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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쓰게 된다 :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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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람들이 소설가 김중혁에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들은 이렇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혹은 “주로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나요?” 같이 난이도가 높은 유형이거나 “하루에 글을 몇 시간 쓰세요?”, “쉴 때는 어떤 일을 하세요?” 같은 생활형 질문들이다. 소설가 김중혁은 그간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들에 대해 좀 더 실용적이고 멋있으면서도 정확한 조언을 모아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지금 무언가를 만들기로 작정한, 창작의 세계로 뛰어들기로 마음먹은 당신을 존중하며, 그 결과물이 엉망진창이더라도 기꺼이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김중혁 작가의 진심 어린 응원은 물론,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실용적인 글쓰기 비법이 가득하다.

출판사 서평

소설가 김중혁이 처음 밝히는 글쓰기 비법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뭐라도 쓰고 싶어 참을 수 없게 된다!


사람들이 소설가 김중혁에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들은 이렇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혹은 "주로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나요?" 같이 난이도가 높은 유형이거나 "하루에 글을 몇 시간 쓰세요?", "쉴 때는 어떤 일을 하세요?" 같은 생활형 질문들이다. 소설가 김중혁은 그간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들에 대해 좀 더 실용적이고 멋있으면서도 정확한 조언을 모아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지금 무언가를 만들기로 작정한, 창작의 세계로 뛰어들기로 마음먹은 당신을 존중하며, 그 결과물이 엉망진창이더라도 기꺼이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김중혁 작가의 진심 어린 응원은 물론,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실용적인 글쓰기 비법이 가득하다.

1부 [창작의 도구들]을 펼치면 김중혁 작가의 책상 위에 놓인 창작의 도구들이 인사를 건네온다.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적었던 노트이자 메모지가 되었던 A4용지, 책 위에 밑줄을 그을 때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연필 등 아날로그 도구부터 펜이 움직이는 좌표를 그대로 디지털화하여 자동으로 입력하는 스마트펜, 해마다 업그레이드되어 온 컴퓨터의 역사까지 지금 이 시대 창작의 도구들이 저마다의 쓸모를 뽐낸다. 더불어 새로운 소설을 쓸 때마다 이야기에 맞는 배경음악을 지정한다는 김중혁 작가는 음악이 소설 속 세계로 곧장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되는 팁을 공유한다.
2부 [창작의 시작]은 글을 쓰는 창작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산문을 쓸 때는 ‘실제의 나’와 ‘글 쓰는 나’가 대립하고, 소설을 쓸 때는 ‘글 쓰는 나’와 ‘상상하는 나’가 맞붙는다. 한 번 읽은 책으로 희열을 느끼는 것을 경계하며, 생각이 자유로이 드나들기 위해 생각을 붙드는 메모 대신 생각을 보류한 스크랩을 추천한다.
3부 [실전 글쓰기]에는 김중혁 작가의 모든 글쓰기 노하우가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첫 문장은 ‘최선’이 아닌 ‘하는 데까지 해본’ 문장일 것, 근사한 첫 문장은 끝을 보고 온 문장이라는 것, 솔직하고 정직한 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리된 마음’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 문장에 힘을 주기보다는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문단을 나누는 법을 익힐 것, 내 안의 스타일을 발견하고 깎아나갈 것, ‘대화를 상상하는 힘’이 곧 개성을 만드는 시작점임을 잊지 말 것, 대상과의 거리 조절로 글쓰기의 리듬을 찾을 것 등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후 27년간 글을 쓰며 직접 느끼고 익힌 창작의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4부 [실전 그림 그리기]에서는 서툴더라도 일단 선을 긋고 해방감을 느껴보라고 독려한다. 특히 선 하나로 마음대로 결말에 가닿는 한 편의 이야기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대상을 관찰하고 엉망이더라도 무언가 더 많은 것들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5부 [대화 완전정복]은 세상의 모든 ‘대화’에 집중해보는 문제풀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우리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기 위해서 나누는 대화는 글쓰기에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 극본부터 인터뷰, 수상 연설, 편지, 영화 속 대사 등 소설가 김중혁이 고른 지문들을 읽다 보면 어느새 일관성 있는 캐릭터 만들기, ‘글 쓰는 나’에게 좋은 질문 던지기, ‘만약’과 ‘체험’ 사이에서 균형 잡기, 좋은 묘사와 나쁜 묘사를 구분하는 방법 등을 익히게 된다.

은밀하게 드러나는 소설가의 사생활 그리고 창작의 비밀

소설가 김중혁은 창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재능으로 ‘관찰’을 꼽는다. 관찰이란 천천히 보고 오래 보는 일. 세상의 속도를 늦추면서 삶의 미세한 틈을 관찰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남들이 보지 못한 자신만의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글을 쓰다가 새로운 비유나 묘사가 막힐 때면, 산책이 도움이 된다. 산책은 세상을 관찰하면서 동시에 세상을 관찰하는 나를 관찰하는 일이며, 새로운 것을 만날 때 비로소 새로운 표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가 지닌 또 다른 미덕은 은밀하게 드러나는 소설가의 사생활과 그 안에 품고 있는 ‘창작의 비밀’이다. "우주같이 막막한 흰 종이, 혹은 흰 모니터에 글자 하나를 찍"는 글쓰기 앞에서 우리는 평등하다. 빨리 입력을 시작하라는 ‘프롬프트 커서’의 지시를 받으며, 누르면 곧장 튀어 오르는 키보드의 대답을 받으며,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끊임없는 질문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며 우리는 문장을, 문단을,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 그 길에 지름길은 있을 수 없다. 어떤 것도 확언할 수 없다. 어떤 원칙도 존재하지 않는다. 창작의 세계란 그래서 재미있다. 그럼에도 힘들다. 그래도 언젠가는 깨우침의 순간이 온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수많은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충고를 한데 끌어모았을 때, 그 교집합이 최고의 비법일까. ‘열심히 쓴다’, ‘꾸준히 쓴다’ 정도만 교집합에 남아 있겠지. 충고 따위 무시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글을 쓰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해설을 보지 않고 문제집을 풀 때처럼, 작가들의 충고는 모두 잊고 혼자서 밤을 꼬박 지새우며 글을 쓰다 보면 저절로 작은 깨달음이 올 때가 있다. 자기만의 공식이 하나씩 생겨나고, 작가들의 충고가 무슨 말인지 몸으로 알게 되는 때가 온다. 그 사소한 깨달음이야말로 글쓰기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다."
(/ p.132)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고 난 뒤에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도 김중혁 작가는 소탈하게 고백한다.

"소설은 끝났지만 이야기에서 빠져나올 수는 없다. 책상 앞에 앉아서 멍하니 마지막 문장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오직 나 혼자만 아는 이야기가, 누구도 그 존재조차 눈치채지 못한 이야기가, 하나 생긴 것이다. 이번에도 실패했다. 실패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나는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을 썼고, 그럼에도 쓸 수 없는 것을 쓰지 못했다. 이번에 쓰지 못했던 것을 다음에 다시 쓰려고 할 것이다. 글쓰기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 p.60)

이번에도 어김없이 실패했지만, 더 나은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 꾸준히 쓰려는 마음이 소설가를 소설가로 계속 살게 한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통해 소설가 김중혁은 단순히 글쓰기를 위한 전략을 전달하기보다 우리에게 넌지시 창작의 세계로의 초대장을 내민다. 그 세계는 "더 험해지고 거칠어져야만 버틸 수 있는" 현실과 다르며, 창작하는 사람들은 "강해질 수는 있어도 험해지지는 않는다". 창작하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누구나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고, 이렇게 재미있는 걸 함께 하고 싶은 창작의 세계로의 초대, 이제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 응할 차례다.

간단한 메모, 밤새 쓰고 찢기를 반복하는 연애편지, 분노로 가득 찬 경고문,
정확히 전달하려고 몇 번씩 고쳐 쓰는 업무와 관련된 이메일......
지금도 분명히 어딘가에서 무엇인가를 쓰고 있을 당신과 소설가 김중혁의 Q&A.


Q. 첫 문장은 어떻게 써야 될까요?
A. 처음에 씁니다. (하하하) 그런데 처음에 쓴다고 첫 문장이 되는 건 아닙니다. 글을 다 쓰고 나서 첫 문장을 다시 바라보세요. 처음에 썼던 문장이 첫 문장답지 않아 보일 겁니다. 첫 문장은 처음에 쓰는 문장이 아니라 모든 글을 다 쓰고 나서 제일 앞에 두는 문장입니다.

Q. 솔직하고 정직한 글이 늘 좋은 걸까요?
A. 글을 쓴다는 것은 ‘최초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된 마음’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누군가의 마음에 공감하고 나면, 완전하게 솔직한 문장은 쓸 수 없게 되기도 합니다.

Q. 나만의 글은 어떻게 쓸 수 있나요?
A. 사람은 다 다릅니다. 당신이 글을 쓰기만 하면, 거기엔 무조건 당신만의 스타일이 묻어 있습니다. 스타일은 밖에서 얻어오는 게 아니라 안에서 발견한 다음 깎아나가는 것일 겁니다.

Q. 좋은 생각은 언제 떠오르나요?
A.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물과 관련된 장소에만 가면 생각이 술술 풀립니다. 샤워를 하다가, 흐르는 물을 바라보다가, 수영을 하다가 생각이 뻥 뚫립니다.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자신만의 상황과 장소가 있을 겁니다. 거길 찾으세요.

Q. 쓸모 있는 생각과 쓸모없는 생각을 어떻게 구분합니까?
A. 모든 생각들을 떠오르는 대로 내버려둡니다. 좋은 생각 같던 생각이 금방 지루해지고, 잡념 같던 생각이 근사한 아이디어로 변합니다. 좋은 생각과 나쁜 생각의 구분을 없애는 것이 제일 먼저 시도해야 할 방법입니다.

목차

프롤로그 이제 당신은, 무엇이든 쓰게 된다

Intro. 천천히 보아야 이해가 된다

1. 창작의 도구들
내 책상 위의 친구들
OK, 컴퓨터!
글을 쓰지 않을 때의 나의 친구들
글을 쓸 때의 나의 친구들
서점의 발견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만드는 법

2. 창작의 시작
쓰고 싶은 것을 제대로 쓰는 방법
두 번 읽으면 방향을 찾을 수 있다
붙잡아두면 생각은 썩어버린다

3. 실전 글쓰기
첫 문장 쓰기
글을 쓴다는 것은 시작과 끝을 경험하는 것이다
솔직하고 정직한 글은 무조건 좋은가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 중요하다
스타일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나만의 스타일 만들기
글쓰기의 시작
글쓰기는 위험하다

Pause. 당신 안에 당신이 모르는 예술가가 있다

4. 실전 그림 그리기
우연히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아무렇게나 그려보자
다 함께 그림을 그려보자

5. 대화 완전정복
문제를 풀기 전에
언어 영역
1. 시끄럽고, 분주하고, 엉망진창이고, 헛소리가 난무하는 택시 안에서
2. 그냥 한마디 툭 던졌는데, 인생이 들어 있는 경우
3. 재치와 침묵과 웅변과 사생활이 곁들어지는 수상 연설
4. 휴대전화를 잠시 꺼둔 채 읽는 대화
5. 만약으로 시작해서 체험으로 끝나는 이야기
예술 영역
1. 그림은 자신을 표현하는 또 다른 목소리와 같습니다
2. 작업실의 먼지를 모아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습니다
3. 말하는 것의 반대는 듣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입니다
4. 아름다운 추억이 우리를 악으로부터 지켜줄 것입니다
사회 영역
1. 세일즈맨은 물건을 파는 사람이 아니다
2. 젊은 친구, 지구에 온 것을 환영하네
과학 영역
1.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2. 마침표를 잘 찍는 인간이 되는 방법
3. 죽음 이후에 무엇이 남아 있을까

에필로그 당신의 결과물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본문중에서

소설을 쓸 때면 조금 다른 방식의 자기 검열이 일어난다. 산문을 쓸 때 ‘실제의 나’와 ‘글 쓰는 나’가 대립한다면, 소설을 쓸 때는 ‘글 쓰는 나’와 ‘상상하는 나’가 맞붙는다. 과연 저 사람을 죽여도 좋은가. 죽일 수 있는가. 지나치게 과격한 방식이 아닌가. 죽인다면 어떤 방식으로 죽여야 하는가. 총을 쏴서? 아니면 목을 졸라서? 글 쓰는 나는 상상하는 나에게 계속 묻는다. 상상하는 나는 무조건 쓰라고 말하지만, 글 쓰는 나는 자꾸만 멈칫하며 되묻는다. 모든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이번에도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 상상하는 나를 자유롭게 풀어주지 못한 것 같아서, 때로는 상상하는 나를 지나치게 믿고 만 것 같아서, 후회가 든다. 돌이킬 수 없다. 손을 놓아야 한다. 평생 한 가지 이야기를 쓰고 있을 수는 없다. 같은 이야기를 새롭게 하거나, 다른 이야기를 똑같은 방식으로 한 번 더 하거나, 어쨌든 다시 써야 한다. (중략) 이번에도 실패했다. 실패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나는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을 썼고, 그럼에도 쓸 수 없는 것을 쓰지 못했다. 이번에 쓰지 못했던 것을 다음에 다시 쓰려고 할 것이다. 글쓰기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 pp.59~60)

나는 ‘대화를 상상하는 힘’이 개성을 만드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소설을 쓸 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모든 글쓰기에 적용되는 말이다. 대화를 상상한다는 것은 어떤 일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고, 두 사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고,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화를 상상하다 보면 점점 가상의 인물들이 늘어난다. 처음엔 두 사람의 목소리만 들리다가 어느 날 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런 식으로 머릿속 가상의 인물이 점점 늘어난다.
(/ p.108)

나는 글을 쓴다는 것이 가언을 만드는 일과 표어를 찢어버리는 일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글을 통해 끊임없이 어떤 명제를 만들거나 정의를 내리고 싶어 한다.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글을 쓰지만, 그 글로 자신이 온전하게 표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단언하듯 문장을 만들지만 그 문장이 얼마나 불안정하며 바보 같은 것인지도 알고 있다. 바보 같은 줄 알면서 계속 쓰고, 단언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하얀 눈 위의 구두 발자국’ 같은 문장을 끊임없이 찍어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속에서 흔들리며 글을 쓴다.
(/ p.123)

종이 위의 문장들은, 일종의 평행 우주다. 종이 위의 문장들은 실재하는 현실과 무척 닮아 있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글을 쓰는 사람은 종이 위에서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고, 가보지 못한 길을 상상할 수 있다. 픽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글이 그렇다. 우리는 글 속에다 새로운 우리를 창조할 수 있다. 우리는 글을 통해 우리가 더 좋은 사람인 척할 수 있다. 더 현명하거나 더 세련된 사람인 척할 수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나 그럴 수 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더 나은 사람인 척하는 것은 아주 다른 일이다. 글쓰기는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른다. 글쓰기는 혼자 해서 좋은 것이지만, 혼자 하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다. 지금 수많은 블로그에서, SNS에서, 책에서, 글쓰기는 자기 합리화의 좋은 도구가 되어가는 것 같다. 나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정확하게 글을 쓰고 싶지만 마음처럼 잘되지 않는다. 말은 뱉으면 그만이지만, 글은 발표하기까지 수십 번 수백 번 고칠 수 있다.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지만, 글은 고쳐낼 수 있다. 말에 비해 글은 훨씬 더 전략적이다.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글쓰기 속에서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 p.137)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써낸 소설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나는 여전히 인간의 언어야말로 인공지능이 복사하기 힘든 무엇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을 도식화할 수는 있다. 엘리자처럼 하나 마나 한 말들로 신뢰를 얻을 수도 있다. 대화의 패턴을 만들 수도 있고, 이야기와 플롯의 공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중얼거림은 절대 흉내 낼 수 없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말하지 않은 것들, 말했지만 말하지 않은 것들, 중얼거리지만 들리지 않는 것들, 들리지만 이해할 수 없는 말들 같은 것이야말로 인간적인 것은 아닐까.
(/ p.272)

책이란, 대화의 시작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죽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오래된 문장을 읽고 생각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대화를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책이 묻고 내가 대답한다.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이 책 속에 숨어 있다. 글쓰기는 가장 적극적으로 죽은 사람과 대화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수많은 책들을 읽은 후 자신의 생각을 책에다 적는다.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 내 이야기를 섞는 것이다.
(/ p.278)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자주 우울했다.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끝없이 이어졌고, 이렇게 비상식적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방법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더 험해지고 거칠어져야만 버틸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거칠어지다가 우리는 중요한 걸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문득 돌아봤을 때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건 모래뿐이지 않을까. 뭔가 중요한 걸 꽉 움켜쥐고 이곳까지 왔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어쩌면 바스라지는 흙덩어리 같은 것은 아닐까. 나는 사람들이 좀 더 창작에 몰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뭔가 만드는 사람들은, 그렇게 거칠어질 수 없다. 강해질 수는 있어도 험해지지는 않는다.
(/ pp.284~28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1~
출생지 경북 김천
출간도서 36종
판매수 14,752권

소설가. 2000년 [문학과 사회]에 중편소설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펭귄뉴스] [악기들의 도서관] [일층, 지하 일층] [가짜 팔로 하는 포옹] 장편소설 [좀비들] [미스터 모노레일]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나는 농담이다]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 [모든 게 노래] [메이드 인 공장] [바디무빙] 등을 썼다. 소설 [엇박자 D]로 김유정문학상(2008), 소설 [요요]로 이효석문학상(2012), 소설집 [가짜 팔로 하는 포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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