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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 권경훈의 인생 이야기!

『지나온 길이 하나의 빛으로』에는 권경훈이란 한 개인의 인생이 낮은 음성으로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1929년에 태어난 저자는 굴곡 많은 우리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왔다. 일제강점기에 학교를 다녔고, 어렵사리 고등학교를 마쳤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전쟁에 참전하였다가 의병 제대했다. 전쟁 후에는 세무공무원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하였고, 가정을 꾸려 박봉으로 아이들을 키웠다. 공직 은퇴 후에는 일반 기업체에서 사회생활을 이어가다가, 지금은 못 다한 공부를 하며 지내고 있다. 그 사이에 아이들은 장성하여 각자가 사회에서 한몫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저자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 겪었음직한 평범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평범하기 그지없는 개인의 인생에는 기쁨과 희망, 슬픔과 좌절의 순간들이 버무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역사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책 속으로 추가]
새벽에 잠이 깨어 무엇이 나의 머리를 지나가기에 내 인생 팔십을 넘었구나…….
이 세상에 눈을 뜨고 앞만 보고 걸어온 길…….
지난 연말에 주문한 한 살 반납하려고 전국의 택배회사를 수소문(搜所聞)하여도
반납을 안 받아준다 하니 이 일을 어이할꼬?
가슴을 치고 두드리며 통탄할 일이로다.
누가 뒤쫓아 오는 듯 빠른 걸음으로 걸었더니 벌써 팔십 리와 구십 리의 사이에 서네…….
아들딸 삼남매 길러 자기 갈 길 다 보내고
나는 지금 어디서 헤매는고?
며칠 뒤면 설날이라 천하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들딸 손자 손녀가
손을 잡고 나를 찾아 온다하네
고맙기도 하다만은 내 인생 남은 걸 생각하면 몇 리도 안 남아 빠르기도 하여 원망되네.
아직 하고 싶은 일, 이루지 못한 꿈이 태산같이 쌓여있는데…….

1부_첫길
내 고향 대실
꿈같은 어린 시절
열네 살에 떠난 일본 유학
돌아선 유학길
마산에서의 청소년 시절
그리운 어머니
사선(死線)에 걸친 한국전쟁
1 · 4 후퇴, 그리고 의병제대

2부_오르막길
세무 공무원으로
어수룩한 남편, 현명한 아내
처남과 함께한 여행
복통의 원인
아버지와 새어머니
인상적인 사람들
퇴직 후 사회생활
이어지는 사회생활

3부_새길
은퇴 후의 공부
공들인 조상 납골당
추억의 청산회
미수(米壽)의 여름
반듯하게 자란 아이들
당숙어른의 가르침
지음(知音) 우파(愚波) 최영석
부모의 찬문

89살 봄에

머리말
나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참으로 험난한 시간을 살아왔다. 어찌 보면 내 개인의 역사가 우리나라 역사의 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이 시기의 사람들은 나처럼 주권이 상실된 나라에서 배고픈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자라나서는 어쩔 수 없이 참전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을 것이다.
세월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살다보니 주변 사람들도 하나 둘씩 떠나고 어느새 미수(米壽, 여든여덟 살)가 넘었다.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니 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떠밀리듯 살아왔다는 생각도 든다.
내 또래의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평생 열심히 살아왔지만, 남은 것은 고독과 다른 삶을 살아온 회한뿐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으로 나머지 삶을 산다는 것은 참되지 않기에 공부에 도전하고 있다.
은퇴하고 난 뒤에 발을 들여놓게 된 한문의 세계에서 옛 성현의 말씀을 만나 기쁨을 얻었다. 옛 성현들의 말씀처럼 끝이 없는 공부의 길을 걸으면서 매일매일 깨닫는 기쁨으로 나에게 주어진 순간들을 누릴 것이다.
나는 이제야 다행히 내 선택과 기질이 어우러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 아흔을 앞두고 나의 살아온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하는 것은 지나온 나를 돌아보는 가운데 아직도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기 위해 다짐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서로 멀리 떨어져 살고, 학업과 생활로 바쁜 손자들과 함께 지내거나 얘기 나누는 시간이 많지 않아 나의 지나온 삶의 이야기를 글을 통해 자손들에게 전해 보려한다. 내안에 흐르는 안동 권씨의 특성과 기운이 대대로 이어질 것을 생각하며 어떤 책임감도 느끼면서 글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