 생성과 새로운 문학의 탄생 15

라틴어와 로망스 속어
문어와 구어
성직자와 광대

제2장 최초의 텍스트들 28

제2부 융성기

제3장 무훈시 39

장르의 정의와 성격
[롤랑의 노래]
무훈시의 기원에 대하여
구연에서 문자 기록으로
무훈시의 발전

제4장 음유시인들 60
뜻밖의 출현
궁정풍 예법과 피나모르
남부 음유시인들의 시
궁정풍 서정시의 기원
남부 음유시인에서 북부 음유시인으로
여성시와 비궁정풍 시

제5장 소설 82
부차적인 장르
최초의 프랑스 소설들: 고대 소재에서 브르타뉴 소재로
크레티앵 드 트루아
켈트 문화의 영향과 브르타뉴의 단시
트리스탄
브르타뉴의 소설과 크레티앵의 유산
모험담의 다양한 행보

제3부 프랑스 문학의 확립

제6장 산문의 탄생: 소설과 연대기 111

최초의 산문 소설들
연대기: 라틴어에서 프랑스어로, 운문에서 산문으로

제7장 극화와 웃음 123
문학의 극적 표현
연극
디트: 시의 탄생
우화시
[여우 이야기]

제8장 우의 141
중세의 우의: 수사학과 주석
우의와 의인화
[장미 이야기]
[장미 이야기]의 영향

제4부 중세의 끝

제9장 14세기와 15세기의 시 161

서정 장르의 새로운 규칙들
기욤 드 마쇼와 그 후계자들
샤를 도를레앙
비용
대수사파 시인들

제10장 고찰의 형태: 증언, 비평, 지식 179
전쟁과 역사
정치적 고찰
교육적 노력
성직자에서 인문주의자로

제11장 문학적 표현의 형태 192
문학을 통해 보는 세상
소설의 거울
연극

참고문헌 205
약식 연표 219
추천의 글 225
옮긴이의 말 228
찾아보기 231

본문중에서

이것이 바로 중세 문학이 갖는 양면성의 한 단면이다. 로마 문화권의 멸망과 신생 언어들의 형성, 봉건 사회의 출현 등이 가져온 단절들을 넘어, 중세 문학은 고대의 모델들을 흉내내고 따르고 번안하려는 의지적 노력을 보여주는가 하면,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세상, 새로운 감수성과 표현 양식을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 대립적인 양상이 모두 중세 문학의 특징이며 이들을 조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어느 쪽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라틴어와 로망스 속어, 구어와 문어, 문학의 개념 자체와 시대적 관습의 관계를 각기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된다.
(/ p.10)

그러나 라틴어/속어, 문어/구어 이 두 쌍 외에 문학의 수행자 및 저자와 관련된 또 한 쌍을 고려해야 한다. 바로 성직자와 광대다. 성직자는 사제이면서 동시에 읽을 줄 아는 자, 즉 텍스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중략) 성직자들 편에는 문어와 교회가 있었다. 그 맞은편에 선 광대는 교회로부터 죄인 취급을 받는 자로, 구어를 사용하고 공연을 하는 남자—또는 여자—였다. ‘요쿨라토르joculator’라는 표현은 일찍이 6세기부터 그 용례가 남아 있고, 그 어원이 놀이jeu와 연관돼 있다는 점은 광대들이 떠돌이 유희꾼이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
(/ p.25)

[롤랑의 노래]는 7년간의 스페인 원정에서 승리하고 돌아가는 길에, 샤를마뉴의 조카 롤랑과 그를 보좌하는 열두 명의 중신들이 지휘하던 후위군이 롤랑의 의붓아버지 가늘롱의 배신으로 피레네 산맥의 롱스보 골짜기에서 사라센인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과 그의 일행 모두가 이 전투에서 죽음을 맞이하지만, 황제가 그들의 원수를 갚아준다.
(/ p.44)

무훈시는 광대들에 의해 구전으로 전파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서문들과 텍스트 중간에 끼어드는 몇몇 사설들은 이러한 낭창자의 존재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더욱이 이 같은 전파 방식은 피달이 강조한 이본의 중요성과 상통한다. 이 두 특징의 조합을 통해 텍스트의 진화와 분화, 근본적인 항구성과 유행에 대한 민감성, 피상적인 변화를 넘어 수세기에 걸친 깊은 영속성, 그리고 수명 등을 설명할 수 있다.
(/ p.55)

궁정풍 서정시는 12세기 중반경 프랑스 북부에 이식된다. 이러한 전파의 상징으로—그 원인이 아니더라도—1137년 최초의 남부 음유시인의 손녀 알리에노르 다키텐과 프랑스 왕 ‘젊은’ 루이 7세의 결혼, 그리고 1152년 결혼이 무효화된 후 영국 플랜태저넷 왕가의 헨리 2세와의 결혼을 들 수 있다. 첫번째 결혼에서 낳은 두 딸 중 샹파뉴 백작 부인이 된 마리는 앙드레 르 샤플랭, 그리고 특히 크레티앵 드 트루아의 후원자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리하여 궁정풍 정신은 프랑스어로 소통하는 모든 대궁정에 보급된다.
(/ pp.74~75)

무훈시와 음유시인들의 서정시는 가창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소설은 독서를 목적으로 한 최초의 문학 장르다. 여기에서 독서란 물론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큰 소리로 읽는 행위를 가리킨다. 개인 독서는 사실상 시간이 더 흐른 뒤에나 보급된다. 그러나 소설의 출현까지 유일한 서술 장르로 군림했던 무훈시와 비교할 때 독서를 목적으로 쓰였다는 특징만으로도 소설을 참신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 pp.82~83)

12세기 후반에 이미 중세 소설의 중요한 배경이 된 아서왕의 세계는 이처럼 진실을 추구하지 않았다. 고대와 지중해 세계를 떠나 브르타뉴와 아서왕 시대를 선택하면서 소설은 역사적・고증적 진실을 버리고 다른 종류의 진실을 추구해야만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기사도와 사랑에 대한 고찰에 근간을 둔다는 의미에서 진실을 찾게 되었다. 1170년대부터 나타난 크레티앵 드 트루아의 작품은 이러한 진실을 담았으며, 오래도록 궁정풍 아서왕 소설과 이 소설군이 추구하는 의미 탐구의 본보기를 제공했다.
(/ p.87)

12세기 중반부터—크레티앵뿐만 아니라 와스보다도 앞선 시기에—남부 음유시인들이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알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트리스탄의 정열적 사랑은 금세 음유시인들 사이에서 모든 사랑의 기준과 척도가 되었고, "슬픈triste 트리스탄Tristan"이라는 언어유희는 태곳적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여겨질 만큼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소설의 아류작에서 더욱 집요하게 쓰였다.
(/ p.97)

앞에서 우리는 우화시와 동물 설화들의 접점에 관해 언급했었다. 두 장르 모두 웃거나 미소짓게 만들면서 교훈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중세에 우화들이 알려져 있기는 했지만, 우화시와 동시대에 나타났던 동물에 관한 설화들은 특히 [여우 이야기]를 중심으로 집결되었다.
(/ p.135)

동물들이 구현하는 각 사회 계층의 행실은 동물들의 행동에 투영되는데, 작가들의 기지는 이처럼 동물들에 의해 구현된 다양한 사회 계층, 즉 왕인 노블, 이상그랭과 그 친구들처럼 지체 높은 봉건영주, 당나귀 베르나르가 대표하는 성직자 등을 실컷 비꼬면서 발휘된다. [여우 이야기]의 일부 지편들은 모호한 방법으로 등장인물을 때로는 동물과 같이, 때로는 사람과 같이 묘사한다.
(/ p.138)

[장미 이야기]는 2만 2000행이 넘는 8음절 시구의 시로, 1230년경 기욤 드 로리스가 시작하여 4000행까지 썼던 것을 1270년경 장 드 묑이 완성했다. 서술자는 우의적 꿈의 형태로 연모하는 처녀를 상징하는 장미를 쟁취하는 과정을 그려나가는데, 일반적인 견해와 달리 꿈이 거짓이라 믿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얘기를 시작한다. 5년 전 꾸었던 꿈이 이제 실현되었음을 근거로 제시하면 서 사모하는 여인의 마음에 들기를 바라며 그녀에게 꿈 얘기를 바친다.
(/ p.148)

15세기 초반 몇 해 동안 장 드 몽트뢰유는 라틴어와 프랑스어로 된 풍자문에서 영국인들에게 맞서 프랑스 국왕의 권리들을 옹호했다. 이 인문주의 선구자들은 당장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1450~1470년에 이르러서야 파리 대학에 첫 인쇄기를 설치한 기욤 피셰가 스콜라적 글쓰기 대신 고대의 능변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15세기 초가 되면, 13세기에 이루어졌던 지식의 대융합은 흔들리고, ‘성직자clerc’라는 표현이 시사하듯 교회와의 불가분의 관계에 있던 지식인과는 다른, 보다 비판적이고 보다 독립적인 새로운 유형의 지식인이 나타날 시기가 도래했음을 예감할 수 있었다.
(/ p.191)

서술 장르 중에서 중세 말에 비약적으로 가장 왕성한 발전을 보인 장르는 단편소설 즉 누벨nouvelle이다. 15세기 중반에 나타나는 [100편의 새로운 단편소설Cent nouvelles nouvelles]처럼,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서 마르그리트 드 나바르의 [헵타메론Heptameron]의 맥을 잇는 수많은 작품들이 나타났다. 이탈리아의 영향은 훗날 다른 문학 장르들을 섭렵하기 전에 일찍이 단편소설에서 나타났다. 우화시fabliau의 전통을 물려받은 단편소설은 기꺼이 추잡한 어조를 띠는 한편, 사랑과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에 대한 논쟁적 고찰의 장을 제공했다.
(/ p.199)

연극뿐만 아니라 다른 문학 장르에서도 15세기 말은 그 자체로 명확한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수사파 시인들은 15세기뿐만 아니라 16세기의 시인들이기도 하고, 중세적 서정 장르들은 오랫동안 숭앙되었다. 기사 소설들은 인쇄업자들에게 큰돈을 벌어다주었고, [트리스탄]의 한 이본을 썼다고 하는 리옹 출신의 작가 피에르 살라는 프랑수아 1세에게 마치 신작인 것처럼 크레티앵 드 트루아의 [사자의 기사]를 선사했다. 한편 몽테뉴는 프루아사르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세는 낭만주의에 의해 발굴된 것이 아니다. 프랑스 문학은 한 번도 중세의 영향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 p.204)

저자소개

미셸 쟁크(Michel Zink)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5~
출생지 프랑스 파리
출간도서 2종
판매수 26권

1945년 프랑스 이시-레-물리노(Issy-les-Moulineaux)에서 태어났다. 고등사범학교(Ecole normale superieure)를 졸업하고, 툴루즈 2대학(Toulouse II), 파리 4대학(Paris-Sorbonne) 교수로 재직하였다. 1994년 콜레주 드 프랑스(College de France) 교수로 선출되었고, 현재 명예교수이다. 2000년 ‘비명(碑銘)·문학 아카데미’(Academie des inscriptions et belleslettres) 회원으로 선출된 후 2011년부터 종신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으며, 2017년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emie francaise)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문헌학자이자 중세 문학 전문가로서, 13세기 시인 뤼트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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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학자, 번역가, 작가.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로망스어 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논문 연구 기간 동안 파리4대학에서 수학하며 미셸 쟁크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이후 시라큐스대학과 뉴욕시립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친 바 있다. 저서로는 [근대적인 중세 문학을 위하여: 가스통 파리스, 궁정풍 사랑, 모더니티의 쟁점들](프랑스어), [불문학에 나타난 의학, 의사, 환자, 질병의 초상](영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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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반품/보증조건 및 품질보증 기준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음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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