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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만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2005년《문학사상》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하상만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하상만 시인의 두 번째 시집『오늘은 두 번의 내일보다 좋다』에 실린 시들은“우리가 외로움이라고 말하는 그게 도대체 뭐지?”라는 자문(自問)과“외롭다는 말은 내가 나를 만나고 싶다는 뜻 아닐까”「( 브라쇼브행 기차」)라는 자답(自答)의 간극을 오가며 외로움의 실체를 밝히려는 내면 성찰의 곡절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외로움은 결핍과 부재의 흔적이며,‘나’라는 존재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실존의 고통이다. 존재의 불확실성은 해소될 수 없는 삶의 난제이기에 까뮈(Albert Camus)는 “영원히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이방인일 것이다.”라는 단호한 말로 실존의 고뇌를 일축한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삶의 이방인이며, 현실의 바다에 외로이 떠 있는 작은 섬이라 할 수 있다. 삶과 죽음, 현실과 이상, 나와 타자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간극의 외로움 앞에서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는 하상만 시인의 고독감의 무게와 절박함이 이번 시집이 전하는 감동의 면면일 것이다.

시인의 말

제1부
열쇠 13 새 14 빈센트 16 그런 생각을 했지 18 위로 19 딩고 20 빈센트 2 22 여행자 23 잠언의 숲 24 여행 생각 26 시바 시바 28 이 밤을 30 혼자 부르는 노래 33 브라쇼브행 기차 34 피존밸리 36

제2부
녹 39 복날 40 소통 42 한 잔 43 학생증 44 살처분 46 상추 48 점 50 식구 51 집밥 52 한숨 54 앞 56 시인 57 달 58 마음 60 감전사 62

제3부
어깨 65 해변 66 편지 68 산장일기 70 소년 72 매달리기 73 하슬라 카페 74 횡단열차 76 꿈 78 나무 80 막대자석 81 어쩔 수 없는 관성 82 달아나다 84 빙빙 85 불 하나 86

제4부
흔적 89 장미계곡 90 볼펜 92 한 줄 94 유품 전시회 96 초장 98 백지위패 99 삶 100 두 번째 캠핑 102 어떤 죽음 104 어머니 106 전어회 107 섬 108 아가의 주먹 110

해설
우리는 그렇게 사는 쪽으로 뿌리를 내밀었다 111
신종호(시인)

무엇이든 다 제 속에 있습니다
추위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속의 따뜻함을 지키기 위해
벗어 두었던 털신을
신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편지」부분


외로워서 부끄럽다는 자기고백이“무엇이든 다 제 속에 있습니다”라는 윤리적 성찰로 연결되는 과정은 어찌 보면 맥없어 보일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내 탓으로 귀결시키는 무한긍정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외로움을 “제속의 다정함이 빠져나간 결과”로, 슬픔을 “제 속의 기쁨을 잃어버린 결과”로 생각하는 것은 표현 그 자체로만 볼 때 소박해 보인다. 그러나 전체 맥락에서 본다면 소박성 그 자체가 결국에는 진실성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모든 것이‘제 속’에 있다는 긍정의 성찰이 ‘제 속의 따뜻함’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에 그의 긍정은 타인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무조건적이고 이타적인 긍정과는 그 면모가 달라 보인다. 하상만 시인의 긍정성은 ‘홀로서기’를 위한 출발의 신호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비교할수록
결국엔 내가 좋겠지?

상추의 입장에서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
나의 입장에서
하늘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칭찬 받는 게 좋아서
나는 참 열심히 일했다.

?「상추」부분

발원한다.“나는 참 열심히 일했다”는 회고가 공허하고 쓸쓸해 보이는 이유는 자신이 길들여진 삶을 ‘열심히’ 살았다는 확인 때문이다. 상추의‘입장’에서 내가 보이지 않고, 나의 ‘입장’에서 하늘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늘 엇갈리면서 불통(?通)하는 길들여진 삶들의 연속, 그것이 하상만 시
인이 말하고자 하는 삶의 이면이다. 우리의 삶은 늘 엇갈리고 미끄러지는 외로움의 무한반복이고 , “미끄러움보다 미끄러웠던 기억 때문에/나는 다음 계단을 오르지 못했”(「볼펜」)던 상처들의 지난한 흔적이라는 것이『오늘은 두 번의 내일보다 좋다』에 실린 시편들의 전언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