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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태조실록 : 조선왕조실록편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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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정기재
  • 출판사 : 북드라망
  • 발행 : 2017년 10월 26일
  • 쪽수 : 31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685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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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새로운 나라 조선의 건국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태조 이성계의 기록과의 만남


    조선의 역사를 낭송으로 만나는 낭송Q시리즈 조선왕조실록편의 태조 이성계 이야기. 조선의 첫번째 왕이 되어 왕위에 오르기까지 뛰어난 활 솜씨와 기마 솜씨로 평생 전장을 누볐던 이성계, 그의 주변은 늘 그를 따르는 이들로 북적였다. 여진인, 몽골인, 고려의 사대부 등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이 태조를 중심으로 충성과 의리의 밴드를 형성했고 그것이 조선을 건국하는 원동력이 된다. [낭송 태조실록]에는 이성계와 그의 동지들이 조선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과정과 그로 인한 진통, 조선의 근간이 되는 여러 제도와 당시 사회상 등등이 생생하게 담겨져 있다.

    출판사 서평

    [낭송 태조실록] 풀어 읽은이 인터뷰

    1. 조선왕조실록은 역사적 기록물인데, 낭송으로 읽는다는 것이 무척 새롭게 느껴집니다. 이번 낭송Q시리즈 조선왕조실록편에서 선생님께서는 어떤 인연으로 ‘태조실록’을 풀어 읽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려서부터 옛이야기를 좋아해 사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잡지사에 근무했을 때에도, 여행 기사를 쓸 때마다 문화유산 답사 코스를 염두에 두곤 했었다. 때문인지 조선왕조실록이 한글로 번역되어 인터넷에 공개된다고 했을 때, 언젠가는 꼭 읽어 보겠노라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짐이 실현된 건 10여 년이 지난 후인 2013년의 일이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감이당에서 조선왕조실록을 읽을 학인을 모집했고, 그에 함께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처음 태조 이성계를 만났다. [태조실록]을 읽을 즈음 나는 한 역사교육 세미나에도 참여하게 됐다. 당시, 역사 교과서 검정 문제가 민감하게 대두되고 있었는데,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많은 이들이 민족주의 역사관에 몰입했다. 우리 민족의 찬란한 역사를 널리 알려 민족적 열등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민족을 강조할수록 민족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혼란스러웠다. 단군으로부터 시작된 단일 혈통의 논리로 설명하기에는 여진족·거란족·말갈족·한(漢)족·몽골족 등 우리와 역사를 공유하는 타자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그때 떠오른 것이 태조 이성계였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태조 이성계는 스무 살까지 몽골 이름을 쓰며 원나라 사람으로 살았던 인물이다. 태조 이성계가 태어난 동북면(함경남도)은 당시 고려 땅이 아니었다. 여진족이 점유하고 원나라가 다스리던 국경 밖의 지역이었다. 요약하자면, 태조의 선조는 고려를 배신하고 몽골군에 투항했고, 그후 약 100년간 여진족들과 인척관계를 맺으며 살았다.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자면 태조의 선조들은 민족의 배반자들이었고, 그 후손이 돌아와 새 나라의 창업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실록에 이러한 사실이 숨김없이 구체적으로 기록됐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어떠한 비난의 뉘앙스조차 없이 말이다. 또한 조선을 창업한 이성계 사단은 여진인, 몽골인은 물론 회골인까지 포함된 다국적군이었다. 이처럼 [태조실록]은 우리 역사와 함께 한 수많은 타자들을 소개하며, 혈통에 국한된 민족이라는 개념에 질문을 만들었다. 나는 그 질문을 독자들과 함께 하고 싶었고, 기꺼이 [낭송 태조실록]을 엮는 데 동참했다.

    2. [태조실록]을 [낭송 태조실록]으로 풀어 읽으시면서 가장 염두에 두셨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태조 실록]은 조선왕조실록을 통틀어 가장 역동적인 시간들을 기록했다. 500년간 유지해 온 고려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시대이니, 그 변화의 진폭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태조실록]에는 위화도 회군, 정몽주의 죽음, 한양 천도, 왕자의 난 등과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 사고가 연이어 등장한다. 모두들 드라마나 소설, 영화 등에서 다양하게 변주된 유명한 사건들이다. 그런데 실록에 묘사된 이러한 역사적 사건의 기록은 드라마나 소설보다 더 구체적이고 상세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왕자의 난이 일어났을 때, 몇몇 승지와 대신들은 궁궐에서 태조의 곁을 지켰다. 때문에 궐 밖에서 진행되는 정변의 경과를 알 수 없었고, 서로 노심초사 몸을 사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정변에 대한 교지의 초안을 작성하라는 어명이 대신들에게 도착한다. 이에 승지는 초안을 작성해 대신들의 확인 서명을 받으려고 했고, 대신들은 혹여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교지를 폭탄 돌리기 하듯 이리저리 토스한다. 이처럼 실록에는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구체적이고 생생한 현장이 기록돼 있다. 실록에는 주인공들의 표정과 대화는 물론, 수많은 조연들의 제스처까지 놀랄 만큼 생동감 있게 묘사돼 있는 것이다. 이처럼 누군가에 의해 재단된 역사가 아니라 구체적 현장을 조망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사건을 보다 풍요롭고 흥미롭게 관전할 수 있다. 왕자의 난을 왕자와 공신의 권력싸움으로 일반화시키는 대신, 사람들의 촌철살인 생존법, 자식과 권력을 잃은 임금의 비애 등 역사를 읽는 스펙트럼이 다양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낭송 태조실록]을 엮는 동안, 사관이 남긴 구체적 현장을 최대한 생생하게 옮기기 위해 노력했다. 부디 독자들이 [낭송 태조실록]을 통해 익숙한 기존의 시선을 버리고 역사의 다양한 측면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3. [낭송 태조실록]을 풀어 읽으시면서 느끼신 다른 왕들의 실록과는 다른 [태조실록]만의 특징을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거침없는 목(木)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단단히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온 새싹은 거침없는 기세로 치고 오르며 희망의 기운을 전파한다. 태조 이성계와 그의 동지들은 난공불락 같았던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 나라를 창업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도 군사적 대치를 거친 혼란의 창업이 아니라, 구체적 플랜을 가지고 실행한 준비된 창업이었다. 때문에 당시 조선은 새 나라·새 시대에 대한 희망으로 술렁이고 있었고, [태조실록] 곳곳에 그들의 건강하고 활기찬 기운이 넘친다. 거침없이 단행되는 한양 천도와 도성 건설, 차근차근 도입 되는 유교식 정치 시스템, 배포 든든한 임금과 성실한 관료들의 협치는 500년 조선의 토대가 되기에 충분했다. 한편, 이러한 낙천적 분위기는 여전히 건재한 고려의 자유분방한 문화와, 아직 권력화 되지 않은 유교적 건강함이 공존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하나, 태조 이성계는 조선 왕들 중 유일하게 실제로 전장에서 전투를 치른 인물이다. 그것도 고려 최고의 명장으로 전설 같은 전투를 여러 번 치러낸 영웅 중의 영웅이다. 때문에 [태조실록]에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유일하게 임금의 전투 장면이 실려 있다. 조선왕조실록의 장르가 전반적으로 ‘드라마’에 해당한다면, [태조실록]은 유일한 ‘액션 느와르’라고 할까? 만일 근대 이전의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 치러졌는지 궁금하다면 단연코 [태조실록]을 읽어 보길 추천한다.

    4. 선생님께서 풀어 읽으신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과 그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6장에 소개된 조선의 새벽조회 풍경이다. 조선은 임금과 재상이 함께 정치하는 유교적 이상국가를 표방했다. 때문에 임금과 재상이 함께 모여 정사를 논의하는 조회는 조선의 가장 중요한 정치제도 중 하나다. 하여 조선의 대신들은 개국 초부터 태조에게 조회를 자주 열어 정사를 돌보시라 끊임없이 채근한다. 그런데 태조 이성계가 누구인가? 왕이 되기까지 58년간 전장을 누빈 뼛속 깊은 무장이 아닌가. 태조는 구체적인 정사야 정도전, 조준 등 능력 있는 대신들이 맡아보면 될 일이고, 자신은 한양 천도, 국경 정비 같은 굵직한 일을 주도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대신들이 틈만 나면 조회를 자주 열라 졸라대니 태조는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 이때 태조가 선택한 것은 정공법이다. 원칙대로 5일마다 이른 새벽에 조회를 열겠으니, 모든 대신들은 빠짐없이 나와 직접 정사를 보고하라 명한 것이다. 이에 대신들은 동도 트기 훨씬 전에 근정전에 나와 정렬해야 했고, 임금은 일찌감치 화톳불을 밝히고 이들을 맞았다. 그런데 막상 조회를 여니 그토록 말 많던 대신들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나서는 이가 없었다. 이에 이성계는 호통을 치며 대신들을 나무라고, 정도전은 노한 임금을 달래느라 진땀을 뺀다. 더 재미있는 건 조회가 끝난 다음이다. 조회가 얼마나 일찍 열렸던지 조회가 끝나고 나서도 여전히 동이 트지 않았다. 이에 태조는 조준, 정도전, 남은 등과 술을 마시고 취해 버렸고, 태조의 괘씸죄에 걸린 대신들은 정오가 될 때가지 퇴근하지 못했다. 우리는 조회라고 하면 백성을 위해 노심초사 근심하는 임금과 불철주야 노력하는 대신들의 엄숙한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 현장에는 심기 불편한 임금, 눈치 보는 신하가 있으며, 동이 트지 않아 술판을 버리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진다. 이처럼 실록은 우리가 조회에 대해, 조선의 정치에 대해 가졌던 표상을 말끔히 깨뜨려 버리고, 유쾌하고 엉뚱한 현장의 모습을 복원시킨다. 익숙한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새로운 통찰을 얻는 것, 태조 7년(1398, 무인) 윤5월 21일[[낭송 태조실록]. 231쪽]에 실린 조선의 새벽조회 풍경은 이런 실록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사라 생각한다.

    5. 마지막으로, 이 책을 독자들이 어떻게 활용했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나는 ‘실록’이라는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함께 소리 내어 읽는 ‘낭송’의 물리적 효과를 활용하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이 무한한 상상력의 보고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역사를 전공한 나조차 실록에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아마도 사람을 압도하는 방대한 분량과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한자어의 장벽 때문일 것이다. 덧붙여 실록의 내용이 다소 엄숙하고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견도 작용했을 것이다. 나는 독자들이 [낭송 태조실록]을 통해 이러한 장벽의 문턱을 넘기 바란다. 이 책을 읽고 조선왕조실록이 가진 매력을 발견하고, 그를 계기로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를 방문해 자신이 궁금한 키워드를 검색해 보면 좋겠다. 또 하나, 낭송의 형식을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 낭송은 혼자서 하는 것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여럿이 함께 목청을 높여야 제 맛이다. 나는 독자들이 낭송을 핑계로 둘러 앉아 조선과 조선의 이야기에 대해 수다를 떨기를 권한다. 나아가 그를 계기로 실록을 함께 읽을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책의 서문에도 밝혔지만, 지난 4년간 조선왕조실록을 읽을 수 있었던 건 함께 하는 도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독자들도 이 책을 도반들과 낭랑하게 낭송하며 역사에 대한 수다에 동참하길 기대한다.

    목차

    머리말 : 충성과 의리의 밴드 조선을 창업하다

    1부 맹장, 이성계
    1-1. 전주 이씨, 동북면으로 가다
    1-2. 신궁 이성계
    1-3. 여진을 제압하다
    1-4. 전장의 호랑이
    1-5. 황산대첩
    1-6. 나라를 구한 영웅
    1-7. 일생을 바친 심복들

    2부 창업의 길
    2-1. 위화도 회군
    2-2. 권문세족들의 시기와 반발
    2-3. 정몽주의 죽음
    2-4. 왕위에 오르다
    2-5. 개국의 조짐들
    2-6. 새 나라의 이름, 조선
    2-7. 명산대천(名山大川)에 새 벼슬을 내리다
    2-8. 피할 수 없는 왕씨 숙청

    3부 새 하늘 새 땅, 한양 천도
    3-1. 새 도읍 한양
    3-2. 한양의 설계도를 그리다
    3-3. 천지신명께 안전한 공사를 비나이다
    3-4. 궁궐 짓는 승려들
    3-5. 경복궁에 새겨진 뜻
    3-6. 20만 명이 1년 만에 쌓은 한양 도성
    3-7. 고단한 도성 쌓기
    3-8. 한양 큰 길에 종을 달다
    3-9. 신도팔경(新都八景)

    4부 충성과 의리의 밴드
    4-1. 왕자보다 공신을 우대하라
    4-2. 공신을 비방함은 조선을 비방함이라!
    4-3.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
    4-4. 벗 정도전에게 보낸 편지
    4-5. 군권을 모두 맡긴 조준
    4-6. 보좌관 남은
    4-7. 신분을 넘어 공신에 책봉하다
    4-8. 시호를 바꿔 주다
    4-9. 공신들, 틈이 벌어지다

    5부 태조의 아들들
    5-1. 7인 7색, 태조의 아들들
    5-2. 1차 왕자의 난 ① - 동지들의 죽음
    5-3. 1차 왕자의 난 ② - 대세가 기울다
    5-4. 1차 왕자의 난 ③ - 세자를 바꾸다
    5-5. 수정포도를 구하는 마음
    5-6. 태상왕의 슬픔
    5-7. 배신한 신하들에 분노하다

    6부 새 나라의 정치제도
    6-1. 임금의 공부, 경연
    6-2. 왕도 볼 수 없는 사초(史草)
    6-3. 조선의 새벽 조회
    6-4. 조선의 언로를 열다
    6-5. 형벌의 기준을 세우다
    6-6. 태평시대의 군사 훈련, 강무
    6-7. 실무자 양성기관

    7부 동북아의 역사 속에서
    7-1. 조선과 명의 줄다리기
    7-2. 돌아오지 못한 사신들
    7-3. 황제의 마음을 돌린 권근
    7-4. 귀화하는 북방 야인들
    7-5. 투항하는 왜구들
    7-6. 왜적을 공포에 떨게 한 화약
    7-7. 조선에 온 이방인들

    8부 일상의 풍경들
    8-1. 재변에 대처하는 자세
    8-2. 흥겨운 단오 풍경
    8-3. 금주령과 음주 사건들
    8-4. 천태만상 관리들
    8-5. 말보다 못한 노비의 몸값
    8-6. 목화씨가 들어온 사연
    8-7. 조선에 남은 고려대장경

    본문중에서

    "흔히들 조선을 재상 중심 국가라고 말한다. 임금이 있으되 실제 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재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조선을 구상한 주인공으로 모두들 정도전을 꼽는다. 정도전이 새 나라에 대한 설계를 마치고, 큰 퍼즐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에 태조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도전이 동북면으로 태조를 찾아왔을 때, 정도전의 처지는 그다지 번듯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귀양지를 전전하면서 벗들은 모두 떠났고, 생계까지 곤궁한 처지였다. 그런 그를 거둬 자신의 밴드에 편입시킨 사람이 바로 태조 이성계다. 이런 정황으로 봤을 때, 정도전이 태조를 선택해 왕으로 만들었다기보다, 정도전이 태조를 만나고 새 나라를 꿈꿨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리고 태조는 충성과 의리의 동지들에게 자신의 권력을 과감히 양도함으로써 임금과 재상이 권력을 공유하는 분권적 정치 시스템을 완성한 것이다."
    ('풀어 읽은이의 말' 중에서)

    왜적 중에 나이가 겨우 15세쯤 되는 장수가 있었다. 체격과 용모가 아름다웠고 더없이 날쌔고 용맹했다. 그는 흰 말을 타고 창을 휘두르며 싸웠는데, 향하는 곳마다 우리 군을 쓰러뜨려 감히 당해낼 자가 없었다. 우리 군사들은 그를 아기발도(阿其拔都)라고 부르며 앞다투어 피했다. 이성계가 그의 재주를 아깝게 여겨 이두란에게 그를 산 채로 잡으라고 명했다. 이에 이두란이 말했다.
    "산 채로 잡으려면 여러 사람이 다칠 것입니다."
    이성계가 이두란에게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투구의 꼭지를 쏘아 벗길 테니 그대가 즉시 아기발도의 얼굴을 쏘라."
    아기발도의 갑옷과 투구는 목과 얼굴을 감싼 것이라 화살을 맞힐 만한 틈이 없었다. 이성계가 마침내 투구 꼭지를 맞히니 끈이 끊어져 투구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아기발도가 급히 고쳐 쓰려고 했지만 이성계가 다시 화살을 쏘아 투구를 떨어뜨렸다. 그 틈에 이두란이 화살을 쏘아 그를 죽이니, 적군의 기세가 크게 꺾였다. 이성계가 앞장서서 힘껏 싸우자 적들은 쓰러지고 넘어졌으며 날쌘 군사들은 거의 죽었다. 이때 적들이 달아나며 큰 소리로 통곡했는데 그 소리가 만 마리의 소 울음소리와 같았다. 우리 군은 기세를 몰아 산으로 올라가 북을 치며 함성을 질렀고, 그 소리가 천지를 진동시켰다. 사방으로 적을 무찌르니 그 피가 냇물을 붉게 물들여 6, 7일 동안이나 물을 마실 수 없었다. 처음에 적군은 우리 군사보다 열 배나 많았는데 도망한 사람은 겨우 70여 명에 불과했다.
    ('태조실록 총서 [낭송 태조실록] 1부 맹장 이성계' 중에서)

    "왕은 이르노라. 하늘이 많은 백성을 내고 군주를 세우는 것은 이들을 길러 서로 살게 하고, 이들을 다스려 편안하게 하려는 것이다. 군주의 도가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과 인심을 얻고 잃는 것은 모두 천명이 머물고 떠나는 것에 달려 있다. 이것이 변치 않는 하늘의 이치다.
    홍무 25년 7월 16일에 도평의사사(都評議使司) 및 대소신료들이 왕위에 오르기를 권하며 말했다.
    ‘공민왕이 후사 없이 돌아가시고 신우(辛禑: 우왕)가 그 틈을 타 왕위를 도적질했습니다. 신우가 죄를 지어 물러났으나 그 아들 창昌이 왕위를 계승해 다시 국운이 끊어졌습니다. 다행히 장수들의 힘을 빌려 정창부원군공양왕에게 국사를 대행하게 했으나 그 또한 우매해 법도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에 무리가 배반하고 친척이 떠나가 종사를 보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하늘이 폐하는 것이니 누가 다시 그를 일으킬 수 있겠습니까? 사직은 반드시 덕 있는 자에게 돌아가고, 왕위는 오랫동안 비워 둘 수 없습니다. 공으로나 덕으로나 모두가 진심으로 복종하니 왕위에 오르시어 백성의 마음을 안정시키소서.’
    나는 덕이 적은 사람이라 이를 감당하지 못할까 두려워 두세 번이나 사양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이 더욱 강하게 고집하며 말했다. ‘백성의 마음이 이와 같으니 하늘의 뜻도 알 수 있습니다. 백성들의 뜻을 거절할 수 없고, 하늘의 뜻도 거스를 수가 없습니다.’ 하여 나는 여러 사람들의 뜻에 따라 마지못해 왕위에 올랐다. ... 아아! 나는 덕이 적고 우매하여 때에 맞게 일을 처리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하여 나를 돕는 자들에게 의지해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려 한다. 그대들이여! 나의 지극한 뜻을 몸 바쳐 따르도록 하라."
    교서는 정도전이 지었다.
    ('태조 1년(1392, 임신) 7월 28일([낭송 태조실록] - 2부 창업의 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1종
    판매수 21권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고 현재 감이당에서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있다. 역사의 틈새와 현장에서 보편과 상식을 뒤집는 쾌감을 만끽하는 중이다. 역사가 본래 인사(人事)와 천지만물(天地萬物)을 아우르는 까닭에 배움의 스펙트럼도 동서양 고금으로 넓어졌다. 덕분에 평생 마르지 않을 읽을거리·수다거리·쓸거리를 확보했으니, 노후대책 하나는 확실하다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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