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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사회 : 소설가 앨더와 화가 질로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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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소설가 리사 앨더와 화가 프랑수아즈 질로
    우아하고 당당한 두 여성의 삶이 교차하며오늘날 여자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두 예술가의 우정의 기록이 여자들의 삶에 관한 담론이 되다
    [여자들의 사회]는 미국의 소설가이자 페미니스트인 리사 앨더와 한때 피카소의 연인이자 뮤즈였던 프랑스의 화가 프랑수아즈 질로가 여성으로서의 그들의 삶, 그리고 문화예술 전반에 관해 나눈 대화를 한데 엮어 펴낸 책이다.
    파리에 있는 질로의 미술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지곤 했던 두 예술가의 지극히 사적인 대화는 다만 오랜 우정에서 비롯된 쾌활한 의도로 테이프에 녹음되었다가 곧 책에 대한 아이디어로 이어지게 되는데, 그렇게 탄생한 대화집이 바로 [여자들의 사회]다.

    출판사 서평

    두 여인의 이야기는 각자의 어린 시절 가정환경부터 시작해 개인적인 인생사로 흐른다. 하지만 여기에는 20세기의, 그리고 현재까지의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는 방대한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이 실려 있다. 이것은 문학과 예술과 패션이라는 흥미로운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본, 여자들의 삶에 대한 놀라운 담론으로 확장된다.
    질로에 의하면 모든 여자들은 라콩투즈, 즉 타고난 이야기꾼이고 경청자이다. 그러나 친밀한 관계에서만 참여가 허락될 그들의 진솔한 대화를 외부인이 듣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자들의 사회]는 여인들의 그러한 내밀한 대화를 독자로 하여금 엿듣게 해준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살롱에 초대되어 연신 고개를 끄덕여가며 두 예술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우아하고 치열하며 지적인 대화. 역사, 문화, 예술 등 전방위적 분야를 다루다
    사적인 대화가 으레 그렇듯이 앨더와 질로의 대화 또한 종종 길을 잃고 주변부로 가지를 펴 나가는 것 같은 모양새를 보인다. 그렇지만 이 점이 오히려 진짜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대화집이라는 형식에 있어 충실함을 보장해주는 동시에, 그 내용에도 풍성함을 부여하는 것이다.
    앨더와 질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냉전, 베트남전쟁 등의 전쟁을 가로지르며 전쟁이 직접적, 간접적으로 그들의 삶과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한편, 패션과 페미니즘,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프랑스와 미국 그리고 영국을 비교하며 그것들 사이에 나타난 유사점과 차이점의 문화적 맥락을 분석한다.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두 관점에서 바라본 사랑, 철학, 예술, 문학 따위를 놓고 의견을 공유하는 등 그들은 각자의 생각과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필요한 논점을 끌어내 대화를 이끌면서 창작의 욕구와 예술의 가치를 심도 있게 논한다.
    대화 중에 언급되는 화려한 백화점에서의 쇼핑처럼 온갖 지식과 사상의 진열창 사이를 거닐다 보면, 어느덧 여성으로 살면서 경험하고 부딪힌 딜레마와 장애, 그것을 극복해낸 삶이 주는 보상, 그리고 계속해서 헤쳐 나가야 하는 도전들이라는 주제에 이르게 된다.
    솔직한 대화이니만큼 두 사람은 의견의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을 도저히 좁힐 수 없을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치열할지언정 결코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이것이 진짜 여자들의 대화이며, 진정한 여자들의 사회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여자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다
    사회문화예술 전반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해도 그 저류에 뚜렷이 존재하며 이 모든 대화에 동력을 부여하는 것은 역시 여성으로서의 삶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두 여성의 삶, 그리고 윗대 여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살아오면서 부닥쳤던 각종 난관은 각자의 문화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타인에게서 받은 비난과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여성에게 가해지고 강요되는 폭압과 종속성은 세상의 역사와 함께 여성의 역사로 흘러내려오며 아랫대에도 줄곧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쳐왔고, 각 문화의 근저에 깔려 좀처럼 깨지지 않는 단단한 관념으로 고착돼왔다. 사회의 신분 질서와 함께 여성의 위치를 바꾸는 뜻밖의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 전쟁만 보더라도 그 원인은 결국 남성이라는 강제된 주체의 소멸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과 프랑스라는 두 문화의 젠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상이하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의 여성을 향한 성적 대상화 문제에 대해 앨더와 질로는 확연한 태도의 차이를 보인다. 앨더는 그것을 명백한 모욕으로 해석하는 반면 질로는 일종의 유희로, 그리고 여성성에 대한 확인으로 받아들이는 듯 보인다. 이는 젠더 문제는 결국 한 문화가 가진 그것의 역사와 관련하여 발생해온 것이며 그렇기에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해당 문화의 역사와 문화를 통한 맥락 짚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이, 너무나 많은 것들을 말해 주제를 쉬이 특정할 수 없는 [여자들의 사회]가 말하는, '여자들의 사회'인지도 모른다. 명확한 해답을 내놓거나 어떤 기준에 근거한 분명한 태도를 권하지는 않지만, 듣는 이(독자)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도식에 갇혀 경직돼 있던 그것에 유연함을 되찾아줌으로써, '여자들의 사회'에서 '여자들의 사회'를 바라보며 '여자들이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내 상상 속에서는 이 지적이고 창의적인 두 여인이 마치 미술관의 야외 정원이나 프랑수아즈의 작업실에서 향기로운 차 한 잔을 놓고 길고 긴 대화를 나누는 듯하고, 우리는 그 대화를 엿듣는 호사를 누리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또한 자서전이나 에세이를 읽을 때보다 더 편안하고 느긋한 자세로 질로의 어린 시절과 피카소 이후 그녀의 삶과 프랑스 패션의 변천사를 듣고, 리사 앨더의 소설 창작 과정과 미국 남부의 여성들과 미국 페미니스트의 역사를 접한다. 마치 누군가의 살롱에 초대받아 앉아 있거나 TV의 대담을 시청하듯이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는다. (...)
    프랑수아즈가 말한 대로 여성은 타고난 이야기꾼이고 경청자이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서 과거를 새롭게 해석하고, 삶에서 긍정적인 면을 끌어내고, 상처를 치유하며, 꿈을 다시 찾곤 한다. 나는 가끔 친구들을 만나고 오면 우리 사이에 오간 이야기들을 오후의 수다로만 흘려보내기에는 그것이 너무나 아깝고 소중하게 느껴져서 내 일기에 대화체 그대로 적어놓기도 했었다. 그것만으로도 한 편의 훌륭한 에세이가 되고, 소설의 한 장면이 될 듯했다.
    우리는 남성 예술가의 그림자에 가려져 뮤즈나 조력자로만 그려졌거나, 묵묵히 자기 길을 걸으면서도 자기를 드러내지 않았던 여성 예술가의 숨겨진 이야기를 더 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인생의 이야기 또한 꼼꼼히 기록하여 영감을 찾고 있는 젊은 여성들이나 우리 다음 세대에게 다시 들려주어야 한다.

    목차

    서문
    1. 전쟁의 방
    2. 버지니아 클럽
    3. 레이스를 품은 전쟁
    4. 윗대 여인들
    5. 리틀 블랙 드레스
    6. 흰옷을 입은 예식들
    7. 영국의 푸르고 평화로운 들판
    8. 중용
    옮긴이의 말
    인물 설명

    본문중에서

    1 전쟁의 방
    2차 대전 중에 프랑스 여인들이 전쟁은 아랑곳없이 너무나 멀쩡히 일상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왜냐하면 언제나 고고하고 화사한 모습을 유지했거든요. 사실 그 시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한 모자를 쓰기도 했어요. (...)
    실상은 이래요. 독일인들이 비실용적인 목적으로는 새 천을 사용하지 못하게 금지해서 궁여지책으로 다락방에 있는 오래된 천들을 찾아내 모자를 만들어 썼던 겁니다. 또 하나, 독일인들의 신경을 긁고 싶어서, 우리 프랑스 사람들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 겁니다. 파리는 패션의 도시이고, 그들이 우리를 억압하기 위해 어떤 짓을 일삼아도 우리는 여전히 패션의 도시에 살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고 싶어 했던 겁니다.
    (/ p.36~37)

    어쩌면 우리는 학교 역사 시간에 배운 것들과 저녁 식탁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머리로 소화하기 위해 이렇게 놀이로 승화시켰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가족들이 전쟁의 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옷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면서 슬픔을 달랬던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폭력적인 상황을 완화하고 개인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려서 어떻게든 이해하거나 대처하려고 했던 거죠.
    (/ p.62)

    2 버지니아 클럽
    어쩌면 처음부터 엄마의 외모에 반하고 집착했던 아빠를 향한 복수가 아니었을까요. 외양 때문이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싶었을지도요. 하지만 실제로 아버지는 엄마의 모든 면을 숭배했어요.
    가끔은 엄마가 나에게 이런 식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게 아닐까도 생각했죠. "너는 이렇게 살지 마." 아름다움으로 칭송받고, 남자의 눈에 들고, 남자의 요구에 맞추고, 그러다 다섯 아이의 엄마가 되어 빨래를 하고, 장을 보고, 얼굴도 보기 힘든 남편의 경제력에 의지하면서 그렇게 살지 말라는. 나한테는 그 메시지가 아주 크고 선명하게 들렸어요. 그래서인지 전 아이를 하나만 갖고 내 커리어를 가졌죠. 미모로 칭송받는 건 한 번도 내 옵션이었던 적이 없고요.
    (/ p.73~74)

    물론 할머니에게는 아주 다양한 조상들이 있으니까 그중에서 원하는 )으로 고를 권리도 있었겠죠. 다양한 혈통이 섞였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영국, 네덜란드, 독일, 멜런전이 있었어요. 그리고 할머니는 이왕이면 영국으로 하기로 하고 고향도 광산촌에서 타이드워터로 이전시킨 거죠. 할머니는 버지니아 클럽 회원들을 "그)의 세련된 콜로니얼(식민지 시대) 레이디"라고 부르곤 했거든요. 그러니까 할머니는 자신이 만든 평행 우주 속 소설 속에 사셨던 거예요.
    (/ p.97)

    3 레이스를 품은 전쟁
    약간 주고받기식으로 진행되죠. 비유를 하자면 'la guerre en dentelle'인데, '레이스를 품은 전쟁'이란 뜻이에요. 17세기에 귀족 남성들은 전쟁에 나가면서도 아름다운 레이스 커프스를 지니고 있었어요. 싸우면서도 그 레이스를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애썼죠.
    남녀 간의 싸움에서도 이런 원칙이 적용되지요. 여성을 정복하고 싶어 하는 남자들도 있겠지만 그 여자한테 완전히 무릎을 꿇고 헌신하는 척하는 거죠. 매일 꽃을 보낸다거나 선물 공세를 하면서요. 남자란 기사도 정신을 갖고 여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믿고 있어서 공격적으로 나가고 싶어도 재치와 칭찬이라는 양념을 곁들입니다.
    (...)
    맞아요. 누구든 이렇게 말할 수는 있죠. "와, 아주 멋지다. 근사하다." 프랑스 사람들은 누구를 칭찬하거나 비난할 때도 항상 유머 감각이라는 무기를 사용하려고 하죠. 레이스를 품은 전쟁에서도 상대를 심하게 비꼬기도 하고, 과하게 칭찬을 하기도 해요. 어느 )이건 과장되어야 하는데 그래야 서로 이런 말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서, 우리 아버지는 흰색 마니아지만 대부분의 프랑스 남자들은 새하얀 색을 그리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흰색으로 옷을 빼입으면 남자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죠. "오늘밤 아름다운 한 떨기 수련처럼 입으셨네요. 물론 이 연못이 그 연못이 아니라는 게 문제지만." 칭찬이긴 한데 그 안에 뼈가 담겨 있는 거죠.
    (/ p.127~131)

    4 윗대 여인들
    이런 전통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글을 쓰거나 말을 조리 있게 하는 걸 어려워하기도 해요. 나도 내 직업이 있어 늘 바빴지만 시간을 쪼개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참 많이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말로도 자신을 잘 표현하고 글도 막힘없이 써내는 걸 보면서 무척 흐뭇했지요. 이런 능력은 학교 성적과는 크게 관련이 없더군요.
    자녀들에게 우리의 역사와 삶의 가치를 말로 전달해주는 풍습은 엄마가 아기에게 먹이는 모유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영양가도 풍부할 뿐 아니라 면역력도 길러줍니다. 엄마와 자녀 사이의 끈끈한 정도 그때 생겨나지요. "따뜻한 인간애라는 우유"는 이 사회의 천박함, 폭력성, 니힐리즘을 막아줄 최고의 면역제이기도 합니다. 이 문명을 지켜주는 안전장치가 아닐까 해요.
    (/ p.156)

    때로는 전쟁이 사회를 완전히 뒤흔들어 평평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아요. 19세기 중반에서부터 일어난 전쟁들을 연구해보면 전쟁이 한 차례 일어날 때마다 사회 기반이 흔들리고 신분 질서가 뒤집히고 새로운 사회가 된다는 걸 알게 되죠. (...)
    전쟁은 남성적이고 폭력적인 기질들을 권장하기도 하지만 남자들은 그 와중에 너무나 많이 죽어나가고 동시에 남성적인 특질들이 소멸돼버리기도 하죠. 하지만 현대에 전쟁이 난다면 남녀 구분할 것 없이 모두가 죽게 될 테니 다른 이야기가 나오겠죠. 전쟁은 상상했던 것보다 남성적인 에너지의 다량이 출혈되어버리는 사건이에요. 그와 동시에 여성들은 새로운 포지션을 차지하게 되고요.
    (/ p.181)

    5 리틀 블랙 드레스
    웰즐리 학생들 중에는 진짜 상류층 사교계 아가씨가 많았어요. (...) 그들 관점에서 옷을 잘 입는다는 의미를 나는 절대 따라가기는커녕 이해하지도 못하겠더군요.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리틀블랙 드레스라는 걸 발견했답니다! 모두가 한 벌씩, 아니 몇 벌씩은 갖춰놓고 있던 그 드레스요. 이제 적어도 한 가지 문제는 해결되었구나 싶어서 한숨 놓았답니다. 그 드레스는 유니폼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주말 데이트 약속을 위해 남학교에 갈 때도 입을 수도 있었어요.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입고 힐을 신고 진주 목걸이를 하면 끝이죠.
    (...)
    리틀 블랙 드레스는 불어로 '라 쁘디 로브 누아르La petite robe noire'인데 샤넬이 처음 만들어낸 용어죠. 프랑스에서는 사실 지극히 실용적인 이유 때문에 생겨난 콘셉트예요.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에게는 언제나 리틀 블랙 드레스가 필요하지. 왜냐하면 앞으로 여러 번 이 옷을 입고 장례를 치러야 할 테니까."
    (/ p.195~199)

    6 흰옷을 입은 예식들
    프랑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스러운 몸을 받아들인 페미니스트 여성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그들은 자신을 가꾸는 데 공을 들이고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데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그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적으로 그들이 남성을 좋아하는지 여성을 더 좋아하는지, 혹은 엄마가 되기로 했는지 아닌지와는 상관없어요. 프랑스에서는 여성성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었다고 봐요. 우리가 무슨 수를 쓴다 해도 남성성을 얻을 수는 없는 거고, 여성성을 버리면 우리가 가질 수도 있었던 힘을 잃는 거니까요.
    (/ p.247~248)

    결혼식 당일, 아침 10시부터 샴페인을 마시기 시작해요. 식은 그날 저녁 7시인데 말이죠. 그사이에 머리를 하고 오후에 뷔페에 갔다 와서 결혼식 바로 전에 웨딩드레스를 입는 거예요.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이 모든 것이 지긋지긋해져버린 거예요. 그래서 올림머리를 한 채로 집 앞의 수영장에 뛰어들어버리고 말았답니다. 하객들이 전부 공포에 질려서 소리를 질러댔죠. 부팡 헤어스타일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하는 남부의 신부는 있을 수 없거든요. 난 물을 뚝뚝 흘리면서 수영장에서 나왔고 여자들이 나를 끌고 차에 태운 다음 집으로 가서는 다 달라붙어 미친 듯이 드라이를 하기 시작했죠.
    (/ p.256)

    7 영국의 푸르고 평화로운 들판
    미국 시인이자 소설가인 거트루드 스타인이 말한 적이 있는데, 만약 선배 작가나 화가가 작품을 보여주며 조언을 해달라는 젊은 후배 작가나 화가에게 문제점만 지적하면 그 젊은이의 희망이 꺾여버릴 수도 있다고 말이죠.
    하지만 반대로 좋은 점을 칭찬해주면 그들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그 방향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고 자기의 단점들은 시든 이파리처럼 스스로 떨어져 나갈 것이라는 걸 알게 돼요. 프랑스에선 온종일 뭐가 잘못됐는지만 따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주 국민 스포츠라니까요.
    (...)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건 동의해요. 그것이 단점들을 저절로 밀어내거든요.
    (/ p.274)

    런던에 가고 싶었던 다른 이유는 작가 도리스 레싱과 더 가깝게 지내고 싶었거든요. 10년 전에 그 작가의 모든 책을 읽었고 팬레터를 보냈었어요. 그분이 답장을 써주었고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중간에 끊기기도 했지만 거의 40년 동안 유지되었습니다. 제가 런던에 갈 때마다 그녀를 만났고 그분도 뉴욕에 올 때마다 나를 찾았죠. 버몬트에서도 몇 번 같이 지낸 적이 있어요. 그렇게 우리의 우정 덕분에 서로 다른 대륙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었죠. 그분이 고목 사과나무 가지에 아이처럼 매달리기도 했고 같이 그 나무에서 사과를 따서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던 가을 오후 애플 사이더를 만들기도 했었죠.
    (/ p.281)

    8 중용
    문화는 진화하니까 영적 가르침이라는 포맷도 업데이트가 되어야 항상 변하는 젊은 신자들의 사고에 뒤쳐지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가르치는 내용은 기본적으로 같다고 해도요.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포맷은 버려야 해요. 형식이란 커지는 내용물을 담지 못하고 벗겨져버린 껍데기에 불과하죠. 하지만 애석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 껍데기에 매달리고 덧칠을 해서 무기로 만든 다음 다른 껍데기에 매달리는 사람들을 공격합니다.
    (/ p.302)

    세상을 보는 시각이 오직 핑크와 블루라면 어떨까요? 약간 유치하잖아요. 그렇다고 모든 걸 암흑으로만 인식한다면 거기에 무엇을 더할 수 있겠어요? 서로 대비되는 이 반대가 서로를 정의하고 완성합니다. 우리는 젠더 문제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할 겁니다. 여성스러움은 남성적인 것에 필요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죠. 완벽한 존재는 양성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모든 다른 문화에서 우리에게 전해 내려와 유산이 된 철학적인 태도들이 있지만 그것이 무엇이건, 각각의 시대는 그것들을 다시 재표명해야 합니다.
    시대는 언제나 변하고 우리가 어떤 철학적 사유 체계들을 연구한 끝에 정신적인 성장을 했다면 이제부터 우리의 임무는 우리가 전해 받고 배우고 깨우친 것들을 현세대와 미래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예술가가 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p.316)

    저자소개

    리사 앨더(Lisa Althe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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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4년 테네시에서 태어났다. 주목받은 첫 소설 [킨플릭스Kinflicks](1975)는 페미니스트가 어른이 되는 과정의 기록으로, 그녀는 이 책에서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를 선보이며 소설의 지평을 넓혔다. 이후 소설, 회고록, 햇필드 앤드 맥코이 분쟁에 관한 역사책 등 일곱 권의 책을 집필했다. 그녀의 저서들은 일곱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프랑수아즈 질로(Francoise Gilot)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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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1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막 태동되기 시작한 파리 화파(School of Paris)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1943년부터 10년 동안 파블로 피카소의 연인이었다. 베스트셀러인 [피카소와의 삶Dans l’Arene avec Picasso]은 열두 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마티스와 피카소Matisse and Picasso: A Friendship in Art] 등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다. 프랑스 화가 뤽 시몽과 결혼했으나 이혼하고 미국의 의학자로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너스 소크와 결혼해 소크가 사망할 때까지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살았다. 질로의 작품은 뉴욕 매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비롯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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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KBS와 EBS에서 라디오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나쁜 페미니스트] [헝거] [하버드 마지막 강의] [에브리씽 에브리씽] 등 70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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