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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집권기는 한국 현대사의 어느 시기보다 공과 과가 겹쳐 있는 때이다.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의 소중한 역사적 자산이기도 하며, 잊고 싶은 기억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박정희 집권 이후의 시대도 그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시기와 결론을 보면 이에 대한 영향은 좀더 분명해진다.

이 책은 1980년대 한국에서 진행된 자유주의 이념의 확산과 현실 사이의 모순을 대상으로 산업화 및 박정희 발전모델의 이념적 해체를 다루고 있다. 즉 국가주도의 총동원체제의 해체와 보편화된 신자유주의 경제의 확산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1980년대의 국가경제를 분석하는 것이 이 책이다.

박정희 시대의 경제 유산과 그 해체를 분석한 냉정한 시각 과거를 정리하는 일은 쉬운 작업이 아니지만 최소한 평가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에 관한 평가작업은 이해관계, 학문적 배경, 이념적 지향 등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이어서 늘 조심스럽다. 박정희 집권기는 한국 현대사의 어느 시기보다 공과 과가 겹쳐 있는 때이다.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의 소중한 역사적 자산이기도 하며, 잊고 싶은 기억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박정희 집권 이후의 시대도 그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시기와 결론을 보면 이에 대한 영향은 좀더 분명해진다. 이 책은 1980년대 한국에서 진행된 자유주의 이념의 확산과 현실 사이의 모순을 대상으로 산업화 및 박정희 발전모델의 이념적 해체를 다루고 있다. 즉 국가주도의 총동원체제의 해체와 보편화된 신자유주의 경제의 확산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1980년대의 국가경제를 분석하는 것이 이 책이다. 1980년대의 이해를 위해서는 전 시기인 박정희 시기를 해부해보지 않고서는 발걸음을 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박정희 시대를 기점으로 발전주의 모델이 앞세워진 과정과 약화에 대해 다양한 이론과 시각으로 회고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 : 국가주도의 총동원체제 이 책의 필자들이 바라보는 박정희 시대의 특징은 국가주도의 총동원체제라는 점이다. 즉 국가동원체제의 기본틀이 마련되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 시기에 국가가 국민의 생존의지를 성장이데올로기로 동원하는 데 성공했고, 국가재벌체제는 확고해졌다. 그리고 지금 외국자본의 지배, 재벌이 갖는 경제적 독점력의 온존, 이미 수명을 다한 국가(관료)주도체제의 부정적 유산 등이 한국 경제의 구조조정과정을 지배하고 있는 세 축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또한 부정적인 유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주도하는 총동원체제는 서서히 해체되어 가고 있는데 그 과정을 바라보는 필자들의 시각이 흥미롭다. 20세기 후반 한국경제 : 보편화된 신자유주의 경제의 이면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의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불확실성의 실체는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본주의 이행과정의 모순과 그로 인한 불확실성에 있다고 본다. 현재의 세계경제질서는 통상 신자유주의 체제로 불리고 있는데, 이제는 초등학생까지도 신자유주의를 알 정도가 되었다. 이는 ‘영미식 자본주의 모델’에 기초해 자본시장을 비롯한 모든 시장에 대한 국가규제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시장의 자유방임적 질서에 기초해 경제의 전부문에 걸친 자유화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개혁 프로그램은 세계화의 급격한 진행과 더불어 금융자유화, 민영화, 규제완화 및 철폐, 그리고 복지국가의 축소 등을 한국 사회에 요구하며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시장근본주의와 결합된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이것이 등장한 배경은 단지 IMF라는 초유의 국가부도사태라고만 할 수 있을까. 이러한 현재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도 필자들은 한국현대경제사를 반추해보고 있는 것이다. 즉 이러한 사태를 유발한 원인의 하나로 좀더 먼 1970-80년대 경제체제의 현상을 때로는 거시적으로, 때로는 미시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 작업 이 책은 『한국 자본주의 발전모델의 역사와 위기: 산업화 이념의 재고찰과 대안의 모색( I )』에 이어, 한국 사회에서 자유주의 이념이 본격적으로 대두되어 한국 경제의 정책이념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시기와 그 과정을 주요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이 책이 한 권의 단행본으로 그치지 않고 해방이후의 한국사회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그 성과를 담아낸 연속적인 작업의 결과물이다. 각 장의 주요 내용 1장 <1970-80년대 경제정책 주체의 변화와 새로운 경제 담론>에서는 1970년대 한국의 경제개발론은 1960년대 중반 이후 형성된 ‘수출입국론’으로부터 출발했으나, 1970년대 초반의 정치, 안보, 경제적 위기를 겪으면서 1960년대의 그것과는 다른 새로운 경제담론이 이 시기에 등장하게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2장 <1980년대 후반 경제구조변화와 외연적 산업화의 종결>에서는 한국 자본주의 축적체제에 있어서 뚜렷한 변화의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으로서 1987년을 강조하고 있다. 3장 <1980년대 발전국가의 재편, 구조조정, 그리고 금융자유화>에서는 1980년대 전두환 정권 하에서 추구된 경제발전모델의 성격을 해명하고, 또한 1980년대 금융자유화정책에 초점을 맞추어 전두환 정권 하에서 추진된 구조조정정책과 안정화정책의 핵심적 성격이 무엇이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4장 <재벌문제의 현실과 인식>에서는 1980년대 이후 정부의 재벌정책 변화와, 이러한 재벌정책의 변화를 통해 1980년대 이후 전개된 대내외적 자유화정책의 의미를 검토하고 있다. 5장 <1979-80년 경제위기와 산업정책의 변모>에서는 1979년 ‘경제안정화시책’ 수립과 1980년 중화학공업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의 산업정책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선별적 산업정책의 기능별 산업정책으로의 전환과 더불어 정책의 목표를 과학기술의 육성 및 지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이전의 수출드라이브 정책과 유사한 ‘기술드라이브 정책’이 구체화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6장 <개발독재형 노사관계 질서의 해체와 새로운 노사관계 질서의 모색을 위한 진통>에서는 게임이론적 분석을 도입함으로써 1987년 이후 노사관계 질서에서 나타나는 불안정성과 대립성을 국가자본노동 사이의 전략적 의사결정 메커니즘의 형성을 통해 설명하려는 매우 독특하고 새로운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7장 <개방체제하 자유주의 농정의 전면화와 그 실패>에서는 1980년대 농정에서 1970년대의 가격지지정책과는 다른 방식의 소득증대정책이 추진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8장 <시장, 국가, 그리고 한국 자본주의 모델>에서는 1980년대 이후 대외적 개방화와 대내적 자유화의 진행과정에서 불가피해진 한국 자본주의 축적체제의 전환과 국가의 후퇴 현상이 어떤 현재적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집요하게 묻고 있다.

책을 펴내며

제1장 1970, 80년대 경제정책 주체의 변화와 새로운 경제 담론 / 박태균
1. 머리말
2. 1960년대 후반의 경제위기: 담론 형성의 배경
3. 새로운 경제정책 담론 주체의 형성
4. 경제담론의 계승과 변화
5. 결론

제2장 1980년대 후반 경제구조변화와 외연적 산업화의 종결 / 유철규
1. 문제제기와 구성
2. 1987년 축적체제 시기구분의 의미
3. 1980년대 후반 경제현상의 변화들 - 구조적 변화와 관련하여
4. 1987년 이후 경제구조의 변화와 1997년 경제위기
5. 새로운 산업정책의 과제

제3장 1980년대 발전국가의 재편, 구조조정, 그리고 금융자유화 / 전창환
1. 문제제기
2. 1960-70년대 권위주의적 발전국가모델이란 무엇이었는가
3. 1980년대 발전국가모델의 재편과 자유주의적 경제질서 확립의 좌절
4. 경제의 금융화와 금융세계화, 그리고 전두환 정부의 금융자유화
5. 맺음말

제4장 재벌문제의 현실과 인식: 1980-90년대 대내외적 자유화정책의 의미와 결과 / 김상조
1. 서론
2. 1980년대 대내적 자유화정책의 의미와 재벌정책의 한계
3. 1990년대 대외적 자유화정책의 문제, 경제위기, 그리고 재벌의 위기
4. 결론: 재벌의 자유방임적 신자유주의와 경제위기

제5장 1979-80년 경제위기와 산업정책의 변모: 과학기술지원정책을 중심으로 / 이상철
1. 서론
2. 국가혁신체제
3. 1960-70년대 과학기술정책과 국가혁신체제
4. 화학섬유산업의 사례
5. 1980년대 이후 과학기술정책과 국가혁신체제의 변화
6. 전전자교환기산업의 사례
7. 결론

제6장 개발독재형 노사관계 질서의 해체와 새로운 노사관계 질서의 모색을 위한 진통: 1987-97년 기간의 한국 거시 노사관계 변동에 대한 게임이론적 분석 / 신정완
1. 들어가는 말
2. 기존 연구 검토와 본 논문의 분석 틀
3. 1987-97년 기간의 거시 노사관계 변동 분석
4. 맺음말

제7장 개방체제하 자유주의 농정의 전면화와 그 실패: 1980년대 소득보전 농업정책을 중심으로 / 조석곤
1. 머리말
2. 자유주의 농정으로의 선회배경
3. 1980년대 정책 전환 - 주곡농정에서 복합영농으로
4. 농정의 실패와 수습책 마련
5. 맺음말

제8장 시장, 국가, 그리고 한국 자본주의 모델: 1980년대 축적체제의 전환과 국가후퇴의 현재적 의미 / 김정주
1. 서론: 새롭고도 오래된 논쟁
2. 발전국가에 의한 축적체제의 전환모색: 경제안정화시책
3. 1980년대 축적체제의 재편과 시장영역의 확대
4. 구조개혁의 좌절과 국가의 동요
5. 결론: 대자본의 헤게모니로서 자유주의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 미국의 신고전주의적 경제학의 영향은 1970년대 이후 경제담론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각론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1970년대 후반의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 상에서 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그러한 변화는 시장기능의 순기능을 확대하면서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으로부터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곧 인플레이션을 막는 대책을 정부의 가격에 대한 통제로부터 찾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정상화, 정부 재정의 조절, 수입자유화, 공정거래를 통한 자유경쟁체제의 확립 등을 통해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의 경제구조에의 개입과 금융체제에 대한 완전한 통제 그리고 보호무역을 통한 국내 산업의 보호라고 하는 통상적 관념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얻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경제정책의 측면에서는 1978년 이후 점차로 새로운 방향으로의 진전이 시작되었다. 예컨대 수입자유화의 추진은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잘 보여준다. 수입자유화는 보호무역의 장벽에 대한 선진국의 압력에 따라 이루어진 측면도 있지만, 국내적으로는 물가안정을 위하여 수입자유를 통한 공급의 확대 그리고 국내 가격의 해외 가격과의 조응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결국 정부는 1978년 5월 1일과 9월 18일 그리고 1979년 1월 1일 등 3차에 걸쳐서 부분적으로 수입자유화를 단행하였다. 또한 1980년대에 들어서도 수입자유화 조치가 더욱 확대되었고, 이것은 경제자유화를 통한 안정의 논리와 연결되어 있었다. 수입자유화에 대한 논의는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농민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초까지 계속되었다(양수길(KDI), 1984). 또한 1980년부터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들이 시행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