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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토크 VOSTOK 매거진 6호 : 큐티큐티 멜랑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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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진의 귀여움, 사진의 우울
고양이 귀를 달고 예쁘게 웃는 코스프레 사진에서부터
손목을 긋는 마음으로 찍는 지독한 우울의 셀프 포트레이트까지


여섯 번째 [보스토크 매거진]은 ‘귀여움’과 ‘우울함’이라는 양 극단의 정서가 사진으로 표출되는 모습을 추적한다. 전혀 달라 보이는 이 두 가지 정서는 ‘내가 아닌 나’가 되려고 하는 강렬한 욕망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이번 [보스토크 매거진]은 기괴하고 아름다운 사진적 현상을 탐색하는 비평가와 연구자의 글, 국내외의 날카로운 사진 작업을 세심하게 담고 있다. 또한 사진과 영화, 출판, 전시 등을 연계하는 풍부하고 단단한 읽을거리도 여전하다.

출판사 서평

넓고 밝은 공원에 모여 애니메이션 2D 가면을 쓰고, 고양이 귀를 단 채 마법 포즈를 취하며 태어난 사진들. 그리고 어둡고 눅눅한 방에서 손목을 긋는 대신 카메라 앞에 서며 태어난 사진들. 그 사진과 사진 사이의 아득한 간극을 한 권의 잡지로 가늠할 수 있을까.
우선 보스토크 매거진은 사회학자와 일본 문학 연구자에게 각각 우울과 귀여움의 정서는 어디에서 비롯되고 어떻게 표출되는지에 관한 글을 부탁했다. 편집 동인들은 각자의 관심사에서 최대한 반경을 넓혀 '귀여움'과 '우울'이라는 키워드와 접촉되는 사진들을 찾고 모았다. 그리고 찍고자 하는 욕망과 찍히고자 하는 욕망이 교차된 코스프레 사진에서 지독한 우울의 시간이 멈춰진 셀프 포트레이트, 물랭 루즈의 화가로 유명한 로트렉의 괴상하고 절망적인 사진, 허기진 기분을 배불리는 케이크 사진, 영원히 늙지 않는 테디 베어 사진까지 다종다양한 이미지를 관찰했다. 밀도 높은 '카와이'가 내재된 일본 사진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기사 그리고 젊은 시인들과 사진가들이 그려낸 어둡고 음울한 이미지를 함께 따라가는 화보도 마련했다.
그러나, 한 손에 '큐티', 또 다른 손에 '멜랑콜리'를 들고 달려가는 폼이 어딘지 엉성하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제대로 속력이 붙지 못한 채 균형을 잃고 넘어질 것 같다는 불안에 시달리기도 한다. 또한 사진에 담긴 양 극단의 정서를 향해 달려가는 일이 결국 사진을 핑계로 인간이라는 복잡한 존재를 해부해야 가능하다면,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보스토크]가 관심을 갖는 건 인간을 해부하는 일도, 그 안의 마음을 송두리째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눈이 머무는 곳은 내성적인 아이가 고양이 귀를 달고 수많은 카메라가 있는 광장으로 나서는 그 순간, 몰래 밀실에 숨어 손목을 긋던 누군가 칼을 버리고 카메라를 쥐는 그 장면이다. 스스로를 견딜 수 없다는 자기부정과 자기혐오를 발 딛고 '내가 아닌 나'가 되려는 열망을 적극적으로 실현한 그 순간과 그 장면은 기괴하고 징그럽지만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둘은 얼굴이 다르지만, 같은 유전자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처럼 서로 닮았다.
비록 사진의 몸은 납작하고 얄팍하지만, 그 안에는 이미지의 표면을 보는 재미와 그 단면을 읽는 의미가 공존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번 6호를 내놓으며, 양 극단의 정서가 사진으로 태어나는 순간의 의미와 장면의 재미가 독자들에게 잘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
이제 고작 1년을 채운 [보스토크]는 언제나 양 손에 사진의 의미와 재미를 함께 쥐고 달려갈 것이다. 그러다 가끔은 균형을 잃고 넘어질 때도 있을 것 같다. 그럴 때, 굳이 고르자면 의미보다는 기꺼이 재미를 위해 넘어지고 싶다. 그게 더 신나는 일이 될 테니까.

목차

009 프롤로그: Jubilee _ 마유미 호소쿠라
018 포토에세이: 가장 거대한 균열 _김현

특집│큐티큐티 멜랑콜리
030 The Rise of Cute _ 마크 퓨스텔
카요 우메 / 이쿠슌 / 오사무 요코나미 / 줄리에 와타이
토모코 사와다 / 유미코 우츠 / 미카 니나가와 / 타카시 홈마
078 코스프레-포토-그래퍼의 탄생 _ 괴도 루비
086 타임라인과 디저트 테이블 사이에서 _ 이기원
092 세상의 귀여운 것들 _ 심정명
097 넘치게 귀여운 그래서 가엾은 _ 박지수
105 내 슬픈 잠버릇, 얼굴을 가리고 가만히 있는다 _ 박지수
114 우리는 그렇게 실비아 플라스처럼 _ 김신식
129 당신이 나를 보지 않는 것이 더 좋아요 _ 김현호
137 현대인의 사회심리와 우울증 _ 윤여일
144 Falling into the Blue
박소란 / 장수진 / 임솔아 / 서윤후
마유미 호소쿠라 / 기슬기 / 오긔 / 홍태식

200 스톱-모션: 얼어붙은 죽음 _ 유운성
208 사진집 아나토미: 독립출판 사진책의 기쁨과 슬픔 _ 이로, 양지은, 김현호
222 전시셔틀: 서 있는 곳이 바뀌면 해석도 달라진다 _ 김소라, 채승우, 이기원
236 르포르타주: [인간증발] _ 레나 모제, 스테판 르멜
256 에디터스 레터 : 내가 나를 지워내고 내가 되는 _ 박지수

본문중에서

저기, 희고 거대한 벽이 있다. 단 한 장의 사진이 그 자체로 점점 산란을 거듭하고 번지고 종내에는 어두워진다. 불을 끈 비단잉어는 암흑 속에서 움직임을 만든다. 고정된 곳에서 그 자체로 시간에 순종하는 듯하나 시간을 거스르며 형체를 바꾸는 사진. 그런 걸 꿈꿔보게 하는 사진이 여기 잠시, 멈춰 있다. 그리하여 사진은 벽에 검은 균열을 남긴다. 그 틈에 침묵이 갇힌다. 침묵을 가둔 사진과 침묵에 갇힌 사진은 어떻게 다른가. 그것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김현_가장 거대한 균열' 중에서/ p.24)

서구인들의 관점에선 일본 사진은 어두움과 가장 연관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도시를 찍은 다이도 모리야마(Daido Moriyama)의 거친 흑백 사진들, 여성의 신체를 결박하는 킨바쿠(きんばく)를 보여주는 노부요시 아라키의 사진들, 그리고 일본의 여러 사진가들의 흑백사진을 소개한 잡지 〈Provoke〉 등의 영향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일본 사진에서는 어두움의 정서 못지 않게, 카와이의 정서 또한 널리 퍼져 있다. 에로스(삶)와 타나토스(죽음)이라는 묵직한 테마를 다루는 아라키의 사진에서도 카와이 요소가 자주 두드러진다. 조카의 플라스틱 장난감, 자신의 고양이 치로 등이 그렇다.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일본의 아티스트인 요시토모 나라(Yoshitomo Nara), 타카시 무라카미(Takashi Murakami),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는 모두 미학적, 개념적으로 카와이를 탐구하고 있기도 하다.
('마크 퓨스텔_The Rise of Cute' 중에서/ p.47)

우리는 왜 그다지도 사진을 찍고, 찍히고 싶어 했을까?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세계 속 인물로 분장한 채 땅 위에 서있는 우리는 그 덧없는 귀여운 모습을 끊임없이 사진으로 남기려 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비어있는 요소라곤 없이 만화주인공과 똑같이 풀세팅을 마친 채로 종이 위에서나 벌어질 귀엽고 깜찍한, 혹은 멋진 포즈를 취하며 우리는 사진이 되려 했다. 속눈썹을 나풀거리며 미소녀가 입을 법한 레이스 앞치마에 토끼 귀를 깜찍하게 단 모습으로 영원히 사진으로 남으려 했다. 아직까지도 코스프레 행사장을 떠올리면 사람들의 웃음소리보다 더 선명하게 남아있는 건 카메라의 셔터음이다. 사람들의 움직임보다 더 선명하게 남아있는 건 그들이 만화 속 주인공의 모습으로 분장한 채 예쁜 모습으로 멈춰있는 강렬한 사진들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까지, 사진을 찍히고 싶어 했을까? 어쩌면 2D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3D로 되살려 내려는 노력들은 결국 사진이라는 납작한 상태에서 현실을 미화하고 왜곡하는 포토샵이 가미된 뒤에야 흉내내려 했던 2D의 세계에 겨우 겨우 가닿곤 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괴도 루비_코스프레-포토-그래퍼의 탄생' 중에서/ pp.83~84)

“그러던 어느 날, 라우라는 자살을 재차 시도했다. 그녀는 독실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가 상상하는 허용의 떨떠름한 맛이 라우라를 휘감았다. 그녀는 독실에서 단 하나의 물건만 갖고 놀 수 있었다. 그때그때 물건의 교환은 가능했다. 하루는 카메라를 다른 하루는 노트북을 또 다른 하루는 폰을. 그렇게 라우라는 ‘유일한 낙’이라는 맛을 조금씩 체험해갔다. 하나 그녀가 자신에게 가장 충실할 수 있었던 시간은 카메라와의 대면이었다. 그녀는 라우라를 찍는 사진가이자 호스퍼스라는 모델로 병원 생활을 보냈다. 그녀는 자연스레 누웠고 할 수 없이 일어났고 갑작스레 소리 쳤으며 북받쳐 울었고 눅눅한 벽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연스레 누웠고 이를 찍었으며, 할 수 없이 일어났고 이를 담았으며 갑작스레 소리치며 북받쳐 울었고 이를 카메라로 남겼으며, 눅눅한 벽을 멍하게 쳐다보았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열정적이고, 파편적인 여자아이”처럼.
('김신식_우리는 그렇게 실비아 플라스처럼' 중에서/ p.123)

나는 사진 속에서 괴상한 옷을 입고 발광하듯 슬퍼하는 로트렉을 볼 때면 카메라로 인간의 영혼이나 마음, 생각, 인격 같은 거창한 것들을 찍어낼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이들을 생각한다. 예를 들어 처칠이나 오드리 헵번의 초상사진으로 한몫 잡았던 유섭 카슈(Yousuf Karsh)와 같은 작자다. 정말로 그러한가. 당신은 정말 그렇게 믿는가. 인간의 영혼은 육체에 뚫린 구멍을 타고 즙처럼 흘러나와 당신의 카메라에 담기는가. 그렇다면 로트렉의 상처받은 영혼이 그의 육체 어디에 깃들어 있는지 말해줄 수 있는가. 저 뒤틀린 입술인가, 갈고리처럼 휘어버린 코인가. 대칭이 맞지 않아 흐리멍텅한 짝눈인가. 짧고 우스꽝스러운 다리인가. 대체 어디에 그의 지성과 열정, 재능과 분노가 머문다는 말인가.
('김현호 _당신이 나를 보지 않는 것이 더 좋아요' 중에서/ p.135)

그리하여 자기는 자기와 복잡한 관계에 들어선다. 자기결정, 자기통제, 자기실현, 자기책임. 자기는 주어와 목적어로 찢겨져 세계와 계약을 맺는다. 과도한 자기관계에 따른 분열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때 우울증은 쪼개지는 자의 금이 간 정서 상태로서 나타난다. 갈라진 종은 세상에 부딪쳐도 그 소리가 바깥으로 뻗지 못하고 안으로 탁하게 울린다.
하지만 현대인의 우울증을 거론하기에는 여전히 충분치 않다. 현대인의 우울증을 말하려면 밀실로 들어간 자가 거기서 무얼 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일단 확실한 것은 그가 검지로 화면을 끝없이 넘기며 무언가를 끊임없이 본다는 점이다. 이미지들, 또 다른 이미지들. 자발적 손짓으로 숱한 이미지를 공급받는다. 이미지들은 도처에서 대기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사람들을 소진시키는 대신 소진된 자들의 고뇌를 지우기 위해 갖은 이미지를 흩뿌린다. 그 이미지들은 효소처럼 정신 속으로 들어가 고뇌를 조금씩 변질시킨다.
('윤여일_현대인의 사회심리와 우울증: 밀실로 들어간 자는 무엇을 보는가' 중에서/ pp.139~140)

나는 여기서 사진과 영상의 외설성이라는 주제를 더 파고들고 싶지는 않다. 이에 대해 깊이 숙고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지면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죽음의 경험이란 의식의 부정을 통해서만 성취되는 것이기 때문에 형언할 수 없는 것이라는 바쟁의 말을 염두에 두면서, 이처럼 불가능한 실존적 경험에 가능한 가깝게 다가가려 하는 영화적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바쟁은 그의 글에서 정작 이 문제를 우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가 거칠게나마 죽음의 경험을 재현하는 방식은 신체의 부동성이라는 가시적인 죽음의 표식을 활용하되 실제의 죽음이 부정하는 의식을 환상적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비교적 간단한 절차를 따른다. 죽은 듯이 꼼짝 않고 있는 배우의 모습이나 사람과 닮게 만들어진 시체 모형 따위를 찍어 보여주면서, 실제로 이미 죽은 이에게 있어서라면 가능할 리 없는 지각 내지는 감각을 전달하는 시청각적 기호를 삽입하는 식이다.
('유운성_얼어붙은 죽음: 알프레드 히치콕의 “브레이크다운' 중에서/ p.202)

이로 : 이차령 작가가 만든 책을 보면 감동을 받을 때가 있어요. 사실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분들 역시 일반 서점들의 출판물이나 해외에서 출간된 책들의 ‘가성비’를 의식하지 않기는 어려워요. 얇고 비싼 독립출판물이 두껍고 싼 상업출판물에 비해서 폭리를 취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거죠. 사실은 반대에 가까운데도요. 그래서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분들은 사실 상업출판물들을 미묘하게 의식해서 손해를 감수하며 자신의 마진 폭을 줄여요. 하지만 이차령 작가의 책들은 그런 경쟁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예전에 발표한 책도 흑백으로 거칠게 출력한 것인데 인쇄 품질과 무관하게 자기 세계가 명확하게 드러냈고, 이 책은 리소그래피 책인데도 사진과 아주 잘 어울리는 형태에 도달하곤 하죠
('사진집 아나토미: 독립출판 사진책의 기쁨과 슬픔' 중에서/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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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보스토크 프레스 편집부 [편저]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구병모, 곽재식, 배명훈, 정세랑, 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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