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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다 : 민주주의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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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학교에는 민주주의가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가르친다고 하는 학교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자치'를 말하지만 정치도 자유도 금지된 학교,
아니 자치조차 가로막는 학교의 현실을 고발한다.
학교를 광장으로 만들려고 한 사람들,
학교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실천한 학생들과 교사들의
도전과 좌절, 그리고 성장의 체험담.

출판사 서평

이 책의 특징

대한민국은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치고 일구어 온 역사와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회가 민주화되었다고 하는 와중에도,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학교는 여전히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곳으로 남아 있다. 민주시민교육이 교육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교육청도 학생인권과 학생 자치를 이야기하고 있으나, 학교 현장에서는 대자보를 붙인 학생들을 탄압하고 교사들의 입을 틀어막는 일이 반복된다. 학교에서 민주주의는 현판과 교과서에 갇혀 있는 죽은 글자일 뿐이다. 다시 민주주의가 화두가 된 이 시대이기에 우리는 더더욱 학교 민주주의를 다시 질문하고 논해야 한다. 이 책은 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는 그것,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현실에 도전했던 학생·교사들을 소개한다.

학교의 종교 강요와 보충수업 강요 등에 반대하여 문제를 제기했다가 끝내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던 학생의 이야기, 재학생들과 함께 잘못된 한국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인 졸업생, 고등학교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였다가 침묵을 강요당한 상처의 기억, 학생인권과 만나면서 새로운 배움을 경험한 학생의 증언, 동료 교사에 대한 부당한 인사에 문제 제기하며 겪은 학내 정치,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계기교육을 했다가 교육청 조사를 받은 교사의 성찰,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다가 징계를 받은 교사의 후일담, 학생들이 자유롭게 신문을 만들 수 있게 하려는 교사의 시행착오, 교사의 체벌 거부 선언과 학생들의 권리선언, 학생들이 게시판에 '박근혜 하야'를 써 붙이면서 학교 안에서 벌어진 사건들.......
이 책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사람들은, 학교 안에서 매일 접하면서도 눈감고 참았던 일상의 문제들에 맞서 저항한 이들이며,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위해 싸운 이들이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은 최근 수년간의 세월호 참사, 한국사 교과서 문제, 학생인권 등 다양한 이슈들을 아우르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미래의 시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인권을 존중받고 자유롭게 참여하는 오늘의 시민으로 살고자 한다. 교사들은 국가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종복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우리 시대의 문제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교사가 되고자 한다. 그들의 글은 학교 안에서 민주주의를 꿈꾼 '민주화운동가'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학교 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 고찰이나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필자들의 경험담 속에서는 학교 안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했다가 벽에 부딪혀 좌절한 이야기, 도전하고 움직여도 어느새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마는 현실 등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작은 변화 하나를 얻기 위해 수많은 어려움과 부대낌을 넘어서야 한다. 이 책이 학교 민주주의에 대해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이렇게 침묵하지 않고 말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학교가 변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 책의 내용과 구성

학교에는 민주주의가 있는가? 학교교육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가? 우리 교육의 목표는 민주주의를 교육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학교에서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일상의 가르침이 된 지 오래다.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교과서를 만들어도,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온 학생들에게 박수를 쳐도, 학교 안에서부터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시민으로 살아갈 수 없다면 민주주의는 교육될 수도 실현될 수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학교 안에서 '민주화운동'을 한 이들 ― 즉 비민주적·반인권적인 관행, 부당한 인사, 각종 인권 침해, 강요되는 침묵, 허울뿐인 자치 등에 대해 비판하고 도전한 학생과 교사들의 글 16편을 모은 것이다. 이 글들은 사건의 기록일 뿐만 아니라 교육 주체들의 도전과 좌절, 성장과 성공의 경험을 담은 생생한 체험담이다.
이 책이 전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치를 들고 학교의 현실에 도전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는 학교와 우리의 삶이 이토록 민주주의와 동떨어져 있는데 과연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렸느냐고,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민주주의 헌법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책은 단지 학교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하는 교육 주체들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이들이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오늘의 교육]에 실린 에세이를 선별하여 다듬은 글들은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 더 진솔한 이야기들을 자유로운 형식 속에 전달하고 있다. 이들의 경험담은 학교 민주주의의 척박한 토양 속에서 고군분투한 시민들의 서사이며, 그들이 부딪힌 장벽과 어려움과 이를 넘어선 도전과 실천, 끝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좌절과 절망 속에서 학교를 민주적인 공간으로 바꿔 나가기 위해 가야 할 길을 찾아볼 수 있다.

1부 - 오늘을 살다

1부인 '오늘을 살다' 편은 학교 안에서 저항한 학생들의 이야기 다섯 편을 담았다. 종교재단 사립학교에서 종교 강요를 고발했던 홍서정(2012년 참여연대 의인상 수상)의 이야기부터, 학생인권조례 시행을 겪으며 학교 안에서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낀 밀루와 김동이 등 자신의 인권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또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인 성동석의 글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인 이만희의 글에서는 학생이 학교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의 의미와 어려움이 교차된다.
작은 제보나 신고 하나를 할 때도, 자기 생각을 벽에 써 붙일 때도 많은 상처를 받아야만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학교가 과거의 독재 시대와 다를 바가 없음을 고발한다. 그러면서도 현실을 바꾸고 살아 있는 배움을 찾아 가만히 있지 않는 학생들의 모습이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사례를 보여 준다.

2부 - 부당한 지배를 거부한다

2부 '부당한 지배를 거부한다' 편은 교사들의 현실을 담은 여섯 편의 글을 모았다. 부당한 인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 교사들이 내린 결단(정은균), 자신의 교육 철학에 따른 평가 방식조차도 학교장과 동료 교사들에 의해 방해받은 경험(최병우), 중립과 침묵을 요구받는 교사의 처지(미나리),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계기교육을 한 교사들의 이야기(조영선·강성규),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했다가 징계를 받고 그 이후 소수자와 권력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진 교사의 성찰과 실천의 후일담(이용석)이다.
2부의 글들은 교사들조차도 국가의 정책과 제도에 의해, 그리고 교직 사회의 관행과 문화에 의해 침묵과 굴종을 요구받고 있음을 드러낸다. 교사들의 이야기는 국가로부터 요구받는 '정치적 중립성'이 교사들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명분임을 폭로하고, 노동자이자 시민으로서 교사들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3부 - 민주주의는 연습이 아니다

마지막 3부 '민주주의는 연습이 아니다'는 학교 안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교사와 학생이 노력하고 실천한 다섯 편의 글들을 통해 교사와 학생의 권리가 함께 가야 한다는 주제 의식을 담았다. 가령 김수현은 [자치 불능의 학교, 신민의 왕국을 만들다]에서 학생회 선거를 관찰하며 학교에서 말하는 학생 자치가 허울뿐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런 현실을 비민주적 관행을 겪는 교사들의 상황과 연결하여 학교의 총체적 비민주성을 드러내며, 이희진은 [조폭이길 거부하는 교사, 스스로의 권리를 외치는 어린이]를 통해 교사에게 체벌과 강한 통제력을 강요하는 사회의 문제와 학생들의 인권 문제가 같은 선상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필자인 교사들은 학교가 학생회 선거를 검열해서 생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좌충우돌하기도 하고(이윤승), 학교의 검열 없이 학생들이 자유롭게 신문을 만들게 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임동헌). 학생회가 설치한 게시판에 학생들이 '박근혜 하야'를 써 붙이면서 시작된 학교 안의 사건을 전한 조영선은 자신이 학생들의 배후라는 오해를 받을까 봐 침묵해야 했던 '찌질함'을 고백하고 학교에서 정치가 금지된 상황이 학생과 교사 모두를 침묵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조영선은 아무리 광장에서 민주주의가 불타올라도,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말하고 행동하고 민주주의를 이룰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묻는다. 필자들의 이야기는 민주주의는 연습이나 교육해야 할 대상이 아니고, 바로 지금 자기 삶에서부터 살면서 실천에 옮겨야 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학교 안에서 부조리한 일들과 마주하며 자기 일상 속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문제를 겪고 있는 학생과 교사라면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안에서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관행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참고서 역할을 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학교 안팎에 상관없이, 우리 사회와 교육 현실과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 여긴다. 학교 내 민주주의와 인권의 현주소를 보여 주면서도, 학교에서 민주주의가 싹틀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키우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추천사

책을 펴내며 | 조영선

1부 오늘을 살다

나의 학교생활 투쟁기 | 홍서정
종교 사학에 맨몸으로 부딪친 1년을 말하다

왜 그들은 교학사 교과서를 거부했을까 | 성동석
재학생들의 반대 운동을 바라본 한 졸업생의 기록

학생은 말할 수 있는가 | 이만희
여전히 '안녕하지 못한' 나의 이야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 밀루
광주학생인권조례 그 후

학생인권에 낚이면 이렇게 됩니다 | 김동이
학생인권과의 우연한 만남, 그 이후

2부 부당한 지배를 거부한다

사소한, 그러나 용기를 내야 하는 결단 | 정은균
정치와 투쟁이 필요한 이유

정치적이나 정치적이지 않다 | 최병우
나의 수업 평가 방식은 왜 문제가 되었나

정치적 중립, 모호하고도 굴욕적인 | 미나리
정치를 가르치는 교사의 아이러니

묻어갈 수 없는 시대, 금지가 있는 곳에 정치가 시작된다 | 조영선
나는 왜 [416교과서] 계기 수업 공개 선언을 했나

나는 너와 함께 물가를 걷겠다 | 강성규
학생들한테 배운 중립의 참뜻

10년이면 강산이 변할까 | 이용석
국기에 대한 경례 거부, 그 후 10년

3부 민주주의는 연습이 아니다

자치 불능의 학교, 신민의 왕국을 만들다 | 김수현
이름뿐인 '당신들의 학생회'

자치는 연극이 아니다 | 이윤승
학생은 배우, 학교는 연출? 검열이 만든 학생회 선거 파행 이야기

학생이 말하게 하라 | 임동헌
학생회 신문 만들기, 그 시행착오의 시간들

조폭이길 거부하는 교사, 스스로의 권리를 외치는 어린이 | 이희진
교사와 학생이 각자의 자리에서 하는 세 가지 선언

하야를 하야라 말하지 못하고 | 조영선
학생회 담당 교사의 '찌질한' 고백

본문중에서

대다수가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침묵하고, 누군가 문제 제기를 하면 그 사람은 조직의 배신자가 된다. 철저히 따돌려지고 무시당하고 외면당한다. 지금의 학교는 그런 곳이다.
(/ p.25)

오전 7시 반쯤 되었을 때 학교 앞 편의점에 붙인 대자보가 훼손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곧이어 화장실 앞에 대자보를 붙이려던 팀도 순찰을 돌던 교감에 걸려 제지를 당했다는 카톡이 떴다. '3분 컷'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전날 여고는 10분, 모교는 3분 만에 대자보가 떨어져 나갔다. 전날 여고에서 대자보를 붙인 일과 모 역사 교사의 양심선언으로 인해 우리 학교 윗선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었던 탓이다. 학생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감돌기 시작했다. 모교의 입장은 확고했다. 교과서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외압은 전혀 없었으며 교학사 교과서를 '공정하고 엄중한 잣대'에 의해 결정했다는 것이다.
(/ p.36)

나는 게시판은 학교 구성원 누구나 쓸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했고, 학교가 민주 시민을 기르는 공간이라면 이 정도는 당연히 가능한 일이라 여겼지만 학교의 생각은 달랐다. 학교엔 민주주의가 없었다. 학생부장은 허락도 없이 대자보를 붙여선 안 된다며 나에게 잘못을 했으니 경위서를 써 오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 p.47)

사회 교사는 모든 사람에게는 인권이 있다고, 사람은 모두 평등하며 신체의 자유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 '모든 사람'에 포함되지 않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에게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데 왜 나는 "네가 무슨 정치냐, 공부나 해라" 소리를 듣는지, 모든 사람에게 신체의 자유가 있다는데 왜 나는 화장실 한번 가는 데도 교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 교실 안에 가만히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며 뛰어내리고 싶다고, 나가고 싶다고 되뇌기만 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 p.55)

아마도 내가 계속 학생인권 관련 활동을 하는 이유는 내가 아는 한 여기만큼 '진짜 배움'이 있는 데가 없어서이지 않을까. 살면서 이렇게 재밌어 본 적이 없다. 활동은 삶과 연결되는 거였다. 학생인권을 만난 후의 삶이 뭐가 좋은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내가 배운 것이 생활에서 바로 적용되는 걸 발견하는 게 좋다. 의견 갈등은 있어도 그로 인해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들이 좋다.
(/ p.78)

학교는 어느 곳, 어느 때보다 정치적이어야 한다. 학교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온갖 구조, 제도, 규정들이 온존해 있다. 가장 정치적이면서 가장 비정치적일 것을 요구하는 기만의 시스템이 교무실과 교실을 지배한다. 예링이 말한 '투쟁'이 필요한 이유다. 학교 정치의 필요성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 p.90)

이번에는 학교장이 수행평가에 대해 반발하였다. 수행평가 비율을 50퍼센트로 줄이길 요구했다. 학교에 오지도 않는 심신장애 학생에게 만점을 준 것에 대해서도 심히 분노하였다. 심신장애 학생에 대해서는 학기 초 학생들의 동의(약자 배려)를 얻어 만점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학교장은 이를 문제 삼았다. 내가 설득이 되지 않자 성적관리위원회를 동원하여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 p.94)

성교육 표준안은 상황을 다르게 만들었다. 나라에서 학생들에게 동성애는 말하면 안 된다고 표준안으로 정한 것이다. 이건 내가 항의나 민원을 스스로 감당하겠다고 결심하거나 다른 사람과 논쟁할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내가 지켜야 하는 규칙으로서 나라가 내게 정해 주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학생들과 동성애에 관해 대화하면 항의를 받지 않을까를 걱정했다면 이제 나는 '징계를 받지 않을까'가 걱정된다.
(/ p.104)

사실 세월호 계기 수업을 둘러싸고 주로 이야기가 되었던 것은 진실을 감추려는 정부와 진실을 알리려는 교사들 사이의 대립이었다. 학생들이 이 진실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에서도 정작 학생의 입장은 배제된 것이다. 어찌 보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아픔이 '(아직 미성숙하여) 가만히 있으라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들은 학생들의 희생'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서로가 이야기하려는 진실의 내용이 다를 뿐 이 사건을 대하는 학생들의 주체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우리는 정말 교육부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일까?
(/ p.117)

혹자들은 '민주주의가 불만을 토로하는 거냐?'라고 따지듯이 묻겠지만 그런 것까지도 포함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이런 이유로 눈 씻고 봐도 학교에서는 '민주주의'나 '자치'의 가치를 찾을 수 없다는 거다.
(/ p.166)

대부분의 후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학교의 문제 상황을 알고 있었고, 공약에서도 익명 게시판의 부활, 대의원 회의 개최 등 소통과 관련한 공약들을 대부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월요일 오후에 학교 곳곳에 게시된 후보자들의 포스터에선 그 공약들을 볼 수 없었다. 위에서 말했던 조항 "학교의 허락을 받지 않은 홍보물은 교내에 부착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후보 자격 박탈" 때문이었다. 조항을 근거로 생활지도부 교사는 포스터를 '검열'했고,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라 어쩔 수 없이 내용을 수정하였다.
(/ p.173)

함께 공부해 가며 신문이 큰 무리 없이 제작되던 중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기사의 내용이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 교장과 학생 간의 갈등을 다루게 되면서 학생들이 주저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은 "선생님, 이 기사 교장 선생님 이야기인데 실을 수 있나요?"라고 물어 왔다. 학생들이 스스로 검열을 하는 것이다. 심각하게 우려가 되어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떠한 대상도 두려워하지 말거라. 너희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이 기사가 진실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 p.190)

2011년, 스승의 날이자 세계 병역 거부자의 날인 5월 15일에 나는 공개적으로 '양심적 체벌 거부 선언'을 했다. 많은 보호자들이 내게 "때려도 괜찮으니 잘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말하고 동료 교사나 관리자들이 더 엄하게 학생들을 다루어야 한다고 조언을 하던 때였다. 사람들은 학생들이 교사를 무서워하지 않아 학교의 질서가 무너지고, 사고가 나고,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예의가 없어지는 거라고 했다. 난 체벌을 강요받는 느낌이었다. 아니 강요받았다. 하지만 난 체벌 후 학생들이 날 바라보는 그 혐오와 거부와 불안의 눈빛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 pp.199 ~ 200)

학생이 대자보를 붙이자 교사가 이에 호응하는 대자보를 붙인 일이 감동적인 사례로 신문에 소개되는 이유는 그것이 기삿거리가 될 정도로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자랑스럽게 학생들의 대자보를 올리는 학교보다는, 우리 학교처럼 꿈틀거리는 학생들과 애면글면 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와 교사들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 pp.216 ~ 217)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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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등 교사. 교사로 '행복한 밥벌이'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학생인권을 만났습니다. 학생인권을 통해 '내 안의 꼰대스러움'으로부터 해방되면서 학교를 견디는 힘이 커지고 있어요. 학교에서 좌충우돌하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는, 괜찮은 교사이기보다는 '괜춘한' 인간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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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중등 교사. 학생들을 만날 때 "학생은 '교복 입은' 민주주의 시민"임을 강조하는 국어 교사입니다. 학교가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이라는 믿음을 갖고 책 읽기와 글쓰기와 현장 실천을 위해 나름 애쓰고 있습니다.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시 공부의 모든 것], [국어와 문학 텍스트의 문체 연구], [한글 이야기] 등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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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중등 교사. 학생들의 말을 '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지향합니다. 교사의 성급함을 버리고 학생들과의 인간적인 유대를 바탕으로 함께 소통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언제쯤 끝날지 조금은 막막하지만 그래도 교사로 살아가는 것은 축복받은 거라 생각하며 학생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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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초등 교사. 발령 첫해, 운동회에서 부채춤 지도를 맡았습니다. 조회대에서 마이크를 들고 학생들에게 줄에 각이 잡히지 않는다고 소리를 지르는데 다른 교사가 달려와서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고 말렸습니다. 그 다음부터 경어를 쓰며 지도했지만, 제가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교사의 말이 교실 '밖'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의미였구나 하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나에 대한 반성과 교실의 경계에 대해 고민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2011년에 공개적으로 양심적 체벌 거부 선언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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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 교사,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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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등 교사. 학생들과 함께 잘 살아 보겠다고 애쓰고 있는 교사. 경계와 중심의 이분법을 부정하며, 모든 억압에 저항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뭔가 어설픈 인간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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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지역에서 뭘 해 볼까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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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고등학교 때는 교사들과의 은근한 마찰, 졸업한 뒤 재수생 시절에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반대, 그리고 그걸로 끝일 줄 알았는데 대학에 와서도 총장실 점거를 하다 5주의 유기 정학을 당하는 등 '조용하게' 살고 있음. 스카웨이커스, 언니네이발관을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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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남쪽 광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지 2년이 넘게 지났는데, 광주학생인권조례는 한 번의 위험한 고비를 넘겼고 저는 아직 아수나로에서 청소년운동을 하고 있네요. 여전히 갈 길이 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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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초등 교사. 스물두 살에 정당에 처음 가입했습니다. 교대에 다닐 때는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대선 교육 정책 난상 토론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민주 시민이 되었지만, 교사가 되고 난 후 탈당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민주 시민이 아닌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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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등 교사. '권리'에 대한 관심이 학생인권 문제로까지 이어져 인권 관련 일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스스로 공부가 부족한 것을 깨닫고 현재 성공회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평범한 선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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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지역청소년인권동아리 '화야', 학생참여단 2기. 학생인권과 관련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 더 알고 싶은 사람입니다. 학생인권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싶습니다. 학생이어야만 학생인권운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학생일 때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연구하고 싶습니다. 가르침에서 배움으로 인식이 바뀌기까지 많은 고마운 경험들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인권을 학교 현장에 녹여낼 수 있을지, 하고 싶은 공부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 늘 고민합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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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경기도에서 시작해, 지금은 대구에서 국어교사로 일한다. 글쓰기, 노래, 연극, 놀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세상과 만나는 일을 돕고 있다. 전교조 성서지회에서 활동하면서 지역의 마을 공동체와 주민들, 성서공단노동조합 활동가들과 함께 평등하고 평화로운 삶을 모색하며 꿈틀대고 있다. 대구에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활동에 동참해 왔으며, 공동육아를 함께한 이웃들과 한 마을에 살면서 동네아이들 축구팀 벌떼 FC와 땀을 뻘뻘 흘리며 공을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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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녹색당
2012년 11월 1일까지 기독교계 사립학교인 명지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학내 운동을 했습니다. 현재는 녹색당 안의 청소년 당원 조직인 청소년녹색당에서 청소년 참정권을 쟁취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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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중등 교사
교직 처음에는 학생들과 첫사랑처럼 만나 일요일 저녁때는 월요일 만남을 떠올리며 가슴 설레었으나 지금은 순도가 예전 같지 않음. 정년 4년 반을 남긴 이제 다시 처음 4년 반처럼 학생들을 만나고 싶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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