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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생태계와 통일의 교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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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한반도를 ‘분단생태계’라는 개념으로 재사유하고자 했다. 우리가 생태계라는 개념을 사용한 이유는 첫째, 남북이 분단과 전쟁의 영향을 받아 대립과 적대를 재생산하는 상호관계 시스템을 갖고 있고, 이를 극복하지 않고는 통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분단생태계’라고 부르고자 했다. 이때 ‘분단생태계’는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체제와 구조와 같은 환경 뿐 아니라 그 안에 살고 있는 주체들의 활동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둘째, 생태계라는 개념을 통해 분단의 공간에 살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의 역동성과 상호관계성에 주목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분단은 저절로 균열되거나 해체되지 않는다. 이를 뒤흔드는 주체들의 활동 속에서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통일의 교량자들’로 명명하고 ‘분단생태계’에서 이들의 활동이 갖는 유의미성을 적극 발굴하고자 하였다. 셋째, 우리는 ‘분단생태계’가 아무런 매개 없이 ‘통일생태계’로 곧 바로 바뀌어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분단생태계’를 ‘통일생태계’로 바꾸어나가기 위해서는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인 내용을 담보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이 바로 ‘생명평화’이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명평화의 문화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자, 이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보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사 서평

‘분단생태계’에서 ‘생명평화의 문화생태계’로 나아가기 위하여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은 2008년부터 10년간 3단계에 걸친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단계의 연구목표는 ‘통일인문학의 인식론적 틀과 가치론 정립’이고, 2단계의 연구목표는 ‘통일인문학의 적용과 확산’이며, 3단계의 연구목표는 ‘포스트-통일과 인문적 통일비전의 사회적 실천’입니다.
현재 3단계에 접어든 통일인문학연구단은 ‘포스트-통일’, 즉, 남북의 정치경제적 체제 통일 ‘이후’를 가정하는 가운데 ‘사람의 통일’이라는 관점에서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갈등을 예측하고 지금부터 이를 예방할 수 있는 통일의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통일인문학연구단이 ‘포스트-통일’을 염두에 둔 연구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우선, 한반도의 통일에서 정치경제적인 통일만큼이나 ‘사람의 통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통일이 어느 시점의 통일 선언이 아니라 ‘통일 만들기’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통일이 남북의 주민, 코리언디아스포라 모두에게 희망의 미래비전이 되기 위해서는 통일의 장소인 바로 이곳, 한반도의 사회개혁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작년에는 남북의 적대관계 속에서 분열된 민족의 연대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였고, 올해는 ‘분단폭력’으로 점철된 한반도를 생명평화의 공간으로 바꾸어나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통일인문학연구단 소속 각 연구팀이 각각 연구를 진행하는 가운데 생활문화팀에서는 올해 연구사업을 진행하면서 특히 한반도를 ‘분단생태계’라는 개념으로 재사유하고자 합니다.
생활문화팀이 ‘생태계’라는 개념을 사용한 이유는 첫째, 남북이 분단과 전쟁의 영향을 받아 대립과 적대를 재생산하는 상호관계 시스템을 갖고 있고, 이를 극복하지 않고는 통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분단생태계’라고 부르고자 하였습니다. 이때 ‘분단생태계’는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체제, 구조와 같은 환경뿐 아니라 그 안에 살고 있는 주체들의 활동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둘째, ‘생태계’라는 개념을 통해 분단의 공간에 살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의 역동성과 상호관계성에 주목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분단은 저절로 균열되거나 해체되지 않습니다. 이를 뒤흔드는 주체들의 활동 속에서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들을 ‘통일의 교량자들’로 명명하고 ‘분단생태계’에서 이들의 활동이 갖는 유의미성을 적극 발굴하고자 하였습니다.
셋째, 우리는 ‘분단생태계’가 아무런 매개 없이 ‘통일생태계’로 곧 바로 바뀌어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분단생태계’를 ‘통일생태계’로 바꾸어나가기 위해서는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인 내용을 담보해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것이 바로 ‘생명평화’이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명평화의 문화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자, 이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보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의 생활문화팀은 지난 1년 동안 위의 문제의식을 녹여내기 위한 연구를 수행해왔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연구성과를 담은 것이자, 생활문화팀과 같은 결의 문제의식을 가진 연구자들의 글을 함께 모은 것입니다. 이 책은 전체 3부로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부는 "동아시아 분단체제와 친밀권의 정치학"이라는 주제 아래 3개의 장으로 구성되었고, 제2부는 "분단생태계와 통일의 교량자들"이라는 주제 아래 4개의 장으로, 제3부는 "생명평화생태계의 모색과 통일의 윤리"라는 주제 아래 3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책의 제1부 "동아시아 분단체제와 친밀권의 정치학"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분단 환경과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의식을 담았습니다. 제1부에서 필자들은 분단의 문제를 단지 한반도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동아시아로 확장할 것을 제언하는 한편, 사람들의 삶의 영역까지 침투해온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사유해온 분단에 대한 공간적 개념을 뒤흔들고 그것을 재정립하기를 요구할 뿐 아니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까지 제시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제언입니다.
먼저 이삼성은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성격에 대한 일고」에서 탈냉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상호의존은 깊어지는 반면 군사정치적인 갈등이 격화되어 지역통합을 저해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지역구도를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자 했습니다. 그가 설정한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는 미소 냉전과 결부되면서도 중국과 일본이라는 차상위국가들의 역사심리적 대립이 결합된 미일동맹체제 대 아시아대륙이라는 구조를 갖습니다. 이러한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는 하위에 남북 분단과 중국과 대만의 분단이라고 하는 ‘소분단체제’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탈냉전에도 불구하고 해체되기는커녕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삼성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한국이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의 최대의 희생자이자, 지정학적․역사심리적 ‘중간자’라는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고 동아시아 분단체제를 해체하고 공동의 안보질서로 나아가는 적극적인 주체로서 역할을 할 것을 주창합니다. 그는 이때 ‘중간자’의 존재로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시아적 전망’임을 설파합니다. 대분단의 질서 속에 살고 있는 우리가 소분단의 질서에 매몰되지 않는 아시아적 전망 속에서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이삼성의 연구가 동아시적 관점과 아시아적 전망 속에서 분단체제를 재사유할 것을 요청한 글이라면 뒤를 이은 김명희의 연구 「동아시아 분단체제의 재구성 장치로서 친밀한 공공권의 가능성: 코리언디아스포라 생활세계 비교연구를 위한 하나의 시론」은 동아시아 코리언디아스포라의 생활문화적 실천에서 동아시아 분단체제를 재구성할 연대성의 단초를 발견하고 이론화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그는 우선 분단코리언의 정치적 가족주의, 재중조선족과 재미한인의 만들어진 전통, 재일조선인의 탈경계 로컬 친밀권, 위안부 운동으로 표출된 탈식민 저항적 친밀권 등 코리언이 각 지역에서 전개하고 있는 구체적인 실천행위에 주목했습니다.
이를 통해 김명희는 코리언 디아스포라들이 탈식민, 탈냉전, 탈독재라는 중층적 시공간에서 한편으로는 선택적 전통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공통성의 기반을 창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가족, 친족, 민족, 지역의 경계를 가로질러 탈경계적 연대의 사회적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행기 친밀권에 내재한 맹아적 잠재력이 공공권으로 발현될 수 있는 연결고리로서 친밀권과 공공기억의 연대를 통한 사회문화적 통합, 그리고 재현의 정치를 통한 사회문화적 치유의 해법을 접목시킬 것을 제안하고 이를 ‘친밀한 공공권’으로 개념화하였습니다. 다른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형성된 공공기억은 동아시아의 어긋난 역사기억을 공공의 역사로 재구성하여 공통의 정체성을 고취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고성만은 「화해와 상생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제주 4․3의 ‘과거청산’과 ‘희생자’의 정치학」에서 분단으로 말미암은 상처를 극복해가고자 한 과거청산이 어떠한 문제와 숙제를 남기고 있는지 성찰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과거청산의 주요한 산물인 ‘희생자’에 초점을 맞추어 ‘올바른’ 희생자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갈등과 함의에 대해 검토함으로써 과거청산과 화해담론이 과연 ‘남남갈등’과 나아가 ‘남북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고성만은 4․3의 과거청산이 대한민국사 정립의 일환이 됨으로써 국가폭력의 집행자인 ‘토벌대’와 학살된 ‘주민’이 모두 ‘희생자’로 재편되고 ‘무장대’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반하는 자로서 배제된 반면, 오사카의 4․3위령제에서는 주최자측이 ‘희생자’를 추모하면서도 ‘희생자’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또 누구를 제외시켜야 하는지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이를 통해 4․3이 ‘남남갈등’과 ‘남북화해’의 교훈으로 원용되기 위해서는 화해와 상생의 보편성을 탄생시킬 수 있는 희생자에 대한 접근방식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자치를 지향했던 봉기의 역사성을 복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제2부 ‘분단생태계와 통일의 교량자들’에는 ‘분단생태계’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시도하는 한편, ‘분단생태계’의 내부에서 이의 재편을 주도하고 있는 ‘통일의 교량자’들의 구체적인 활동상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통일의 교량자들’은 지금까지 ‘분단생태계’를 지배해온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를 근저에서 뒤흔들고 생명 평화의 문화를 담지해 나가고 있는 존재로서, 분단생태계의 새로운 전망을 이끌어가고 있는 주체들입니다.
우선 정진아는 「탈북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선: [남북청년통일실험-어서오시라요]에 대한 댓글사건」을 통해 탈북자에 대한 남한 주민들의 감정과 인식이 작동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고자 했습니다. 지금까지 탈북자는 반공반북 활동의 선봉대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았을 뿐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의 역할은 거세되었습니다. "통일에 반대한다"는 탈북청년의 발언은 지금까지 ‘분단생태계’가 작동해온 방식에 반기를 드는 것이자, 탈북자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신, 보상심리를 자극하는 것이었습니다. 방송 직후 이들에게는 수많은 악성댓글이 쏟아졌습니다.
그는 악성댓글에 대응하는 탈북자들의 태도에 주목했습니다. 이들은 1990년대 이후 ‘분단생태계’에 등장한 새로운 탈북자들로서, 이념의 틀에 구애받지 않고 남한 주민의 공격도 회피하지 않은 채 남북관계, 통일문제, 사회문제에 대한 자기소신을 당당히 말하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진아는 한국사회의 교육과 언론이 남한주민과 탈북자 사이의 적극적인 가교역할을 할 것과 남한주민들이 탈북자에 대한 감정과 인식을 연민과 적대가 아니라 적극적인 환대로 전환하고 그 경험을 확산해나갈 것을 제안했습니다.
다음으로 도지인은 「한반도 평화의 창조적 전환: 7.4남북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그것을 주도했던 임동원에 주목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남북관계의 변화는 7.4남북공동성명에서부터 감지되었지만, 그것이 ‘창조적 전환’으로 질적 변화를 겪은 데는 행위 주체의 인식 변화와 주도적인 활동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도지인은 남북협상에 임한 임동원의 철학과 원칙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첫째, 남북협상을 승패가 아닌 해결책의 도출과정, 즉 창조의 과정으로 인식했다. 둘째, 남북관계를 "통일지향적 특수관계"라는 개념으로 정의하여 상호인정과 평화공존을 역설했다. 셋째, 북한체제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넷째, 통일문제에 있어서 한국의 주인의식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이를 통해 도출된 남북기본합의서가 한반도 비핵화문제를 미국과의 동맹이나 중국의 압력에 아웃소싱하지 않고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해나가는 한편, 한미공조와 한중조율을 조화시켜가고자 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통일문제에 있어서 초당적으로 견지해나갈 만한 기본원칙과 철학을 정립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임지훈은 「상호의존에 따른 남북 근로자의 협력-신뢰형성 연구: 개성공단의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남북경협이 보수정권의 등장이후인 2008년부터 사실상 중단상태에 놓인 반면, 개성공단이 11년 동안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인을 규명하고자 했습니다. 개성공단은 남북기본합의서의 전문 취지에 따라 남북경협을 목적으로 탄생했습니다. 남한은 작업장의 경영을, 북한은 해당 작업장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역할분담이 이루어졌습니다.
임지훈에 따르면 초기의 여러 갈등요소에도 불구하고 남북 근로자들의 접촉과정은 서로의 시선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서로의 노동문화를 이해하고 이질적인 차이 속에서도 적절한 접점을 찾아 협력하는 과정에서 상호신뢰도 점차 강화되었습니다. 남북 근로자는 적대감과 민족 감정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에도 불구하고 갈등 대신 협력과 신뢰를 증진시켰습니다. 그런 점에서 개성공단은 11년 동안 근로자 스스로의 협력을 통해서 갈등을 해소하고 상호신뢰를 증진시킨 남북경협의 성공적인 모범사례이자, 우리가 이어가야 할 통일의 교량입니다.
한편 임경화는 「분단과 분단을 잇다: 미군정기 오키나와의 국제연대운동과 한반도」에서 제3세계 민족해방운동을 통해서 전개되었던 오키나와와 북한 간의 국제연대운동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그 의미를 고찰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냉전체제의 최전선에서 서로를 위협하는 적대적 타자로 위치지워진 오키나와와 북한이 국제연대운동의 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게 긴장을 강요하는 공동의 원인을 미국에 의한 조국 ‘분단’으로 보고, 그 해결방안으로서 미군철수와 분단된 ‘조국’의 통일 복귀라는 탈식민의 과제에 대한 열망을 공유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임경화는 북한의 반미는 체제유지로, 오키나와의 반미는 체제저항으로 나아간다는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자는 민족모순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를 가진다는 점 또한 지적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이를 통해 제국주의 혹은 패권주의에 맞선 저항주체를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통해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제3세계 민족해방운동 속에서의 연대의 경험을 총체적으로 비판하고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통일의 교량자들의 경험 역시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제3부 "생명평화생태계의 모색과 통일의 윤리"에서는 한국의 전통과 독일의 경험을 고찰하는 가운데 생명평화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윤리와 주체적 실천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타진해보고자 했습니다. 필자들은 생명평화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특별한 대안이 아니라 바로 이곳, 한반도의 토양과 남북관계의 현실 속에서 길어올려진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임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먼저 박병기는 「통일윤리와 화쟁: 북한이라는 타자와의 화쟁 가능성을 중심으로」에서 통일이라는 화두는 생존문제라는 생명의 차원과 민족의 당위적 통합이라는 진여의 차원을 동시에 지닌다고 지적하고, 통일의 윤리는 이 두 가지 차원을 아우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그 실천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불교의 화쟁 개념에 주목했습니다.
박병기는 화쟁의 윤리가 가진 세 단계, 즉 만남-쟁(爭)과 경청-화회(和會)의 단계를 통일과정에 접목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우선 남북한이 서로에 대한 무조건 환대에 기반을 두고 만나야 하고 그런 후에는 각자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기회와 들을 수 있는 경청의 장이 충분히 열려있어야 하며, 마지막에는 더 나은 공존과 평화가 가능한 이론적, 실천적 합의를 이루어 실천해가는 실천의 단계가 보장되어야 하고 이 모든 것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병기는 우선 남북의 문화와 역사 속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공유 가능한 불교를 매개로 이를 이루어나간다면 다른 영역으로까지 화쟁의 윤리를 확산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음으로 이동기는 「독일통일 후 동독정체성: 오스탈기는 통일의 걸림돌인가?」에서 독일통일 후인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동독사회에 지배적인 사회 현상으로 등장해 위력을 발휘한 ‘오스탈기’, 즉 ‘동독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통해 동독 주민들이 공유했던 동독정체성과 지향의 내용 및 기능을 살피고자 했습니다.
이동기에 의하면 통일 후 동독 주민들이 보인 고집과 정체성은 이행사회에서의 정서적인 집단대응인 동시에 이성적인 자존전략입니다. ‘오스탈기’는 과거에 대한 담론이면서 동시에 ‘우리 민족, 문화, 지역’에 대한 담론으로서 동독인에 대한 사회적 지배담론에 많은 문제와 오해가 있다고 느낀 동독인들이 그것을 주체적으로 수정하는 수단이자 과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스탈기’는 통일의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통합의 매개과정인 것입니다.
상당수 동독주민들은 서독사회와 통일하면서도 그들 나름의 고유한 경험과 기억과 가치를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한반도의 통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통일이 아니라 상호주체성을 확보하는 통일, 그것이야말로 남한주민과 북한주민 모두가 상생하는 길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영선은 「통일문제의 생태주의적 인식과 문화번역의 가능성」에서 한반도 분단이 작동하는 ‘분단 상황에 대한 성찰적 반성’을 통해 생명평화의 생태적 통일환경의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하였습니다. 그는 통일문제의 출발이 ‘분단의식’, ‘분단기억’ 속에 있음을 확인하고 분단문제를 재해석하거나 분단을 뛰어넘는 통일의식을 경험하는 ‘문화번역’의 현장을 통해 통일담론을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전영선은 ‘문화번역’이 필요한 영역으로서 남과 북, 남한주민과 북한이탈주민,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를 상정했습니다. 그는 이제 우리가 "통일에 대한 통일"이 필요한 시기에 왔음을 지적하고, 통일에 대한 번역이 필요한 대상으로서 ‘통일이라는 의미 그 자체’와 다양한 맥락 속에 있는 통일담론을 들었습니다. 전영선은 한국사회에서 통일이 어떤 개념으로 활용되었고, 어떤 차원에서 어떤 의도로 이야기 되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지금까지 우리가 서구화된 남한의 언어로 북한을 독해했다면 이제는 ‘문화번역’을 통해 남북이 상호성에 의거한 통일의 가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 책은 분단/통일문제와 생명평화의 가치를 잇기 위해 생활문화팀 구성원 모두가 1년 동안 수없이 논의하고 계획을 세웠다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기를 반복하면서 만들어낸 결실입니다. 책의 저자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 책이 나오기까지 연구원들의 숨은 노고가 있었습니다. 이 연구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세미나와 심포지엄의 실무를 전담해준 이유리, 신호명 연구원, 이 책의 교정교열과 필자들과의 연락 등을 도맡아준 김정아 연구원의 노고에 깊이 감사합니다. 또한 통일인문학연구단 생활문화팀의 문제의식에 동의하고 귀중한 옥고를 선뜻 내어주신 이삼성, 고성만, 임경화, 박병기, 이동기 선생님께 두 손 모아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맵시있게 나오도록 수고해주신 한국문화사 편집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7. 12.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생활문화팀장 정진아

목차

제1부 동아시아 분단체제와 친밀권의 정치학
제1장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성격에 관한 일고
제2장 동아시아 분단체제의 재구성 장치로서 친밀한 공공권의 가능성
제3장 ‘화해와 상생’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제2부 분단생태계와 통일의 교량자들
제4장 ‘탈북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선
제5장 한반도 평화의 창조적 전환
제6장 상호의존에 따른 남북 근로자의 협력-신뢰형성 연구
제7장 분단과 분단을 잇다

제3부 생명평화생태계의 모색과 통일의 윤리
제8장 통일윤리와 화쟁(和諍)
제9장 독일통일 후 동독정체성:
제10장 통일문제의 생태주의적 인식과 문화번역의 가능성

본문중에서

한반도 평화의 창조적 전환 : 7.4남북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
- 도지인(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1. 서론

"협상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창조입니다 (임동원, 1991)."

본 연구는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가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에 가져온 근본적인 변화의 의미를 재조명하기 위해서 7.4남북공동성명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남북기본합의서가 어떤 의미에서 창조적 전환을 가져왔는지 논의한다. 양 합의는 역사적으로 남북 관계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지만, 7.4남북공동성명은 남북간 최초의 통일 원칙에 대한 하나의 합의를 이루면서도 "통일" 또는 "민족"을 앞세워 반공통일의 담론을 바탕으로 하여 두 개의 한국, 또는 상호인정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북기본합의서는 "평화"와 "상호인정" "사실상의 통일"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강조하면서 상호인정의 평화공존 담론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창조적인 발상의 전환을 하였다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즉 민족을 앞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상호인정을 거부하고 일방적인 승리를 전제로 하는 통일의 개념에서 평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상호공존과 협력을 모색하여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상정하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졌다는 측면에서 두 합의는 각각 그 의미가 다르다.
이러한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의 창조적 전환의 과정에 있어서 주지하다시피 국제 냉전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그 주원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의 변화에서 상황(circumstances)의 변화는 인물(individual)의 결합을 통해서 특정한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남북기본합의서는 1990년대 초반 냉전질서의 해체와 더불어 이것을 새로운 남북 관계와 평화의 개념으로 적용한 개인의 존재, 즉 임동원 당시 남북고위급회담의 한국측 대표의 분단 극복의 교량자적 역할에 주목하는 것도 필요하다. 임동원은 1990년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로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한 유일한 남측대표라는 기록을 남긴 인사로, 회담이 시작되면서 군비통제와 외교관련 문제를 담당하는 회담대표로 임명되어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또는 판문점에서 60차례나 남북협상에 참여하였다. 임동원은 협상과정을 통해 탈냉전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성언을 남북이 합의 채택하는데 산파역할을 한 것을 자신의 일생에서 매우 보람 있고 영광스러운 일로 자부하며, 본회담을 포함하여 각종 회담과 접촉 등 60여 차례의 남북협상을 통해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키고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역사적 소명을 다한 것을 개인적으로 큰 특전이요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회고하였다. 분단 극복이 시대적으로 과제로 대두될 수 있었던 상황과 더불어 교량자로써 지적기반 뿐만 아니라 정책적 혜안을 갖고 추진력을 가졌던 인물의 결합에 주목하고자 한다.
따라서 임동원 개인이 가지게 된 사회주의권과 북한에 대한 변화된 인식에 주목하여 "통일"우선의 반목보다 "평화"우선의 공존으로 전환하게 된 남북 관계의 변화를 재조명한다. 임동원은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이른바 "부전승전략"을 주장하였는데, 1970년대부터 제시된 남북 관계에서 "평화적 경쟁(peaceful competition)" 또는 "충돌하지 않는 경쟁 (competing without confrontation)"의 연장에 있으면서도 경쟁보다는 상호인정을 더 강조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또한 북한과의 협상에서 타협을 모색하고 승자독식 양자택일 배제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북한에 대한 대북 협상에 대한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민주주의 원칙들을 실천하는 대북정책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의 주된 역할을 중국에 아웃소싱하거나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실천하고자 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본 연구는 7.4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의 배경, 이행의 조건과 실패 등에 관한 기존연구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차원보다는 전자와 후자를 대비함으로써 남북기본합의서 자체의 의의를 정리하는데 주요 목적을 두고자 한다. 이러한 비교분석을 위해서 본 연구에서는 1960년대­1970년대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두 개의 한국"정책의 배경과 추진경과를 우선 검토한다. 이어서 남북기본합의서의 채택과정에서 임동원 대표가 부각시키고자 한 평화적 남북 관계, 과정으로써의 통일, 북한에 대한 현실적 접근 등의 개념을 상세히 서술하고 이러한 창조적 전환이 그 이후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 모색에 가져온 영향을 분석한다. 결론에서는 남북기본합의서가 가지는 한계와 앞으로의 남북 관계에서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한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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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은 통일 문제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과 지혜를 모으고자 ‘소통·치유·통합의 통일인문학’을 표방하며 건국대학교 인문학 연구원에서 출범한 연구기관이다.
2009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연구 체계를 본격화하였으며, 2012년 1단계 평가에서는 ‘전국 최우수 연구소로 선정되었다. 통일인문학은 사람 중심의 인문정신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통일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법을 찾고자 하는 새로운 학문 영역으로서, ’체제의 통일‘을 넘어 ’사람의 통일‘로 ’분단과 대결‘의 시대에서 ’통일과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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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일본의 리쓰메이칸대학교 객원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로 있으며, 한림대학교 학술상(2010), 백상출판문화상(저작 부문, 1999), 단재상(1998)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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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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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메이칸대학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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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교수 및 대학원 통일인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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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2010년 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 10기로 입학해 2013년 “Reversing Friends and Enemies: The American Factor in the Sino-Soviet Split and North Korean Crisis Mobilization, 1962~1968”,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으로 “1960년대 한국의 중립국 및 공산권 정책 수정에 대한 논의”, 한국과 국제정치 제 33권 4호(2017.12), “Loss Aversion and Risk Taking in North Korean Strategy, 1967~1968”, Asian Perspective 제40권 3호(2016.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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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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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한일비교문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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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했다. 불교원전전문학림 삼학원(5년제)에서 수학했고, 전주교육대학교 교수(초등교육연구원장)를 거쳐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교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종합교육연수원장을 맡고 있고,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장이다. 계간 『불교평론』 편집위원장이기도 하다. 주요 저서로는 『윤리학과 도덕교육 1,2』(공저)와 『동양 도덕교육론의 현대적 해석』(문광부우수학술도서), 『의미의 시대와 불교윤리』(세종도서: 학술부문), 『딸과 함께 철학자의 길을 걷다』, 『우리는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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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평화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프리드리히 실러 예나대학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본대학교 아시아학부 초빙연구원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 강릉원주대학교 사학과 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강원대학교 평화학과 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Option oder Illusion?: Die Idee einer nationalen Konfoeration im geteilten Deutschland 1949-1990(선택 가능한 길인가 망상인가: 1949-1990년 분단 독일의 국가연합안)』, 『20세기 평화텍스트 15선』, 『현대사 몽타주: 발견과 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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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사, 석사, 문학박사
논저: 『어서와 북한영화는 처음이지』 (2019), 『NK: POP 북한의 전자음악과 대중음악』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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