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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즈(Maze)

원제 : MA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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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바이러스 헌터, 간바라 메구미 시리의 첫 번째 모험!

아시아의 서쪽 땅끝, 중근동 지역으로 보이는 어떤 나라에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곳', 인간이 '존재할 수 없는 곳'이 있다는 그곳에 사람들이 탐험을 가거나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다가 사라진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이 전해온다. 반면에 다행히 그곳에서 무사히 돌아왔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충격에 후유증을 앓거나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한 채 평생 마음속에 담아두어야만 하는 슬픈 이야기도 함께 전해온다.

그리고 이 건물에 얽힌 비밀을 풀기 위해 네 명의 남자가 모인다. 간바라 메구미와 그의 친구 도키에다 미쓰루, 군인인 스콧, 현지인 조력자인 셀림. 메구미와 스콧, 셀림은 무언가 비밀스러운 일을 진행하면서, 대신 미쓰루에게는 '안락의자 탐정'이라는 별칭이 주어진 채 이 의문의 사건을 둘러싼 음모를 밝혀달라는 역할이 주어진다. 그러고는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미쓰루는 '존재하지 않는 곳' '존재할 수 없는 곳'에 관한 가설을 하나씩 세워나간다. 그런 가운데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날 밤, 셀림과 스콧이 사라지는 등 메구미와 미쓰루는 알 수 없는 미궁에 점점 빠지고 만다. 그리고 그들에게 그 미궁의 끝은 어떤 결말로 다가올 것인가.

출판사 서평

이 책 《메이즈》는 미로의 수수께끼를 쫓으며 몽환적인 장면이 곳곳에 가득한, 또 현실적인 생동감이 살아있는, 온다 리쿠의 세계관이 담긴 미스터리 소설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이미지―세상의 모든 소리를 없앤 온전한 정적, 입구만 있고 출구가 없는 하얀 건물, 인간의 접근을 거부하는 듯한 잿빛 가시넝쿨, 찰나의 시간에 갇혀 허공에서 빛나고 있는 사람들 등은 인간의 삶이 사실은 환영과 무의식 사이에서 헤매는 작은 편린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만드는 장치로써 존재한다. 즉, 이 작품에서 '미로'가 갖는 의미는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를 비춰내는, 일종의 은유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목차

Ⅰ. BUSH
Ⅱ. WALL
Ⅲ. HOLE
Ⅳ. DOOR

본문중에서

미쓰루는 갑자기 셀림의 말을 떠올렸다.

― 사라진다는 것은 말 그대로 시야에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마술사의 동전, 지하철역에서 도둑맞은 가방 등 당연히 있어야 할 장소에서 무언가가 없어졌을 때 사라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젠가는 사라집니다. 일 초 만에 사라지기는 힘들겠지만 백 년의 시간이면 인간 한 명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우리의 신체는 유기물로 만들어져 있고 죽으면 박테리아가 분해합니다. 충분한 시간만 있으면 인간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 그래서요?

그것은 미쓰루의 목소리였다. 셀림이 대답한다.

― 제 망상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주십시오. 예컨대 저 안에서는 극단적으로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 그런 지점이 있는 것인지, 그런 순간이 찾아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어느 순간 그곳에서는 백 년의 시간이 흐릅니다. 그러면 그곳을 걷고 있던 인간은 사라진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여하튼 사람이 백 년을 살아있기는 힘든 일이니까요. 나도 당신도, 백 년 뒤에는 분명히 육체는 소멸해 있을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스콧의 수면제를 먹고 의식을 잃기 직전의 영상이 뇌리에 떠올랐다.
슬로우 모션. 모든 것이 놀랍도록 천천히 보인다.
슬로우 모션으로 떨어지는 1백 엔 동전. 슬로우 모션으로 무너져 내리는 몸.
그때 나는 분명히 무언가를 깨달았다고 생각했다…….
미쓰루는 주위에 떠 있는 사람들을 다시 바라본다.
정지한 사람. 정지한 시간.
그거다.
미쓰루는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눈 깜짝하는 순간보다 더 짧은 시간 속에 갇혀버린 것이다. 여기서는 찰나의 순간이지만 우리의 감각으로는 백 년의 시간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자신이 사라졌다는 것도. 누군가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도.
그들은 유적 안을 걷고 있었고, 다음 한 발을 내딛으려는 찰나, 그 찰나를 백 년으로 잡아 늘인 영원 같은 순간에 잡혀버린 것이다. 그들은 이곳에서는 전혀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한순간을 백 년으로 나눈, 찰나의 시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순간이라는 시간이 보여주는 반짝임. 보이지도 않고 느낄 수조차 없는 찰나에 생명이 보여주는 반짝임이다.
미쓰루와 메구미는 멍하니 입을 벌린 채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우주로 떨어지는 별, 바다 깊이 쌓이는 눈 같았다.
무한의 시간과 생명이 반짝반짝 빛나며 떨어져 내린다.
공포도 불안도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을 얻은 듯한 충만한 감각이 몸속으로 스며든다.
마침내 그들은 정지한 모습 그대로 반짝이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속도를 높여 점점 멀어져간다.
미쓰루는 그들을 붙잡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들은 마침내 빛의 덩어리가 되어 저편 멀리 사라져버렸다.
다시 어둠.
두 사람은 허탈 상태에서 멍하니 어둠 속에 떠 있었다.
― 288~291쪽

저자소개

온다 리쿠(쿠마가이 나나에)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4

1964년 미야기 현 출생.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 졸업. 1991년 제3회 일본 판타지노벨 대상 최종후보작으로 오른 《여섯 번째 사요코》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미스터리, 판타지, SF, 호러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결코 기존의 테두리에 사로잡히지 않는 유연하고 독자적인 작품 세계로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켜 왔다. 주요 저서로는 《빛의 제국》,《민들레 공책》,《엔드게임》,《밤의 피크닉》,《삼월은 붉은 구렁을》,《흑과 다의 환상》,《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황혼의 백합의 뼈》,《Q&A》,《유지니아》,《굽이치는 강가에서》 등 다수가 있다. 이중 <도코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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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경희대학교 철학과, 일본 지바대학원 일본근대문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를 비롯해, 다니구치 지로, 온다 리쿠, 미야자와 겐지 등 굵직한 작가들의 작품과 『은하철도 저 너머에』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등 개성적인 소설들을 번역했다. 최근에는 ‘일본 만화가들의 만화가’로 추앙받는 타카노 후미코의 『빨래가 마르지 않아도 괜찮아』, 무레 요코의 『지갑의 속삭임』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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