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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픽션 : 몸에 관한 일곱 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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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35세 이하 신진 예술가들의 연구 및 작품 창작 과정인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에 선정된 작가 7인의 픽션집이다. 목, 어금니, 머리통, 몸통, 자궁, 손, 엄지손가락 등 우리 몸에서 길어 올린 일곱 가지 매력적인 이야기가 실려 있다. 흔들리는 어금니가 드러낸 부부 사이의 속내를 그린 「틈」(나푸름)을 비롯해 폭력과 살인으로 얼룩진 ‘단’의 역사를 노래한 「불능의 천사」(양선형), ‘이야기’의 본질과 속성을 기발한 형식으로 녹여낸 「엿보는 손」(임현) 등 한국문학의 내일을 책임질 젊은 작가들의 매력적인 단편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출판사 서평

젊은 작가들의 몸에 관한 일곱 가지 픽션
목, 어금니, 머리통, 몸통, 자궁, 손, 엄지손가락……
몸이 들려주는 나와 당신, 우리의 이야기

김병운, 나푸름, 양선형, 유재영, 이진하, 임현, 차현지 등 7인의 젊은 작가가 ‘몸’을 테마로 한 일곱 편의 단편을 묶었다. 『바디픽션』은 서늘한 우화에서 동물농장식 SF, 시적인 느와르부터 미니얼한 초상까지 서사 형식이나 장르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펼쳐낸 책이다. 일곱 편의 작품은 몸을 세분화하거나 전체화해서, 혹은 몸 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개성과 스타일을 펼치며 동시에 색다른 조화를 만들어낸다.
여는 글에서 소설가 임현은 이 책의 작가들이 하나의 ‘몸’을 다르게 쓰면서 나름의 ‘대화’를 만들어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작가들이 몸의 어느 부분을 다루었는지, 그 부분에서 어떤 이야기를 끌어냈는지, 그리고 한 권의 책에서 어떤 대화를 만들어내는지 살피는 것도 『바디픽션』을 즐기는 방법일 것이다.

비슷한 신체 기관을 가졌으면서 생긴 건 많이 다르고 아픈 데도 다 달라서 여기에 대해서라면 뭐라 할 말이 많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무얼 쓴다는 게 꼭 그렇지 않나. 같은 말을 다르게 쓰면서 나름의 대화를 만들어내는 것. _여는 글 ‘몸을 읽히는 일’에서

픽션의 사전적 의미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창조해낸 사건’으로, 이 책에 실린 일곱 편의 작품은 젊은 상상력으로 재창조해낸 이야기 그 자체다. 독자들은 현실의 중력에서 조금 떠오른 듯한 순수한 이야기의 자장에 집중해 사건의 흐름과 심리를 따라가면서, 픽션의 재미에 푹 빠지는 몰입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픽션이라는 몸을 입고 『바디픽션』에 도달한 일곱 개의 몸을 만나본다.

김병운, 「말 같지도 않은」
언제부터인가 시작된 만웅의 ‘삑싸리’는 국어 시간에도, 수학 시간에도, 과학 시간에도 이어진다. 한 아이는 선생님의 삑싸리가 등 뒤에 매달린 귀신 때문이란다. 할 말이 있어서 목을 조르는 거라는데, 나한테 그런 사람이 어딨다고. 그때 만웅의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은 두 해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엄마다. 만웅은 엄마와의 마지막 만남, 그날의 분위기를 떠올린다. 그래서 엄마가 하려던 말이 도대체 뭔데.

나푸름, 「틈」
그녀의 어금니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의사는 교정을 하는 수밖에 없다지만, 그들이 계획한 미래에 망가진 치아 같은 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녀는 확신하는데, 남편은 끈질기게 교정을 권한다. 그에게 다른 여자라도 생긴 걸까? 아무리 열심히 닦아도 틈 사이로 들어간 음식물은 썩어버리고, 그와 그녀의 관계도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를 뽑아버리고 나면, 그와 그녀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양선형, 「불능의 천사」
나는 사무장의 지시로 단장님이 도처에 뿌린 부주의한 씨앗들 가운데 하나인 소년을 돌보게 된다. 이 건방진 애송이는 그 존재만으로도 폭력과 살인으로 얼룩진 단의 역사를 증명한다. 드럼통 안의 사체와 결박된 포로들, 휩쓸린 난파선… 붕괴하는 언어들이 나를, 쓰는 나를, 그 세계를 목도하는 나를 휩쓸어버린다. 그리하여 마침내 불능의 천사가 눈을 뜬다면 재림이 될 것인가, 재앙이 될 것인가.

유재영, 「목하의 세계」
인간의 몸이 휘발하기 시작한다. 아무런 징조나 조짐도 없이. 나는 목화와 함께 다세대주택에 사는 구역민이다. 어느 날 로커에서 식량을 배급받아 오는 길에 몸을 주워온다. 그날 이후 목하와 나는 몸 이양 작업을 맡게 된다. 신청인으로서 공소를 방문하는 낯선 존재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조금씩 세계의 윤곽이 드러난다. 마침내 관에 맞서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나서는 이주민들. 그들이 만난 세계는 어떤 모습인가.

이진하, 「가방소녀」
저 사람이 들고 있는 우산으로 우리 아가의 눈을 찌르면 어쩌지? 갑자기 번개가 내리꽂히면? 그나저나 저 자동차는 왜 이렇게 빨리 달리는 거야? 갓 태어난 아이를 세상에서 보호하기 위해 미라 씨는 특별한 방법을 선택한다. ‘춤’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한 소녀가 거치는 남다른 여정.

임현, 「엿보는 손」
우연히 읽게 된 유제호의 소설에 나는 큰 충격을 받는다. 왜? 내가 썼으니까. 세상은 넓고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은 빈번히 일어난다. 하지만 대부분 설명하기 어려운 것일 뿐 뚜렷한 인과관계로 엮여 있다. 그런 부분을 필연으로 채우는 것, 그게 소설가의 역할 아니겠는가. 그런 나에게 유제호는 뜻밖의 고백을 하고, 그를 만나러 갔다가 내가 맞닥뜨리게 되는 진실은?

차현지, 「트릭」
도는 수많은 회고록과 평전을 출간한 전기 작가이다. 그런데 여든을 넘기면서부터 그의 몸과 정신, 특히 기억 체계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다. 그는 자신이 전기 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해준 자살한 친구, 치매에 걸려 요양 시설에 갇힌 채 세상을 떠난 아내, 마술이라는 완벽한 허구 속으로 들어가길 원하는 손자에 대한 회고를 거쳐 마침내 자신이 지독한 시기에 당도했다는 걸 깨닫는다.

2017년 우리에게 찾아온 봄은 여러 의미에서 특별하다. 이 계절의 시작에서 젊은 작가들은 묻는다. 소설 읽는 시절이 다시 찾아올까? 이야기가 주는 순수한 기쁨을 다시 만끽할 수 있을까? 『바디픽션』은 이러한 열망이 만들어낸 소중한 결과물이며, 기성 문단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판을 통해 보다 다양한 독자들과 만나고자 하는 젊고 유망한 신진들의 실험이자 도전이다.

목차

여는 글 몸을 읽히는 일 | 임현 004

말 같지도 않은 | 김병운 011
틈 | 나푸름 037
불능의 천사 | 양선형 063
목하의 세계 | 유재영 099
가방소녀 | 이진하 131
엿보는 손 | 임현 145
트릭 | 차현지 175

본문중에서

나한테 할 말이 있는 사람이라. 죽어서도 내 목을 조르고 있을 만큼 나한테 맺힌 게 있는 사람이라. 만웅은 피해 같은 건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으므로, 그리고 그 생각을 별 무리 없이 실천하며 살아왔다고 자신했으므로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큼 잘못한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에이, 나한테 그런 사람이 어딨다고. 있을 리 없잖아. 아닌가. 있을 수도 있나. 있는 건가._김병운, 「말 같지도 않은」에서

“당신, 내 앞니가 좋다며.”
“내가?”
“그래, 연애할 때 몇 번이나 귀엽다고 했어.”
“그렇지만 당신도 나이를 먹을 거 아냐. 중년이 되고서도 앞니가 나온 게 귀여울 수는 없어.”
말을 마친 그는 슬쩍 고개를 들어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_나푸름, 「틈」에서

그가 열쇠로 방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방 안으로 들어섰을 때 소년은 알몸이었다. 방은 싸늘했다. 소년은 침대에서 굴렀던 모양인지 바닥에 몸을 밀착하고 누워 있었다. 전신이 참혹하게 멍들어 있었는데 모두 구타의 흔적을 연상시켰다. 그는 소년의 맥박을 쥐어보았다. 맥박이 경미하게 뛰고 있었으며 그는 큰일이 났다고 생각했다. 큰일이 났다. 그는 장롱에서 몽둥이를 꺼냈다. 소년의 갈빗대를 겨냥해 몇 차례 휘둘렀다. 소년의 몸이 미약하게 동요했다. 숨이 멎었다. 그는 몽둥이를 내팽개치고 소년의 면전에 무릎을 꿇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_양선형, 「불능의 천사」에서

첫 번째 대상자가 왔다. 관에서는 방문 일시와 특이 사항에 관해서만 언급했다. 자동 번역 장치를 켜두고 대상자의 요구 사항을 청취할 것. 이양 직후 매뉴얼에 따라 적응 교육을 실시할 것. 그날 공소에서 목하와 내가 처음으로 맞이한 종은 고양이였다. 이따금 마른 빵 부스러기와 물을 내주곤 했는데, 문득 그 고양이가 현관문을 앞발로 긁고 있다는 걸 알았다. 고동색 태비 무늬의 성묘였다. 목하와 나는 자동 번역 장치를 통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_유재영, 「목하의 세계」에서

미라 씨는 가방소녀를 위한 것이라면 뭐든지 했어요. 매일 새로운 장난감을 가방 안에 넣어주었고 동화책도 하루에 스무 권씩 읽어주었지요. 저녁이면 가방을 끌어안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러주었어요. 가방소녀가 잠들 때까지 몇 번이고 말이에요. 가끔은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엄마 몸속에 네가 지내던 가방이 있단다. 그만큼 안전하지는 않겠지만 이 가방도 아주 튼튼해. 너를 지켜줄 거야. 네가 어른이 될 때까지 말이야.” _이진하, 「가방소녀」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그래,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하나씩 차근차근 이해해보자. 이런 결과를 만든 원인을 찾아보자. 인과적으로. 그래, 인과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들이 생겼나? 문을 열었는데 진짜 유제호의 시체가 누워 있으면 어떡하나? 그러니까 내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가? 나를 몰락시키려는 게 다 누구 때문이야? _임현, 「엿보는 손」에서

도는 자신이 꾸려왔던 삶을 점검해보기 시작했다. 타인의 생을 뒤적거리며 벌어들인 돈과 명성. 친구의 자살마저 질투하던 젊은 시절. 병치레를 감당하지 못해 쫓아내듯 요양 시설에 가둔 아내. 그럴듯한 실패 없이 삶을 연명해왔다는 열패감. 했어야 할 일들을 차마 하지 못한 채 놓쳐버린 시간. 자신이 추려낸 인생의 꼭지에는 밑줄 그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였다. 무의식적으로 엄지를 만지던 도는 드디어 자신이 지독한 시기에 당도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런 촉감도 느껴지지 않는 엄지처럼, 모든 게 둔감해져버린 시기에 비로소 안착했다는 걸. _차현지, 「트릭」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86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4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나푸름, 양선형, 유재영, 이진하, 임현, 차현지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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