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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당한 베토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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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베토벤에 대한 성찰 에세이와 짧은 이야기를 하나로 묶은 책

    이 책은 슈미트의 ‘내 삶의 스승이었던 음악가들’ 시리즈 중 하나로 음악가에 대한 향수를 갖고 살아간다는 작가의 고백과 잘 어울린다. 그 시리즈의 첫번째 책, [모차르트와 함께한 내 인생] 역시 한국에 소개되어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우리는 이제 이 책에서 베토벤을 만난다. 고전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남다른 열정을 가진 작가의 글을 따라 읽으며 우리는 베토벤의 음악적인 상상이 펼쳐지는 신비한 작업실로 들어가 머무르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이토록 많은 바보들이 살아 있는데 베토벤이 죽고 없다니!

    베토벤은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고귀한 장소가 있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1960년 3월 28일, 나의 어머니는 쌍둥이 에릭과 엠마뉴엘을 낳았다. 어머니는 점성술사로부터 쌍둥이 중 한 아이는 작가가 될 운명을 지녔고, 다른 아이는 음악가가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며칠 후, 병원에서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두 아이 중 하나가 이불 속에서 질식사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러나 음악가가 될 아이와 작가가 될 아이, 둘 중에 누가 죽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어머니는 살아남은 아이에게 ‘에릭 엠마뉴엘’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아이는 자신의 소명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도 음악과 문학 사이에서 그 질문을 하고 있다. 혹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내 운명이 아니라 죽은 형제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이 이야기는 내가 지어낸 것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엔 한 가지 진실이 들어 있다. 작가가 되었지만, 나는 언제나 뒤에 남겨놓고 온 음악가에 대한 향수를 갖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 나는 끊임없이 음악과 대화를 한다. 음악은 내가 다른 무엇보다도 우위에 놓는 예술이다. 나는 내가 쓴 문장 속에서도 음악을 찾고, 노래나 오페라를 들을 때에는 그 멜로디에 나만의 문장들을 입히곤 한다. 어쩌면 나는 음악을 더 잘 듣기 위해서 책을 쓰는 건지도 모른다.”

    인류가 잊고 있었던 베토벤의 메시지, 그 아찔한 불씨가 우리를 깨운다!
    그의 생애 전체가 더 크게, 새롭게, 거칠게, 놀랍게, 도발적으로 메아리친다.


    독창적이고 야성적이며 자기만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과 이별하고 동시대의 가치관, 규칙, 편견과 포옹하고 입을 맞추며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 실망스러운 인간들과 적당히 부대끼며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을 즈음, 나이 마흔에 중년의 슈미트는 덴마크의 한 미술관에서 소년 시절의 영웅, 베토벤과 재회한다. ‘지금까지 너의 그 젊음을 갖고 뭘 했느냐’는 물음 앞에서 슈미트는 과거의 법정으로 돌아가 홀로 서 있게 된다. 그의 귓속엔 음악교사 보 탕 로크 부인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지. (…) 이 바보들은 그냥 존재만 하는 게 아니야. 아주 잘 들리는 귀를 갖고 행복한 모습으로 끈질기게 살아가지. 베토벤은 귀도 멀고, 결국은 죽기까지 했는데 말이야!”
    ('살해당한 베토벤을 위하여' 중에서/ pp.20~21)

    부서지기 쉬운 청소년기에 기권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며 장애물을 뛰어넘도록 작가를 격려해준 베토벤. 슈미트는 베토벤이 실패한 테너이자 술꾼인 아버지, 하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그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베토벤의 무기는 용기와 고집스러움, 낙천주의다. 온갖 불행과 장애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생의 황혼기에 환희의 찬가를 작곡했다. 그는 운명이 음악을 듣지 못하게 하자, 고통 속에서도 머릿속에서 스스로 음악을 창조해냈고, 운명이 그에게 기쁨을 빼앗아가자 자기 안에서 스스로 기쁨을 만들어 교향곡 9번에서 마음껏 표현했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그 기쁨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염시켰다. 그는 우리의 영웅이기 전에 이미 자기 삶의 영웅이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으로 구성된 교향악단들이 수세기 전부터 이 열정적인 작품을 연주해왔다. 비록 서툰 연주일지라도, 활력을 주는 힘과 낙천성을 지닌 이 격정적인 작품은 비가 올 때나 전쟁의 포화 속에서나, 연주될 때마다 매번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하고 새롭게 해주었다. 베토벤의 작품 중 가장 숭고한 이 작품은 우리가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곡이다. 그 작품을 연주하고 듣는 것은 곧 예배다. 인류가 드리는 예배. 나이, 피부색, 사회계층,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이들을 받아들이는 예배이며, 우리가 고통을 극복하고, 환희 속에서 모험을 해야 한다고 가르쳐주는.
    ('살해당한 베토벤을 위하여' 중에서/ p.43)

    하지만 슈미트는 거듭 회의한다. 전체주의를 만들어내고,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일으키고, 산업화로 오염되어가는 땅 위에 원자폭탄을 터뜨린 20세기. 이런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인류가 진보하리라 믿을 수 있을까? 오늘날의 개인은 종말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는다…… 낙천주의는 수용소 안에서 죽어버렸다!

    아우슈비츠는 그저 한 장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대학살만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개개의 인간을 분쇄시키는 권력, 전체주의를 상징하고, 인간의 본질을 비워낸 세상을 상징한다. 아우슈비츠가 증명하는 것은, 과학과 기술에는 혹 진보가 있을지 몰라도, 인류 안에는 결코 진보가 없다는 사실이다. 철저한 실패.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은 더 선해지지 않았고, 더 똑똑해지지도 않았으며, 더 도덕적인 존재가 되지도 않았다. (…) 아무리 정보와 지식을 축적하고, 고도의 기술까지 통제할 수 있다 해도 개인의 불꽃이 없으면, 야만성 안에 정체되어 있을 뿐이다. 아우슈비츠는 유대인, 집시, 동성애자 들의 무덤인 동시에 희망이 매몰된 곳이다.
    ('살해당한 베토벤을 위하여' 중에서/ p.63)

    그는 인간의 여정이 전쟁터이며, 인간은 패배하여 그곳을 떠나도록 운명 지어졌음을 잘 알고 있다. 힘, 사랑하는 사람, 재능, 그리고 결국엔 생명까지도 잃고 이 세상을 떠나야 하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얻는 것이 없다. 내일이라는 시간이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약속은 우리의 패배다.
    ('살해당한 베토벤을 위하여' 중에서/ p.67)

    목표는 불완전한 인간의 조건을 바꾸는 데 있지 않다.
    목표는 이런 인간의 조건을 가지고 살아가는 데 있다.


    슈미트는 호소한다. 음악은 음악 이상의 무엇이라고. 음악가들은 음표, 화음, 리듬, 음색만을 우리에게 불어넣어주는 게 아니라 그들의 격정과 욕망, 세계에 대한 자신의 믿음까지 전달한다고. 영혼 가장 밑바닥, 우리의 영혼이 고동치고 호흡하고 감동하는 그곳에까지. 가장 내밀한 곳을 두드리며 들어오는 곡조들은 우리의 감정과 충돌하고 감수성을 자극하며 영혼을 위로한다. “우리의 내면을 음악보다 더 깊이, 더 빨리 건드리고 만지는 것은 없다.”
    (/ p.33)

    슈미트는 교향곡 9번에서 '창세기'를 목격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쓴다. 하지만 베토벤의 손에서 다시 쓰여지는 창세기는 창조주에 대한 경배가 아닌, 인간의 조건에 대한 디오니소스적 춤이자 폭발이다. 베토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랑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왔다. 오늘날 사색은 죽었고, 우리는 영적인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베토벤이라는 인물이 전 생애를 통해 증언한 인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우리를 깨우고 사랑의 불길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까? 베토벤은 한 인간이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힘을, 세계가 간직하고 있는 수천 가지 경이들을 믿었다. 그 힘은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한 문장이 이런 베토벤의 시각을 요약해준다. “세상은 깊다. 낮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다.”(/ p.74) 이젠 그의 메시지를 들어야 할 시간이다.

    내가 사랑하는 건, 살기 위해서야.
    나를 완성시키고,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지.
    알다시피 내겐 아무것도 없어. 실패만 무수히 했을 뿐이지.


    모노드라마로도 유럽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는, 소설 '키키 판 베토벤' 중에서/ p.의 주인공은 가눌 수 없는 고통 때문에 감정의 빗장을 아예 걸어 잠근 채, 의미 없는 수다를 떨면서 살아가는 60대의 냉랭한 여인 키키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자기를 좋아해주기를 바라는 조에, 양로원에서도 아직 남자들을 유혹할 마음을 먹고 있는 캉디, 모든 사람을 얕보며 이들이 자기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라셸, 이 세 친구와 함께 ‘백합 실버타운’이라 불리는 양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들의 삶에 어느 날 불쑥 나타난 베토벤의 데스마스크. 한때는 풍요로운 음악이 흘러나왔고 그들의 감정을 좌지우지했던 그가 침묵하고 있다. 그의 석고부조에서는 아무 선율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문득 자신들이 놓치고 살아왔음을, 무엇인가를 필사적으로 외면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이 무엇인지 각자 찾아보기로 한다.

    “고통의 깊이를 헤아리지 않으면, 용기의 깊이도 잃어버리고 말 거야.
    우리가 침묵을 피했기 때문에, 침묵 속에서 태어나는 음악을 더는 들을 수 없었던 거야.”

    베토벤은 눈을 질끈 감고라도 자신의 상처가 있는 부위 쪽으로 얼굴을 돌릴 각오가 되어 있지 않는 자에겐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다. 그 침묵 앞에서 키키와 그녀의 친구들은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볼 용기를 갖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 상처와 화해를 이뤄간다. 유년기에 겪어야 했던 유대인 대학살로 인한 상처, 계속해서 실패하는 사랑으로 인한 상처, 그리고……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들의 자살로 인한 상처…… 그 무시무시한 상처들로부터.

    “영웅적인 행위는 복수하는 데 있지 않고, 매일매일 매시간 힘을 얻어 살아가는 데 있더라. 왜 하필 나일까? 왜 나는 살아남았을까? 넌 이해 못할 거야. 결코 이해할 수 없지. 그러나 이해할 수 없어도 계속 가야 해. 그래야만 하는 거야. 용기라는 건 바로 그런 거야. 고집, 어둠 속에서도 계속 전진해가는 끈질김, 저 어둠의 끝에 반드시 빛이 있을 거라는 믿음과 희망. 키키, 넌 그것들을 사랑하고 있어. 비록 나처럼, 너도 사랑할 수 있는 재능을 받진 못했지만 말이야. 친구야, 석고부조에서 나는 이 소리가 들리니?”
    ('키키 판 베토벤' 중에서/ pp.129~130)

    주어진 운명과 조건에 꿋꿋하게 맞서며 만들었던 베토벤의 곡들은 어쩌면 저항하기 힘든 쾌락, 이기적인 안락, 처절한 경쟁, 상처난 자존심, 절망, 좌절, 불안 등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수많은 대적들 안에 포위되어 매일같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21세기의 우리를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목차

    살해당한 베토벤을 위하여
    키키 판 베토벤
    옮긴이의 말

    저자소개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Eric-Emmanuel Schmitt)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0.03.28~
    출생지 프랑스 리옹
    출간도서 9종
    판매수 820권

    프랑스 리옹에서 1960년 출생한 슈미트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프랑스 작가 중 한 명이다. 파리 고등사범학교 출신으로 수년간 철학을 가르쳐온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것은 아하가르 사막을 여행한 직후부터이다. 여행에서 얻은 내면의 깨달음은 그가 작가로서 새롭게 삶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어주었다. 1991년 [발로뉴의 밤]을 발표하여 촉망받는 희곡작가로 맨 처음 세상에 이름을 알렸고, 1993년에는 프로이트와 신의 만남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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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여자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불어를 전공하고, 프랑스 리옹 제2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좋은 책들을 소개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레 미제라블』 『작은 사건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전3권)』 『집시』 『토비 롤네스(전2권)』 『80일간의 세계일주』 『세계의 비참(전3권)』 『흙과 재』 『성경』 『대지에서 인간으로 산다는 것』 『신과 인간들』 『바다 아이』 『흉터』 『인생은 그런 거야』 『신은 익명으로 여행한다』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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