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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주의 2.0 : 감정의 정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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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정치에서 왜 비정상이 정상을 이기는가
    우리에게는 새로운 계몽주의가 필요하다


    오늘날의 정치는 이념이나 철학, 토론이 아니라 엄청난 속도와 과잉 정보, 감정과 정념에 호소하는 메시지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가짜 뉴스나 조작된 정보에 의존하는 정치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저자 조지프 히스는 ‘제정신’ 정치를 위해 갱신된 계몽주의인 ‘계몽주의 2.0’을 선언한다. 그는 철학과 심리학, 인지과학 분야 최근 연구들의 반합리주의적 조류를 반박하며 합리적 사고가 가능한 사회적 환경 조성을 모색하고, 이를 위해 집합행동과 ‘느린 정치Slow Politics’를 주장한다.

    출판사 서평

    속도와 감정의 언어가 망쳐 놓은 정치와 사회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성과 합리성, 계몽주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 이래 용도 폐기된 가치이자 개념이었다. 그러나 현재 세계는 이성과 합리성을 넘어서도 좋을 만큼 계몽주의 프로젝트가 충분히 완수된 결과물인가. 여기 이성과 계몽주의의 부흥을 힘주어 말하는 철학자와 책이 있다. [혁명을 팝니다The Rebel Sell](앤드루 포터Andrew Potter와 공저) 등의 저작으로 신선한 문제의식과 지적 자극을 준 캐나다의 철학자 조지프 히스의 [계몽주의 2.0―감정의 정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출간되었다. 다만, 그가 주장하는 계몽주의는 근대적 계몽주의 프로젝트(1세대 계몽주의)를 갱신하고 업그레이드한 ‘계몽주의 2.0’이다.

    저자는 현재의 정치 문화가 이념이나 철학, 토론이 아니라 엄청난 속도와 과잉 정보, 반복적으로 쏟아지는 뉴스, 감정과 정념에 호소하는 메시지에 지배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정치는 우파와 좌파가 아닌 비정상적인 것과 정상적인 것으로 양분되었고 비정상적인 것이 우위를 차지했다. 이념이나 진영을 가리지 않고 유권자의 감정에 호소하여 선거에서 이기는 현실에서 합리적 사고의 자리는 없다. 저자는 이러한 정치 문화가 합리적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개인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18세기 계몽주의를 촉발했던 이성 개념의 문제점은 이성을 온전히 개인에게 속하는 것으로 보았고 고립적으로 작동하는 지성의 힘을 과대평가했으며, 그 결과 개인이 속한 물질적․사회적 환경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점이다. 이 책은 집단 프로젝트인 합리성에 기반을 둔 정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반합리주의의 득세: 이 세상은 미쳐 버렸는가? 아니면 나만 미친 것인가?

    2010년 10월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몰 앞에서는 ‘제정신 회복을 위한 집회Rally to Restore Sanity’가 열렸다. 이 집회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정치 지형에서 분출되던 극단적 비정상에 대한 저항 운동의 출발점이었으며 ‘이성’이 대규모 정치적 저항의 주제로 등장한 사건이었다. 당시 미국 우파에는 전통적 주류 분파인 총기 애호가와 종교 근본주의자뿐만 아니라 조세에 반대하는 티파티Tea Party 운동, 오바마가 미국 태생이 아니라고 믿는 ‘버서birther’, 9․11이 미국의 자작극이라고 믿는 ‘트루서truther’, 진화론과 기후 변화, 그 밖의 자명한 과학적 사실들을 의심하는 반反과학론자 등 다양한 분파가 존재했는데,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이전 수십 년간 미국의 정치 문화에서 반합리주의가 축적된 결과의 일부다.

    지난해 미국 대선과 최근 미국의 정치적 상황을 떠올리면(이 책이 2014년에 출간된 점을 감안하자) 저자의 진단과 문제의식은 매우 탁월하다. 또한 이러한 반이성․반합리적 정치 문화와 그 신봉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점점 득세하고 있다. 최소한의 팩트체크도 거치지 않은 정보와 여론의 조작과 유통, 가짜 뉴스의 확산으로 중요한 정치적 국면들이 결정되었던 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이성과 합리성은 아직 유효하다

    이 책은 이러한 반합리주의 조류를 거슬러 올라가 불합리한 환경을 구성한 여러 요인을 살펴보고 이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안한다. 철학, 심리학, 사회학, 언어학 분야의 최근 연구들의 주요한 흐름은 이성의 한계와 직관의 위력을 강조함으로써 비/불합리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부각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관점이 인간 본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 주는 측면이 있지만, 경제학적인 협소한 합리성 개념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형에 의존하면서 이성을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흐름은 보수주의 학계에만 그치지 않고 진보적이라고 평가되는 학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이러한 흐름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인간의 판단과 행위를 결정하는 이성 대 직관의 경쟁에 사회문화적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강조한다. 흔히 우리의 정신․매체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비판하는 언론, 광고, 기업을 비판하기만 하거나 이와 유사한 방식의 ‘맞불 작전’을 펼쳐서는 현재의 무력한 환경을 바꿀 수 없다. 저자는 이성과 합리성에 바탕을 둔 정교한 ‘환경 조작’[우호적인 환경으로 주변을 재구성하고 재배열하도록 유도하는 ‘클루지kluge’(85쪽 이하 참고), ‘환경적 스캐폴딩environmental scaffolding’(94쪽 이하 참고), ‘넛지nudge’(407쪽 이하)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특정 집단을 배제하거나 동조할 때 작동하는 인간의 인지적 편향에 주의를 기울이면(중요한 정체성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즉시 눈에 띄는 특성으로 파악하는 경향) 불합리한 편견과 사회적 차별(인종주의, 성차별, 동성애 혐오 등)을 완화할 수 있는 ‘환경 조작’(선천적이고 고정적 특징보다 후천적이고 유동적인 상징을 부각하는 방식 등)을 할 수 있다. 또 TV 토론에서 감정적이고 근거 없이 반복적으로 쏟아지는 발언에 같은 방식으로 맞서기보다 시간제한이나 방송 금지 등 근본적인 규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 등이 그 예다. 실제로 뉴욕에서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한 대용량 음료 판매 금지 조치가 근거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반대에 부딪쳐 실패한 사례를 보면(305쪽 이하), 새로운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단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며 이성의 작동과 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매우 섬세하고 정교한 장치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계몽주의 2.0, 우리에게는 새로운 계몽주의가 필요하다

    사회를 더 낫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진보적’ 주장과 세력은 그 반대쪽에 비해 늘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개는 패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보수주의 정당과 정치인이 ‘감感’과 거짓 주장을 끊임없이 반복하여 각인시키고 손쉽게 승리를 거두는 현실에서 진보 진영 역시 간명하고 효과적인 메시지와 프레임으로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전략이 설득력을 얻어 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전략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진보적인 사회 변화는 그 속성상 매우 복잡하고 달성하기가 어려우며 또 단순하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사람들 사이의 타협과 신뢰와 집합행동collective action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가슴’(감, 감성)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고 ‘머리’(이성)가 아주 많이 관여해야 한다. 이 점을 인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환경 개선에 힘쓰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저자는 ‘슬로 푸드 선언’에 착안하여 ‘슬로 폴리틱스Slow Politics 선언’으로 끝을 맺는다. 이 선언은 속도와 효율의 유혹에서 벗어나 이성과 토론을 거친 느린 정치, 개인을 넘어 많은 구성원의 집합행동에 의한 정치를 주장한다. 공동체 구성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현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숙의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막 주목을 받고 있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저자의 제안은 눈여겨볼 만하다.

    추천사

    조지프 히스는 예리하면서도 재치 있게 사고의 반전을 일으키는 저자로, 옛 계몽주의에서 먼지를 털어 내고 계몽주의 진전을 위한 싸움에 다시금 나서려는 진보주의자들에게 꼭 필요한 대담한 사상가다.
    - 로버트 라이트Robert Wright / [도덕적 동물] 저자, 저널리스트

    ‘계몽주의 2.0’은 정치 회복 프로젝트이자 문명 회복 프로젝트다.
    - 웨이드 로우랜드Wade Rowland/ [탐욕 주식회사] 저자, 커뮤니케이션학자

    목차

    들어가는 글 머리 vs. 가슴 8

    1부 옛 정신과 새 정신

    1장 차분한 정념 이성의 속성,기원,원인 41
    2장 클루지의 기술 되는 대로 구성된 정신 82
    3장 문명의 볼트와 너트 보수주의에 귀 기울여야 할 영역 112
    4장 직관이 틀릴 때 여전히 이성이 필요한 이유 144
    5장 곧게 생각하기의 어려움 새로운 계몽주의가 직면한 도전과 위험 169

    2부 비이성의 시대

    6장 이 세상은 미쳐 버렸는가? 아니면 나만 미친 것인가? 209
    7장 바이러스처럼 전염되다 정신의 악성 코드 239
    8장 “피와 술을 뚝뚝 흘리며” 현대 좌파의 이론 회피증 269
    9장 “달려! 포레스트, 달려!” 상식 보수주의의 부상 301

    3부 제정신의 회복

    10장 맞불 작전 돼지와 씨름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 335
    11장 “그저 더 열심히 생각하라!” 도움 안 되는 계몽주의 조언들 362
    12장 정신의 환경을 보호하라 선택 환경을 다시 생각하기 380
    13장 제정신인 세상을 향한 작은 발걸음 슬로 폴리틱스 선언 413

    맺는 글 442
    감사의 글 448
    주 451
    찾아보기 494

    본문중에서

    미국인들이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확실히 느끼게 된 시점은 2005년이었을 것이다. 그해에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어Stephen Colbert가 ‘진실스러움truthiness’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정치인들이 합리성, 근거, 사실관계에 기초한 주장을 펴는 대신 점점 더 심하게 감과 감성에만 호소하는 것을 지적한 표현이었다. …진실스러움이 진실을 몰아내고 중앙 무대를 차지했듯이 정치 담론에서 개소리의 양도 크게 증가했다. 정치인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전에는 적어도 들통날까 봐 걱정을 했다. 그리고 거짓말을 하는 데는 노력이 필요했다. 진짜이지는 않더라도 진짜처럼 들리게끔은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시점엔가 정치인들은 똑같은 말을 주구장창 반복하기만 하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믿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수가 믿는 것이 무엇이냐’가 ‘실제로 사실인 것이 무엇이냐’보다 중요하다. ('들어가는 글: 머리 vs. 가슴' 중에서/ pp.10~13)

    점령하라 운동은 티파티에 필적할 만한 성공을 전혀 불러오지 못했다. 점령하라 구호를 내걸고 당선된 의원도 없었을뿐더러 점령하라 운동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어떤 효과적인 압력도 되지 못했다. …좌파 진영에서 점령하라 운동이 어떤 정치적 이익도 달성해 내지 못했다는 점은, 끔찍한 정치적 실패까지는 아니라 해도, 큰 기회를 놓쳐 버린 일임에는 틀림없다. …
    왜 이토록 상이한 결과가 나왔을까? 왜 (특히 미국에서) 우파가 좌파보다 정치적으로 훨씬 효과적일까? 어떻게 해서 우파는 탈규제된 시장이 일으킨 재앙을 정부에 반대하는 강력한 사회운동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 나는 단지 좌파가 기회를 놓쳤거나, 정책과 구호를 와닿게 뽑아 내는 수완이 부족했거나, 지도자들이 소심했던 게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나는 좌파와 우파 사이에 근본적인 비대칭이 존재하며 오늘날 같은 환경에서는 이 차이가 전면에 드러난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진보적인 사회 변화는 그 속성상 매우 복잡하고 달성하기가 어려우며 사람들 사이의 타협과 신뢰와 집합행동collective action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가슴’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고 ‘머리’가 아주 많이 관여해야 한다.
    ('들어가는 글: 머리 vs. 가슴' 중에서/ pp.25~26)

    보수주의자는 언제나 존재했지만 정치철학으로서의 보수주의는 계몽주의 시대의 합리론자들에 대한 반발로 생겨났다. 이 초창기의 보수주의는 이성에 맞서 전통의 옹호를 주장했다. 프랑스 혁명을 비판하면서 버크가 주장한 것도 전통의 옹호였으며, 실로 매우 귀담아 들을 만한 통찰이었다. …보수주의의 합리주의 비판에는 옳은 통찰이 있지만, 그렇다고 여기에 과도하게 휩쓸려서는 안 된다. 전통은 여러 세대의 지혜를 축적한 것이기도 하지만 여성에 대한 태도 등에서 보듯이 여러 세대의 편견을 축적한 것이기도 하다. 인간 이성의 한계를 인지하는 것과 이성의 정반대를 예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런데 오늘날의 보수주의, 특히 미국의 보수주의는 이성에 맞서 전통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을 옹호하는 것으로 변질됐다. 이러한 변질의 기원은 복잡하지만 결과는 분명하다. 인간의 직관은 괜찮은 판단도 곧잘 하지만 오류도 많이 내놓는다. 이성이 1세대 계몽주의자들이 생각했던 것만큼 강력하지는 않을지라도 이성 아니고서는 해낼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한다. 프랑스 혁명에서 처음으로 표현된,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류와 함께 진행된 진보적 의제를 새로이 진전시키려면, 이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3장 문명의 볼트와 너트: 보수주의에 귀 기울여야 할 영역' 중에서/ pp.142~143)

    인간 정신에 대해 지난 300년간 알게 된 가장 중요한 사실을 꼽으라면 인간 정신이 환경에 매우 깊이 내포돼 있으며 매우 깊이 의존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물리적 환경에도 그렇고 사회적 환경에도 그렇다. 우선, 우리의 뇌가 ‘빠른 풀이’를 위해 사용하는 지름길들은 표준적인 자연 환경에서만 발생하는 규칙성과 연관성을 활용한다. 둘째, 우리의 합리적 문제 해결 역량은 인간의 인지 시스템이 진화 과정에서 갖게 된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해 환경적 클루지를 방대하게 활용한다. 앤디 클라크가 말했듯이, 우리는 “증강되지 않은 상태의 생물학적 뇌”를 강화하기 위해 “맞춤 환경”을 만든다. 이 때문에, 꼭 뇌에 장착된 자원이 쇠퇴해서가 아니더라도 환경 요인이 바뀌면 합리성이 떨어지거나 문제 해결 능력이 감퇴될 수 있다. 어떤 환경은 효과적인 문제 해결에 유리하고 어떤 환경은 불리하다. 시끄러운 곳에서, 아니면 대화를 하면서 산수 문제를 푼다고 생각해 보라. 또 이렇게 명백한 경우 말고도 환경이 우리의 사고 능력을 알게 모르게 훼손할 수 있는 방식은 무수히 많다.
    ('6장 이 세상은 미쳐 버렸는가?: 아니면 나만 미친 것인가?' 중에서/ p.217)

    어떤 이야기를 ‘기억’하는 것에서 ‘믿는’ 것으로 옮겨 가는 과정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되는 것은 믿어지는 단계로 가는 첫 단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은 모두 ‘출처 기억 상실source amnesia’을 겪는다. 이야기는 기억하는데 그것을 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야기를 믿음으로 바꾸는 핵심 메커니즘은 반복이다. 우리의 정신이 기억을 불러오는 시스템은 연상에 의해 작동한다. 그런데 반복은 연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자주 반복된 생각은 다른 생각보다 더 자주 떠오른다. 우리의 뇌는 출처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믿음이 단지 자주 생각난다는 이유만으로도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어 버린다. …얼핏 보기에는 해로울 것 없어 보이지만, 이런 메커니즘은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실 이 메커니즘은 학계에서 실험으로 증명되기 전에도 잘 알려져 있었다. 나치 선전장관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가 말한 선전선동의 원칙이 정확히 이 메커니즘이다. 그가 말하길, “선동은 본질적으로 간단하고 반복 가능해야 한다. 여론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려면 지식인들이 뭐라고 반대를 하든 간에 문제를 가장 단순한 용어로 환원해서 가장 단순한 형태로 반복해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7장 바이러스처럼 전염되다: 정신의 악성 코드' 중에서/ pp.245~247)

    정치 영역에서 반합리주의는 진보 진영에 진정한 딜레마를 제기한다. 품격 있는 길을 택해서 질 것이냐, 저급한 길을 택해서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냐. 더 끔찍한 가능성도 있다. 저급한 길을 택했는데 입지를 약화시킨 것은 물론이고 이기지도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불합리한 상대에 맞서 상대의 언어로 싸우려 할 때 가장 있을 법한 결과다. 하지만 제3의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목소리가 더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정신의 환경을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 여기에는 반드시 집합행동이 필요하며, 이는 새로운 ‘합리성의 정치’를 요구한다.
    ('3부 제정신의 회복' 중에서/ p.334)

    현재의 반합리주의는 완전히 잘못된 지침을 따르고 있다. 합리성을 방해하는 인간 심리의 결함에 대해 심리학 이론과 연구들을 알아보는 것은 좋지만, 그런 연구가 주는 시사점은 ‘불합리해도 괜찮다’가 아니라 합리적이 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며 실패가 있었다면 앞으로는 그런 실패에서 우리를 보호해 줄 전략들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합리성은 저 높은 곳으로부터 우리에게 강요되는 외부적 규칙들이 아니다. 합리성은 인간의 자유와 자율의 기초다. 합리성은 우리의 믿음이 현실과 부합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들이다. 실패를 피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들이다. 공동의 삶에 필요한 원칙들을 지탱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들이다. 인류 역사의 99퍼센트를 지배했던 사회(미신이 지배하고, 폭력이 만연하며, 굶어 죽을 정도의 물질적 희소성에서 살아가는 소규모 사회)에서 벗어나는 것은 이성의 행사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인간 이성의 힘을 과대하게 착각하지는 말아야 하지만 그 대안[직관]을 과대하게 착각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
    이 모든 것이 이성보다 직관을 명시적으로 우선시하는 정치 운동 탓에 더 악화됐다. 그뿐 아니라, 정치 세력화하지 못했던 과거의 좌파 반합리주의와 달리 오늘날의 우파 반합리주의는 상당한 정도로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운이 좋다면, 우리는 그보다 조금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계몽주의의 동료들과 함께 예전과는 다른 전술로 계몽주의를 한 번 더 시도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맺는 글' 중에서/ pp.446~447)

    저자소개

    조지프 히스(Joseph Heath)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7~
    출생지 캐나다 새스커툰
    출간도서 4종
    판매수 718권

    1967년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맥길 대학과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공부했고 위르겐 하버마스Jugen Habermas 등의 지도 아래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토론토 대학 교수로 철학과와 공공정책․거버넌스 학부School of Public Policy and Governance에서 강의하고 있다. 행위 이론, 기업 윤리, 비판 이론, 정치철학 등의 분야를 주로 연구하며, 저서로 [효율적인 사회The Efficient Society], [의사소통 행위와 합리적 선택Communicative Action and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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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시카고 대학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글로벌 거버넌스, 물질세계와 사회 등을 주제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물건 이야기』, 『큐브, 칸막이 사무실의 은밀한 역사』, 『건강 격차』, 『계몽주의 2.0』, 『친절한 파시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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