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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 김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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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언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발행 : 2018년 01월 08일
  • 쪽수 : 14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203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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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김언이라는 이름에 부여된 시적 운명
    시의 밖을 꿈꾸는 시작(詩作)


    김언의 다섯번째 시집 [한 문장]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2018년 첫 책으로 출간됐다. 시인은 첫 시집 [숨쉬는 무덤](천년의시작, 2003)에서부터 기존의 관념에 갇힌 ‘시’의 경계 밖으로 향하는 작업에 집중하며, ‘시’가 아닌 시를 자아내고 있다. 끊임없이 바깥을 볼 것을 강조하는 그의 시 세계는, 이러한 특징 때문에 딱 한 가지로 정의하기 어려우면서 동시에 영원히 실패해도 계속해서 써볼 수밖에 없는 부단한 시도로 점철되어 있다.
    이번 시집 [한 문장]은 제목에서 기대되는 바와는 달리 하나의 완결된 의미를 만드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오히려 현실의 의미 체계를 뛰어넘는 시도와 현실을 가득 채운 의미 체계를 공동(空洞)으로 만드는 지속적인 반복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겼다. 동시에 언어의 감옥, 답습되는 틀에 갇힌 말을 떠나 언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김언의 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출판사 서평

    금세 사라져버리고 마는 ‘지금’
    길을 잃은 말들이 놓인 진공 상태


    지금 말하라. 나중에 말하면 달라진다. 예전에 말하던 것도 달라진다. 지금 말하라. [……] 지금은 변한다. 지금이 절대적이다. 그것을 말하라. 지금이 되어버린 지금이. 지금이 될 수 없는 지금을 말하라. 지금이 그 순간이다. 지금은 이 순간이다. 그것을 말하라. 지금 말하라.
    ('지금' 중에서)

    시집 [한 문장]은 “지금 말하라”는 강력한 목소리로 시작한다. 말은 바로 지금이 지나가기 전에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 말하라’는 말은 가능한가? 지금이 기준이지만, 우리가 ‘지금’이라고 말하는 바로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계속해서 지금은 과거가 된다. 기준이 되는 시점이 달라지는 시간의 운동성 속에 ‘말’이 놓여 있다. 시를 이끄는 이 운동성은 언어로, 말로 점철된 시 세계를 만들면서도 거듭해서 독자를 진공의 상태로 끌어간다. 이를 두고 문학평론가 남승원은 시인이 “승패 여부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대결의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누가 이기고 졌음을 계산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방향으로 시인이 의미 구조를 재편한다는 것이다. [중] [균열] 등의 시에서도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이 같은 특징은 “지금의 자리만 차지하고, 더 이상 의미를 축적해나갈 수 없는 독자들을 ‘지금-의미’ 그 자체 안으로 불러들인다”.

    손을 씻고 나오는 사람도
    그 물에 다시 손을 씻는 사람도 한 문장이다.
    나는 얼마나 결백한가 아니면 얼마나 억울한가
    아니면 얼마나 우울한가의 싸움 앞에서
    앞날이 캄캄한 걱정 스님의 말씀도 한 문장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격정 스님의 말씀도 한 문장이다.
    “흥분을 가라앉혀라.”
    ('한 문장' 중에서)

    표제작의 제목인 “한 문장”만 놓고 본다면, 절대적 지침으로서의 한 문장으로 나아가는 여정 혹은 하나로 수렴되는 방향성을 예상하기 쉽지만 정작 김언의 시는 그렇게 읽히지 않는다. “자연이 말하는 방식”도 “내가 말하는 방식”도 모두 한 문장이다. 나를 넘어 “이곳의 날씨”와 “저곳의 풍토”도 한 문장이다. 많은 말들을 계속해서 쏟아내고 덮고, 덮은 것들을 다시 덮기 위해 다시 문장을 쏟아내면서, 오히려 ‘한 문장’의 의미는 모호해지고 만다. 너무 많은 것은 사실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을 증명하듯 ‘한 문장’의 의미는 다시 질문을 만드는 방식으로 열려버린다.
    이에 더해 흔히 인생의 통찰을 주기 위해 권위를 지닌 자의 한 말씀을 인용한다는 친숙한 원리를 김언의 시와 비교해보자면, 시의 말미에서 ‘스님의 말씀’이 갖는 의외성은 몹시 특징적이다. “앞날이 캄캄한” 스님의 이름은 ‘걱정’이다. “흥분을 가라앉혀라”라고 말하는 스님의 이름은 ‘격정’이다. 시 [한 문장]은 시가 점점 고조되어가는 지점에서 언어유희로 긴장감을 끊어놓으며, ‘한 문장’의 의미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 문장이 중첩되면서 시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향을 잃게 만드는, 알던 길도 놓치게 만드는 방식과 마주할 때 김언의 시를 읽는 재미는 배가된다.

    텅 빈 공간을 채우는 끝없는 가능성
    아직 도래하지 않은 말을 찾는 시인의 여정


    사실상 공백으로 비워진 ‘한 문장’은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지 않은 동시에, 그럼에도 말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나는 내 의지로 거기 있다. 거기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순전히 내 의지로 조종당하고 있다. 순전히 내 의지로 사경을 헤매고 있고 순전히 내 의지로 기적에서 깨어났다.

    [……]

    순전히 내 의지로 버스는 출발했고 비행기는 멈춰 있다. 순전히 내 의지로 무관하고 무의미하고 무성의하고 어쩐지 축제 같다. 아침마다 오는 발기의 순간도 순전히 내 의지로 감퇴했다. 짜릿하게.
    ('자유의지' 중에서)

    이 시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 이를테면 ‘모르는 명단에 내가 껴 있는 것’ ‘기차가 오고 비행기가 멈추는 것’ 등은 누군가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시인은 사건이 모두 “내 의지로” 일어난 일임을 주장한다. 내 의지와 무관한 행위들을 ‘의지’라는 단어와 나란히 놓음으로써, 시 안에서 의지라는 단어는 무력화된다. 나의 의지가 향하는 방향이 비어버린 자리에서 시인은 “어쩐지 축제 같다”고 고백한다. 무(無)가 되어버린 공간은 김언에게 ‘축제’이다. 기존의 정해진 틀 밖으로 나아가는 자유로움과 새로운 언어를 만날 가능성은 답습되는 의식 체계가 사라진 뒤에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말하라’는 김언의 외침은 ‘나를 지배하는 언어’를 벗어나 아직 오지 않은 말을 찾고자 하는 시집의 시적 여정을 알리는 시작과도 같았다.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자유로운 글쓰기에 몸을 맡긴 김언의 시적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 뒤표지 글

    책머리에 당신이 있다. 말머리에도 당신이 있고 나는 꼬리표를 뗐다. 얼마나 기다려야 도착하는가. 말 한마디의 이동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바꾸는 일일 텐데, 얼마나 움직여야 당신이 도착하는가. 당신에게 도착한 날부터 그걸 헤아리느라 책을 덮지 못하고 있다. 말을 떼지도 못하고 있다. 문이 열리고 닫히기를 몇 번이고 거듭한 후에야 당신이 들어왔다. 나는 잠에서 깼다. 긴 잠이 아니면 짧은 잠이라도 하룻밤이 다 소요되는 당신의 방문. 당신의 도착. 당신의 기척. 당신의 웃음. 당신의 있음과 그리고 없음. 있다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없음. 영원히 없으므로 발견되지 않는 책에서 처음으로 당신이 시작한 말도 그래서 없음이다. 영원히 함께하는 말.

    ■ 시인의 말

    지금 말하면 달라지는 것들에게.
    2018년 1월

    목차

    1부
    지금
    있다
    있다
    고향
    저것이 가을인가?
    결정
    불변

    폭발
    균열
    그 생각
    중지하는 사람

    2부
    어원
    북방의 말
    내가 말하는 동안
    내가 없다면
    판결
    유리창
    추모식
    자유의지
    인상
    이미지
    한계
    나와 이것
    당신과 그것
    그것 없이도
    나와 저것

    3부
    고용
    친구

    가족
    부음
    모닥불
    모습
    가족
    응시
    사이
    만남

    참치
    하지 못한 말
    물 한 잔의 시간
    물 한 잔의 시간에 담긴 물 한 잔의 노트

    4부
    한 문장
    자존
    혀를 통해서
    화근
    색청
    밀실과 털실
    그렇군요 그렇지요
    열매 같은 것들
    등록
    장래희망
    너로 인해
    절망
    불청객
    싸움
    마음
    강철보다 단단한 밤하늘을 별은 어떻게 운행하는가?
    어디까지가 자연인가?
    왕이 되어가다
    호위견
    완제품

    해설
    시적 언어 기원론ㆍ남승원

    본문중에서

    그 생각을 하려니까 혀끝이 간질간질하다. 그 생각을 들으려니까 귓속이 근질근질하다. 그 생각을 만지려니까 내 손이 먼저 떨고 있다. 그 생각이 무언가? 그 생각이 무엇이기에 알아서 벌벌 떨고 있는 내 발이 움직이지 않는 걸까? 땅바닥에 붙은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 발바닥을 떼려고 하니까 그 생각이 먼저 와서 녹는다. 언제 얼음이라도 얼었냐는 것처럼 녹고 있는 물을 얼마나 더 녹여야 그 생각이 바뀔까? 만질 수 없는 물을 더 만질 수 없는 물로 옮겨 가는 생각을 얼마나 더 만져야 손이 멈출까? 방금 전까지 벌벌 떨고 있던 손을 다른 손이 붙잡고 거두어간다. 둘 다 떨고 있기는 마찬가지인 손을 끝까지 다독이려는 그 말도 혀끝에서 몰래 떨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내 귀는 그 말을 삼키려고 아직도 열려 있고 떨고 있다. 어떤 말이 와서 쾅 하고 닫힐 때까지.
    ('그 생각' 중에서)

    나는 못 한다. 너도 못 한다. 그 역시 포기하고 있다. 좌절하기 위해서 내가 있다. 실패하기 위해서라도 네가 있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그가 있음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내가 있다. 내 말이 있고 너의 말이 있고 그걸 받아서 써 내려가는 누군가의 날랜 손놀림이 있다. 그 손과 함께 내 손이 있다면 일부라도 있다면 네 손 역시 독창성에서 한없이 자유로운 범사가 되리라. 범사의 일부를 이루는 고유한 익명이 되리라. 눈과 함께 내리는 눈의 일부를 받아 적는 여러 사람의 손이자 단 한 사람의 손놀림. 비와 함께 내리는 비의 전부를 받아쓸 수 없는 단 한 사람의 손이자 모든 사람의 기록으로 비가 온다. 눈이 내린다. 내가 없다. 그럼 누가 있겠는가.
    ('내가 없다면'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3~
    출생지 부산
    출간도서 17종
    판매수 1,145권

    1973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산업공학과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98년 『시와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 『한 문장』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산문집 『누구나 가슴에 문장이 있다』 등을 출간했다. 박인환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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