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신용카드 청구할인
인터파크 롯데카드 5% (12,830원)
(최대할인 10만원 / 전월실적 40만원)
북피니언 롯데카드 30% (9,450원)
(최대할인 3만원 / 3만원 이상 결제)
NH쇼핑&인터파크카드 20% (10,800원)
(최대할인 4만원 / 2만원 이상 결제)
Close

공포의 문화 - 왜 우리는 근거 없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가?

소득공제

2013년 9월 9일 이후 누적수치입니다.

판매지수 15
?
판매지수란?
사이트의 판매량에 기반하여 판매량 추이를 반영한 인터파크 도서에서의 독립적인 판매 지수입니다. 현재 가장 잘 팔리는 상품에 가중치를 두었기 때문에 실제 누적 판매량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판매량 외에도 다양한 가중치로 구성되어 최근의 이슈도서 확인시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해당 지수는 매일 갱신됩니다.
Close
공유하기
정가

15,000원

  • 13,500 (10%할인)

    750P (5%적립)

할인혜택
적립혜택
  • I-Point 적립은 출고완료 후 14일 이내 마이페이지에서 적립받기한 경우만 적립됩니다.
  • 추가혜택
    배송정보
    주문수량
    감소 증가

    출판사 서평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배리 글래스너 교수의 역작, <공포의 문화>는 현대 사회에 만연해 있는 공포가 실제로는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낱낱이 분석할 뿐 아니라, 그런 ‘공포의 문화’를 조장함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자들의 정체를 폭로한다. 글래스너는 공포 행상인들이 즐겨 쓰는 온갖 수법을 밝힘으로써, 우리를 위협하는 거짓 공포에 맞서 싸우도록 돕는다.



    <볼링 포 콜롬바인>과 『공포의 문화』

    <화씨 9/11>로 유명한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의 작품 중 <볼링 포 콜롬바인>이 있다. 1999년 미국 콜롬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을 통해 미국의 총기문화를 정면으로 비판한 이 영화로, 마이클 무어는 2003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였다.

    이 작품의 중반쯤, LA 시가 한복판을 거닐며 마이클 무어는 누군가와 얘기를 나눈다. 그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이자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USC) 사회학과 교수인 배리 글래스너(Barry Glassner)다. 미국사회의 총기문화 배후에서 더 커다란 ‘공포의 문화’를 발견하고, 공포를 퍼뜨림으로써 부와 권력을 손아귀에 넣는 이들을 고발하는 이 영화의 도발적인 결말부는 바로 글래스너 교수가 1999년 발표한 『공포의 문화』에 힘입은 바 크다.

    출간되자마자 전미(全美)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평론가들의 아낌없는 찬사와 수많은 상을 받았던 『공포의 문화』. 이 책의 무엇이 미국인들을 그토록 열광케 만들었을까?



    거짓 공포들

    “방송에서는 끔찍한 일들이 왜 그토록 많이 일어나며, 근거 없는 뉴스는 왜 그토록 많은가?”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묻는다. 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은 풍요의 나라이면서 동시에 공포의 왕국이다. 걸핏하면 학교에서 총질을 해대는 10대들, 슬럼가를 장악한 흑인 범죄자들, 온갖 마약에 찌든 중독자들. 이들이 벌이는 각종 살인, 강도, 강간, 유괴의 뉴스들에, 최근에는 테러까지…. 방송과 신문만을 통해 판단한다면 미국은 폭력과 범죄로 가득한 판타지 세계, 고담 시티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사회학자인 글래스너 교수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공포의 뉴스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보았다. 그 결과, 대부분의 공포는 근거가 빈약하거나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임을 발견했다. 이 책은 그런 공포의 유형과 그것의 허상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긴 리스트다.

    1990년대 미국인의 3분의 2는 당시의 범죄율이 1980년대 후반의 2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1980년대 후반의 범죄율이 더 높았다. 1990년대 후반에 약물복용자의 수는 지난 10년간과 비교해 절반 정도로 감소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10대 청소년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로 약물남용을 꼽았다. 1996~97년 학기 중 미국 학교에서 폭력사건과 관련한 사망자는 19명이었다(5,400만 명 중에). 그런데도 언론은 ‘시한폭탄 같은 10대들’ ‘영혼 없는 아이들’ ‘슈퍼약탈자들’이라 부르며 무서운 아이들에 대한 공포를 자아냈다.

    질병에 관한 공포는 또 어떤가. 1996년 <타임>은 5명의 남성 가운데 1명꼴로 전립선암에 걸린다고 요란스럽게 떠들어댔다. 그러나 40세 남성이 10년 안에 전립선암으로 죽을 확률은 1,000분의 1이다. 1998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도로 분노’가 전국에 유행병처럼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도시의 교통체증에서 받는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가리키는 이 신종 질병은 대체 얼마나 심각한 걸까? 기사를 끝까지 다 읽어야 지난 5년간 5명의 사망자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1994~95년 사이, 직장폭력에 관한 기사가 500회 이상 실렸다. 해마다 직장에서 220만 명이 폭행을 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약 1억 2,000만의 노동인구 중 약 1,000명이 일하다 살해된다(그들은 대부분 경찰이나 택시운전사 등 위험한 직업이다. 의사나 엔지니어가 일하다 살해될 확률은 45만 7,000분의 1이다).

    이 거짓 공포의 리스트는 할로윈 사과에 감추어진 면도날에서부터, 소아성애자, 아동 포르노 제작자, 노인 유기, 청소년 자살, 청소년 도박, 사이버공간에 가득한 음담, 어린이 실종, 미혼모, 백신 쇼크사, 비만, 화학물질과민증… 등등 끝도 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들 공포가 정말 터무니없는 것이라면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믿을까? 사람들이 그렇게 어리석단 말인가? 진실을 알자마자 곧 그런 공포를 툭툭 털어내야 정상이 아닐까?

    공포의 문화는 한 사회의 무의식적 불안을 반영하는 동시에 공포를 효과적으로 포장하는 기술을 갖춘 영리한 공포 행상인들의 존재를 암시한다. 이들 공포 행상인들이 끊임없이 거짓 공포를 만들어내고 유포시키고 순환시키는 것은 바로 특정 공포로부터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포 행상인들

    “우리의 도덕적 불안을 자극하고 그에 대한 상징적인 대용물을 제공하는 자가 막대한 부와 권력을 차지한다는 점은, 미국인들이 그처럼 많은 공포를 품는 이유에 대한 짧은 답변이 될지도 모른다.”

    근거 없는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3대 세력은 정치인, 옹호단체, 미디어다.

    정치인에게 공포는 곧 표다. 범죄와 마약에 대한 사회불안이 높을수록 그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공약하면 쉽게 표를 얻을 수 있다. 소수민족과 유색인종에 대한 공포를 선동하면, 쉽게 편견어린 백인 중산층의 표를 결집시킬 수 있다. 또한 PC 공포(PC는 ‘정치적으로 옳은 자’를 뜻하는 Political Correct의 약자로, 진보주의와 자유주의 진영을 가리킨다. 1장 참조)에서 보듯, 공포는 정치적 반대파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게 해준다.

    한편, 정치인들끼리의 경쟁은 공포를 더욱 강화한다. 클린턴은 재선운동 당시, 상대 후보인 밥 돌로주터 마약정책이 미온적이라는 비난을 받자 상대보다 더 마약을 혐오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마약과의 전쟁에 7억 달러의 추가 예산을 승인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또한 정치인에게 공포의 문화는 편리한 것이다. 빈곤 퇴치나 사회보장제도 확대 같은 지난한 문제들로부터 국민의 이목을 돌릴 수 있고, 제도의 결함을 사악한 개개인의 비행 탓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옹호단체는 사회의 공포를 자신의 마케팅에 동원해 더러운 돈을 버는 기업들, 공포의 피해자에서 적극적으로 공포의 전도사가 된 각종 단체들, 특정한 정치적 목적에서 특정한 공포를 퍼트리도록 위촉받은 학술단체 등 다양하다.

    1990년대 범죄에 대한 공포는 감옥보안산업의 호황을 가져왔다. 1990년대 중반 뉴욕 주식시장에서 최대 이윤을 낸 6개 회사 중에는 민영교도소들이 들어 있었다. 비행기 사고에 대한 공포를 은근히 조장하는 것은 항공보험을 파는 국제항공승객협회다. 유방수술 부작용 소송을 전문적으로 맡은 변호사들은 수십억 달러의 배상금을 타내 억만장자가 됐다.

    어린이 실종에 대한 공포가 만연하자, 온갖 기업들이 이 신종 사업에 뛰어들었다. 실종 대비 어린이용 신분증, 유괴 방지 교육 비디오…. 가장 유명한 것은 아드보 사의 엽서다. 매주 5,700만 장이 발행되는 이 엽서의 한 면에는 실종된 어린이의 사진과 인적사항이 나와 있고, 다른 면에는 광고가 실려 있다. 아이의 사진 위에는 “날 본 적이 있나요?”라는 문구가 있다. 이 아이를 본 적이 있느냐는 의미인 동시에 이 상품을 써본 적이 있느냐는 의미다.

    반면, 실종되었다 살해된 아이들의 부모 모임이나 DPT 백신을 맞고 죽은 영아들의 부모 모임 등 피해자 가족들의 단체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공포의 대중적 확산에 기여한다.

    판매부수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날마다 새로운 공포를 선전하는 언론매체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자세한 설명이 불필요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책 전체가 언론의 왜곡보도와 과장보도, 황색 저널리즘에 대한 언론비평서의 성격이 짙다. 글래스너 교수가 즐겨 인용하는 단적인 예를 한 가지만 들면, “미국에서 살인율이 20% 하락한 1990~98년 사이에, 주요 방송사가 내보낸 살인사건의 보도 횟수는 600% 증가했다.”



    공포 마케팅

    “사회학자인 나로서는, 언론인들이 저널리스트로서의 본분을 지키기보다 마술사처럼 행동할 때, 즉 작은 위험을 크게 보이게 하고 큰 위험을 시야에서 사라지게 만들 때,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공포를 행상하는 이들의 숱한 테크닉 중 반복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기술들이 있다. 과학적 증거 대신에 애처로운 일화 동원하기, 개별적인 사건을 시대의 추세(경향)로 부르기, 날 때부터 위험한 부류의 인간들 비난하기,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위험을 곧 닥칠 재난으로 묘사하기… 등등. 그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권위 있는 양하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한다.

    공포를 행상하는 이들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문가와 그들의 조사연구 결과를 내세운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공포일수록 그 전문가는 3류 학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그럴듯한 높은 직함을 지닌 달변가들이지만, 연구방법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낙태가 유방암을 낳는다.’고 주장한 조엘 브라인드는 원래 낙태반대운동을 하다 연구에 뛰어든 사람이었다). ‘미국의 도로 분노 치료사’를 자처했던 아놀드 네렌버그, <타임>의 악명 높은 사이버포르노 특종에서 수석연구자였던 마티 림 등은 전문가 행세를 하는 대표적인 언론 사기꾼들이다. 그러나 진짜 전문가들이 그들의 주장을 반박한 후에도 이런 사이비 전문가들은 계속 등장한다. 유방수술 소송에서 법률회사에 고용되어 환자들의 질병을 수술 때문이라고 진단한 의사들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전문적 거짓증언의 대가로 법률회사로부터 연간 수백만 달러를 받는다.



    2.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보통사람들의 목소리를 동원한다.

    전문가의 연구결과가 신빙성을 높인다면,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증언은 공감을 자아내고 내 주변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심화시킨다. 유방수술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의 사나운 목소리는 의사들의 모든 과학적 연구결과를 의심케 하고 FDA의 유방수술 금지조치라는 성과를 낳았다. 항공기사고가 일어나면 으레 등장하는 “비행기 타기가 점점 두려워집니다.”라는 어느 공항 여행객의 염려어린 증언도 빼놓을 수 없다(간혹 여행전문가로 둔갑해 소개되기도 한다). 엽기적인 살인사건에도 이웃의 천진난만한 증언이 빠지지 않는다. “정말 친절하고 예의바른 사람이었어요. 집안도 너무 화목해 보였고요.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니 믿어지지가 않아요.”(다시 말해, 지금 평범한 당신 이웃도 언제 갑자기 미쳐 날뛰는 살인마가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보통사람의 목소리가 미진하면 앵커가 바람을 잡는다. “저도 제 눈을 믿을 수가 없지만….”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3.선별적인 통계 인용

    정확한 수치를 동원하는 것은 설득화술의 기본이다. 그런데 공포 행상에서는 가능한 한 통계수치를 비틀어 가장 큰 극적 효과를 얻으려 한다. 가령 “도로 분노 사고가 1990년 이후 50% 이상 증가했다.” “낙태수술을 한 여성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50% 증가한다.” “12세 아이들의 23.5%가 마약을 복용한다.”등의 충격적인 보도를 접하면 누구라도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도로 분노 사고 50% 증가’란 1990년도(1,129건)과 1996년도(1,800건)의 수치를 비교한 것이다. 즉 7년 동안 671건이 늘어났을 뿐이다(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25만 명과 비교해보라). ‘낙태수술로 인한 유방암 50% 증가’는 낙태를 한 여성의 절반이 유방암에 걸린다는 뜻이 아니라, 한 여성이 평생 사는 동안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50% 증가한다는 뜻이다(즉 한 여성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10%라면, 낙태를 할 경우에는 15%가 된다는 의미다. 참고로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걸릴 확률이 3,000% 증가한다). 12세 아이들의 마약복용 통계도 자신이 직접 마약을 복용했다는 수치가 아니라 자신의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수치일 뿐이다. 그러나 언론은 어마어마한 수치들을 헤드라인으로 내세우면서, 이런 세부사항은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세심히 읽어야만 겨우 알 수 있도록 가린다.



    4.퀴진아트 효과

    퀴진아트는 미국의 주방조리 기구 회사다. 퀴진아트 효과란 사실과 허구를 마구 뒤섞어 뒤범벅을 만드는 보도를 가리킨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에볼라 바이러스에 관한 NBC <데이트라인>의 보도를 예로 들어보자. PD들은 보도의 구석구석에 영화 <아웃브레이크>의 장면들을 끼워넣었다. 영화의 극적인 장면들과 전문가들의 심각한 예측들을 교차편집하면서, 마치 당장이라도 가공할 전염병이 퍼질 것 같은 인상을 심었다. 이 변종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치명적이지 않다는 연구결과는 프로그램의 클라이맥스를 망치기에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공상과학소설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곧 도래할 위험으로 보도된 것이다.



    5.미스디렉션

    미스디렉션은 마술사가 물건을 감추는 동안 관객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기술을 말한다. 유능한 기자가 되려면 우선 이 기술을 철저히 마스터해야 한다. 문제는 시스템(제도)이 아니라 사악한 개인에게 있다고 강변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을 범죄자로, 미혼모로 내모는 열악한 경제적 조건이 아니라 ‘무서운 아이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리해고에서 오는 고용불안이 아니라 직장폭력을 일으키는 미치광이가 나쁘다. 자금 부족과 감독 소홀이라는 양로시설의 실태보다는 양로시설 내의 범죄자 직원들에 대해 다루어야 한다. 흑인이 살해당할 확률이 백인 여성보다 18배 높고 2차 대전 참전 군인들의 전사율보다 2배 높다는 사실은 철저히 숨기고, 언제나 흑인을 가해자, 강간범, 약탈자로 그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총기는 가려져야 한다. 민간인이 2억 5,000만 개의 총을 소유한 미국에서는, 매년 총기로 살해되는 사람이 1만 5,000명, 총기로 자살하는 사람이 1만 8,000명, 총기 오발로 죽는 사람이 1,500명이다. 당연히 미국인의 공포목록 1순위에 놓여야 할 테지만, 로비스트들에게 너무도 많이 돈을 받아먹은 나머지 언론인들의 눈에는 총기가 보이지 않는다. 미치광이 살인마만이 존재하고 대량학살을 가능케 한 총기는 항상 무시된다.



    공포와 불안

    “공포를 퍼트리는 데 성공하려면, 공포를 얼마나 잘 표현했느냐도 중요하지만 문화 속에 깊이 각인된 불안을 얼마나 잘 드러냈느냐도 중요하다.”

    공포의 문화를 전적으로 공포 행상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왜 특정 시기에 특정 공포가(어느 때는 ‘마녀’가, 어느 때는 ‘살인자 아이들’이) 유행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모든 사회는 무수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한 사회의 구성원이 특정한 위험을 선택하는 것은, 그것이 사회의 도덕원리를 지키는 데 유리하거나 배척받는 무리나 제도를 비판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클린턴이 ‘미국의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부른 10대 미혼모, <워싱턴포스트>가 ‘국가안보의 문제’라 부른 사생아, 자신의 아이를 잔인하게 살해한 여자들, 그리고 매 맞는 남편에 대한 공포를 예로 들어보자(각각의 공포가 얼마나 과장된 것인지는 4장 참조. 일례로 10대의 출산율은 오늘날이 아니라 1950년대에 가장 높았으며, 실제로 1991~96년 사이 12% 줄었다.). 이는 점점 늘어가는 싱글 마더에 비해 점점 위축되는 부권에서 오는 남자들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곧 가부장제, 현모양처라는 낡은 도덕률을 지키기 위해 사악한 어머니상을 날조한 것이다.

    정신분석학적으로 공포는 일종의 투사(投射)다. 우리 자신의 도덕적 불안과 죄의식의 도피처를 외부에서 찾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들을 점점 더 많이 낯선 타인에게 맡기는 데 따른 어른들의 불안과 죄의식이 어린이 유괴와 실종, 어린이 성폭력에 대한 과장된 공포로 나타났던 것이다. 소아성애자 교사와 사제, 아동 포르노 제작자에 표적을 맞춘 이러한 공포는 베이비시터의 최신 변종, 곧 인터넷으로 이어졌다. 인터넷 중독과 사이버포르노에 대한 공포가 그것이다.

    한편, 공포는 특정한 시대 분위기를 반영한다. 1938년 오손 웰스의 라디오극 <우주전쟁>을 듣고 광란의 소동을 벌인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곧 다가올 세계대전에 대한 불안이 잠재해 있었다. 걸프전 증후군을 호소한 참전 군인들은 자신들이 명분 없는 전쟁에 동원되어 국방부의 생체실험을 강요당했다는 의심에 싸여 있었다.



    공포의 기회비용

    “우리는 과장된 공포가 우리 자신을 파괴하기 전에 그러한 공포에 대해 의심하는 법을 배우는 편이 낫다. 근거가 확실한 공포는 위험을 미리 알려주지만, 그릇되고 과장된 공포는 우리를 곤경에 빠뜨릴 뿐이다.”

    공포를 행상하는 이들은 막대한 돈과 권력을 차지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공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범죄에 대한 과장된 공포는 정부의 공공지출을 더 많은 경찰, 더 많은 재판, 더 많은 감옥으로 향하게 만들었다(그럼에도 범죄는 줄어들지 않았다). 1960년대 600만 달러이던 미연방 마약단속반의 예산은 클린턴 재임기간에는 17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인력과 시간을 정체불명의 위험에 헛되이 낭비하는 동안 더 근원적인 사회문제는 외면당했다.

    어린이에 대한 ‘제의적 학대’라는 뜬소문(악마숭배자들이 어린이들을 강간, 고문, 살해한다는 대표적인 거짓 공포. 머리말 참조)에 힘입어 전국적인 고비용 감시 프로그램에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동안, 1,100만 명의 어린이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고 1,200만 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에 시달렸다. 1990년대 중후반 사이 500만 명 이상의 장년층이 집에 먹을 것이 없었고, 2,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해마다 비상식량 프로그램을 이용했으며, 빈곤층 어린이 가운데 25만 명은 집이 없었다.

    범죄나 마약, 아동학대가 그토록 공포스러운 것이라면, 그것의 일차적인 원인인 빈곤과 빈부 격차를 해소하는 데 먼저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열악한 교육환경과 의료보험, 위험한 총기소유문화, 인종차별 등 어쩔 수 없다고 방치해왔던 중요한 위험들에 과감히 손을 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공포 행상인들에게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1914년 항공 운행이 시작된 이후, 비행기 사고로 죽은 사람은 1만 3,000명이 안 된다. 이에 비해 1990년대 중반 동안, 매년 5,000명 이상의 미국인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고, 상해를 입은 사람은 700만 명이나 된다. 어떤 것이 더 큰 공포인가? 언론은 어떤 것을 더 크게 다루었을까? 1996년 Valujet 비행기 추락사고 때 는 단독기사만 110개 이상을 내보냈다. <뉴욕타임스>는 1994~96년 동안 항공 안전에 관한 기사를 매주 내보냈다. 반면에, 노동현장의 안전에 관한 기사는 산업안전보건청을 씹는 기사 단 몇 편뿐이었다.

    그러면 사람들은 무엇을 더 위험하다고 생각할까? 당연히 비행기사고를 더 두려워할 것이다. 언론에 더 많이 보도될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더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1985~94년 동안 마약관련 기사의 수와 여론의 추이를 비교한 결과, 어느 때는 20명 가운데 1명꼴로, 어느 때는 3명 가운데 2명꼴로 마약문제를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차이는 바로 언론의 보도량이었다. 이런 예는 또 있다. 미국 언론이 음주운전을 집중적으로 다룬 1982~95년 사이,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31%나 줄었다. 그러나 언론들이 있지도 않은 신종 공포인 ‘도로 분노’로 화제를 바꾸자(그 결과 음주운전은 별로 다루지 않자) 사망률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

    언론이 공포어린 뉴스를 더 많이 더 자주 보도할수록 사람들은 ‘추악한 세상 신드롬’에 빠져든다. 즉 세상은 너무나도 잔혹하고 자신은 너무나도 공격받기 쉬우며, 보호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공포의 뉴스를 많이 접하는 사람일수록, 이웃을 믿지 않고, 범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여기며, 자신이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물쇠와 경보장치와 총을 더 많이 사들이고, 투옥과 벌금과 중형 같은 억압조치를 반기고, 그런 걱정거리를 덜어준다고 말하는 자들에게 지지표를 던진다.

    글래스너 교수는 우리가 공포보다 더 중요한 문제들에 집중할 것을, 공포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당부한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부시를 선택했고, 9/11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공포의 왕국이 도래했다. 그렇게 공포는 공포를 낳는다.



    우리의 경우

    이것은 단지 미국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일까? 끊임없이 거짓 공포를 조작하고 조장하고 확대재생산하는 공포 행상인들로부터 우리는 과연 자유로울까? 식민지, 분단, 전쟁, 독재로 점철된 우리의 근현대사는 얼마나 많은 공포의 가위로 인권을 짓눌러왔던가. 아니, 멀리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공포의 행상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작년 하반기 정치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소위 ‘4대 입법’을 예로 들어보자. 보수 언론과 기업, 단체들은 그 법들이 통과되면 당장 나라가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난리를 부렸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광화문에 인공기가 휘날릴 거라고, 공정거래법이 통과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이 다 부도난다고, 사립학교법이 통과되면 학교 문을 닫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들 공포 행상에는 사실과 허구를 뒤섞고,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위험을 곧 닥칠 재난처럼 포장하고, 개별적인 사건을 시대의 추세라 부르고, 사이비 전문가들을 내세우고, 통계자료를 선별적으로 인용하고, 과학적인 증거 대신 애처로운 일화를 동원하는 등의 전형적 수법들이 여지없이 등장했다.

    이쯤 되면, ‘대(對)국민 겁주기’라는 자신들의 아젠다 세팅 능력을 자랑하는 우리 보수언론의 공포 행상은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라 할 만하다. (특히, ‘아니면 말고’ 식의 추측보도와 문맥은 무시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뽑아 작문하는 거두절미식 보도, 명백한 오보조차 슬그머니 넘어가는 식의 행태는 공포 행상의 신(新)경지를 보여준다. 바로 파렴치와 후안무치 기술이다.)

    색깔논쟁 같은 단골 메뉴에서 새집증후군 같은 신종 메뉴까지 공포의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어느 경제연구소 박사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예상하는 ‘제2의 IMF’ 위기, 강성 노조 때문에 사업 못하겠다는 어느 사장님의 애절한 하소연, 당장 살인독감 백신을 맞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롭다는 어느 의사 선생님의 서늘한 경고…. 한국판 『공포의 문화』가 진작 나오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다.

    글래스너 교수에 따르면, 공포의 문화를 낳은 제일 큰 원흉도 언론이고 그것을 폭로할 가능성이 가장 큰 것도 언론이다(이 책 역시 그런 저널 비평에 많은 신세를 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포의 문화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거짓 공포를 폭로하려는 저널리스트들은 너무나도 소수이고, 오로지 공포를 확대하여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기꾼들만이 횡행한다는 점이다. 이는 부시가 지배하는 미국보다 더 암울한, 더 무서운 현실이다.

    목차

    머리말 - 왜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을 두려워하는가

     

    1. 도로와 캠퍼스에 드리워진 수상쩍은 위험

    - 공포는 어떻게 팔리는가

     

    2. 뉴스의 범죄 보도

    - 황당무계한 기사와 터무니없는 통계

     

    3. 위험에 처한 아이들

    - 그릇된 진단과 냉담한 치료

     

    4. 괴물 엄마

    - 미스디렉션의 기술

     

    5. 흑인

    - 힘들이지 않고 편견을 유지하는 법

     

    6. 헤로인의 귀환

    - 대통령과 언론의 협공

     

    7. 은유적 질병

    - 제도에 대한 비판을 회피하는 법

     

    8. 비행기 추락사고

    - 작은 위험, 큰 공포

     

    9. 결론

    - 화성인은 오지 않는다

     

    감사의 말

    저자소개

    배리 글래스너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USC) 사회학과 교수.

    1978년 워싱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ABC 라디오의 뉴스 편집기자, 시러큐스 대학과 코네티컷 대학의 사회학과장, 옥스퍼드 대학 교환교수 등을 역임했다.

    <미국 사회학 리뷰> <미국 정신의학 저널>을 비롯한 유명 학술지에 여러 논문을 발표했고, 『커리어 충돌』 『몸 : 완벽함이라는 폭군 극복하기』 등 현대의 사회적 문제를 다룬 7권의 책을 저술했다. 또한 <뉴욕타임스> <시카고 트리뷴> <런던 리뷰 오브 북스> 등 여러 신문과 잡지에 논설과 평론을 기고했다.

    1999년 발표한 『공포의 문화』는 “우리 시대에 가

    펼쳐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72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클래식 음악잡지 [그라모폰] 등에서 번역일을 했으며, 출판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아버지와 나], [안녕, 난 개미야], [안녕, 난 개구리야], 사진에세이 시리즈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10]와 [크리스마스 이야기], [아버지와 나], [검은 말], [안나 카레니나], [러시아 단편집] 등이 있다.

    역자의 다른책

    전체보기
    펼쳐보기

    이책의 연관기사(1건)

    이 책과 내용이 비슷한 책 ? 내용 유사도란? 이 도서가 가진 내용을 분석하여 기준 도서와 얼마나 많이 유사한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비율입니다.

      리뷰

      0.0 (총 0건)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북피니언 지수 최대 600점

      리뷰쓰기

      기대평

      작성시 유의사항

      평점
      0/200자
      등록하기

      기대평

      0.0

      교환/환불

      교환/환불 방법

      ‘마이페이지 > 취소/반품/교환/환불’ 에서 신청함, 1:1 문의 게시판 또는 고객센터(1577-2555) 이용 가능

      교환/환불 가능 기간

      고객변심은 출고완료 다음날부터 14일 까지만 교환/환불이 가능함

      교환/환불 비용

      고객변심 또는 구매착오의 경우에만 2,500원 택배비를 고객님이 부담함

      교환/환불 불가사유

      반품접수 없이 반송하거나, 우편으로 보낼 경우 상품 확인이 어려워 환불이 불가할 수 있음
      배송된 상품의 분실, 상품포장이 훼손된 경우, 비닐랩핑된 상품의 비닐 개봉시 교환/반품이 불가능함

      소비자 피해보상

      소비자 피해보상의 분쟁처리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라 비해 보상 받을 수 있음
      교환/반품/보증조건 및 품질보증 기준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음

      기타

      도매상 및 제작사 사정에 따라 품절/절판 등의 사유로 주문이 취소될 수 있음(이 경우 인터파크도서에서 고객님께 별도로 연락하여 고지함)

      배송안내

      • 인터파크 도서 상품은 택배로 배송되며, 출고완료 1~2일내 상품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 출고가능 시간이 서로 다른 상품을 함께 주문할 경우 출고가능 시간이 가장 긴 상품을 기준으로 배송됩니다.

      • 군부대, 교도소 등 특정기관은 우체국 택배만 배송가능하여, 인터파크 외 타업체 배송상품인 경우 발송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배송비

      도서(중고도서 포함) 구매

      2,000원 (1만원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음반/DVD/잡지/만화 구매

      2,000원 (2만원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도서와 음반/DVD/잡지/만화/
      중고직배송상품을 함께 구매

      2,000원 (1만원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업체직접배송상품 구매

      업체별 상이한 배송비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