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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중선을 찾아서 : 기생과 룸펜의 사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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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진송
  • 출판사 : 푸른역사
  • 발행 : 2017년 12월 09일
  • 쪽수 : 43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5612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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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뭇 사내들은 내 신발에 입을 맞추라"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話者인 ‘나’는 작가이자 언론인. [시사평론]의 편집장 ‘김’과 함께 연재소설을 마친 기념으로 찾은 명월관에서 기생 화홍을 만난다. 은행 취체역인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만난 이래 두 번째다. 이 자리에서 장안을 떠들썩하게 만든 기생 화중선의 기고가 화제에 오른다. 사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기생이 되었노라 했던 문제의 글이다. 화중선의 글을 읽으며 그 정체를 궁금해 하던 ‘나’는 하룻밤 인연을 맺은 화홍을 떠올린다.
그렇게 화홍을 못 잊어하던 ‘나’는 우연히 찾은 관철동 화홍의 집에서 인연을 이어가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여기고 뛰쳐나오고 만다. 여기에 실제 인물인 기생 이화중선과 사랑에 빠진 친우 ‘경천’과의 만남과 그의 자살, 요설을 펴는 룸펜 ‘모세’의 기행이 삽화처럼 끼어든다.
몇 년 뒤 조그만 잡지사의 편집장이 된 ‘나’는 세태에 따라 평양기생학교 취재에 나섰다가 기적에서 빠져 동기童妓들을 가르치고 있는 화홍을 만나는데.......

출판사 서평

1920년대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 사회를 뒤흔든 기생 화중선의 일갈
실제 필자를 구명하려는 주인공의 지적 여정과 애잔한 로맨스가 영롱하게 짜인,
소설만큼 흥미롭고 역사보다 내밀한 팩션, 그 이상의 팩션

묘하다


한 편의 글이, 이토록 다채롭고 풍성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까.
1923년 [시사평론]에 실린 기생 화중선의 글 [기생생활이 신성하다면 신성합니다]가 이 책의 소재이자 화두. "남성을 성적 노리개로 삼아 남성 중심 사회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이 도발적인 글은 당대 식민지 조선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나무 작업을 하면서 한국 근현대 문화연구에 공을 들여온 지은이는 이를 모티프로 어엿한 역사서이자 품격 있는 소설을 써내는 데 성공했다.
책은 화자인 ‘나’와 소설 속 허구의 기생인 화홍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희미한 줄거리를 이룬다. ‘나’는 화중선의 도전적이고 파격적인 글의 실제 필자가 하룻밤 인연을 맺은 화홍일지 모른다고 막연히 생각한다. 그런데 ‘나’의 여정을 따라가노라면 당대 지식인 사회의 풍경, 기생의 문화사, 사회사적 의미가 소상하게 소개되어 오히려 역사교양서로 읽힌다. 그러니 문학의 틀을 빌린 역사라 하겠는데 여기에 지은이 자신의 목소리가 담겨 문화비평서로도 손색이 없는, 다양한 얼굴을 가진 노작勞作이다.
생생하다

‘나’와 화홍이 평양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장면은 여느 로맨스 소설 못지않은 여운을 준다. 하지만 역사교양서로서 이 책의 미덕은 교과서에서는 만나지 못하는 식민지 조선을 풍경을 손에 잡힐 듯 그려낸 점이다.
이는 당대의 텍스트를 감탄스러울 정도로 다양하게 활용한 덕분으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9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이를테면 "네온싸인에 눈이 부시고 레코-드 소리에 귀가 발광할 종로가 아니다. 회중전등으로 길을 찾고 [장타령] 소리에 귀를 막을 종로이다! 낙원회관에서 흘러 나아오는 웃음소리! 노래 소리! 카페의 광시대이다. 여급의 황금시대이다. 그 총본영은 종로의 낙원회관이다"이 그렇다. "안에 들어가보니 생각 없는 유객들의 묵흔이 난잡하게 쓰여 있고 전면의 방벽과 잡목에 가려 강상청파와 능라도의 버드나무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는 ‘초라한 정자에 불과한 평양 부벽루’의 풍경도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글이다.
지은이는 이를 ‘텍스트 읽기를 위한 텍스트 쓰기’라 이름 지었거니와 그 덕에 식민지 조선의 풍경을 되살려 볼 수 있다.

흥미롭다

역사는, 정치나 경제, 문화예술이 전부가 아니다. 뛰어난 군주나 영웅, 예술가만이 주인공도 아니다. 그러기에 역사의 숱한 여백은 생활사, 미시사, 구술사의 이름으로 채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훌륭한 역사 텍스트 구실을 한다.
1927년 기생들을 위한 잡지 [장한]이 창간되었다는 기록을 어디에서 찾을까. 친일파 송병준이 기생조합인 권번을 운영했다든가 개화파 인사인 박영효가 경성 축첩자 간친회가 있다면 회장은 떼어 놓은 당상이었으리란 사실은 어떻게 알까. 또는 한때 2000여 가구가 살던 경주에 기생이 300명에 이르렀다든가 소설가 주요한이 한청산이란 필명으로 기생 폐해를 막기 위해 "오후 9시 이후에 혼자 다니는 남녀는 일 주일 이상 구류에 처하는" 법을 만들어 남녀교제를 권장하자는 글을 썼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접할까.
당대 언론을 장식했던 기생 강명화의 순애보라든가 김동인을 비롯한 문인들의 사생활도 소소한 읽는 맛이 있지만 "아무래도 번쩍 띄는 큰 ‘에로’ 제목이 하나 있어야 돼"하며 독자 끌어들일 궁리에 골몰하는 잡지사 편집회의도 오늘날과 그리 다르지 않을 법한 흥미로운 풍경이다.

야무지다

이야기만 풀어내는 게 아니다. 지은이가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서, 또는 당대의 텍스트를 골라내어 기생-여성 상품화의 시례-을 보는 모순적 시각, 지식인의 행태에 대한 엄정한 비판을 감추지 않은 것도 이 책이 단순한 교양서를 넘어서게 한다.
당시의 텍스트 인용이긴 하지만 기생제도의 유래에서 근대적 변용까지 다룬 것도 눈에 띄고 "권력은 부패를 예비한다. 그리고 부패란 집단적 이익을 공유하려는 사적인 욕망이 결합할 때 벌어지는 사회적 현상이다. 사회적 부패의 고리에는 늘 쾌락과 욕망의 분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룸살롱 문화가 말해주듯이 성적인 접대의 공간은 은밀하고 사적인 영역을 공유함으로써 공동의 이익을 전유하려는 ‘배타적인 사회적 절차’, 즉 부패를 형성하는 공간이다"(332쪽) 같은 대목은 아프게 읽힌다.
"조선의 지식계급은 두말할 것 업시 외입장이요, 이기주의자요, 명예탐구자들 뿐입니다. ...... 그들은 아무 곳에서나 누구에게든 무릎을 꿇을 준비가 되어 있는 식민지 백성에 불과"하다는 화홍의 목소리는 21세기 한국에서도 여전히 쟁쟁 울리지 않는가.

목차

읽기 전에

축첩의 시대
화홍과 화중선
축첩의 시대

룸펜과 데카당
인텔리와 기생
동인과 빙허
이화중선, 화중선
김성과 모세

기생이 가득한 세상
경성의 화류계
화홍을 만나다
기생이 가득한 세상

모던의 사회
모던의 도시
모세와 경천
에로 그로의 사회
카페의 밤

기생을 철폐하라
기생의 변모
대중스타
기생을 철폐하라

재회, 그 후
평양에서
에필로그를 대신하여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가는 조선의 사내들은 모두 짐승과 다를 바 없어. 노예보다 못한 삶이지. …… 비겁하게도 우리는 누구에겐가 당한 치욕을 누구에겐가 돌려주어야 할 대상이 필요했어. 그 누군가가 바로 기생들이지. 그들은 우리 안에 있는 또 다른 식민지 백성들이라네. 우승열패의 세상에서 막다른 구석에 몰린 존재들. 우리는 야비한 침탈자들일 뿐이지.
(/ p.26)

인텔리 계급은 대개 “요릿집에서 무릎 위에 기생을 앉혀 놓고는 남녀평등, 돈이 없을 때는 공산주의, 돈이 생기면 개인주의”라는 비난처럼 입만 번지레한 이들의 이름이었다
(/ p.77)

기생은 성적인 욕망의 대상이자 환락의 표상이었으며 쾌락의 대상이자 절망의 분출처였다. 그 자리에 남성이 그리고 지식인이 있다. 오랜 세월 남성 혹은 권력은 기생을 향유할 수 있는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안전판을 만들어 놓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사회의 주류적 질서에 편입시키는 것을 거부했다
(/ p.80)

세간의 눈은 여전히 기생을 ‘업신여길 수 있음으로 사랑스러운 동물’로 보았다. 그들의 부모조차 ‘돈벌이하는 잡것’으로 대하였으며 예수교인은 ‘마귀로’ 알았다. 도학자는 ‘요물로’ 알았다. 노동자는 자기도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물건’으로 알았다. …… 늙은이나 젊은이나 한결같이 그들을 다만 춘정春情을 파는 아름다운 동물로 알 뿐 한 개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는 보지 않았다
(/ p.88)

나는 살아오면서 한 번도 누구에게도 내 마음 속에서 나온 말을 해본 적이 없었어. 아니 금지되어 있었지. 내가 원하는 걸 말할 수 없었어. 그렇게 키워졌지. …… 그런데 그녀는 그렇지가 않았지. 그녀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었어. 하지만 그녀는 내가 가지지 못한 하나,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어
(/ p.117)

어용학자, 어용관원들이 호가호위하며 특권 계급의 자본주의 신사인 걸 유유낙낙하면서 저보다 약한 자를 업신여기고 깔보고 하는 그 엉터리없는 괴뢰무傀儡躌(꼭두각시 춤)에 구역질이 벌컥벌컥 납니다
(/ p.127)

소유적 충동과 추악한 향락적 만족에 광취한 그 사람들로 하여금 저들의 소유적 충동과 향락적 충동의 발사작용에 스스로 견디지 못하여 나의 ‘신코’에 입을 맞추고 나의 ‘발바닥’을 핥아가면서 자진하여 나의 포로물이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 p.134)

제일 말째 가는 양반은 있는 집 지식청년이지요. 그들은 공부, 공부하고 미국이나 독일, 불란서, 영국 등지를 다녀와서는 첫째 이혼, 둘째 문화주택, 셋째 고등XX를 운동하기에 겨를이 없지요. 조선에 지식계급은 두말할 것 없이 외입장이요. 이기주의자이요, 명예탐구자들 뿐입니다
(/ p.382)

나는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녀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녀의 두 손을 끌어 마주잡았다. 그리고 겨우 “잘 있어요”라고 말했을 때 그녀의 눈에는 물기가 가득했다. 그녀는 “기억해 줄 거죠?”라고 말했다. 아니 “기억하고 있을 게요”라고 했던가
(/ p.388)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9~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59년 서울 생. 국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했다. 문화 연구와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을 기울여 [현대성의 형성-서울에 땐스홀을 허하라], [이쾌대], [장미와 씨날코], [기억을 잃어버린 도시], [가부루의 신화], [목수, 화가에게 말을 걸다], [인간과 사물의 기원]을 썼다.
나무 작업을 해오면서 열 차례의 [목수 김 씨전]을 열었으며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목수 김 씨의 나무작업실], [상상의 웜홀], [상상으로 깎은 나무] 등의 전시를 벌였다. 나무 작업과 관련한 책으로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목수 김 씨의 나무작업실], [상상목공소], [이야기를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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