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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 보이지 않는 것에 닿는 사물의 철학[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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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함돈균
  • 출판사 : 세종서적
  • 발행 : 2018년 03월 23일
  • 쪽수 : 28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8407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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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일상의 사물에 대한 흥미진진한 지적 여행

계단, 칫솔, 단추, 사다리, 만년필, 텀블러, 콘센트......
67가지 익숙한 일상 사물들을
가장 힙하고 낯설게 사유하는 생각 훈련

일상의 사물에 대한 흥미진진한 지적 여행!
보이지 않는 존재의 깊이에 닿는 사색을 위하여


우리는 일상에서 늘 사물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층을 오르기 위해 계단이 필요하고, 편안하게 자기 위해 베개를 사용한다. 사무실엔 파티션이 있어야 하고, 여행을 가기 위해 트렁크를 챙긴다. 너무나 익숙한 이 사물들을 우리는 ‘쓸모의 차원’에서만 바라본다. 즉 사물은 도구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더 이상 질문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사회 현상의 이면을 탐구하는 문화비평가 함돈균에게 사물은 단순한 도구에 멈추지 않는다. 인간은 늘 사물과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보는 시각을 달리하면 사물을 통해 존재의 다면성과 만나는 사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설 [어린 왕자]의 주인공이 그림을 보여주며 던진 질문에 어른들은 예외 없이 ‘모자’라고 말하지만 어린 왕자는 그 안에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본다. 어른이 사물의 겉모양새를 인식의 근거로 삼는 반면, 어린 왕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들 중에 더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다고 여긴다. 이런 시선의 차이가 표면 너머를 보게 하고 결국 존재의 깊이에 닿는 사유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저자는 다양한 고찰을 통해 보여준다.

이를테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으로만 존재하는 ‘계단’에서 저자는 높이의 차이가 가지는 심리적인 낙차를 읽어내고 또한 변화 없는 반복이 파생시키는 삶의 권태를 이야기한다. 세계화 시대의 필수품인 ‘비자(visa)’는 타자와 동일자의 구별 짓기를 강화하는 역설적인 제도-사물이라는 사실을 환기한다. 여름의 상징이자 백수의 표정을 한 청춘의 신발인 ‘조리’(일명 ‘쪼리’)는 야생과 야만의 문명적인 차이를 표상하는 사물이라는 저자의 직관도 흥미롭다.

저자는 ‘인간의 감각과 교호하는 은밀한 무의식’이라는 차원에서 사물을 추적한다. 그런 점에서 사물이 품고 있는 의미에 대한 저자의 다양한 사색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은밀한 곳으로 독자를 끌고 들어가 낯선 세계의 경이를 펼쳐 보인다. 문명의 도구를 통해 정치와 예술과 인문과 테크놀로지의 만남을 일상 시간 안에서 꾀하고자 하는 이 책의 시도는 결국 우리가 다른 시선을 가질수록 세상은 더 놀라워진다는 사실을 증언할 것이다.

계단, 칫솔, 단추, 사다리, 만년필, 텀블러, 콘센트......
67가지 익숙한 일상 사물들을
힙하고 낯설게 사유하는 생각 훈련


저자는 3년 전 출간한 [사물의 철학]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67가지 새로운 사물들을 다룬 이 책에서 사색의 깊이와 밀착성이 더 심화되었다고 느낀다면, 그건 그동안 사람들과 나눈 경험과 고민의 진폭이 고스란히 더해졌기 때문 아닐까. 마치 평범한 사물에서 빛나는 비유를 창조하는 시인처럼 그리고 익숙한 것에서 낯선 질문을 발견하는 철학자처럼, 저자는 문학과 철학의 테두리 안으로 우리를 유쾌하게 초대한다.

예를 들어, 두 개의 서로 다른 사물이 결합되어 있는 ‘만년필’의 뾰족한 펜촉에서 저자는 한비자가 말한 ‘양립할 수 없는 논리의 비공존성’과 마크 트웨인이 말한 ‘찌르는 웃음’으로서의 위트를 읽는다. 간단한 손 조작만으로 인간 시야의 한계를 비약적으로 넓혀주는 사물인 ‘드론(drone)’을 통해 소설창작론의 ‘전지적 작가 시점’을 설명하고 더 나아가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인간 윤리의 불일치에서 비롯될 미래의 묵시록을 경고한다. 요즘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구루프’(헤어롤의 일종)를 머리에 달고 다니는 현상에 대해서는 ‘구루프는 억압에 대한 발랄한 도전이자 뻔뻔함의 현상학과 관련된 사물’이라며 프로이트의 이론과 연결짓는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일찍이 저자의 이런 시도에 대해 "사물 하나하나를 다시 사용하면서 세계를 근원적으로 경험해보려는 과감하고 예리한 사유"라고 평했던 것처럼, 저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사물들에 겹겹이 싸인 의미의 층들을 때로는 미시적으로 헤집고 때로는 외연적으로 확장한다. 걸그룹과 여름 거리의 ‘핫팬츠’가 해방감, 주체성, 관음증, 물신성, 불황의 경제학이라는 측면에서 숙고되는가 하면, 어느덧 일상에서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된 ‘에코백’은 유행을 넘어 도덕적·정치적 무의식의 세계로 나아가는 ‘기호’로 해석된다.

사물은 미디어다!
일상 사물에 대한 은밀하고 발칙한 체험


처음에는 도구로 탄생한 사물이 어떻게 도구 아닌 것, 또는 도구 이상의 것이 되는지를 이 책은 흥미롭게 보여준다. 스마트폰이 현대인의 생활 프레임 자체가 된 지금 ‘콘센트’라는 사물은 단순한 장치를 넘어 ‘도시인의 산소호흡기’로 진화했다. ‘텀블러’는 낯선 명칭을 통해 사물의 물성과 분리됨으로써 단순한 도구-생필품이 아니라 ‘기호’가 된다. 노년의 상징이었던 ‘지팡이’는 등산 붐이 불면서 단순히 몸을 의지하는 기구가 아니라 ‘등산 스틱’이라는 하나의 기호품으로 거듭나고 개인의 삶을 능동적이고 유쾌하게 영위하게 하는 ‘미디어’가 된다. 이렇듯 사물-미디어는 사용자의 감각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한 존재에 대한 인상과 관념을 간단히 바꾸는 힘을 가지기도 한다.

하나의 사물은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시간과 국가의 체제를 개념화하는 정서로 각인되기도 한다.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노란 리본’은 한국인의 가슴에서 매해 반복적으로 회귀하는 봄을 표상하며 한국 사회가 가진 온갖 모순과 비극이 응집된 큐브로 작동한다. ‘아파트’라는 사물은 도시에 다른 기하학을 허용하지 않고 팽창하기만 한다는 점에서 ‘사각형 제국주의’를 표방한 진정한 건축무한육면각체고, 그런 점에서 지금의 서울은 육면체들의 연합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레고블록이라고 저자는 일갈한다. ‘인형뽑기 기계’는 현실적인 기대심리가 별로 없는 행위, 또한 뽑는다는 것 자체에 몰입하므로 오락이라 하기도 어색한 행위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허무주의’를 읽을 수 있는 충동의 사물이기도 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일관되게 추구했던 것은 공동의 상식적 시각이 아닌, 오히려 그것에서 벗어나거나 넘어선 시각이었다. 표면의 모자가 아니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보아뱀 속의 코끼리를 보는 너머의 눈, 존재의 깊이에 닿는 사색을 통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자는 호소인 것이다. 사물에 대한 이 은밀한 성찰이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의 씨앗을 뿌리고 삶의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

목차

저자의 말_ 존재의 깊이에 닿는 대화를 꿈꾸며

가위_ 누가 사용하는가
계단_ 과정과 권태
고궁_ 역사는 현재와의 대화다
고글_ 불가능한 싸움
교과서_ 교본이 되는 인문 정신
구루프_ 뻔뻔함의 현상학
귀도리_ 과잉 귀여움
나무 펜스_ 보호하는가, 배제하는가
노란 리본_ 사건 이후
다이어리_ 반짝이는 건 출발의 순간
단추_ 머뭇거림의 존재 양식
드론_ 전지적 시점의 미디어
등산 스틱_ 감각을 바꾸는 미디어
라디오_ 라디오 스타
마우스_ 클릭이 시작이다
만년필_ 찌르는 방패
목욕탕의 탕_ 카타르시스형 사물
무대 조명_ 생명을 품고 있는 어둠
묵주_ 기도에 깃든 장미향
바둑알_ 시민전쟁
박스_ 공동체(共同體)가 아닌 공동체(空同體)
방제복_ 외계 점령군
밴드_ 상처 난 자리가 중심이다
베개_ 매일매일 다른 것과 만나는 통로
벤치_ 쓰레기통이 놓였던 자리에
비누_ 처녀 엄마
비자_ ‘인간’의 권리는 없다
빨대_ 생명의 도약
사다리_ 면적 없는 반중력
센서_ 퇴행하는 몸
손톱깎이_ 용모 단정 이상
숟가락_ 책임이 들어 있는 계량
스쿨버스_ 도로 위의 메시아
스툴_ 미(美)는 스스로 몸을 곧추 세우고
스피커_ 잘 듣는 귀는 심장을 닮았다
실타래_ 문제는 ‘푸는’ 것이다
쓰레기통_ 이 안에 든 것은 정말 ‘쓰레기’일까
아파트_ 건축무한육면각체
액자_ 프레임 전쟁과 노예 도덕
에어컨_ 인공적 듀얼 시즌
에코백_ 우리는 패션으로 에코한다
열쇠고리_ 곁에 있는 작은 토템
인형뽑기 기계_ 도박이 아닌 허무주의
정수기_ ‘순수한’ 불신 시대
조리_ 최소한의 고리
좌변기_ 휴머니즘의 발명
주유기_ 길 위의 세속 교회
지갑_ 유리지갑과 13월의 폭탄
참빗_ 차분하고 촘촘한
책_ 이상한 나라의 아날로그
철조망_ 갇힌 건 우리
칫솔_ ‘치아’가 아니라 ‘이빨’이다
코인_ 화폐 아닌 화폐
콘센트_ 도시인의 산소호흡기
타일_ 부분과 전체
텀블러_ 기호가 된 생필품
트렁크_ ‘생활’을 굴리는
티백_ 벗과 다도(茶道) 없는 차 가방
파티션_ 존재를 가르기
포스기_ 나는 네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핫바디_ 몸이라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
핫팬츠_ 청춘의 패션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향_ 두 세계를 잇는 나무
헤어드라이어_ 도시인의 순풍
형광등_ 무드 없는 빛
화분_ 도시 농부
확성기_ 귀 없이 혀만

본문중에서

이 책은 문명의 도구를 통해 정치와 예술과 인문과 테크놀로지의 만남을 일상 시간 안에서 유머러스하게 주선하고, 그 새로운 만남을 시민(詩民)의 언어로 번역하고 싶은 내 일관된 소망의 산물이다. 군중의 상투적 감수성을 넘어 미래의 시간을 예감하는 질문이 담긴 ‘모자-컨테이너-책’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의 말' 중에서)

시시포스의 고통은 바위를 언덕 위로 굴린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었다. 바위를 언덕 위로 올리면 돌이 다시 밑으로 굴러 내려가 같은 일을 완전히 똑같이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 그것이 문제였다. 시시포스 형벌의 영원한 동일성에 비해 계단은 물론 종착점이 있는 사물이나, 아주 많은 수의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가야 할 때의 변화 없는 반복성은 그 자체로 지독한 고통을 수반한다. 이 고통의 핵심은 ‘권태’다. 인간에게 육체적 노역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동일한 것의 반복이 파생시키는 권태, 삶의 ‘무의미’다.
('계단' 중에서)

여권에 새겨진 비자(visa)는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제도-사물이다. 비자를 지닌 외국인은 오이디푸스처럼 추방되지 않고 다른 나라 국경을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방인이라는 미심쩍은 선입견이 이 제도-사물로 불식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는 ‘괴물’은 아니므로(혹은 아닌 듯하니) 국경선을 통과할 수 있는 ‘인간’의 최소 기준에 턱걸이했을 뿐이다. 그것도 일정한 유예 시간에만 작동하는 시한부 자격으로. 작은 노트에 찍힌 도장 하나는 그 ‘턱걸이-시한부’를 가능하게 한다.
('비자' 중에서)

형태상으로 부츠의 반대편에 있는 조리는 가장 개방된 형태로, 신발의 최소주의로 문명의 폼을 취하는 사물이다. 바람이 잘 통하고 햇볕을 온 발등으로 받으며, 아주 얇고 평평한 밑창으로 땅에 붙어 땅(노면)의 기운을 그대로 흡수한다. 신고 뛰기 어려운 이 사물은 그래서 느긋하고 청춘의 시간을 발랄하게 환기하면서 어딘가 가볍게 일탈적이다. 이 일탈성을 ‘도전적’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으나 이 사물의 에너지에서 가장 멀리 있는 것들 중 하나가 억압과 순응주의인 것은 분명하다. 이 사물은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에 낀 단 하나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의 폼을 유지함으로써, 많은 끈을 붙잡고 있는 일상인들의 구두보다 더 싱그럽다. 야생이다.
('조리' 중에서)

어느 집에나 트렁크 하나 정도는 있다. 일상에 변화를 추구하고 싶다면 트렁크를 문 근처에 두어보자. 그 이미지 자체로 일상에 가벼운 율동감이 생기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풍경의 율동감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고, 대체로 이런 율동감은 놀이하는 기분과 다르지 않다. 트렁크는 너무 익숙해서 지루하기 그지없는 일상의 도구들을 상자에 담아 ‘굴림’으로써 생활을 놀이로 전환해주는 사물이다.
('트렁크' 중에서)

이제 여름의 여성용 하의 패션에선 핫팬츠가 대세를 이룬다. 속옷이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미니스커트의 강박을 여름 핫팬츠는 간단히 해결한다. 핫팬츠를 ‘속옷’으로, 또는 속옷을 핫팬츠로 만드는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겉과 속, 안과 밖의 차이를 없애버리는 일. 핫팬츠는 속옷을 거리로 개방하고 일상의 햇살 아래에 직접 드러낸다. 대세가 된 핫팬츠는 ‘은밀한 영역’이 사라진 시대를 표상하는 패션 아이콘이다.
('핫팬츠' 중에서)

‘향’은 땅과 하늘, 이승과 저승을 잇는 탁월한 제의적 나무다. 이 가느다란 녹색 나무는 이승의 현 시간에 다른 시간을 열고 이 공간을 다른 공간으로 구획한다. 나무는 작은 불씨와 더불어 머리를 태우고 있지만, 타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연기로 화해 다른 세계로 올라가며, 고유의 냄새를 통해 여기 남은 이들의 몸에 배어 있다. 망자의 냄새, 망자의 기운이다. 이런 제의적 사물을 통해 월명사의 [제망매가]처럼 우리는 ‘도를 닦으며 다시 만날 또 다른 생을 기다릴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향'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3~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문학평론가.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를 지냈다. 2006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이래 문학 고유의 정치성과 예술적 전위를 철학적 시야로 결합시키는 이론·문학사연구와 현장비평에 매진해 왔다. [사랑은 잠들지 못한다], [예외들], [얼굴 없는 노래] 등의 문학평론집과 문학연구서 [시는 아무것도 모른다]를 출간했다. 비평적 글쓰기를 시민의 일상으로 확장하고 교육적 방법론으로 공유하고자 [사물의 철학]을 썼다. 교육·사회혁신에 대한 일관된 관심과 열망 때문에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스탠퍼드 대학교 교육대학원 부학장 폴 김 교수와 만나 여러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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