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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 : J. 라이언 스트라돌 장편소설

원제 : Kitchens of the Great Mid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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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놀라운 미각을 가진 소녀, 에바!
따돌림을 당하던 괴짜 소녀가 미국 최고의 천재 셰프가 되기까지


이 소설의 주인공 에바는 천재적인 미각을 지닌 여성으로, 레스토랑의 셰프인 아버지와 소믈리에를 꿈꾸는 웨이트리스인 어머니 사이의 외동딸로 태어난다. 에바가 아직 갓난아이였을 적, 에바의 어머니 신시아는 자신의 꿈을 위한 자유로운 삶을 찾아 어린 에바와 남편 라르스를 두고 집을 떠나 버리고, 라르스는 홀로 남겨진 채 지극정성으로 에바를 돌본다. 직업이 셰프인 그는 마치 음악을 하는 부모가 특정한 곡들을 자식에게 계속 접하게 해주듯이 아직 갓난아이인 에바에게 맛있는 음식들을 잔뜩 해주면서 그녀를 기른다. 그러나 라르스 역시 얼마 안 가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숨을 거두고, 에바는 라르스의 동생인 삼촌 가족의 손에서 자라게 된다.
10대 소녀로 자란 에바는 남들보다 덩치가 크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숙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한다. (에바가 친부모로 알고 자란) 삼촌 부부는 에바를 친자식처럼 사랑해 주지만, 다른 가족들과 달리 엉뚱한 발상을 잘 하고 요리에 관심이 많은 에바의 성향을 깊이 이해해 주지는 못한다. 고된 파트타임 업무로 생계를 지탱해야 하는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부모로서 에바를 세심하게 돌봐 주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이처럼 에바는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지만, 크고 작은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자기 페이스대로 세상을 헤쳐 나가고, 엉뚱한 발상으로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는 사랑스러운 괴짜 소녀다. 열한 살 때 자기 방 벽장 안에 수경 재배 도구와 성장 촉진 램프를 설치하여 살인적으로 매운 칠리 고추들을 취미 삼아 재배하는가 하면, 그 고추를 이용한 계략을 꾸며서 자신을 괴롭히던 못된 남자아이들을 당차게 혼내 주기도 한다. 청양 고추의 20배에 달하는 극도로 매운 고추들을 기르고 맛보며 실험을 거듭해 온 탓에 내성이 생긴 혀로 어른들도 먹기 힘든 매운 음식 먹기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기도 한다. 무엇보다 에바는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놀라운 미각을 지닌 소녀다. 음식을 한입 맛본 후 그 안에 들어간 미세한 재료들을 그 자리에서 전부 알아맞히면서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의 눈에 들게 된 그녀는, 그곳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요리의 세계에 입문하고 차츰차츰 셰프의 꿈을 키워 나가게 된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무궁무진한 맛의 세계에 눈을 뜬 에바에겐 과연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따돌림을 받던 괴짜 소녀가 미국 최고의 디너파티를 주관하는 전설적인 셰프가 되기까지, 이 작품은 천재 셰프 에바의 흥미로운 성장담을 경쾌하고도 따스한 필치로 독자들 앞에 펼쳐 보인다.

출판사 서평

- [뉴욕 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NPR,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베스트셀러
- 미국 독립 서점 연합 선정 [독립 서점들이 뽑은 올해 최고의 문학상]
- 미국 중서부 독립 서점 연합 선정 [중서부 서점들이 뽑은 최고의 문학상]
- 2014년 윌리엄 포크너 - 윌리엄 위즈덤 소설 대회 1등
- 2015년 아마존 문학 분야 [올해 최고의 책 100권]
- 2015년 [라이브러리 리즈] 선정 [올해의 책], [최고의 책 중의 최고의 책]
- 2015년 시카고 공공 도서관 선정 [올해 최고의 책]
- 2015년 [북페이지] 선정 [올해 최고의 책]
- 2015년 NPR 선정 [올해의 훌륭한 책]
- 2015년 미국 도서관 사서들이 뽑은 [올해 최고의 책]
- 2015년 [데일리 메일] 선정 [올해 최고의 책]
- 2015년 굿리즈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
- 2016년 [버즈피드] 선정 [올여름 해변에서 꼭 읽어야 할 책]
- 2016년 위스콘신 퍼블릭 라디오 선정 [올여름 읽어야 할 책]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미국 작가 J. 라이언 스트라돌의 장편소설 [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한 세대에 한 번 나올 만한 놀라운 미각을 가진 주인공인 천재 셰프 에바 토르발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친부모를 잃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외롭게 성장한 소녀 에바는, 그녀의 고향인 미국 중서부 지역의 음식들 속에서 스스로를 위한 구원과 위안을 얻는다. 미국 최고의 디너파티를 주관하는 전설적인 셰프로 성장해 가는 주인공 에바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녀 주변의 여러 인물들의 관점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전개되고, 그들의 삶에 깊이 개입하거나 스쳐 지나가는 에바의 모습이 드러나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음식과 관련된 여러 등장인물들의 웃기고도 슬픈 사연들이 소개되며, 재미와 감동, 유머와 애수, 각종 요리 레시피에 대한 풍부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스트라돌의 데뷔작으로, 큰 홍보나 마케팅 없이 독자들 사이의 입소문만으로 미국에서 10만 부 이상 판매되는 성공을 거두었다.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 매체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으며, 2016년에는 미국 독립 서점 연합이 수여하는 [독립 서점들이 뽑은 올해 최고의 문학상]에서 최고의 데뷔 소설 부문 상과, 중서부 독립 서점 연합이 수여하는 [중서부 서점들이 뽑은 최고의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12개 국가에서 이 작품의 판권이 계약되어 출간되었거나 출간 예정 중에 있다.

에바의 고향인 미국 중서부 지역 사람들의 음식 속에 담겨 있는
매콤달콤, 때로는 쌉싸름한 인생의 맛


[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미네소타주를 중심으로 한) 미국 중서부 지역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한 주인공인 에바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에바의 고향인 미국 중서부 지역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그들의 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총 여덟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한 장만 에바 자신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이며, 나머지는 에바의 아빠, 사촌 언니, 라이벌, 남자 친구, 남자 친구의 새엄마 등 에바 주변의 다양한 인물들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챕터마다 각 인물들의 개인사가 독립된 에피소드처럼 펼쳐치면서, 그들의 삶에 깊이 개입하거나 혹은 가볍게 스쳐 가는 에바의 모습이 비쳐지며 전개되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때문에 이 작품은 주인공 에바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의 옮긴이가 말하듯) [에바와 마주친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들에서 에바의 흔적을 찾아 퍼즐을 맞추듯 에바라는 사람을 알아 가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마치 [내가 아는 에바]라는 연속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저마다 다른 인물들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모두 음식에 얽힌 이야기들이라는 점이다. 이 작품의 각 챕터의 제목들은 (마지막 챕터를 제외하곤) 모두 음식 이름으로 되어 있다. 톡 쏘는 생선 악취로 유명한 북유럽 전통 음식인 [루테피스크]에서부터 세상에서 제일 매운 고추로 유명한 [초콜릿 아바네로] 고추까지, 한국에선 쉽게 접하기 힘든 독특한 요리나 식재료들이 제목으로 등장하고, 그 음식들에 얽힌 재미있는 사연들이 소개된다.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매운 고추기름으로 골려 주는 이야기, 요리를 좋아하는 여자 친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미식 모험 데이트를 계획하는 10대 남자아이의 이야기, 암으로 죽어 가는 어머니에게 사슴 고기 요리를 만들어 주려고 직접 사슴을 사냥하러 가는 이야기, 마을 축제에서 열리는 제빵 대회에 특별한 디저트를 만들어 출전하는 이야기 등등 음식과 관련된 에바와 그 주변 인물들의 웃기고도 슬픈 사연들이 소개된다. 매콤달콤, 때로는 쌉싸름하기도 한 갖가지 음식들의 다양한 맛들처럼, 사랑과 이별, 가족과 우정, 삶과 죽음 등 인생의 다양하고 속 깊은 면면을 돌아보게 하는 보석 같은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 있어, 독자들에게 더욱 읽는 재미를 더하는 작품이다.

작품 속에 깃든 미식 문화foodie culture를 통해 드러나는,
요리에 대한 철학과 신념


바야흐로 셰프들의 전성시대다. 각종 예능 방송과 쇼 프로그램 등에 수많은 인기 셰프들이 출연하여 자신만의 요리법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일명 [스타 세프]로 등극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요리 프로그램이나 각종 [먹방] 프로그램은 물론, 영화나 드라마, 유튜브 영상에 이르기까지 요리를 소재로 한 콘텐츠들도 상당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고든 램지, 제이미 올리버 등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해외의 셰프들도 국내 예능에 출연하거나 미디어에 자주 언급되면서 대중들 사이에서 크게 회자가 되고 있고, 셰프들의 요리를 그저 받아먹거나 구경만 하기보다 본인이 직접 이를 따라 하고 요리에 응용해 보려는 욕망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각종 요리 관련 콘텐츠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요즘 사람들이 음식을 [대충 먹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먹는 것 자체에 급급해하거나 남이 만들어 준 가공품을 별생각 없이 먹기만 하던 시대를 지나,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 먹느냐]가 개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고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 주는 하나의 표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이러한 문화가 보여 주는 주요한 흐름 중 하나를 반영한다. 이 소설의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바로 작품 곳곳에 면면히 녹아 있는 미국의 [미식 문화foodie culture]에 대한 묘사라고 할 수 있다. 현대로 와서 수많은 식품들이 기업에 의해 가공되고 대량 생산되는 체제가 되면서, 오늘날 우리는 우리 몸에 들어가는 먹거리가 대체 어디서 와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제대로 알 수 없게 돼버리고 말았다. 그렇기에 건강에 나쁘고 입맛을 표준화시키는 인스턴트 음식이나 유전자 조작 식품,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음식들을 거부하고, 출처가 확실하고 가공되지 않은 신선한 먹거리로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자는 움직임이 바로 미식 문화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웰빙]과도 다소 비슷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에바를 포함한 이 작품의 많은 등장인물들은 이를 추구하는 미식가foodie들이며,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 요리 철학을 가지고 있다. 또 이런 미식 문화를 옹호하는 사람들과 기존의 상업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대립 역시 이 작품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현대 사회의 먹거리들에 대한 저자 스트라돌의 날카로운 비판 의식과 요리에 대한 깊은 철학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이 작품은 미식 문화의 모든 점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지는 않는다. 가령 7장에서는 음식의 맛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태도를 잃어버리고, 명품 따지듯 재료의 품종이나 원산지에만 집착하는 미식 문화의 경도된 허영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나오기도 하며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 주고 있다.
스트라돌은 평소 요리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요리 잡지의 편집자로서도 상당 기간 활동해 오면서 음식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쌓아 왔다. 그만큼 작품 면면에 흐르는 음식과 요리에 대한 작가의 깊은 지식, 철학과 신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책 곳곳에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 수많은 요리 레시피들은 모두 실제 요리법을 토대로 한 것들이다. 이를 조금씩 따라 하거나 응용해 보는 것도 이 작품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추천사

맛있고 달콤한 초대.
- 피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맛있게 즐기시길.
- 오프라닷컴

정제된 애수와 유머가 섬세하게 혼합된 따스한 성장 소설.
- 워싱턴 포스트

스트라돌의 맛있는 데뷔작...... 환의와 슬픔, 다양한 요리 레시피들까지 담겨 있는 이 기대되는 데뷔작 속엔, 음식과 가족의 이야기가 서로 긴밀하게 엮여 있다.
- 커커스

마치 주짓수와 같은 인상적인 네러티브의 묘기...... 그것이 얼마나 독창적인지 미처 깨닫기도 전에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게 한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미식가들과 현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은 이 소설을 단숨에 맛있게 먹어 치울 것이다. 눈에 띄는 걸작이다.
- 라이브러리 저널

파티시에의 손길처럼 능숙한 솜씨로 미식 문화를 다룬 스트라돌의 데뷔작. 이 작품을 읽는 것은 큰 기쁨이다.
- LA 매거진

이 사랑스럽고, 가슴을 에는 듯하고, 아주 웃기기도 한 책은 올해 내가 읽은 책들 중 최고의 작품이다.
- 데일리 메일

목차

1 루테피스크
2 초콜릿 아바네로
3 스위트 페퍼 젤리
4 월아이
5 골든 밴텀
6 사슴 고기
7 바
8 더 디너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식단표를 보니 땅콩보다 더 염려스러운 것들이 있네요.]
[어떤 거요?]
[음, 3개월 된 아기에게 돼지 항정살을 준다고 했잖아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아요.]
[퓌레인데도요? 그러면 양념한 고기를 먼저 줄까요? 아니면 뼈째 구워서 데미글라스용 돼지고기 육수를 낼까요? 어차피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요.]
[지금 헛매커에서 일하시죠? 보호자분이 만든 돼지고기 항정살 요리는 환상적이에요. 하지만 아기에게는 두 살이 되면 먹이세요.]
[두 살이요?] 라르스는 굳이 이 대화가 자신의 심장을 찢어 놓았다고 의사에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의사는 이미 그의 심정을 아는 것 같았다.
[보호자분이 삶의 열정을 첫 아이와 나누고 싶은 심정은 이해합니다. 늘 이런 부모들을 봐요. 물론 열정의 대상은 제각각이지만요. 다 때가 있어요. 당장 첫 석 달 동안은 모유와 유아용 유동식만 먹이세요.]
[끔찍하군요.] 라르스가 말했다.
(/ pp.26~27)

[제길.] 그가 소리쳤다. 그는 싱크대에서 머그잔에 미지근한 물을 가득 채워 편지가 떨어진 틈 속으로, 검게 타버린 되찾을 길 없는 편지 위로 쏟아 버렸다.
불이 옮겨 붙지 않도록 잘 처리한 후, 그는 마침내 거실로 달려가 울고 있는 아기를 품에 안아 들었다. 자신이 실수로 태어났다는 말을 에바가 절대로 듣지 못하게 하겠다고 그는 굳게 마음먹었다. 엄마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자신을 버린 편지를 결코 읽을 일도 없을 것이다. 사실, 그가 살아 있는 한, 에바는 엄마에 대해 나쁜 말조차 들을 일이 없을 것이다. 적어도 그의 입에서는 말이다. 대신 무슨 말을 들려줘야 할지 그는 좀처럼 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단둘이 남겨진 아빠와 딸이 함께 목 놓아 울 때였다.
(/ p.52)

에바가 아이라서 가장 싫은 것 중의 하나가, 인생에서 아이 시절이 제일 좋을 때니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 말고 편히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라는 어른들의 말이었다. 그런 잔소리를 들으면 에바는 자신의 몸뚱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감옥처럼 느껴져서, 마음속에서 그녀의 칠리 고추로 도피를 했다. 그 고추들은 벽장 속에 설치한 생장 촉진 램프 아래 놓인 암면 기질(基質)에서 자라고 있었으니, 고추 입장에서는 에바의 처지만큼이나 미(美) 농무부 기준 내한성지도 5b 감옥에 갇혀 있는 셈이었다.
에바와 달리 칠리 고추들은 조물주가 의도한 대로 아름다웠다. 가장 높이 자란 초콜릿 아바네로는 그녀의 허리께까지 왔으며 성장 주기가 끝날 무렵에는 단단한 녹색 줄기에 반짝이는 근사한 갈색 칠리 고추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그 고추를 잡고 손끝으로 매끈한 둘레를 훑으면 고추의 따스함과 생명력, 아낌없이 주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 p.70)

랜디는 왼팔로만 운전을 하면서 오른팔로 에바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오빠의 손이 등에 닿자 지난 일곱 시간 동안 그녀의 감정을 단단히 붙잡아 두었던 힘이 스르르 빠지면서 눈물이 차올랐다. 버스에서 남자아이들이 뭐라고 불렀는지 말하며 에바는 흐느껴 울었다. 한번 울음보가 터지니 나중에는 왜 우는지도 모르는 채 엉엉 울었다. 에바는 그 남자애들이 미웠고, 그 애들이 멍청하다는 것과 그 애들이 떠드는 말도 아무 근거가 없을뿐더러 이 지구에 그들의 삶이 미치는 영향은 단지 미세한 양으로 배출된 메탄과 질산염으로 측정될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이 아팠다. 그 따위에 아픔을 느낀다는 사실이 또 아파서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랜디의 따뜻하고 든든한 팔에 안겨 몸이 떨릴 정도로 흐느꼈다.
(/ p.78)

부모님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 에바는 발딱 일어나 추로스 상자와 으깬 고추를 넣어 둔 유리병을 가지고 방 안의 화장대에 앉았다. 으깬 고추를 찻숟가락 반 술 분량 정도만 음식에 발라 두어도 치몰레를 주문한 아이오와의 성인 중 80퍼센트가 견디지 못한다고 했던 아라셀리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단 두 입 만에 사람들은 기침을 하고 숨을 헐떡이며 화장실로 달려가거나 우유를 몇 잔씩 들이키곤 했다. 찻숟가락 반의 분량이면 약 9백 그램 정도의 음식에 펴 바를 수 있을 것이다. 에바는 채드 그레벡과 딜런 스턴월과 브랜트 마누스와 베서니 메서슈밋을 생각하며, 고춧가루를 찻숟가락 하나에 듬뿍 떠서 각각 30그램 정도밖에 되지 않는 달콤한 추로스에 넣기 시작했다. 문득 찻숟가락 하나는 너무 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손놀림을 멈추었다. 반에 친구가 한 명도 없었지만, 그들 모두가 좔좔 쏟아질 설사는 말할 것도 없고 혓바닥의 미뢰가 활활 불타오르는 맛을 볼 만큼 그녀에게 잘못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채드건 브랜트건 그 패거리 중 누구도 요행히 고추가 들어 있지 않은 추로스를 집어 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았다. 그러므로 에바는 추로스 전부에 고춧가루를 확실하게 넣을 수밖에 없었다.
(/ p.93)

옥타비아는 에바의 것을 먼저 먹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정말 근사한 맛이었다. 줄기콩과 옥수수의 식감이 살짝 단단하고 베이컨은 바삭거렸으며 너무 짜지 않았다. 투명할 정도로 얇게 저민 양파 조각들은 톡 쏘는 풍미가 너무 세지도 희미하지도 않아 절묘했다.
옥타비아는 다음으로 자신의 요리를 먹었다. 옥수수 알갱이들이 단단하고 뻣뻣했다. 그녀는 바로 전날 옥수수를 샀지만 정작 애나가 이 옥수수를 언제 수확했는지 몰랐다. 알갱이에 단맛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어떤 알갱이는 잇몸에서 빠진 치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식탁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냅킨에 음식을 뱉고 있었다.
[나는 콩이 들어간 걸로 더 먹을래.] 엘로디가 말했다. 애덤 역시 얼른 자신도 그러겠다고 했다.
애나 흘라벡, 이 나쁜 년. 이런 무시무시한 실수를 피하려면 사탕옥수수를 파는 소매상에게 정확한 수확 날짜를 표시해 두라고 요구해야 했다. 에바는 음식을 먹기 너덧 시간 전에 수확한 옥수수를 썼다. 바로 그 점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냈다. 빌어먹을 품종이 문제가 아니었다.
(/ pp.257~258)

나는 이 여자를 몰라, 신디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화면 속 에바를 보고 있으니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졌다. 바로 이런 이유로 그동안 딸을 찾지 않았던 것이다. 딸을 보면 심란해질까 봐 마음 깊은 곳에서는 두려웠지만, 딸을 두고 떠난 것을 후회하진 않았다. 단 한 번도. 그녀는 떠나는 날조차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으며 그 순간에도 자신과 딸은 서로가 없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 그런데도 어른이 된 에바를 보고 있으니 뭔가가 그녀의 마음을 움켜쥐고 마구 흔드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얼굴을 닦고 하얀 화면에 뜬 푸른색과 검은색의 글자를 자세히 읽어 보았다. [에바 토르발, 미국의 배드 걸 셰프], [논란을 촉발하는 셰프 에바 토르발은 고객의 궁금증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미국에서 가장 잡기 어려운 토르발의 만찬석] 같은 글들이었다.
(/ p.418)

이 소설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음식을 만들고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인물 속으로 들어가 눈으로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구경하고, 혀로 그 맛을 만끽하고, 코로 그 향기에 취하게 될 것입니다. 소설이 간접 경험의 문이라는 말에 [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만큼 잘 들어맞는 작품이 또 있을까요. 오감을 자극하는 이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소설이 널리 읽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를 바랍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저자소개

J. 라이언 스트라돌(J. Ryan Stradal)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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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주 헤이스팅스에서 태어나 자랐고, 노스웨스턴 대학교를 졸업했다. 2015년 천재 셰프 소녀 에바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을 출간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이 작품은 1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으며,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 매체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2016년에는 이 작품으로 '독립 서점들이 뽑은 올해 최고의 문학상'에서 최고의 데뷔 소설 부문 상과, '중서부 서점들이 뽑은 최고의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가디언], [로스앤젤레스 매거진]을 비롯한 수많은 잡지에 단편소설과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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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와 같은 대학 통역번역대학원 한노과를 졸업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하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 [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 [오시리스의 눈], [영국식 살인],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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