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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 김숨 소설[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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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숨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7년 10월 20일
  • 쪽수 : 264
  • ISBN : 9788954648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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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인간이 지정한 자리에서 벗어나 우리의 일상과 환상 속에 침투해 들어온 동물들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수상작가 김숨의 소설집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염소, 자라, 벌, 쥐, 노루, 나비. 실험실, 농장, 양봉 상자, 체험학습장 등 지정된 자리에서 벗어나 인간의 일상과 환상으로 침투한 동물적 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여섯 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들 작품을 통해 저자는 인간의 손이 동물의 생을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착취함에도 불구하고, 동물은 그것을 위반하는 잠재력을 결코 잃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탈인간화와 동물화가 진행되는 세계에서 인간이 어떻게 윤리적이고 아름다워질 가능성이 있는지 설득하고 입증하려 한다.

출판사 서평

“염소 해부 실습의 목적을 뭐라고 써야 하지?”
염소, 자라, 벌, 쥐, 노루, 나비…
지정된 자리에서 벗어나 인간의 일상과 환상으로 침투한
동물적 생에 대하여


동물을 테마로 한 여섯 작품의 모음,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김숨이 동물에 천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첫 소설집 『투견』에서 이미 개와 금붕어와 새가 이 세계를 견디지 못하고 죽어갔다. 축소된 삶을 사는 동물과 언제나 죽음을 먹고 사는 인간, 그러나 김숨의 이번 소설집에서 인간은 동물을 포획/억압하는 데 실패하고 동물은 인간의 시공간을 유유히 가로지른다. “동물들이 인간에 의해 바뀐 전 지구적 환경 안에서 얼마나 강인하게 잔존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들, “동물들에게 김숨의 소설은 그 잔존의 서식지다.”(윤경희, 해설에서)

수벌 대가리가 땅으로 떨어질 때 까막산 여기저기서 노란 송홧가루가 폭죽처럼 터졌다. 수벌의 최후를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종족 번식을 위해 태어난 운명으로, 수벌에게는 교미 말고 어떤 의무도 주어지지 않는다.
_129쪽, 「벌」에서

수벌은 교미 철이 지나면 꽃이 다 진 들판에서 자신보다 작지만 사나운 일벌에게 쫓겨 죽음을 맞는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끔찍한가?

생각해보니 자신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염소의 생명은 그만큼 연장되는 셈이었다. 그러니 염소로서는 자신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좋을 것이었다. 그는 그러나 그것이 염소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어차피 해부 실습 교재로 쓰일 염소일 테니까. 그러지 않은 염소들도 결국은 때가 되면 도축되어 엑기스로 만들어 지거나 음식으로 요리되어 인간의 입으로 들어갈 것이었다.
_61쪽,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에서

염소 해부 실습을 앞둔 ‘그’는 혹시라도 염소 피가 스며들까 두려워 해부용 라텍스 장갑을 세 장이나 겹쳐 낀 채 생각한다. 어떤 염소가 올까. 암컷은 새끼를 낳아야 할 테니 안 될 것이다. 아니, 새끼를 못 낳게 된 늙은 암컷이 올 수도 있다. 염소의 수명을 아는가? 좀더 가까운 돼지의 수명은 어떤가? 돼지는 대개 생후 오륙 개월, 고기로 가장 인정받는 110kg이 되면 도축장으로 끌려가므로 수명을 다하고 죽는 돼지란 오히려 낯설다. 상기한 인용문에 의하면 염소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이런 염소의 최후는 어떠한가.

쥐잡기 전문가들이라고 불렀으나 “한순간 무시무시하고 치명적인 무기로 돌변할 수도 있는 도구를 하나씩 손에 들고 있는 남자들”(「쥐의 탄생」)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쥐보다 그들이 더 무서운 것은 왜일까. 자라요리 전문 식당을 하는 엄마가 자라 대가리를 하나라도 더 자르면 자신이 사달라는 것을 사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식칼로 자라 대가리 내려치는 것을 좋아했다는 아들에게 느껴지는 생경함, 음울한 저수지에서 자꾸만 마주치는 자라보다 더 두려운 생경함이다.(「자라」) “심장이 뛰고 있었다는군!” “글쎄, 심장이 뛰고 있었대!” “심장이 뛰고 있었다지 뭐야!”(「나는 염소가 처음이야」)처럼 마치 부조리극을 연상시키는 대화의 반복과 거기서 느껴지는 무신경함 또한 마찬가지다.

한겨울 야밤에 노루 사냥을 떠난 일용직 노동자들과 어린아이 하나. “노루 모가지를 따자마자 우리 은섭이 입에 제일 먼저 흘려넣어주어야 해요. (…) 우리 은섭이처럼 어리고 순한 노루 피면 좋을 텐데”라며 “시뻘건 막국수를 나무젓가락으로 건져 암홍색 립스틱을 짙게 칠한 입으로 가져”가는 아이 어미의 붉은 입을 바라보는 덴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피의 부름」) ‘별빛농원’의 강사는 포충망 속 제비나비의 가슴 부분을 엄지와 중지로 누른다. 우두둑 소리가 그의 귀에 들릴 정도로 제법 크게 난다. “가슴근육을 파괴시키는 거예요.” 보조개 팬 얼굴로 웃는 그의 손에 들린 제비나비를 아이가 무서워하자 아이의 보호자가 말한다. “우리 애가 겁이 많아서”라고. 연약한 동물을 포획해 살상, 관상(觀賞)하는 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에 기대하는 교육적 효과는 무엇인지.(「곤충채집 체험학습」)

살아 있는 많은 존재의 생사를 인위적으로 관장하는 인간들은 어떤 동물들 위에는 군림할지 모르나 인간 종 서로에게 갖는 공포와 본능적인 불안감에서는 끝내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이 지정한 자리에서 벗어나 인간의 일상과 환상 속에 침투해 들어온 동물들의 ‘자연스러움’이 외려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그로테스크함을 환기한다. 소설집을 다 읽고 나면 다음 문답의 아이러니가 기이한 잔상처럼 남을 것이다.

“염소 해부 실습의 목적을 뭐라고 써야 하지?”
“그거야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는 거라고 쓰면 되지.”
_81~82쪽,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에서

목차

쥐의 탄생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자라

피의 부름
곤충채집 체험학습

해설│윤경희(문학평론가)
동물, 환영, 아이

본문중에서

그녀는 자신과 상의 한마디 없이 그들을 집으로 보낸 남편이 원망스럽다못해 그들보다 쥐가 차라리 더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쥐는 몰래 숨어서 다녔지만 그들은 무리를 지어 집안을 함부로 휘젓고 다녔다.
“차라리 쥐가 낫지! 쥐가!”
투덜거리던 그녀는 그들이 남자들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얼른 입을 다물었다. 한순간 무시무시하고 치명적인 무기로 돌변할 수도 있는 도구를 하나씩 손에 들고 있는 남자들이라는 걸. _23~24쪽, 「쥐의 탄생」에서

그는 유전자 변형으로 애완견들의 얼굴이 인간의 얼굴, 그것도 아기의 얼굴을 점점 더 닮아가고 있다는 기사를 생명공학 전문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기사를 다 읽고 난 뒤 그는 의문이 들었다. 동물의 입장에서 인간의 얼굴을 닮아가는 것이 진화인지, 퇴화인지. _54쪽,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에서

생각해보니 자신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염소의 생명은 그만큼 연장되는 셈이었다. 그러니 염소로서는 자신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좋을 것이었다. 그는 그러나 그것이 염소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어차피 해부 실습 교재로 쓰일 염소일 테니까. 그러지 않은 염소들도 결국은 때가 되면 도축되어 엑기스로 만들어 지거나 음식으로 요리되어 인간의 입으로 들어갈 것이었다. _61쪽,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에서

“하나라도 더…… 자라 대가리를 하나라도 더 자르면 자를수록…… 자신이 사달라는 걸 더 많이 사줄 수 있다는 걸 아들이 알았어요. 우리 아들이 똘똘해서……” 그는 더는 듣고 있을 수 없다. 세상에 어떤 미친 여자가 어린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식칼을 휘둘러 살아 있는 자라의 대가리를 내려칠까 싶다. 엄마가 자라 대가리를 하나라도 더 자를수록 자신에게 더 많은 걸 사주리라는 믿음, 말도 안 되는 믿음 속에서 자란 여자의 아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_113쪽, 「자라」에서

수벌 대가리가 땅으로 떨어질 때 까막산 여기저기서 노란 송홧가루가 폭죽처럼 터졌다. 수벌의 최후를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종족 번식을 위해 태어난 운명으로, 수벌에게는 교미 말고 어떤 의무도 주어지지 않는다. 교미 철이 지나면 수벌들은 자신들보다 작지만 사나운 일벌들에게 쫓겨나 꽃이 다 진 들판에서 죽음을 맞는다. _129쪽, 「벌」에서

죽은 여왕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아들이 내게 살아 있는 여왕벌을 가져다주는 상상을 한다. 삼천 개의 알을 품은 여왕벌을 목구멍으로 삼켜 반신불수인 내 몸에 출방시키는 상상을. 내가 혼곤한 낮잠에 든 동안 여왕벌은 알을 낳을 것이다. 여왕벌이 하루 삼천 개까지 알을 낳는다고 일러준 이는 마씨도, 아들도 아닌 죽은 내 아버지였다. 알들은 벌로 부화해 밀랍으로 된 육각형 방을 내 위와 간, 신장, 폐 속에 지을 것이다. 죽은 나무보다 못한 내 육신이 벌집으로 쓰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_137~138쪽, 「벌」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저자 김숨은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느림에 대하여' 가,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 에 '중세의 시간' 이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으로 '투견', '침대', 장편소설로 '백치들', '철'이 있으며, 2006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작업'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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