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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이야기꾼 믹 잭슨의 현대적 고딕 단편 소설 10편

《잠에 빠진 소년》에는 독특한 일러스트로 주목 받는 데이비드 로버츠의 그림들이 담겨있다. 로버츠의 작품들은 그림만으로도 이야기가 저절로 피어오르게 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 책이 영국에서 출간되었을 당시, 각 이야기의 특징을 단번에 잡아낸 일러스트들이 고딕 소설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탁월하게 전달하여 읽는 이의 몰입을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컬트적 특이함과 어두운 감동의 사이,
괴짜 이야기꾼 믹 잭슨의 현대적 고딕 단편 소설 10편!

방문객의 피부를 벗겨 훈제 시키는 자매, 십 수년간 잠든 채 어른의 몸속에 갇힌 아이, 끊임없이 땅 속에서 뼈를 파내는 소녀, 아이를 품에 안고 사라진 묵언의 은둔자…. 《잠에 빠진 소년》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독특하거나 괴기스럽다. 그들의 삶은 고단하거나 외롭고, 삶의 목적을 잃었거나 소외된 ‘안쓰러운’ 자들의 서늘한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무조건 세상으로부터 숨어버리는 것만은 아니다. 누군가는 지하실에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꿈을 꾸기도 하고(‘지하실의 보트’) 박제된 나비를 살리겠다는 목표 하나로 온갖 고난들을 넘는(‘레피닥터’) 모습도 보인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한번쯤 해보았을 엉뚱한 상상이 영국의 천재 괴짜 작가, 믹 잭슨을 만나 기발한 고딕 소설로 탄생했다. 잔인하지만 익살맞은 이야기, 으스스하지만 유쾌한 이야기! 책 속에 출렁이는 기이한 분위기를 따라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인생을 건드리는 감동의 여운까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잠에 빠진 소년》에는 독특한 일러스트로 주목 받는 데이비드 로버츠의 그림들이 담겨있다. 로버츠의 작품들은 그림만으로도 이야기가 저절로 피어오르게 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 책이 영국에서 출간되었을 당시, 각 이야기의 특징을 단번에 잡아낸 일러스트들이 고딕 소설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탁월하게 전달하여 읽는 이의 몰입을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 노란잠수함의 ‘이상한 이야기 Gothic Novel’ 시리즈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야기’의 문화적 자산과 원형에 친숙해져야 할 지금, 동서양 고딕문학을 주목하며 풍요로운 욕망이 넘실대는 화엄(華嚴)의 바다 위로 나아갈 삶의 새로운 항해술을 모색하고자 한다.
특별한 디자인으로 고딕문학의 고전과 현대 작가들의 도전적 해석을 엿볼 수 있는 대표작들을 독자 여러분께 내보내면서, 놀라운 상상력과 낯설고 신기한 ‘이야기’들을 통해 밤새워 책 읽는 기쁨으로 새로워진 아침을 맞는 우리 모두의 행운을 기원한다.
―’이상한 이야기 Gothic Novel’ 시리즈 발간사 중에서.

피어스 자매
지하실의 보트
레피닥터
은둔자 구함
잠에 빠진 소년
뼈 모으는 소녀
외계인 납치사건
강 건너기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단추도둑

자매는 사내를 훈제하기 전에 면도부터 시켰다. 이제 이 남자는 다른 세 남자와 함께 자매의 오두막에 앉아 있다. 기묘한 박물관에 놓인 전시물처럼 그들은 책을 읽거나 카드놀이를 하거나 피아노를 친다. 네 명의 익사체, 하나같이 과묵하면서도 멋진 네 남자.
―피어스 자매

태양은 쉼 없이 지붕 위로 떠오르고,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채광창을 통해 다락으로 들어왔다. 나비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몇 마리가 무리 사이를 펄럭였다. 다른 나비도 점차 그들에게로 다가가서 날갯짓을 했다. 다락 천장은 곧 나비들로, 온갖 색깔과 온갖 모양으로 가득 찼다. 한두 마리가 춤을 추며 창을 빠져나갔고, 나머지도 그들을 따랐다.
―레피닥터

뭔가를 보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따금 전해졌다. 기이한 생물체가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덤불숲을 헤쳐나가는 광경을 목격했다느니, 그 이상한 생명체와 아이가 나란히 뛰어가는 것을 봤다느니 하는 이야기였다.
―은둔자 구함

잠에 빠졌을 때 소년의 키는 140센티미터였지만, 깨어났을 때 그의 키는 189센티미터가 되어 있었다. 소년은 창틀에 기대 십 년 전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세상을 내다보았다. 새들이 노래하고 있었다. 구름이 천천히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소년은 몸을 돌려 다시 침대로 향했다. 침대로 돌아가는 길에 소년은 거울을 지나치게 되었다. 웬 청년이 어머니, 아버지의 어깨에 의지해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잠에 빠진 소년

말은 머리를 조금 더 숙였다. 그리고 이윽고 셀마와 정면으로 마주하자 광기 가득한 늙은 눈으로 셀마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말은 입술을 까뒤집으며 썩어가는 수많은 누런 이빨을 드러냈다. 한순간, 갑자기 얼굴을 들이민 말은 셀마가 입은 코트 맨 위에 달린 단추를 이빨로 낚아챘다.
―단추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