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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담화 화용 연구 1 : 문법의 경계 넓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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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예전에는 언어를 가르치는 교사나 배우는 학생들 모두 어휘와 문법을 배우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면 대 면의 상황이 많아지는 요즘 세상에서는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바야흐로 한국어 교육에서도 담화와 화용으로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되었다. 이 책에는 이러한 고민에 푹 빠진 연구자들의 치기 어린 좌충우돌이 담겨 있다. 물론 그 좌충우돌에는 문법의 경계 넓히기라는 큰 꿈이 담겨 있다.
    ('프롤로그' 중에서)

    목차

    프롤로그

    제1부 문법의 경계 넓히기
    언어적 장치의 화용적 특징, 공손성

    1. 한국어 학습자들의 실수, 문제의 발견
    2. 형태에서 화용으로, 관점의 전환
    3. 한국어의 공손성 전달 수단, 그 언어적 장치들
    4. 형태로부터 출발한 의미, 활용어미와 공손성
    5. 화용적 발상으로의 전환, 이후의 연구들

    영어권 한국어 학습자의 지시어 의미 기능 습득
    1. 지시어, 멀고도 험한 한국어 학습
    2. 한국어 지시의 분류와 지시어의 의미 기능
    3. 연구를 위한 최적의 방법
    4. 한국어 모어 화자와 학습자의 지시어 사용 양상
    5. 영어권 한국어 학습자의 지시어 사용에 대한 해석
    6. 제안과 전망

    한국어 부사어 위치에 대한 화용론적 해석과 학습자의 이해
    1. 부사어 위치 학습에서 직면한 학습자의 어려움
    2. 한국어 부사어의 위치에 나타난 문제
    3. 연구를 위한 최적의 방법
    4. 부사어 위치에 대한 한국어 학습자의 이해
    5. 제안과 전망

    직시의 관점에서 본 중국어권 한국어 학습자의 시제 습득
    1. 개념의 시간, 표현의 시제
    2. 시제 습득에 대한 연구의 흐름
    3. 연구를 위한 최적의 방법
    4. 시간과 시제 표현의 일치 여부에 따른 시제 인식
    5. 담화 주제에 따른 시제 사용
    6. 제안과 전망

    문법 능력과 화용 능력의 발달 관계
    1. 문법과 화용, 불가분의 관계
    2. 문법 능력과 화용 능력의 관계에 주목한 연구들
    3. 한국어 양태 표현의 특성
    4. 연구를 위한 최적의 방법
    5. 문법 능력과 화용 능력의 발달 관계
    6. 제언과 전망

    제2부 담화 속에서 담화 바라보기
    중국어권 한국어 학습자의 구어, 문어 텍스트에 나타난 대용의 응결장치

    1. 응결장치, 그 다양한 표정
    2. 응결장치에 대한 앞선 연구의 발자취
    3. 응결장치 그리고 대용
    4. 연구를 위한 최적의 방법
    5. 구어, 문어 텍스트 속 대용의 응결장치
    6. 제안과 전망

    한국어 학습자 설명 담화에서의 관계적 응집성
    1. 담화를 담화답게, 설명되지 않는 문제
    2. 응집성의 새로운 시각, 관계적 응집성
    3. 연구를 위한 최적의 방법
    4. 관계적 응집성 사용, 학습자와 모어 화자의 간격
    5. 숙달도에 따른 학습자의 관계적 응집성 사용
    6. 제안과 전망

    - 에필로그
    - 집필자 소개
    - 논문 출처
    - 부록 1: 주요 용어
    - 부록 2: 담화・화용 연구에서의 자료 수집 방법

    본문중에서

    한국인들과 대화하는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의 표정에서 우리는 정확한 말을 선택하려는 그들의 고충과 함께, 상황에 딱 맞아 떨어지는 말을 선택하려는 고민의 흔적도 보게 된다. 어떻게 말해야 무례하지 않은지, 어떤 표현을 사용해야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는지, 너무 횡설수설하고 있지는 않은지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는 꽤나 고민스럽다. 또 한국인의 발화는 모호하고, 또 얼마나 많은 지시와 생략이 난무하는가? 이해하기 참으로 난감하다.

    예전에는 언어를 가르치는 교사나 배우는 학생들 모두 어휘와 문법을 배우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면 대 면의 상황이 많아지는 요즘 세상에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표정을 통해서, 혹은 말을 빙빙 돌리면서 오히려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더 드러내기도 하는 대화의 기법에 학습자들은 빠르게 이해하고 반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학습자들을, 그리고 교사들을 긴장시키는 것은, 개별 어휘와 문법 항목들이 화자의 의도를 드러내고 담화에서 특별한 기능을 담당하는 장치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제 문법적 형태도, 어휘도, 음운적 현상도 보이는 대로만 해석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바야흐로 한국어 교육에서도 담화와 화용으로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되었다.

    이 책에는 이러한 고민에 푹 빠진 연구자들의 치기 어린 좌충우돌이 담겨 있다. 물론 그 좌충우돌에는 문법의 경계 넓히기라는 큰 꿈이 담겨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저자들이 외국인 학습자를 가르치면서 느꼈던 흥미를 결국 박사 학위 논문까지 이어간 일련의 연구들이다. 논문들은 서로 제각각 다른 주제에 천착하고 있는 듯하지만 연구의 저변에는 기존의 문법적 측면, 어휘적 측면에서 바라보았던 것의 경계를 허물고 화용으로의 관점의 전환을 시도한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이는 언어 교육이 형태 중심의 교육에서 의사소통 능력 향상으로 바뀌면서 생겨난 변화와 맥을 같이한다. 언어의 형태를 분석하는 시각에서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으로 시각의 전환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현장에서는 문장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여러 문제를 다루는 것이 연구자들의 과제가 되었다. 과제 해결의 핵심 키워드는 문장 밖, 화자가 존재하는 맥락에 있었다.

    1부 첫 논문은 20여 년 전에 작성된 본인의 박사학위 논문을 토대로 했다. 세월의 길이만큼 문체도, 논문의 형식도 유행에 뒤떨어진 옷을 입은 듯 낡아 버려서 고칠 게 수두룩했지만, 문제 인식의 출발을 공유하고자 이 논문집에 담기로 했다. 비록 시간은 흘렀지만, 활용어미를 문법적 차원에서 다루는 것만으로는 학습에 어려움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언어적 장치의 형태와 화용의 관계를 고정함축의 화용적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당시의 고민은 오늘날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주제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 문제 해결의 키워드는 본인의 제자들인 이 책의 다른 연구자들과 공유되었다.

    한국어 학습자의 지시어 의미 기능 습득을 연구한 박선희 교수는 지시의 층위를 문맥은 물론, 화자의 상념과 화맥으로 확대하여 추적하고 있다. 이 논문은 제2언어 습득 연구에서 한국어 학습자 언어의 언어맥락적 변이 현상을 밝히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선발대와 같은 연구라고 말할 수 있다. 이어 한국어 습득의 관점에서 부사어 위치에 대한 한국어 학습자 이해를 다룬 하지혜 선생의 논문과 중국어권 한국어 학습자의 시제 습득을 직시의 관점에서 다룬 황선영 교수의 논문도 부사어와 시제 표현을 문법론적 관점을 넘어서 담화・화용적 입장에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 역시 과제 해결의 핵심 키워드, 화자가 존재하는 맥락에 대한 학습자들의 학습 요구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렇게 문법과 화용의 긴밀하면서 일탈적 관계를 논하다 보면 사실 문법이 먼저냐, 화용이 먼저냐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정란 교수의 한국어 학습자의 양태 표현 습득을 통해 본 문법 능력과 화용 능력의 발달 관계 연구는 학습자와 교사로 하여금 문법 능력과 화용 능력의 균형 있는 발달을 꿈꾸게 한다.

    1부에서 문법적 표현들의 담화・화용으로의 일탈을 이야기했다면 2부에서는 담화 그 자체에 주목하여, 담화의 응결성과 응집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이민경 선생의 논문과 이보라미 연구관의 논문을 수록하였다. 두 논문은 담화라는 공통의 관심 분야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여 학문적 공동체로서의 연계점을 보여주어 흥미롭다. 무엇보다 문장 차원에서 해결되지 못한 언어의 기능에 집중하여 연구의 범위를 확대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들은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의 언어 자원인 담화를 면밀히 살피는 점에서 그 연결 고리들이 계속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외국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담화・화용 연구는 십여 년 전에 비하면, 제법 푸르게 성장한 나무다. 그러나 아직도 이 나무는 뿌리도 더욱 단단하게 자리 잡도록 해야 하며, 줄기도 더욱 뻗고 성장하여 더욱 울창하게 되어야 한다. 이 책은 그 시작점에서 관심을 소박하게 표현한 일군의 연구들을 보여줄 뿐이다. 앞으로도 문장에 집중했던 형태 중심의 시각에서 기능으로 확대된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의 담화・화용 연구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이 책은 2부를 담화로 펼쳤으나 이후 다른 지면에서는 화용으로의 화려한 외출이 연이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저자 대표 이해영
    ('머리말 - 저자서평' 중에서)

    1 한국어 학습자들의 실수, 문제의 발견

    한국어로 능숙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한 중・고급 학습자라 할지라도 대인관계 유지에 필요한 언어의 미묘한 기능을 실현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이로 인해 다양한 실수를 하기 쉽다. 이러한 실수는 상대방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소통의 장애로 이어져 긍정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어 학습자들이 생산한 다음의 발화 예를 살펴보고, 대인관계 유지와 증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더 심각해 보이는 한국어 실수를 한번 찾아보도록 하자.

    (1) 챠오: [곤부] 많이 했어요?
    우성: 아니요, 별로 못 했어요.

    (2) 엘레나: 너무 더워서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
    정은: 그래. 더운데 시원한 거 먹고 하자.

    (3) (선생님이 학생에게 부탁을 하는 상황에서)
    선생님: 오늘 수업 끝나고 잠깐 나 좀 도와줄래?
    한스: 안 됩니다. 저는 오늘 바쁩니다.

    (4) (학생이 선생님께 제안하는 상황에서)
    피터: 선생님, 점심 먹읍시다.
    선생님: 아, 그래요.

    가장 심각해 보이는 실수는 무엇인가? (1)에서 챠오는 ‘공부’를 정확히 발음하지 못하고 [곤부]로 발음하였으며 (2)에서는 엘레나가 ‘더운데’로 말해야 할 것을 ‘더워서’라고 잘못 말하는 문법적 오류를 일으켰다. (3), (4)에서는 특정한 음운적, 어휘적, 문법적 오류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3), (4)에서는 외국인 학생이 선생님에게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는 화용적 실패(pragmatic failure)가 발생했다. (3)에서는 학생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선생님에게 사회문화적으로 부적절한 단정적인 태도로 ‘안 됩니다’를 사용하여 상대방의 체면(face)을 손상시켰고 (4)에서는 나이 차이가 있으면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선생님에게 식사 제안을 하면서 지나치게 직설적인 ‘-(으)ㅂ시다’ 표현을 사용하여 상대방의 체면을 손상시켰다. 그런데 실제 한국인들이 학습자의 이러한 화용적 실패를 접하게 될 때, 이를 학습자의 한국어 지식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인성이나 태도의 문제로 오해하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이해영, 2009:226).
    화자와 청자는 자신의 체면을 손상시키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다른 사람의 체면을 손상시키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이처럼 대화는 서로 간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방향으로 흐르며 이를 위해 화자는 대화의 목적 달성을 위한 다양한 언어적 장치를 사용하여 공손성(politeness)을 나타내게 된다. 이해영(1996:18)에서는 이처럼 화자와 청자의 원활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증진시킬 목적으로 수행되는 화용적 기능을 부담줄이기라고 하였다. 공손성은 상대방의 체면 손상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와 함께 상대방의 체면보다는 사실이 아닐 경우에 훼손될 화자의 체면에 대해서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명명된 것이다. 다만 이 책에서는 상대방의 체면 위협을 극복하는 전략이라는 점에 집중하여, 그리고 보편적 용어 사용을 위해서 공손성으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Brown & Levinson(1987:49)에서는 공손성을 사회적 관계성의 언어적 장치라고 하였는데, 대화 참여자들은 상호 간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공손성을 드러내게 되며 이것은 언어적 장치로 드러난다. 이때의 언어적 장치는 담화를 구성하는 담화 조각(segments) 중에서 표층에서 확인 가능한 음운적 요소, 어휘, 문법 항목 등으로 나타난다. 또한 화용적 의도를 가지고 사용된 표현도 아우른다. 공손성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되는 언어적 장치들이 무엇인가를 밝힘에 있어 문법이나 어휘의 차원을 넘어선 화용적 의도에 주목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전통적으로 형태적, 통사적, 의미적 측면에서 다루어져 온 한국어 문법과 어휘적 표현들이 화용론의 관점에서 어떠한 기능을 할 수 있는가에 주목하는 것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어 학습자들은 한국인들과 대화를 할 때 무례하지 않은 표현의 사용에 대해 고민하며 어떤 언어적 장치를 사용해야 좋은지 알고 싶어 한다(이해영, 2016:92). 그러나 이러한 언어적 장치가 제대로 학습되지 않는다면 이를 적절히 발화하거나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는 단지 목표 언어에 노출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Bouton(1994:167)은 학습자들이 함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육적 개입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비모어 화자들은 언급되지 않은 비평, 연쇄, POPE 함축, 관련성 격률(maxim) 등의 함축 유형을 이해하는 데 무려 17개월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함축의 네 가지 유형 중 세 가지 유형은 4년 반이라는 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겨우 습득된 것으로 나타났다(이해영, 2015:250). 결국 한국어 학습자들은 공손성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언어적 장치들을 명시적으로 학습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학습자가 명시적으로 학습할 필요가 있는 이러한 언어적 장치들은 음운론적 현상에서부터 형태소, 통사적 구조는 물론 담화・화용적 현상, 감정의 전달에 기여하는 구어의 부차언어학적 자질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문법론에서 볼 때 다양한 층위에 속하는 것들로 구성된다. 다양하고 이질적으로 보이는 이것들은 공손성을 나타내는 화자의 태도라는 점에서 동일한 기능을 한다. 한국어에서 공손성을 나타내는 언어적 장치의 예를 들면, 형태적 층위에서는 문법 형태소의 어미를 들 수 있으며 어휘 형태소로 ‘주다’, ‘보다’, ‘싶다’ 와 같은 보조 동사, ‘글쎄’, ‘좀’, ‘거기’와 같은 담화표지를 들 수 있다. 통사적 층위로는 피동문과 간접의문문, 간접인용 등이 공손성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서 역할을 한다. 한편, 담화・화용적 층위에서는 생략, 간접화행, 함축 표현, 수사적 표현 등을 통해 공손성을 드러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3장에서 제시된다.
    이상과 같은 논지에서 본고는 1996년에 발표된 박사논문을 토대로 학습 항목으로서의 공손성을 나타내는 언어적 장치들을 조망하되, 어휘적, 문법적 차원에서 실현되는 언어적 장치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즉 본고는 이러한 언어적 장치를 바라보는 관점을 문법론적 관점에서의 분석에서 벗어나 문법적 형태들이 갖는 고정함축적 의미와 공손성의 실현이라는 화용적 기능에 주목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2 형태에서 화용으로, 관점의 전환

    한국어 교육 현장은 다분히 어휘와 문법이 가지고 있는 의미 학습과 그 활용 연습에 집중되어 있다. 한 예로 ‘-어/아 주세요’를 떠올려 보자.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는 부탁하기 기능을 교수하기 위해 ‘-어/아 주세요’라는 명령문의 형태에 초점을 두고 가르쳐 왔다. 그런데 실제 한국어 모어 화자들은 부탁하기 기능을 실현하기 위해 ‘-어/아 주세요’만을 사용하지 않는다. 실내가 어두워 누군가에 불을 켜 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다음의 예와 같이 다양하게 표현될 것이다.

    (5) 가. 불 좀 켜.
    나. 어둡네요.
    다. 불 좀 켜 줄래? 어둡지?
    라. 벌써 밖이 어두워졌어요.

    (5가)는 명령문, (5나)는 감탄문, (5다)는 의문문, (5라)는 서술문의 형태로 다양하게 실현되고 있다. 그리고 (5가), (5나), (5다), (5라) 순으로 부탁의 직접성 또는 그 강도가 약해짐이 느껴진다. 이것은 부탁을 받는 상대방과 화자와의 관계에서 형성되어 있는 사회적 지위, 친밀감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즉 화자는 그러한 요인들에 따라 대화 상대방에게 공손하고자 하는 정도를 결정하고, 그 공손성을 실현하고자 그에 적합한 언어적 형태를 선택한다. 구체적으로 공손성이 명령의 ‘-어/아’와 ‘네요’, ‘-어/아 줄래?’, 확인의 ‘-지?’, 진술 ‘어요/아요’와 같은 언어적 형태들로 실현된 것이다. 이는 화용 또한 언어적인 문법적 형태로부터 출발하며 그 형태와 화용이 불가분의 관계가 아님을 보여준다.
    형태에서 비롯된 화용적 의미는 고정함축의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Grice (1975:50)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로부터 나타나는 함축을 대화함축과 변별되는 개념으로 고정함축이라고 소개하였다. 고정함축이란 어휘나 문장 구조가 지닌 고유한 속성으로 인해 함축이 고정적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가령, 한국어의 문법적 형태나 어휘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의미로 인해 특정 상황 맥락 내에서 공손성과 같은 화용적 기능을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바로 고정함축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고정함축은 대화함축과는 달리 어휘 요소의 고유 속성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협력원리나 하위 격률에 의존하지 않고 대화에서 발생할 필요도 없으며 해석을 위해서 특별한 맥락에 의존하지 않는다. 다만 특정 단어와 관련되어 그러한 단어가 사용될 때 추가적 의미를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송경숙, 2003:116). 어휘뿐만 아니라 아래 예문의 어미들에서도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즉, 단정적인 표현인 (6나)의 (ㄱ)보다는 비단정적이고 말끝을 흐리는 표현 (6나)의 (ㄴ)이 공손성을 나타내는 이유는 각각의 어미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의미가 단정적이고 비단정적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러한 점이 고정함축의 화용적 의미 발현이라는 점과 일치한다.

    (6) 가: 이것 좀 옮겨 줄래?
    나: ㄱ. 지금 바빠서 안 돼. ㄴ. 지금 바빠서 안 되는데.......

    이렇듯 기존에 문법의 범주에서 다루어졌던 언어적 장치들이 각자의 고유한 의미로 인해 공손성이라는 화용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 본장에서는 문법적 형태인 활용어미가 어떻게 공손성을 나타내게 되는지를 자세히 고찰하기 전에 공손성과 관련한 언어적 장치들을 언급하고 있는 초기의 연구들을 먼저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Lakoff(1973:298-304)는 격식성(formality), 주저함(hesitancy), 동등감이나 친밀도(equality or camaraderie)의 3가지 공손 규칙을 제시하면서 대화 참여자들이 그 규칙에 따라 여러 가지 표현을 사용하여 대화를 진행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격식성은 다른 사람의 일에 끼어들지 말고 간격을 유지하라는 것으로 격식을 갖추어 공손한 태도로 표현할 것을 요구한다. 이 규칙에 따르는 언어 표현들로는 피동 표현, 비인칭 표현, 존칭어, 전문 용어 등을 들 수 있다. 두 번째 규칙인 주저함은 화자가 주저하면서 확신이 없다는 듯이 전달하는 태도를 표현하는 것인데 이러한 언어적 장치로는 부가의문문, 완곡어법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규칙은 청・화자의 동등함이나 우정 등을 전제로 성립되는 것으로 대화를 격의 없이 만들고 친근감을 표시하는 기능과 관련된 규칙으로 볼 수 있다. 영어에서는 ‘I mean’, ‘you know’ 등의 표현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각각의 규칙을 실현하기 위한 언어적 장치들을 살펴보면 고유의 의미에서 출발하여 공손성 실현을 위한 화용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Brown & Levinson(1987)에 따르면 체면위협행위(face-threatening act)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상위의 전략은 총 네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 전략은 가장 직접적인 것으로 가령, 이 전략은 만나거나 헤어질 때 인사를 하는 경우나 화재 등의 위급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쓰이며 화자가 청자보다 우위에 있거나 동등할 경우, 청자의 체면을 위협하는 요소가 없는 경우에 사용된다. 두 번째 전략인 적극적 공손은 사람들에 의해서 존중받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적극적인 체면 유지와 관련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청자에 대한 과장된 관심, 인정, 동정의 표현, 집단 구성원 간의 동질감을 높이는 어휘, 동의를 구하고 반의 표시를 피하기 위한 표현 등으로 드러난다. 세 번째 전략인 소극적 공손은 자기 영역에 대한 권리, 행동의 자유, 강제로부터의 자유 등 행동하는 데 있어서의 자유를 방해 받지 않기를 원하는 기본적 욕구와 관련된 것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한 언어적 장치로는 고정된 간접표현, 담화표지, 경어, 비인칭화, 명사화 등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전략은 비공식적으로 표현하는 공손과 관련된 것으로 직접적 언급을 피하고 암시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화자에게 일종의 책임회피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청자에게도 체면위협을 피하게 함으로써 청자 스스로 해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효과를 수반한다. 이는 암시나 힌트를 주거나, 불명료하고 중의적인 표현 등의 언어적 수단에 의해 실현될 수 있다. 물론 체면위협의 정도가 너무나 클 경우 화자는 체면위협행위를 행하지 않게 된다.
    공손성과 관련한 한국어 연구는 주로 높임법의 관점에서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실제 언어 사용은 높임법만으로는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화계에서 최고의 높임 등급에 있는 합쇼체가 사용되어도 실제로 공손하지 않은 표현이 되기도 한다. 조준학(1979)에서는 영어의 공손한 표현들은 서술의 힘이 약하기 때문에 부드러움과 공손함을 나타낸다고 하면서 한국어의 ‘-던데요’를 예로 들어 비교하였고, Sohn(1986)은 간접화행을 나타내는 표현의 가장 강력한 동기를 공손성에 두고, 간접표현을 위한 전략을 분류하였다. 한편, Sohn(1988)에서는 개별적인 장치들에 대한 구체적인 고찰 및 분류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공손을 나타내는 장치로 언어적 장치와 화용적・사회언어학적 규칙에 대하여 언급하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전혜영(1989)에서는 Leech(1983)의 공손원리(polite principle)를 이론적 토대로 접속어미에 대한 통사적, 화용적 고찰을 시도하고 있는데 접속어미의 화용적 기능으로서 공손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이해영(1996)은 상대와 자신의 체면을 보호하기 위한 부담줄이기의 전략들이 사용된다고 보고 부담줄이기를 위한 언어적 장치를 제시하고 있는데, 부담줄이기의 장치로 발현되는 근거를 고정함축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이에 대한 상세한 예시는 3, 4장에서 다루기로 한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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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사이버대학교 초빙교수. 이화여자대학교, 경희대학교, 세종대학교, Middlebury College 강사.
    [재외동포를 위한 한국어], [한국 문화 디딤돌] 등 한국어 교재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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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부교수로 외국어교육특수대학원 부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중언어학회 편집이사 등으로 활동하였고, 미국 듀크대학교와 하와이대학교에서 특수 목적 한국어, 영어권 교포학습자들을 위한 교과 과정 및 자료 개발 작업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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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글로벌한국학부 조교수로 학습자 들의 의사소통능력 발달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고 있으며, 한국어 교재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중언어학회 연구이사, 국제한국어교육학회 편집이사로 활발한 학회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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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여대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부 특임교수로 이화여대 외국어교육 특수대학원 한국어교육학과 교수를 겸하고 있다. 다양한 한국어 교재 개발에 집필가로 참여하였으며, 국제한국어교육학회 출판이사 등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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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실대학교 베어드학부대학 조교수로 이중언어학회 편집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이전에는 이화여대 언어교육원에서 전임강사로 근무했으며, 대학 부속 기관 교재뿐 아니라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 청소년, 재외 동포 등 다양한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수의 교재를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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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사이버대학교 초빙교수로 이전에는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였다. 이화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제대학원, 스크랜튼대학에서 주로 강의를 하고 있으며 경희대학교, 세종대학교, Middlebury College 등에서도 강의를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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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으로 한국어진흥과에 근무하고 있다. 한국어 학습자들의 제2언어 습득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어 교육 정책 담당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어교육 정책 연구와 한국어 교육자료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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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담화 화용 연구 시리즈(총 1권 / 현재구매 가능도서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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