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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주 먼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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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정미경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8년 01월 18일
  • 쪽수 : 22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465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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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작가 정미경의 마지막 장편소설
지난해 1월 18일, 소설가 정미경이 세상을 떠났다. 암을 발견한 지 한 달 만이었다. 너무도 갑작스런 일이라 남은 사람들의 비통함이 컸다. 그를 아끼고 그의 소설을 좋아하던 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미경은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되고, 2001년 『세계의문학』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세 권의 장편소설과 네 권의 소설집을 출간하며 한국소설사에 독자적인 자리를 만들어왔으며, 이상문학상과 오늘의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정미경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갈구했고 인간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무엇보다 한 편의 소설도 허투루 써내지 않았다. 그가 떠난 지 1년, 화가이자 그의 남편인 김병종이 그의 집필실에서 찾아낸 한 편의 소설이 세상에 선보인다. 어디에도 발표된 적 없는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 『당신의 아주 먼 섬』이다.

손바닥 안에 희망이란 소금꽃을 쥐고 사는 간절함에 대해
『당신의 아주 먼 섬』은 남도의 어느 작은 섬에 얽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삶의 다채로운 양상들을 세밀하게 펼쳐 보이는 일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답게, 정미경은 섬을 떠났으나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드라마를 세심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오래전 자신이 나고 자란 섬을 떠나 예술가로서 자신의 성공만을 좇는 연수는 고등학생 딸 이우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이우가 불의의 사고로 친구 태이를 잃고 상담실과 병원을 전전하며 방황하자 연수는 결국 섬에 귀향해 살고 있는 어린 시절의 친구 정모에게 이우를 부탁한다. 정모는 점차 시력을 잃어가며 삶에 대한 욕심도 잃어가는 중이었지만,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내려온 섬의 소금 창고에서 묘한 기운을 느낀다. 마침내 정모는 소금 창고를 도서관으로 꾸밀 무모하고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정모에게 소금 창고를 내준 친구 태원은 섬의 유지인 영도의 아들로 연수와 사귀었던 사이이고, 정모는 남몰래 연수를 마음에 두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정모는 이우와 함께 도서관을 만들어가며 차츰 자신을 어지럽힌 과거와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앞으로의 일들을 마주할 용기를 가진다. 이우 역시 정모와, 그리고 말 못하는 섬 소년 판도와 생활하며 태이에 대한 기억을 슬픔이란 그릇에 담긴 따뜻함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판도가 선물하는 침묵과 손바닥에 써주는 다정한 말들에 야릇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수익성 없는 일에 인생을 낭비하는 정모가 못마땅한 영도는 개관이 임박한 도서관을 원상 복구시킬 것을 요구하는데……
『당신의 아주 먼 섬』은 손바닥 안에 삶의 희망을 쥐고 사는 사람들의 간절함에 대한 이야기다. 건너갈 희망이 있을 때 삶은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각자의 눈은 모두 다르다. 하나하나 떼어 한 편 한 편의 소설로 엮어도 될 만큼 인물들의 사연이 얽히고설켜 있지만, 누구의 삶도 소홀이 흘려 볼 수 없는 까닭이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 궤적에 침잠할 줄 알았던 정미경식 소설 쓰기의 장점이 돋보인다.

“그녀의 몸을 삭아내리게 했던 그 소설,
내게서 그녀를 데려가버린 도화선이 되었던 그 미운 소설” _김병종(화가)

정미경은 등단 이래로 꾸준히 좋은 작품을 발표하며 작가적 성실함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아왔다. 끊임없이 인간에 대해 탐구했고 새로운 직업이나 사회환경 등에 대한 호기심을 거두지 않았다.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양한 층위에서 들여다보았다. 그중에서도 정미경의 시선에 자주 포착된 것은 도시나 이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 소설만큼은 그간 정미경의 소설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남도의 작은 섬으로 이야기를 끌고 들어간다. 모래 언덕에 퍼질러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고 손바닥에 고, 마, 워, 라고 쓰는 손길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그러니까 한 순간도 삶을 망쳐버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소박하지만 강렬한 바람을 섬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풀어낸 것이다. 공간뿐만 아니라 질주하는 듯이 빠르고 정확하게 이어지던 문장에도 변화가 느껴진다. 배경으로 상정한 전남 신안을 작가가 실제로 오가며 소설을 쓴 탓인지 행간에도 도시적인 차가움보다는 멀리 바다를 내다보는 듯한 여유가 엿보인다. 이것이 물론 문장의 안일함을 말하는 것이 아닌 이유는 ‘이삐 할미’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이삐 할미는 아들 셋을 모두 바다에 묻었지만, 엄마에게 버려진 판도를 거두어 기르고 쫓기듯 섬으로 내려온 정모와 이우의 상처까지 보듬는다. 각자의 고통을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인물들 사이에서 자신을 소진하기보다 한없이 타인을 포용하는 이삐 할미의 존재는 더없이 소중하고 절대적이다. 이처럼 전에 없던 캐릭터의 등장은 한결 따뜻하고 찬찬해진 문장 안에서 더욱더 빛을 발한다.
김병종은 발문에서 이 소설을 쓸 무렵부터 아내의 몸이 급격히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며 소설을 쓰도록 아내를 부추긴 것을 자책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또하나의 아름답고 귀한 소설을 얻게 되었다. 이전 정미경 소설과는 또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그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소설은 충분히 귀하다. 작가 정미경은 쉽게 닿을 수 없는 아주 먼 섬으로 떠났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천 개의 섬들 사이에서도 오랫동안 반짝일 것이다.

추천사

이 소설은 작가 정미경의 진정한, 그리고 유일한 유고작이다. 다른 원고들은 아내가 세상을 뜨기 전 출판사에 넘겨졌거나 가계약한 상태였지만 이 원고만은 내가 그녀의 방배동 집필실을 정리하다가 책더미 속 박스에서 발견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출력해놓은 듯한 이 원고 뭉치는 하마터면 다른 폐지들과 함께 쓸려나가버릴 뻔했다.
- ‘발문’ 중에서

죽음의 뒤편에서 우리는 생의 의지대로 계속 살아나가겠지만, 삶이 난감하게 느껴질 때면 자기 연민에 지지 않고 계속 읽고 썼던 정미경이란 작가를 떠올릴 것이다. 그는 세상의 속물성과 잔인한 타자성을 끊임없이 대면하면서도 안온한 냉소에 머물지 않았고, 예술과 생의 괴리 속에서도 삶에 제각기 다르게 주어진 어둠의 채도들을 분별해내려고 했다. 한국소설의 독자적인 구성과 미학을 이루기 위해서, 또 그걸 넘어서기 위해서 수많은 손들이 그의 소설들을 다시 찾고 붙들며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강지희(문학평론가)

목차

당신의 아주 먼 섬 _7

발문 | 김병종(화가)
정미경, 서늘한 매혹 _213

본문중에서

판도는 고둥을 내밀었다. 고개를 저었는데 이상한 고집을 부리며 손바닥에 쥐여주었다.
“왜? 왜 주는데?”
판도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우의 손바닥에 썼다.
알, 았, 는, 데, 묻, 는, 순, 간, 잃, 어, 버, 렸, 어.
(/ p.35)

원래부터 말이야 없었지만, 유난히 말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이런 표정을 지을 때다. 이우도 고개를 저었다. 난감한 눈빛이더니 손바닥을 잡고는 그렇게 적었다.
멀리 갈 거야.
알아. 멀미도 안 하고 구명복 입고 얌전히 앉아 있을게.
마음 여린 판도는 다시 손바닥에 적었다.
배가 작아서 멀리 가진 못해. 걱정 마.
별거 아닌데, 왜 손바닥에 쓰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걸까.
(/ pp.86∼87)

넌 어때? 여전히 편도선은 자주 붓고, 여전히 파라락 소리가 나게 책장을 넘기고는 암담한 표정을 짓고, 여전히 쓰레기통을 쓰게리통이라고 해? 쓰게리통, 네 입에서 나오는 그 소리를 꼭 한 번만 더 듣고 싶다. 해가 지네. 오늘은 노을에 보랏빛이 살짝 섞였어. 색 배합이 매일 달라지지. 늘 여기, 네가 같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시간엔 또 그래. 저기, 섬과 섬 사이, 유난히 빛나는 한 점, 거기 어디쯤 네가 있는 듯하다.
(/ pp.104∼105)

“……뭐 운이 좋으면 죽을 때까지 이렇게 저 바람, 먼 섬, 흰 구름을 볼 수도 있다네.”
이건 희망도 뭣도 아닌, 거짓말에 가깝다. 다시 허엉허엉. 그 울음소리가 정모에겐 서럽고도 따뜻하게 들렸다. 슬픔이라는 그릇에 담긴 따뜻함이라면 그 힘으로 당분간은 팔을 돌리며 달려갈 수 있지 않겠나. 어쩔 수 없어 얘길 하게 됐지만, 하고 보니 이 얘기를 누군가 한 사람에게는 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아주 간절히.
(/ pp.134∼135)

“몰랐는데, 새삼 느끼는 중이야. 어디서 무엇을 바라보든 시선의 잣대는 어린 시절을 보낸 그 섬이란 걸.”
(/ p.148)

어떤 시간은, 그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될 것임을 예견하게 한다. 어떤 하루는, 떠올리면 언제라도 눈물이 날 것이라는 걸 미리 알게 한다.
(/ p.194)

“아저씨, 내가 올게. 당장은 아니어도, 돌아와서 책을 읽어줄게.”
(/ p.208)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0.02.04~2017.01.18
출생지 경남 마산
출간도서 20종
판매수 8,349권

1960년생.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폭설], 2001년 [세계의 문학] 소설 부문에 [비소 여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 오늘의작가상, 2006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나의 피투성이 연인]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내 아들의 연인] [프랑스식 세탁소], 장편소설 [장밋빛 인생]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아프리카의 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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