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사회과학 방법론으로, 현장 연구를 통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술책들을 제안하는 책. 저자는 40년 이상 연구자와 교수로서 일해온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기법들을 전해주고 있다. 연구자의 집합심상 혹은 고정관념이 가지는 문제점들을 제시하고,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우리의 현실과 더 근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술책들을 알려준다. 이러한 술책들은 자료와의 대화를 통한 귀납적 방식을 특징으로 하며, 주로 연역적 방식에 근거하는 기존 지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독자를 위하여

가벼운 제목-술책-에 유혹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던 독자는 언뜻 저자의 겸손한 이중성―가벼움과 무거움―에 속아 이 책의 진가를 폄하할 우려가 있다. 그러한 독자를 향해 권하고 싶은 것은, 저자의 이러한 이중적 글쓰기 방식에 내재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 전체를 흐르는, 표면에는 떠오르지 않는 중심 정서―굳이 이점을 강조하고자 한다―인 겸손함을 가지고, 또한 각 장의 여러 제목들에 이끌린 수동적이고 단층적인 독서가 아닌 적극적이고 심층적인 독서를 하라는 것이다. 복합구조를 띠고 있는 저자의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아니, 저자의 독특한 술책과 글쓰기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돌려보고 뒤집어보는 독서를 가능하게 해주는 놀라운 독서의 기술을 가르쳐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연구자로서의 성실한 자세와 그 진지한 결과를 술책이라는 가벼운 단어로 교묘히 은폐하고 있다. “학계의 술책 Tricks of the trade”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이와 같은 저자의 이중성은 적나라하다. 저자에게 있어 학계는 지식인의 고상한 특별 영역이 아니다. 산업, 유통 등에 비견해도 좋을 하나의 ‘업계trade’일 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술책trick’이라고 명명하고 있는 학문―특히 사회학적 관점의 학문―의 방법론들은 저자의 표현처럼―여기에 속지 마라!!― 단순한 말장난이나 짧은 기교에 그치지 않는다. 진정으로 연구자에게 필요한 성실함과 절제, 그리고 주류 연구―많은 학자연하는 자들에게 쉬운 선택의 기회로 열려있는 지름길―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회현상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탐구자세 등을 기반으로 한, 저자의 땀냄새가 배어있는 성실한 조사 방법론으로서, 자신이 학문에 종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한 번쯤 겸허하게 참고하여야 할 귀한 보고(寶庫)이다.



학계의 술책 - 표면적 의미와 심층적 의미

저자가 말하는 학계의 술책이란 어떤 현상을 뒤집어 봄으로써 그 현상을 다르게 보는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연구를 위한 새로운 문제와 사례를 비교하고 새로운 범주를 창출하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생성할 수 있다. 이것이 저자가 내세우는 술책의 표면적 의미이다.

그러나, 독자들이 여기에 머무른다면 이 책을 부분적으로만 읽는 것이다. 그러한 표면적 의미를 통하여 저자가 더욱 말하고 싶은 것은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연구자의 더욱 섬세하고 독창적인 시각, 평범한 현상에 대해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예리한 관찰, 기존의 연구에서 무가치하다고 폄하되었던 현상에서 뜻밖의 흥미진진한 결과를 낚아내는 연구자의 깊은 감수성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 등등, 삶의 숱한 있음직한 작고 평범한 일들을 낱낱이 발견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소설가와 비견될 그런 기술(記述)의 미학이다.



평범한 기술(plain description), 흥미진진한 이야기

저자는 실제로 소설가 조르쥬 페렉Georges Perec의 <평범한 기술plain description>을 언급할 때, 자신이 지향하는 연구자의 태도의 핵심을 가장 분명하게 표명하는 것 같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합리적인 한계를 뛰어넘어서면 시적(詩的)인 것으로 될 수 있다. 자기 억제(페렉은 관찰한 것에 대한 주석을 달지 않는다. 그저 보이는 것을 성실히 기술할 뿐이다), 겸손, 몇 시간 동안의 순수한 고민 등으로 표현되고 있는 페렉의 기술(記述)은 평범하지만 바로 사회과학자―과학적인 연구자라고 할 만한 모든 사람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로서―가 견지해야 할 기본 자세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평범한 기술은 뜻밖의 흥미로움을 준다. 그것은 사회 현상의 사건(event)을 이야기(story)로 만들어주는 특별한 술책의 하나다. 흔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단조로운 현상 속에서 특별한 사건을 발견하고, 그것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저자의 독창적인 능력들이 술책trick이라는 이름으로 체계화․일반화되고 있다.



이 책은 일차적으로 사회과학에 속하기는 하지만 더불어 예기치 않는 서사구조의 흥미로움을 갖추고 있기에 단편 소설의 긴장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그것은 때로, 마치 탐정소설을 읽는 듯한 호기심을 자극함으로써 페이지 넘기는 속도를 가속시킨다. 결국, 뻔하지 않은 결론에 이르러 미소를 짓게 된다. 이 책의 어느 부분을 펼쳐도 이러한 흥미로운 독서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게이의 성전환 과정, 감옥에서 남․여 죄수들의 존재방식, 의과대학생들의 속어, <뉴욕 타임즈>誌에 공시된 결혼 기사 등 연구와 분석 대상의 특별한 조건이나 한계는 없다. 그 어떤 사회 현상도 저자의 시야 안에 포착되면 그 본래의 평범함에서 벗어나 특별한 사건이 되며 흥미로운 서사(narrative)가 된다.

그 방법들 모두 술책이라는 이름으로 이 한 권의 책에 체계화되어 있다. 또한, 그 술책을 관통하는 동안 독자는 온갖 흥미로운 사례들을 만나고, 그 사례들에 어느덧 저자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의혹을 던지게 되거나, 때로는 거기에 공감하고 찬동하면서 무릎을 칠 수도 있는 일이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물고기에 불과하던 독자들은 어느덧 용(dragon)―저자의 표현대로―이 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저저 서문
역자 서문

1. 술책

2. 집합심상
실재적인 집합심상 / 42
과학적인 집합심상 / 50
과학적인 이야기하기 / 51
귀무가설 술책 / 55
무작위 할당 / 56
당신과 같이 참한 여자가 이런 곳에? / 62
우연의 일치 / 68
기계와 같은 사회 / 79
유기체와 같은 사회 / 87
사람을 행위로 전환하기 / 93
사물은 단지 함께 행동하는 사람일 뿐이다 / 96
모든 것은 어떤 장소에 있어야만 한다 / 102
서사 / 111
'왜Why?'가 아닌 '어떻게How?'를 물어라 / 113
과정 / 117
원인 / 120

3. 표본추출
포함시켜야 할 것 / 129
표본추출과 제유 / 129
무작위 표본추출: 완벽한 해결책(어떤 문제들에 대해) / 131
표본추출의 다른 문제들 / 135
우리가 멈출 곳은? 민속음악학의 경우 / 137
얼마만큼 세세히? 얼마만큼 분석을? / 144
범주들을 넘어서: 적합하지 않은 것을 찾기 / 156
기술과 '범주' / 156
모든 것이 가능하다 / 160
다른 사람들의 생각 / 164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알고 있다!" / 165
신뢰성의 위계 / 167
이는 사소한 것이며, '진짜 문제'는 아니다 / 170
왜 그들인가? / 172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174
다른 한편... / 179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이용하기 / 185
사생아적 제도들 / 188

4. 개념
개념은 정의된다 / 200
기능 / 205
범죄 / 211
개념 정의하기: 몇 가지 술책 / 216
사례로 개념을 정의하자 / 221
일반화하기: 버니 벡의 술책 / 225
개념은 일반화다 / 229
개념은 관계적이다 / 237
비트겐슈타인 술책 / 247
개념의 지평을 확장하기 / 251

5. 논리
대전제 찾기 / 263
낯선 말 이해하기 / 269
선긋기: 찐드기 / 269
그것은 아니다(무엇이든 상관없이) / 280
그렇지 않으면 무엇인가? / 284
진리표, 조합, 유형 / 290
예술 작품과 진리표 / 293
고유성 공간분석 / 304
고유성 공간 / 305
축소 / 312
하위구조화 / 318
질적 비교분석 / 322
절차 / 327
다른 사고 방식 / 330
분석적 귀납법 / 337
엄격한 분석적 귀납법 / 341
그렇게 엄격하지 않은 분석적 귀납법 / 357
조합에 내재하고 있는 논리 / 364

6. 매듭짓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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