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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 :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에서 71일 히치하이킹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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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강은경
  • 출판사 : 어떤책
  • 발행 : 2017년 04월 10일
  • 쪽수 : 476
  • ISBN : 979119575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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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 이가 들려주는 꿈과 좌절의 이야기이자 몹시도 가난한 아이슬란드 여행기다. 그에게, 우리에게 인생은 정말 무엇일까? 30년 가까이 소설가 지망생으로 살아온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의 작가 강은경이 이 나라를 찾은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아이슬란드는 무엇보다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다. 어떻게 실패를 찬양할 수 있느냐고? 강은경 작가도 그것이 궁금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에릭 와이너가 쓴 《행복의 지도》를 읽으며 강은경 작가가 고개를 갸웃했던 부분은 에릭 와이너가 음반 가게를 운영하는 아이슬란드인 라루스를 만나는 대목이었다. 라루스는 아이슬란드에서는 실패가 낙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되려 실패를 찬양한다고. 《행복의 지도》에서 정리된 바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에서 실패는 성공이라는 메인 코스를 위한 애피타이저가 아니라 진짜 메인 코스다.

출판사 서평

식당, 공사판, 과수원에서 일하며
신춘문예에 매달려 온 지 30년,
그는 결국 소설가가 되지 못했고 그래서 좌절했지만,
덕분에 이 에세이를 썼다
아이슬란드 여행 전문가들마저 혀를 내두른, 아주 지독한 여행기

“고단하고 유쾌하며 대책 없고 쓸쓸하다.
그리고 무척 재미있다.”_소설가 정이현

여기, 꿈에 발목 잡힌 한 사람이 있다. 30년간 일용직으로 생계를 해결하며 매년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한 사람. 그는 결코 짧지 않은 그 시간을 보내고서야 깨달았다. 꿈을 이룰 가능성은 눈곱만큼도 없다는 사실을. 좋은 시절 깡그리 흘려보내고 홀로 남은 인생 실패자. 그것이 바로 자신이었다. 그는 아이슬란드로 떠났다. 실패가 실패로만 끝나도 괜찮다는 나라, 실패를 찬양한다는 나라. 만일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찬양받아 마땅했다.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 이가 들려주는 꿈과 좌절의 이야기이자 몹시도 가난한 아이슬란드 여행기다. 그에게, 우리에게 인생은 정말 무엇일까?

“이런, 볼 장 다 봤다!”
반백수 소설가 지망생이 아이슬란드에 가야 했던 이유

아이슬란드는 국민 열 명 중 한 명은 작가, 여섯 명 이상은 음악가인 나라다. TV 시청률 황금시간대에 독서 토론회가 편성돼 있고, 세계에서 인구 대비 출판율이 가장 높다. 1인당 GDP가 5만 달러를 넘고, 북유럽 국가 중 노동 시간이 가장 길다. 유엔이 발표한 2017 세계행복지수에서 3위를 기록한 나라. 더불어 해마다 최다 관광객 수를 경신하는 인기 관광국으로, 지금도 화산과 빙하가 ‘움직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땅덩어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아이슬란드의 풍광을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하는 수식어는 대략 다음 세 가지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다른 행성에 불시착한 느낌이다”, “죽기 전에 반드시 두 번은 가야 할 여행지다.”

위의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나라이지만, 30년 가까이 소설가 지망생으로 살아온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의 작가 강은경이 이 나라를 찾은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아이슬란드는 무엇보다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다. 어떻게 실패를 찬양할 수 있느냐고? 강은경 작가도 그것이 궁금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에릭 와이너가 쓴 《행복의 지도》를 읽으며 강은경 작가가 고개를 갸웃했던 부분은 에릭 와이너가 음반 가게를 운영하는 아이슬란드인 라루스를 만나는 대목이었다. 라루스는 아이슬란드에서는 실패가 낙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되려 실패를 찬양한다고. 《행복의 지도》에서 정리된 바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에서 실패는 성공이라는 메인 코스를 위한 애피타이저가 아니라 진짜 메인 코스다.
강은경 작가는 실패를 찬양한다는 말을 확인하고 싶었다. 누가 뭐래도 자신은 인생 실패자니까, 아이슬란드에 꼭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72페이지) 그곳에 가고 싶었다. 기이한 풍광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내 코와 입으로 공기를 마시고, 내 발로 그 땅을 걸으며 내 손으로 만져 보고 싶었다.” 더군다나 나는 아이슬란드에서 찬양받아 마땅한 ‘인생 실패자’ 아닌가!

죽을 만큼 힘들고, 눈물 나게 외롭고, 아찔하도록 위험했지만,
당신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풍성해졌다
당신이 귀 기울여 주기만 한다면

불행히도 아이슬란드는 물가가 비싼 나라다. 햄버거가 2만 원쯤 하고 생맥주 500cc 한 잔이 만 원 정도 한다. 이에, 반백수 작가가 선택할 수 있는 여행 방법은 야영과 히치하이킹이었다.

(70페이지) 나중에 백경하 씨가 고백하기로 그때 그의 속마음은 이랬다고 한다. ‘정신 나간 아줌마 아니야? 고작 300만 원 들고 아이슬란드에서 두 달 동안 혼자 여행을 하겠다고? 일주일 경비로도 부족한 돈으로? 완전 미친 짓이지. 눈치 없이 여기저기 민폐 끼치고 다니면서 한국 사람 얼굴에 똥칠하는 거 아니야?’

71일간의 히치하이킹 여행으로 작가가 얻어 탄 차는 60여 대. 세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모두가 다시 보지 못할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함께하는 ‘지금’에 충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꿈틀대며 움직이는 땅을 보며 자연의 일시성을 수시로 지각하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라고 묻지 않고 “지금 뭐하고 싶어?”라고 묻는다는 말처럼.
죽을 고비도 맞았다. 작가가 여행하던 당시 아이슬란드는 50년 만의 악천후였고, 인적 드문 광활한 대지에 화산과 용암사막과 빙하지대가 끝도 없이 펼쳐지는 아이슬란드에서는 종종 조난당하는 여행자가 있다. 게다가 강은경 작가에게는 GPS도 없었고, 하다 못해 장갑이나 트레킹 스틱도 없었다.

(419페이지) 나는 그동안 GPS, 나침반, 호루라기, 스틱 같은 오지 트레킹에 필요한 장비 하나 없이 혼자 트레킹을 하고 다녔다. 이건 뭐 배포가 두둑한 건지, 무모한 건지, 무식한 건지. 이번에도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나서게 됐다.

물집 잡힌 발바닥과 까맣게 들뜬 발톱, 까진 손바닥, 젖은 등산화로 작가는 아이슬란드 구석구석을 돌았다. 아이슬란드에 가면 꼭 가 봐야 한다는 골든서클이나 블루라군은 물론이고 영화 《인터스텔라》의 배경지인 스비나페들스예퀴들, 스카프타페들 등의 국립공원, 달비크의 고래투어, 호른스트란디르와 뢰이가베귀린의 트레킹까지. 여행 30일이 넘어가면서부터는 현지인이든, 관광객이든 모두 그의 여행에 감탄했다. 물가가 비싸서인지 아이슬란드에서는 장기 여행자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보니 몸무게가 11킬로그램이 빠져 있었다. 한마디로, 지독하게 고단하고 가난한 여행이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소설가는 되지 못했지만 오늘도 쓴다

친구들 앞에서 ‘절필 선언’까지 했지만 작가는 아이슬란드 여행기를 썼다. 원고지 1,700매의 여행기를 완성하고 대형 출판사 중소 출판사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투고했다. 서른두 군데 출판사 중 거절의 답장을 준 곳이 여섯 곳, 나머지는 묵묵부답이었다. 이 책은 서른세 번의 투고 끝에 빛을 보는 작가의 첫 책이다.

(453페이지) 이름도 모르는 할머니에게 그동안 버겁게 끌어안고 다니던 비밀을 누설하듯, 고해성사를 하듯 내 인생의 추레한 그 시간들, 결혼 실패, 꿈 실패, 사랑 실패를 펼쳐 놓았다.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다. 실례이다 못해 무례한 짓일 수도 있는데. 후우~ 내가 얘기를 다 끝내고 긴 한숨을 토하는데, 할머니가 물었다.
“당신, 인생 실패한 사람 맞아요?”

이 책을 두고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나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를 떠올리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책을 떠올리든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은 ‘새로운 작가의 발견’이라는 기분 좋은 독후감을 안길 것이다. 강은경 작가는 쉰이 다 되도록 매년 신춘문예에 응모했고 남들이 새해 계획을 세우는 1월 1일마다 탈락의 쓴맛을 봐야 했지만, 그렇기에 아이슬란드로 떠났고, 이 여행기에 소설가가 되기 위해 단련한 문장들을 펼쳐 놓았다.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에서 71일 히치하이킹 여행기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의 ‘강’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 사람이지만, 독자들에게 ‘강은경’이라는 이름은 ‘꼭 기억해 두어야 할 작가’로 새겨지길 기대해 본다.

책속으로 추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명대사도 떠올랐다. 월터가 사진작가 숀에게 묻는다. 히말라야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눈표범을 봤을 때였다. “언제 찍으실 거예요?” 숀이 대답한다. “가끔 안 찍을 때도 있어. 정말 멋진 순간에, 나를 위해서. 이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아. 그냥 이 순간에 머물 뿐이야.” “머문다고요?” “그래, 바로 이 순간.”
사실,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는 행위는 몰입을 방해한다. 자연과 깊이 동화되고 감화될 틈을 주지 않는다. 사진의 각도, 구도, 빛 등을 생각하기에 바쁘다. 한자리에 오래오래 머물며 찍으면 모를까. 거추장스럽고 불편해 필요악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솔직히 어떤 때는 집어던져 버리고도 싶었고. 그러니 오히려 잘됐다. 잘된 거다. 오롯이 나의 오감만으로 자연과 합일해야겠다. ‘순간에 머무는’ 황홀경을 즐기자. _407페이지

나는 시커멓게 땅이 타 버린 검은 사막에서, 절대적인 고독감과 고요 속에서 혼자 걷고 있었다. 가끔 트레커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현실감도 원근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심장이 터질 듯 숨이 가쁘고, 가죽이 벗겨져 나갈 듯 발바닥이 뜨겁고,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러 대도 나는 황홀감에 젖어 있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게 고통스러워도 정신은 어느 때보다도 충만했다. _462페이지

추천사

정이현(소설가)
아이슬란드, 얼음의 땅. 그곳에 ‘얼음’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너무 아름다워서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는 따뜻한 곳이지만 아무한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바이킹들이 일부러 그렇게 지었다는 것이다. 아이슬란드는 아주 먼 곳에 있다. 가는 길도 힘들고 복잡하다. 그러니 여기에서 출발하는 여행자에게는 기필코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른 곳이 아니라 반드시 아이슬란드에 도착해야만 하는.
이 책은 한 여성이 아이슬란드를 여행한 날들의 기록이다. 그가 아이슬란드에 꼭 가야만 했던 이유는 ‘실패가 낙인이 되지 않은 곳, 실패를 찬양하는 곳’이어서다. 그는 혹시 자신의 삶이 실패자에 가깝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의 좌충우돌 아이슬란드 여행기는 특별한 매력으로 가득하다. 고단하고 유쾌하며 대책 없고 쓸쓸하다. 그리고 무척 재미있다. 책을 덮고서야 내가 읽은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아무와도 바꿀 수 없는, 아무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단 하나의 특별한 인생이었다.

목차

프롤로그
아이슬란드 지도
사진들

1장 이런, 볼 장 다 봤네!
누가 뭐래도 인생 실패자니까
없는 건 돈, 가진 건 시간
표절 스캔들과 메르스를 뒤로하고
나는 왔다
모르는 사람들의 졸업식
골든서클
의존하기도, 양보하기도 싫으니
섬의 시간, 사람의 시간
죽음을 불사하는 열정
목장 할머니 크리스틴
고마워, 나의 수호천사
생선공장 견학
아으, 여기가 천국이다!
페타 레다스트! 페타 레다스트!
블루라군
여행자도 요리사도 아닌 그 무엇
그의 몸속엔 어떤 길이 흘러갈까
생애 최고의 바람
다시 홀로 여행자로

2장 50년 만의 악천후
검은 모래 해변 비크
<인터스텔라>의 얼음행성
스카프타페들 트레킹
다가갈수록 멀어지듯
이혼한 여자들의 하이파이브
50년 만의 악천후
패키지여행자들
미바튼에서 지구의 비밀을 엿보다
갈 수 없는 길이라는 걸 모르고
가흐르와 캐롤
다시, 미바튼에
인랜드를 관통하다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자살하나요?
쥘 베른을 따라서
너무 늦어 버린 소망
“나는 몰랐어요”
플라테이 섬의 장례식과 결혼기념식
바닷새들의 천국
프랑스 부부의 슈퍼 캠핑카
“38일째라고요?”
오지 하이킹, 해낼 수 있을까?
호른스트란디르 하이킹 첫날
호른스트란디르 하이킹 둘째 날
호른스트란디르 하이킹 셋째 날
죽다 살아났구나
꼭 무언가가 되어야 할까?

3장 나는 정말 실패자일까
남의 차를 타고 서에 번쩍 북에 번쩍 아퀴레이리에서 꽃씨를 얻다
달비크에서 고래투어
뜻밖의 행운
대구잡이 배에 오르다
세상 끝에 서서, 혼자
퍼핀 고기와 고래 고기
다시 레이캬비크
강. 은. 경. 내 이름을 불러준 에바
다시 심장이 뛴다
나는 사진작가 숀이 아니니까
카메라도, 스마트폰도 없는 여행자
뢰이가베귀린 트레킹 첫날
뢰이가베귀린 트레킹 둘째 날
작가로 성공한 삶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고문 따위
왼손은 아메리카에, 오른손은 유럽에
당신, 실패한 사람 맞아요?
뢰이가베귀린 트레킹 셋째 날
뢰이가베귀린 트레킹 넷째 날

에필로그

본문중에서

이제 나는 쉰셋이 됐다(깜짝이야!).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돋보기안경을 쓰면서 시작됐다. 어느 날부턴가 사물들이 뭉개져 보였다. 더는 책을 읽을 수 없게 됐다. 글자들이 탁한 물속에서 헤엄치는 치어 떼처럼 보였다. ‘노안’이라고 했다. 퍽!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늙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자각하게 만든, 일생일대 사건이었다. _67페이지

예행연습. 실전처럼 배낭 두 개에 짐을 다 꾸렸다. 총 무게 25킬로그램. 배낭 두 개를 앞뒤로 지고 메고 집을 나섰다. 오디랑 버찌가 까맣게 익어 가던 늦봄이었다. 논에선 여린 벼 잎이 연초록 물결처럼 바람에 살랑거렸다. 마을을 내려가 만수천 계곡의 삼화다리를 건너 입석마을 비탈길을 타고 산을 넘어가 실상사까지 3킬로미터쯤 걸었다. 녹초가 됐다. 이 짐을 지고 67일 여행이라니. 덜컥 겁이 났다. 정말 미친 짓이다 싶었다. 하지만 이 여행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_76페이지

“지금 내가 소설을 버리면, 뭘 붙들고 살지? 지나간 시간은, 앞으로의 시간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래, 재능은 쥐뿔도 없으면서 너무 오래 붙들고 있었어. 그러느라 놓치고 버린 소중한 것들이 너무 많아. 그러니 지금 와서…….”
‘왜 소설을 쓰냐’는 질문에 나는 ‘왜 소설을 그만두지 못하는지’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때 차마 떨구지 못한 내 늙은 눈물을 제훈이는 봤을까. 그가 진지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누나, 누나 얘기를 써요. 소설보다 재밌잖아요.” _120페이지

사실 나로 말하자면 히치하이킹 경력이 만만치 않다. 시골집에서 읍내를 오고가던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에 있는 폐사지를 찾아다닌 답사여행 중에도,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지리산 산골마을에서까지 수십 년간 히치하이킹을 해 왔다. 길 위에서 나는 능숙한 히치하이커였다. 한번은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와 밀란 쿤데라의 <히치하이킹 놀이>를 인용하며 나의 히치하이킹 경험담을 〈오마이뉴스〉에 올린 적이 있다. “겁대가리 상실했다”느니, “죽으려고 환장한 여자”라느니 하는 댓글들이 무지하게 달렸다. _138페이지

“페타 레다스트Peta reddast!”
불쑥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잘될 거야!’ 아이슬란드어였다. 페타 레다스트! 페타 레다스트!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이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났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들이라고 했다. 인간이 생존하기 힘든 척박한 땅, 세상과 외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서 1년의 몇 개월을 어둠에 휩싸여 살면서도 그렇다고 했다. 은행에 돈이 없어? 페타 레다스트! 경제가 불황이야? 페타 레다스트! 화산 폭발로 용암과 화산재가 경작지를 덮었다고? 페타 레다스트! 나도 그 말을 주문처럼 중얼거렸다. 페타 레다스트, 페타 레다스트! _140페이지

46억 년 된 지구의 역사에 비하면 아이슬란드는 지구에서 가장 어린 땅 중에 한 곳이다. 나에겐 아메바 운동을 연상시키는 나라인데, 아이슬란드 소설 <링로드를 달리는 여자>에서는 “비에 젖은 불쌍한 떠돌이 강아지가 발을 질질 끌고 있는 모습”이라고 묘사했다. 영화 〈노이 알비노이〉에서 노이는 세계전도 속의 아이슬란드를 바라보며 침을 뱉어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상적인 표현들이다. 호랑이를 닮았다는 나라에 살아서 그런가(나 어렸을 때는 공식적으로 토끼를 닮았다고 표현했는데, 언제 바뀐 거지)? _175페이지

시카는 ‘오늘 아침에는 샌드위치를 먹었어요’라고 말하듯 담담한 목소리로 자기는 이혼녀라고 말했다.
“나도 20여 년 전에 이혼했고 혼자 살아요.”
나 역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운전대에서 오른손을 떼어 내게 하이파이브를 청해 왔다. “와우!” 우리는 손을 짝 마주쳤다. 그러고는 둘이 큰 소리로 웃었다. ‘사랑하지 않는데 결혼제도 속에서 함께 사는 것은 고통’이라는 말을 누가 했던가? 그 고통에서 벗어난 두 여자의 통쾌한 웃음소리가 차 안에 퍼졌다. _202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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