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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서의 역사 : 나의 서양사 편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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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영석
  • 출판사 : 아카넷
  • 발행 : 2017년 12월 25일
  • 쪽수 : 37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733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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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한국 사회에서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를 가로지르는 풍경은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압축적 근대의 서사에는 단절과 혼란, 갈등이 점철되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온 어느 지식인, 그것도 한 세대 이상 역사연구를 해온 역사가의 삶이라면 거기에는 조금 더 주목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객관적 진실이라는 도달할 수 없는 꿈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는 존재가 역사가라고 할 때,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그의 생애와 지성사가 펼치는 풍경에 곡진한 사연이 담겨 있으리라 짐작해 볼 수 있다.

    1953년생인 저자는 논문과 저술, 번역 등 여러 방면에서 국내 서양사학계의 내로라하는 학자로 손꼽힌다. 30년 이상, 영국 사회사, 경제사, 노동사, 사상사, 제국사, 비교사 등을 연구하면서 영국사를 중심으로 연구의 지평을 지속해서 넓혀왔다. 역사가 조지 트리벨리언의 표현을 빌자면 "기쁨을 경멸하고 근면한 날들을 살아"온 학자이며 "그의 온 생애를 만족스럽게 소진하며, 매일 아침 연인처럼 열심히 도서관과 문서고로 다가선" 학자이다.

    저자의 논저목록에는 연구서 10권, 연구논문 108편, 공저 및 편저 14권, 번역서 5권 등이 올라 있다. 지방대학의 교수로서 열악한 도서관과 빈곤한 연구지원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뤄낸 이러한 학문적 결산은 ‘직업으로서의 학문’에 충실했던 학자의 성실함을 대변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연구풍토에서 서양사학자가 대면했던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측면의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또 그러한 내용이 역사연구의 흐름에 어떤 변곡점을 가져왔는지 등을 알기 위해서는 또 다른 질적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저자의 내력을 들춰보면 궁벽한 산촌에서 자라난 유년시절을 비롯해 박정희, 전두환 정권의 반민주주의와 억압, 산업화와 민주화의 열풍,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돌발, 그리고 미시사와 신문화사의 유행 등이 그의 학문적 여정에 일정한 영향을 끼쳤음을 알게 된다. 저자는 이제 정년퇴임을 앞둔 시점에서 과연 "나의 탐구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회고적 질문을 던져본다. 자신 삶의 경험과 역사 탐구의 과정을 연결해 ‘삶으로서의 역사’를 그려봄으로써 학자로서의 정체성과 ‘역사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그럼으로써 역사 연구란 "역사가의 현실 인식과 문제의식이 과거의 사례를 투사해 일으키는 일종의 공명현상"임을, 역사가는 자기 나름의 스타일과 자기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과거를 투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책은 어느 서양사학자의 생애사이자 역사가로서의 연구 궤적을 보여주는 지성사다. 자신이 고민하고 방향 전환하고 몰두했던 연구대상과 자신의 탐구의 열망을 젊은 연구자와 일반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진솔하고 촘촘하게 배어 있다. 특히 젊은 시절부터 자신이 처한 시대상황이 어떻게 연구 대상의 선택과 집중에 영향을 미쳤는가를 탐색하는 과정이 치밀하다. 저자는 이 책을 가리켜 메타-역사서술이라 부른다.

    1~4장은 저자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비롯해 역사연구의 방향을 정립하게 되는 과정이, 5~11장에서는 30여 년간에 걸친 역사연구의 궤적과 방향 전환,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꼈던 고민과 방황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공장법 연구를 포함해 정치사와 사회사를 거쳐 포스트모더니즘, 여성사, 미시사, 노동사 등에 이르는 탐구의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마지막 장에서는 역사학과 역사가로서 삶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통찰을 담았다.

    목차

    1장 두 개념어의 탄생과 서양사
    ‘역사’라는 단어의 기원·13
    근대 개념어 ‘서양’·16
    나는 왜 서양사를 공부했는가·21
    기억들의 조각 맞추기·25

    2장 자기 절제와 근면성에 관하여
    근면성에 관하여·35
    초여름날의 수학여행, 그리고 소농경제·37
    삶의 태도의 변화? 한 친구에 대한 회상·44

    3장 젊은 날의 독서
    소년시절의 기억·55
    진보적 책 읽기·59

    4장 역사연구의 길잡이
    모리스 도브·71
    에드워드 톰슨·77
    에릭 홉스봄과 19세기사 3부작·82
    사회주의 붕괴에 대한 소회·89

    5장 정치사와 사회사, 그리고 산업혁명
    사회사에 빠져들다·99
    정치사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나?·103
    산업혁명에 다가서기-공장법·109
    맥신 버그에 대한 기억·116
    ‘산업혁명’이라는 덫·120

    6장 새로운 모색
    좌절과 방황·131
    신경제사 분야의 논문 읽기·139
    [산업혁명과 노동정책] 출간에 이르기까지·144

    7장 영국경제의 쇠퇴, 그 이후
    외부에서 보는 시선·155
    산업정신의 쇠퇴?·157
    영국 지배세력과 지주-금융자본·163
    대불황 보고서와 씨름하기·169
    다시 ‘공장의 역사’를 바라보다·174

    8장 포스트모더니즘의 공습
    문화사 텍스트 읽기·183
    모던과 모더니티에 대한 단상·188
    논쟁의 기억과 [역사학을 위한 변론] 번역·193
    미시사에 관하여·211
    리처드 에번스와의 인연·216

    9장 노동사와 사회적 풍경의 역사
    노동사 공동연구의 경험·225
    노동사 연구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232
    [잉글랜드 풍경의 형성] 번역·239
    ‘사회적 풍경’의 역사·243
    여성사 연구에 눈을 뜨다·252

    10장 사상의 사회사
    스코틀랜드 계몽운동에 다가서기·259
    계몽운동의 배경·263
    공적 덕성에 관하여-애덤 퍼거슨에 대한 회상·271
    에든버러의 황혼·275

    11장 제국과 지구사의 전망
    신사적 자본주의론과 제국·281
    영제국의 해체·286
    지구사와 유럽중심주의 극복 문제-‘대분기논쟁’·292
    유럽중심적 역사상의 비판-기계의 진보성에 관하여·300

    12장 역사, 진실, 직업으로서 학문
    탐구와 객관성·311
    역사서술의 실용성·317
    직업으로서 학문·322
    아웃사이더·330
    학문공동체와 역사가의 정체성·337

    저자 후기·343

    본문중에서

    요즘 나는 역사에서 인과관계 찾는 작업을 중단하고 있다. 우선 밝히기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고, 더 나아가 역사가들이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실제로는 그들 자신을 합리화하는 수단이나 담론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31)

    나는 평소 그 친구의 인품과 겸손, 그러면서도 굳건한 의지에 탄복하곤 했다. 그렇지만 감옥생활을 하던 1980년대에 그는 나의 내면세계에 들어와 ‘기분 나쁘게도’ 나를 감시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 시절 내내 나는 항상 부끄러움을 느꼈고, 친구가 수감 중이라는 현실을 잊지 않으려 했으며, 그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죄책감이 나를 교화시켰던 것 같다. 어느새 삶에 대한 나의 태도가 달라졌다.
    (/ p.50)

    1970-80년대 독서모임과 의식화운동은 현대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 운동을 통해 파시스트정권이 강요한 다양한 보수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인식하고, 더 나아가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전개했으며, 궁극적으로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 pp.66~67)

    나는 오랫동안 모리스 도브의 문제제기와 시각을 의식하며 공부했다. 영국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상업-유통과 같은 외적 요인보다는 내적 요인을 강조하고, 소농민과 수공업자들의 양극화, 부농의 등장과 매뉴팩처 성립 등 생산중심적 시각에 초점을 맞추며, 근대사회의 담지자로서 노동계급을 중시하는 그의 기본 입장을 존중해왔다. 그러나 오랜 시일이 지난 후 그의 학문이야말로 유럽중심주의의 전형이라는 점을 깨닫기에 이른다.
    (/ pp.76~77)

    비극적인 것은, 서구에서 사회사가 점차 위력을 잃어가기 시작했을 때, ‘서양사’라는 허구적인 학문에 매달린, 한국의 젊고 낭만적인(?) 역사학도들이 사회사에서 인류 구원의 메시지를 찾으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희망한 메시지는 참으로 대단하고 신성한 것이어야 했다.
    (/ p.102)

    서양사 연구자들이 진보적 학술운동의 막차를 탔다는 것이 비극이라면 비극이었다. 독일이 통일되고 동유럽 국가에 자유주의운동이 전개된 후에 마침내 소련이 붕괴되던 시기였다. 현실사회주의가 몰락하고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회의적 분위기가 고조되는 시기에 서양사 연구자들은 진보의 깃발 아래 학문적 실천을 위한 장을 마련한 것이다.
    (/ p.136)

    역사연구에서 인과관계와 합리적 정합성에 대한 회의감이 점차 더 짙어졌고, 오히려 역사서술의 문학성, 또는 역사논문이나 역사서술 자체에서 엄정성에 바탕을 둔 구성 및 서사의 미학이나 완결성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나는 이를 탐구 및 서술의 미학성이라고 이름 붙였다. 물론 내 역사연구에서 이러한 변화는 상당히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 p.207)

    이제 나는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에 걸친 영국 사회사를 이렇게 정리한다. 산업혁명은 기계와 공장제의 완벽한 승리로 끝나지 않았다. 경제 전반에 걸쳐서 전통적 부문과 근대적 부문이 공존하는 불균등발전의 모습을 나타낼 뿐이었다. 따라서 산업혁명은 ‘잘못된 이름’이고 기껏해야 ‘조용한 혁명’에 지나지 않는다.
    (/ p.315)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양사학자.(영국사) 광주대 명예교수. 성균관대 사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문학박사) 케임브리지 대학 클레어홀과 울프슨 칼리지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한국서양사학회와 도시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2012년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 우수학자로 선정되었다. 그동안 19~20세기 영국 사회사, 노동사, 생활사, 사학사 분야의 많은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산업혁명과 노동정책](1994), [다시 돌아본 자본의 시대](1999), [역사가가 그린 근대의 풍경](2003), [사회사의 유혹](전 2권, 2006), [영국 제국의 초상](2009), [공장의 역사- 근대 영국사회와 생산,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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